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3화(28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3화
283화 4대 마왕 (1)
“데미안 님! 적습입니다!”
요새를 발견한 아그네스가 황급히 소리쳤다.
“괴인의 생김새로 봐서는 언데드가 틀림없습니다! 저는 빨리 본단 연락을 넣을 테니 데미안 경께서는…….”
문득, 아그네스는 깨달았다.
데미안 학센은 자신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망부석처럼 멍하니 선 채 괴인을 노려볼 뿐이었다.
“……데미안 님?”
아그네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역시나 데미안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데미안은 저 괴인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괴인은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괴물이었으니까.
이오타.
도르고가 제작한 4대 마왕 중 하나.
공중전을 특기로 하는 최강의 언데드.
원래 역사대로라면 십 년 뒤에나 완성되어야 할 놈이 눈앞에 있었다.
“……아그네스 님, 부상자들을 챙겨 주십시오.”
“데미안 님? 데미안 님!”
데미안은 아그네스를 내버려 둔 채 국경 요새로 달려갔다.
땅을 한 번 박찼을 때, 숲을 통과했고 두 번 박찼을 때, 요새에 도착했다.
그리고 세 번째.
하늘 높이 치솟은 데미안이 이오타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 * *
-이거 너무 쉽잖아.
이오타는 하늘 위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 그의 발밑에는 국경 요새가 박살이 난 채 불타고 있었다.
“으아아악! 내 발! 내 발이!”
“제이슨! 정신 차려! 이 멍청아!”
시체와 부상자들은 덤이었다.
요새를 지키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이오타의 습격에 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죽어 가고 있었다.
-쉬워도 너무 쉬워.
이오타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오타가 국경 요새를 부수고 있는 건 각 왕국에 혼란을 일으키라는 도르고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제국제일검을 죽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다른 왕국은 전부 공격해도 되는데 제국은 관두라니. 너무 재미없잖아.
제국에는 마스터클래스가 넘쳐 나는 반면, 다른 왕국은 마스터클래스 한 명 제대로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애플 왕국 역시 마스터클래스를 단 한 명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그런 마당이니 국경 요새가 이오타의 습격을 제대로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좀 출출하네.
이오타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무너진 성벽에 깔려 있는 병사가 보였다.
“으, 으으…… 으으…….”
병사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가고 있었다.
병사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한 이오타는 즉시 아래로 내려왔다.
길쭉한 손을 뻗어서 병사를 집어 들더니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뭐, 뭐야…… 으아아악!”
정신을 차린 병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발버둥을 쳤지만 이오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오타는 병사의 저항을 무시하고 단숨에 머리통을 뜯어먹었다.
-으으으음, 뇌수가 입에 착 감기는군. 싱싱한 먹이를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드네.
이오타는 병사의 시체를 휙 내던졌다. 그리고 입을 우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반쯤 무너진 집 속에 숨어 있는 두 인간이 보였다.
“어, 엄마…… 나 무서워…….”
“쉬, 조용히 하렴.”
벽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두 모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이오타의 청각이 워낙 예민한 덕분이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이오타의 두 눈에는 두 모녀가 뿜고 있는 감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공포, 두려움, 불길함.
흑마력이란 인간이 고통받을 때 만들어지는 법.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었기에 두 모녀는 실시간으로 흑마력을 생성해 내고 있었다.
영혼과 흑마력을 주식으로 삼는 이오타에게 두 모녀는 향신료를 듬뿍 뿌린 만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오타는 지금 당장 두 모녀를 먹어 치울 생각은 없었다.
더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오타가 벽을 잡고 뜯어냈다. 그러자 두 모녀의 모습이 훤히 드러났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두 모녀는 이오타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리타! 도망치렴! 빨리!”
어머니는 재빨리 딸을 밀어냈다. 딸을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어허, 이런 불효녀를 봤나.
이오타는 즉시 손을 뻗어서 딸을 낚아챘다. 딸은 한쪽 팔을 붙잡힌 채 하늘 높이 떠올랐다.
“엄마! 엄마아아아!”
“리타! 안 돼! 리타 만큼은 안 돼!”
어머니는 즉시 옆에 놓인 식칼로 이오타의 종아리를 마구 찔렀다.
하지만 오러블레이드로도 상처를 낼 수 없는 이오타의 몸을 식칼 따위로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식칼은 금세 부러졌다. 어머니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
“엄마! 엄마!”
“리. 리타……! 제, 제발 리타를 놔줘! 차, 차라리 날 먹으란 말이야!”
어머니가 절규하며 이오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극한에 몰린 덕분에 두 모녀의 영혼은 더욱 깊은 흑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아아, 좋구나.
이오타의 입에서 군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이오타가 입을 쩍 벌렸다. 우선 딸을 먹어 치울 생각이었다.
“안 돼! 안 된다고! 안 돼애애!”
어미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절규했다.
그때, 저 멀리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오타는 벌렸던 입을 곧바로 다물었다.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마스터클래스? 아니지 이건…….
누군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이오타를 향해서 낙하하며 검을 내리쳤다.
이오타는 재빨리 팔뚝으로 검을 막아 냈다. 예상보다 훨씬 묵직한 일격에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놓고 뒤로 쭉 밀려나고 말았다.
-와우, 대단한걸?
이오타는 정면을 쳐다보며 감탄했다. 그러자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내게 일격을 먹인 것도 모자라서 아이까지 챙겨? 감탄스러운데.
남성은 이오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안고 있던 아이를 땅에 내려놓은 뒤, 어머니에게 말했다.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 요새가 안 보일 때까지 달려.”
어머니는 허겁지겁 아이를 끌어안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오타는 안타깝다는 얼굴로 두 모녀를 바라봤다.
-아아…… 맛있게 숙성되었는데.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이오타가 원망스럽게 말했다. 남성은 말없이 이오타를 노려볼 뿐이었다.
-뭐, 그래도 봐줄게. 일반인보다 너같이 강력한 인간의 영혼이 더 맛있는 법이니까.
이오타는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문득 남자의 얼굴을 알아봤다.
-어? 잠깐만, 넌 데미안 학센이잖아?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나! 데미안 학센이 이 근처에 있었을 줄이야!
최근 도르고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던 인간이 바로 데미안 학센이었다.
때문에 이오타는 데미안 학센의 이력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어머니가 널 연구해 보고 싶다더라.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섭섭하지 않게 대우해 줄게.
“어떻게 완성된 거냐.”
별안간 데미안 학센이 입을 열었다.
-응? 뭐가?
“네놈들은 지금 완성되어서는 안 돼. 완성될 수가 없어. 그런데 왜 내 앞에 있냔 말이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너만 완성된 거냐? 아니면 다른 세 놈도 완성된 거냐.”
그 순간, 이오타의 몸이 덜컥 굳었다.
도르고가 완성시킨 4대 마왕은 모두 네 명.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도르고의 측근밖에 없었다.
그런데 외인인 데미안 학센의 입에서 4대 마왕이 언급되었다.
-……어라? 배신자가 있었나? 이거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걸.
이오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어머니의 계획에 해가 되는 존재는 용납할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 네가 우리의 존재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최대한 상세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오타가 두 손을 휘둘렀다. 열두 개의 손톱에서 오러블레이드가 방출되었다.
열두 개의 오러블레이드가 데미안 학센을 덮쳤다. 데미안 학센은 장검을 휘둘러서 오러블레이드들을 모조리 쳐 냈다.
-와우, 이렇게 쉽게 쳐 낼 줄은 몰랐는데?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나 봐.
더 듣기 싫다는 듯, 데미안 학센이 땅을 박찼다. 그 모습에 이오타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와우, 무서운걸! 그럼 나도 출력을 높여서 상대해 주지!
이오타는 더 많은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마치 방금 전 공격은 장난이었다는 듯 이오타의 존재감이 배로 커졌다.
이오타가 두 손을 마구 휘둘렀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두 팔이 분열된 것처럼 보였다.
수십 개의 오러블레이드가 쉴 새 없이 쏟아지며 데미안 학센의 몸을 찢어발기려 했다.
그런데 데미안 학센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달리기만 했다.
-어라? 왜 갑자기 정신 나간 짓을…….
오러블레이드의 다발이 닿는 순간, 데미안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데미안의 뒤에 있던 건물과 요새들이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데미안은 멀쩡했다.
-……어라?
이오타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귀영(鬼影)’
암살자들의 하늘이라 불리던 팬텀(Phantom)이 사용했던 경지.
데스나이트 시절, 팬텀은 데미안 학센을 암살하려 했으나 역으로 살해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데미안은 팬텀의 기술과 경지를 모두 흡수했다.
본래 귀영은 신체와 마력을 동화시켜서 기척을 죽이거나 좁은 틈을 빠져나가는 경지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귀영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 보다 전투적으로 사용했다.
바로 지금처럼.
오러블레이드가 쏟아질 때마다 데미안은 번번이 귀영으로 피했다.
-캬하핫? 재주가 엄청 많네?
데미안의 옷자락조차 스치지 못함에도 이오타는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한 눈빛으로 데미안의 움직임을 살폈다.
-근데 가만 보니까 굉장히 규칙적이네?
데미안이 다시 연기가 되어서 흩어졌다. 데미안이 다시 나타나려는 순간, 이오타가 소리쳤다.
-잡았다!
이오타가 손을 뻗었다. 팔이 쭉 늘어나더니 데미안의 얼굴을 꿰뚫었다.
귀영을 연달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파악했다. 그러니 이 공격은…….
그때, 데미안 학센이 발을 들어서 이오타의 손등을 밟았다.
이오타의 손이 땅에 꽂혔다. 폭음과 함께 땅이 완전히 박살 났다.
-어?
이오타가 당황한 순간,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삼환(三環).”
공진음과 함께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사실을 이오타가 인지하려는 찰나, 정면에서 나타난 데미안 학센이 검을 휘둘렀다.
푸른 섬광이 이오타의 목을 갈랐다.
* * *
하지만 여명은 이오타의 목을 베어 내지 못했다.
여명이 닿는 순간, 이오타의 목덜미에서 수많은 비늘이 돋아난 것이다.
오러블레이드가 덧씌워져 있었음에도 여명은 비늘을 베어 내지 못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오타가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질겁한 얼굴로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역시 단단하군.’
데미안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이오타가 어떤 녀석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오타는 도르고가 드래곤의 사체를 이용해서 만들어 낸 언데드였다.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팔다리에는 드래곤의 근육과 뼈가 삽입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박쥐 같은 날개도, 내부의 장기 역시 드래곤의 것으로 만들어졌다.
아니,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았다.
이오타의 몸에는 드래곤 한 마리가 통째로 압축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거 믿기지 않네? 인간 따위가 감히 내 목을 건드려?
이오타가 목에서 손을 뗐다. 어느새 드래곤 비늘은 다시 누운 상태였다.
-이걸 어쩌지? 이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데?
쿵.
별안간 이오타의 몸속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머니께서 만드신 최강의 존재야. 인간 따위한테 밀리는 건 있을 수 없어.
아니, 그건 북소리가 아니었다.
이오타의 몸속에 있는 드래곤하트가 요동치는 소리였다.
-데미안 학센, 이제부터 진지하게 상대해 주마.
이오타가 날개를 펼쳤다.
흑마력과 함께 용의 마력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