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5화(285/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5화
285화 4대 마왕 (3)
“이오타.”
세 명 중에서 가장 덩치가 좋은 남성이 입을 열었다. 사각턱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작전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기에 와 봤더니…… 설마 이렇게 한심한 꼴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말에 이오타가 구덩이 속에서 항의했다.
-앱실론! 말조심해라! 그리고 한심한 모습이라니! 지금부터 달라질 테니 잘 봐둬라!
“인간 따위에게 악룡화를 사용한 주제에 말이 많군.”
-닥치고 지켜보고 있어! 지금부터 저 인간을 박살 내 버릴 테니까!
“어머니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 한시가 급한데 네가 계획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말이야.”
-…….
이오타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당혹해하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어머니께서는 당장 널 데리고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리셨다만…… 그렇다고 형제에게 굴욕을 준 인간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앱실론이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앱실론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4대 마왕들도 데미안에게 시선을 옮겼다.
세 명에게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마치 사납게 요동치는 자연재해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하.”
그러나 데미안은 그 위압감을 단숨에 떨쳐 냈다.
“설마 했는데 진짜 네 명 모두 완성되었을 줄이야.”
사실 데미안은 내심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도르고가 이오타에게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그로 인해서 이오타만 예정보다 빨리 완성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데미안의 기대를 비웃든 나머지 세 명을 모두 나타났으니 말이다.
“하나만 물어보자. 내 이름은 데미안 학센이다. 도르고에게 내 이름에 대해서 들은 적 있나?”
“……네놈이 어떻게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있지?”
“질문은 내가 했다. 대답해라. 내 이름에 대해서 들은 적 있냐고 물었다.”
“있어요.”
앱실론이 대답한 것이 아니었다.
4대 마왕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체인 시타가 입을 연 것이다.
“데미안 학센이라는 천재가 나타났으니 잡아서 연구하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셨죠.”
시타의 말에 데미안은 혼란을 느꼈다.
데미안은 어쩌면 도르고가 전생에 대한 기억을 일부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4대 마왕을 완성시킬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4대 마왕들의 말을 들어보면 도르고는 데미안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짓말?
아니, 직감이 말해 줬다. 저들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군.”
머리가 복잡했다. 데미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이럴 때는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낫겠지.”
데미안은 여명을 다시 손에 쥐며 말했다.
“만일을 위해 네 명 모두 여기서 없애는 게 좋겠군.”
*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4대 마왕 모두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은 종종 무지와 용기를 착각하지.”
앱실론이 정적을 깼다.
“데미안 학센, 너는 우리를 본 적이 없지. 그러니까 그렇게 용감하게 나설 수 있는…….”
“저기 구덩이에 처박혀 있는 놈은 이오타, 너는 앱실론, 그리고 남은 두 녀석은 람다와 시타가 아니던가?”
데미안이 차례로 이름을 거론했다. 그러자 앱실론은 큼직한 눈동자를 연신 깜빡였다.
마치 람다와 시타는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냐고 묻는 듯했다.
“네놈들이 언제 완성됐는지는 모르겠다만 길어야 1년이 채 되지 않았겠지.”
데미안의 추측이 맞았는지 앱실론의 눈동자가 한층 더 커졌다.
“그런 핏덩이들이 누구한테 무지를 운운하는 거냐. 멍청한 건 네놈들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니 감히 그딴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거지.”
이오타를 두들겨 팬 덕분에 간신히 가라앉았던 분노가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4대 마왕은 데미안의 치부 중 하나였다. 자신을 모방해서 만든 괴물들이 세상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으니까.
“저거. 이상.”
남아 있던 한 명, 람다가 데미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니의 이름. 알고 있음. 우리의 이름도 모두 알고 있음. 명백하게 이상.”
람다가 살기를 발산하며 말했다.
“위험함. 이 자리에서 죽이길 권장.”
“람다,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마라. 어머니께서는 저 남자를 탐내고 있다. 죽이는 것보다는 생포해서…….”
그때, 앱실론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살기에 몸이 반응했다.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
앱실론, 그리고 나머지 4대 마왕들은 천천히 데미안을 돌아봤다.
“아직도 착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군. 이곳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네놈들이 아니라 바로 나다.”
데미안이 한 걸음 내딛었다. 4대 마왕이 느끼고 있는 살기와 압박감도 한층 더 커졌다.
“결정을 내려주지. 네놈들은 모두 이 자리에서 죽는다.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데미안은 체내의 마력을 엮었다. 그리고 두 개의 원을 만들어 냈다.
“이륜(二輪).”
데미안의 체내에서 두 개의 원이 순환했다. 막대한 힘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데미안의 존재감이 몇 배로 커졌다. 그 엄청난 변화에 4대 마왕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앱실론. 우선 네놈의 턱부터 뽑아 주마.”
데미안은 이륜의 힘을 폭발시켜서 돌진하려 했다.
“곤란한 상황이네.”
그때, 온화한 목소리와 함께 차원문에서 누군가 뛰어 내렸다.
검은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인이 4대 마왕의 앞에 내려앉았다.
외모가 무척 아름다웠으나 두 눈동자에 생기가 없어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가, 많이 흥분했구나. 좀 진정해 주지 않으련?”
여인이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부탁과 달리 데미안의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
“아가, 설마 날 알아본 거니?”
여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저 여인을 칭하는 말은 무수히 많았다.
쓰레기.
인간 부스러기.
진홍학살자.
인간으로 잘못 태어난 악마.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장 많이 불렸다.
“판데모니엄의 수장이 왜 이곳에 있지?”
데미안이 경계심을 담아 말했다. 그러자 헬라 폴른이 4대 마왕들을 가리켰다.
“저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역을 부탁받아서 말이다. 당분간 할 일이 없어서 받아들였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가 눈앞에 있음에도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어이없어서 혀를 내둘렀을 광경이었다.
“아가, 방금 저 아이들을 다 죽이겠다고 했지.”
“그렇다면?”
“말했지만 나는 저 아이들의 보호자란다. 그런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지.”
순간, 헬라 폴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데미안은 온 세상이 자신을 적대하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데미안 정도 되는 인물이 단순히 살기를 느낀 것만으로도 압도되고 말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헬라 폴른은 그랜드마스터였으니까.
“아가, 내 손에 죽게 될지도 모른단다. 그래도 이 아이들과 싸울 생각이니?”
데미안은 잠시 고민했다.
저쪽에는 4대 마왕과 판데모니엄의 수장이 있었다.
그에 비해서 이쪽은 데미안 혼자뿐.
전력상으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무조건 피하는 게 옳았다.
“어쩔 수 없지.”
“조용히 물러나 줄 생각이니?”
“이 자리에서 네놈까지 죽여 주마.”
그 말에 헬라 폴른의 눈동자가 움찔 떨렸다.
“아가, 혹시 두려움에 실성한 거니.”
“내 정신은 멀쩡하다.”
“그럼 진심으로 나와 이 아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가능하지.”
인간으로서의 데미안 학센은 헬라 폴른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마스터클래스의 위치에서 그랜드마스터와 대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로서의 데미안 학센은 달랐다. 이 자리에서 헬라 폴른을 죽이고, 4대 마왕까지 척살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흑마력을 사용했다가는 분명 누군가 보게 될 것이다.
데미안이 흑마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륙이 발칵 뒤집히리라. 어쩌면 이단자로 낙인 찍힐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판데모니엄의 수장과 4대 마왕을 모두 죽일 수 있다면 그 정도 오명은 감수할 수 있었다.
“어서 덤벼라. 다섯 명 모두 목을 쳐 주마.”
데미안이 살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헬라 폴른은 그런 데미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소문대로 황당한 아이로구나.”
“닥치고 검이나 들어라.”
“그건 곤란하지. 나는 빨리 돌아가야 하거든.”
“누가 그렇게 놔둘 줄 아나.”
“아가,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헬라 폴른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쪽에 도시가 하나 있지? 전투가 시작되면 나는 이 아이들을 보내서 도시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일 거란다.”
데미안은 인상을 썼다.
“아가가 실력에 자신이 있다 해도 날 상대하면서 이 아이들까지 견제할 수는 없겠지?”
“지금 무슨 소리를…….”
“그리고 저쪽에도 큰 마을이 하나 있구나. 저곳의 인간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다.”
헬라 폴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사람의 목숨을 벌레처럼 여기는 인물이었으니까.
“이래도 우리를 보내 주지 않을 생각이니?”
데미안은 이를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 자리에서 쳐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복수에 무고한 사람들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판데모니엄의 개새끼 아니랄까 봐 하는 짓도 더럽군.”
“칭찬 고맙구나.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니?”
“당장 꺼져라.”
“내 제안을 받아들여 줘서 고맙구나.”
헬라 폴른이 몸을 돌리며 4대 마왕들에게 말했다.
“자, 다들 돌아가자꾸나.”
“헬라, 이건 대체…….”
“일단 돌아가서 물어보렴.”
헬라 폴른의 재촉에 세 명은 하는 수 없이 차원문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이오타. 너도 빨리 나오렴.”
이오타는 거대화시킨 팔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뒤,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젠장, 데미안 학센! 나중에 보면 죽여 버리겠…….
“힘들게 설득했는데 망치지 말고 어서 들어가렴.”
헬라 폴른이 이오타를 걷어찼다. 이오타는 강제로 차원문을 넘었다.
두 사람까지 넘어가자 차원문은 곧바로 닫혔다.
숲의 풍경이 사라지고 다시 요새의 모습이 드러났다.
“빌어먹을.”
데미안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헬라 폴른에게 놀아난 것 같아서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도르고, 이 쓰레기가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
미래가 바뀌었다. 도르고에게도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야. 당장 놈을 뒤쫓아야 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르고가 어디에 있는지 꼬리를 잡았다는 점이었다.
차원문이 보여 줬던 풍경.
데미안의 기억이 맞다면 평범한 숲이 아니었다.
엘프헤임.
엘프들의 터전이자 세계수가 뿌리를 내린 곳.
그곳에 도르고가 있었다.
* * *
“헬라, 어째서 놈을 놔준 겁니까!”
헬라가 차원문을 통과하자마자 앱실론이 고함을 내질렀다.
“아가, 그게 무슨 소리니? 내가 그 아이를 놔줬다고?”
“그럼 놔준 게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헬라는 그랜드마스터였다. 마음만 먹으면 데미안 학센 백 명이 달려들어도 간단히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데미안 학센을 처리하지 않고 물러났다. 앱실론의 눈에는 헬라가 데미안 학센을 놔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놔줬다…… 그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헬라는 데미안 학센을 떠올렸다.
소문대로 대단한 녀석이었다. 마력을 제어하는 솜씨는 헬라조차 감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봤자 마스터클래스에 불과했다. 죽이고자 하면 벌레처럼 짓이겨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헬라는 그럴 수 없었다. 본능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저 녀석을 조심하라고,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죽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랜드마스터가 마스터클래스를 경계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헬라는 자신의 본능을 믿었다.
“사소한 건 잊으렴.”
“어떻게 그게 사소한…….”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니? 도르고의 계획을 도와야지.”
헬라는 다른 판데모니엄의 악인들과 달리 도르고를 이름으로 불렀다.
애초에 헬라는 자신을 도르고와 대등한 존재로 여겼다.
도르고의 계획에 협력하고 있는 것도 명령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제일검의 머리.
헬라는 그것을 얻기 위해서 도르고와 함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