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4화(284/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4화
284화 4대 마왕 (2)
드래곤하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이오타의 전신으로 퍼졌다.
우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이오타의 체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왜소했던 어깨는 쩍 벌어지고, 가슴 근육이 비대해졌다. 앙상했던 팔다리도 믿기 힘들 만큼 굵어졌다.
수수깡마냥 바람이 불면 부러질 것 같았던 몸이 태풍조차 버틸 것 같은 근육질로 변했다.
-크으으, 육체를 일깨우는 건 오랜만이군.
심지어 목소리까지 변했다.
어린아이처럼 촐싹대던 목소리가 굵고 진중하게 바뀌었다.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오타에게서는 방대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마치 금방이라도 분출할 것처럼 들끓는 화산을 보는 것 같았다.
원래 언데드란 생명력을 지닐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 이제부터 박살을 내 주마.
이오타가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얼굴까지 들어올린 손을 새끼손가락부터 하나씩 접었다.
주먹.
그것이 완성된 순간, 이오타가 두 발로 땅을 밀어냈다.
일직선으로 튀어 나간 이오타가 데미안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허리를 옆으로 틀어서 권격을 피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잔해들이 모조리 날아갔다.
주먹이 닿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권압만으로 만들어 낸 현상이었다.
이오타는 뻗은 주먹을 다시 회수했다. 그리고 스텝을 밟으며 데미안에게 접근했다.
연격이 이어졌다.
이오타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권압에 의해서 건물들이 부셔졌다.
몬스터처럼 본능에 의지한 공격이 아니었다. 형과 식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놀랍게도 이오타는 권법을 펼치고 있었다.
-놀랐나? 하긴 다들 날 무식한 괴물로만 여기더군!
이오타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육체에만 의지하는 얼간이가 아니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기술까지 익히고 있지! 마스터클래스조차 경시할 정도로 말이야!
이오타의 외침에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데미안 학센, 나의 기사여, 보이느냐?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들이다.>
데스나이트 시절, 도르고는 데미안을 불러내서는 4대 마왕들을 소개했다.
<물론 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 그래도 이 네 명도 최강이라는 호칭을 붙일 정도는 된다.>
그 말대로 4대 마왕은 엄청난 전공을 올렸다.
전쟁에 나설 때마다 수만 명의 병사를 죽였다. 그들의 시체로 산을 쌓고, 영혼을 빨아먹으며 기뻐했다.
그 잔악한 모습이 참기 힘들 정도로 역겨웠다. 데미안은 억지로 구역질을 참아야 했다.
<사실 지난 수백 년 동안 이 녀석들을 완성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했단다. 이 육체에 걸맞은 영혼을 만들어 내지 못했거든. 그런데 최근에 바로 성공했지 뭐냐. 그 비밀이 뭔지 아느냐?>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데미안은 도르고에 의해서 이지가 봉인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자신의 몸에 갇힌 채 도르고의 수다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네 덕분이다.>
달갑지 않은 진실이 억지로 고막을 비집고 들어왔다.
<네 영혼을 모방해서 만든 게 바로 이 녀석들이지. 덕분에 이 녀석들은 네 천재성도 다소 물려받았다. 부스러기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그 말을 들었을 때, 데미안이 느낀 혐오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안 그래도 도르고의 노예가 되어서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했다. 고결한 기사들을 죽이고, 그들의 시체를 모독했다.
그런 마당에 저 끔찍한 괴물들까지 자신 때문에 탄생했다니.
<즉, 이 녀석은 너와 나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말을 떠올린 순간, 데미안의 가슴 깊은 곳에서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전투 도중에 격정에 휩쓸리는 것은 하수나 할 법한 짓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데미안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이냐!
이오타가 큰 소리로 외치며 데미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순간,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갔다. 동시에 이오타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어?
이오타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먹을 휘두른 사람은 자신인데 어째서?
이오타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묻어 있던 흙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주먹을 쥐고 있는 데미안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지.”
데미안이 아공간 속에 여명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네놈들과 엮일 때마다 기분이 더러워져. 심지어 매번 고점을 갱신하지.”
검사가 전투 도중 검을 손에서 놓는다니?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이오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미안 학센, 미친 것이냐?
데미안은 이오타의 말을 무시했다. 대신 몸속에 흐르는 마력들을 엮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신성교단에서 보관하고 있는 수많은 비전서를 탐독하며 연구했다.
그 결과 데미안은 작은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 익히고 있는 마나연공법들을 하나로 합쳐서 발전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패력축기공, 면리금침, 벌성지광약, 합환무극공.
여기에 신성교단에서 탐독한 수많은 비전서까지.
그것들을 모두 합일시켜서 하나의 마나연공법을 만들어냈다.
오륜조화공(悟輪調和功).
데미안은 엮어놓은 마력을 회전시켰다. 이내 몸속에서 하나의 순환을 만들어 냈다.
“일륜(一輪).”
환이 아닌 륜.
합환무극공 때와 달리 공진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데미안을 중심으로 주변의 마력이 모조리 빨려 들어왔다.
외부와 내부가 순환한다.
신체와 마력이 순환한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순환했다.
“좆같은 기억을 되살려 준 보답으로 네놈은 패 죽여 주마.”
데미안의 두 눈동자에서 시퍼런 불꽃이 타올랐다.
-그래 봤자 소용없…….
이오타의 얼굴이 뭉개지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어느새 튀어나온 데미안이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크아악!
하지만 드래곤의 비늘 덕분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
이오타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정확히는 휘두르려 했다. 눈앞에 데미안이 있었더라면 말이다.
-대체 어디…… 커억!
어느새 명치에 팔꿈치가 박혔다. 충격으로 이오타의 허리가 굽혀졌다.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이오타는 데미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대로 붙잡고 땅바닥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그때, 데미안이 반대쪽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은 이오타의 명치를 한 번 더 때렸다.
그 순간, 이오타의 몸속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오타는 입에 피를 토해 내며 뒤로 밀려 나갔다.
데미안은 즉시 땅을 박찼다. 대각선으로 튀어 오르며 이오타의 눈을 무릎으로 찍었다.
눈 주변의 뼈가 으스러지며 눈동자가 터졌다.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캬아아악!
이오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터져버린 눈동자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소리쳤다.
-말도…… 말도 안 돼! 어떻게 내가…… 인간 따위한테 밀린단 말이냐!
오륜조화공.
데미안이 탄생시킨 새로운 마나연공법은 폭발적인 속도와 힘을 가져다줬다.
드래곤의 육체를 일깨운 이오타마저 압도할 정도로 말이다.
-기고만장해하지 마라! 나는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오타는 심장을 박동시켜 더 많은 용의 마력을 뽑아냈다.
이오타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스텝을 밟을 때마다 잔상들이 생겨났다.
수많은 잔상이 데미안 학센을 둘러쌌다. 그리고 동시에 주먹을 내리쳤다.
무엇이 허상이고, 무엇이 실체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주먹을 뻗는 순간, 이오타는 하늘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하늘과 땅이 뒤집혔다. 동시에 땅바닥에 꽂혔다.
이오타의 육체는 땅보다 단단했기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공격이 문제였다.
데미안이 발을 들어 올렸다. 발바닥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졌다.
-데미안 학센……!
이오타가 증오를 담아 소리친 순간, 데미안이 힘껏 발을 내려찍었다.
쇄파(碎波)
성벽파괴자의 경지가 충격을 배로 증가시켰다.
폭음과 함께 지면이 연쇄적으로 박살났다. 요새의 중앙에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구덩이 깊은 곳에서부터 흙먼지가 날아올랐다. 그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후우, 이제 좀 화가 풀리는군.”
데미안은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신경질적인 놈이 아닌데. 도르고랑 엮이기만 하면 화가 많아진다니까.”
데미안이 짧게 불평을 늘어놓을 때였다.
구덩이 안쪽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강대한 마력이 기둥처럼 하늘을 꿰뚫었다.
동시에 거대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에 흐르던 구름들이 갈기갈기 찢겨 사라졌다.
구덩이 속에서 무언가가 쑥 솟아났다.
마치 거인의 팔을 보는 것처럼 거대했다. 하지만 진짜 거인의 팔과 달리 이건 팔뚝 전체에 비늘이 돋아 있었다.
마치 전설 속에 등장하는 드래곤을 보는 것 같았다.
-데미안 학센!
구덩이 속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온 세상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거기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당장 네놈을 집어삼켜 줄 테니까!
구덩이 속에서 무언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주변의 땅이 흔들렸다.
“그래, 이렇게 쉽게 죽을 놈이 아니지.”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여명을 꺼냈다.
화풀이도 끝났으니 이제 진짜로 놈을 죽일 차례였다.
그때였다.
하늘이 길게 갈라지더니 좌우로 쩍 벌어졌다.
틈새는 요새가 아니라 숲이 가득한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그 속에서 세 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미남 미녀였으나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왠지 모를 역겨움이 느껴졌다.
그들을 본 데미안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앱실론, 람다, 시타.”
현생에 이 이름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리라.
이들은 본래 이 시기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4대 마왕.
멸망전쟁의 악몽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