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6화(286/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6화
286화 비밀 (1)
그 뒤로 데미안은 아그네스와 함께 사람들을 구출하는 데 집중했다.
안타깝게도 살아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거대한 요새에서 두 사람이 구해 낸 생존자는 겨우 십수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치명상을 입은 채 죽어 가고 있었다.
데미안은 질투의 권능으로 마력을 신성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 신성력을 사용해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데미안 경, 신성력을 굉장히 능숙하게 다루시는군요?”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있던 아그네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마력과 신성력을 전혀 다른 힘이었다. 그렇기에 운용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데미안은 신성력을 일체 낭비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여명의 권능 덕분이죠.”
데미안은 그렇게 얼버무리며 치료에 전념했다.
반나절을 꼬박 고생한 끝에 두 사람은 부상자들을 모두 살려 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완치된 것은 아니었다. 위험한 상태만 간신히 벗어난 정도에 불과했다. 앞으로 몇 달은 꼬박 간병을 받아야 했다.
다음으로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각종 모포와 식량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지급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치, 치료해 주신 것도 모자라서 음식까지…….”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생존자들은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들 중에는 데미안이 구해 냈던 모녀도 있었다.
“리타, 인사드리거라. 우리를 구해 주신 그분이란다.”
“가, 가가, 감사…… 감사합니닷!”
모녀는 요새에 식량을 나르는 일을 맡고 있었다.
오늘도 당나귀와 수레를 이끌고 요새에 왔다가 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오타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뻔했으나 데미안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데미안도 괜찮다고 말하며 모녀를 돌려보냈다. 그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데미안과 아그네스는 부상자들을 돌보고,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들을 찾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이틀쯤 지났을 때, 왕실에서 구조대가 도착했다.
“데미안 경! 이게 얼마만입니까!”
놀랍게도 구조대를 이끌고 온 사람은 애플 왕국의 왕세자 올리버 애플이었다.
“저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편하게 말하세요.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맙시다.”
올리버 애플은 씩 웃으며 말했다.
한때 데미안은 올리버의 가정교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올리버를 손수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갱생시킨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여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괴물이 나타나서 요새를 공격하다뇨.”
올리버 애플은 착잡한 얼굴로 박살 난 요새를 바라봤다.
“이 요새에는 미들클래스 기사 두 명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제대로 저항도 못 해 보고 죽었다는 것은…….”
“적은 마스터클래스를 능가하는 괴물이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혹시 적의 목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으십니까?”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으나 아직 짐작이 가는 바가 없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요…… 그거 아십니까? 애플 왕국만 습격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왕국들도 모두 언데드에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데미안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4대 마왕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리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정체 모를 언데드들이 공격을 해 왔다더군요. 겨우 한 마리의 언데드에게 요새가 파괴됐다고 합니다. 심한 곳은 왕국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다더군요.”
겨우 한 마리.
하지만 상대가 4대 마왕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들은 도르고가 제작한 최강의 언데드들이었으니까.
“제국과 신성교단에서 곧바로 흔적을 뒤쫓아서 추적 중에 있습니다.”
다른 왕국들은 저 언데드들을 뒤쫓고, 토벌할 능력이 없었다. 제국과 신성교단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왜 왕국들을 습격한 거지?’
데미안은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도르고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데미안 덕분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데미안이 없는 지금은 인류와 맞설 수 없었다. 4대 마왕을 예정보다 일찍 완성시켰다 해도 말이다.
‘도르고는 재수 없는 놈이지만 얼간이는 아니다. 분명 노리는 게 있을 거다.’
데미안은 도르고에 대한 정보를 되짚어봤다.
‘도르고의 주특기는 혼란을 일으킨 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막 데스나이트가 되었을 때, 데미안의 실력은 미들클래스 정도에 불과했다.
그 이후, 전투를 거듭해 나가면서 실력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결국 제국제일검을 죽일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
그 시간을 벌어 준 사람이 바로 도르고였다.
도르고는 각종 사건을 일으켜서 제국과 신성연합의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렸다. 그리하여 데미안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확신했다.
왕국을 습격한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며 도르고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도르고는 엘프하임에서 무언가를 할 생각이다.’
엘프하임은 드워프의 도시보다 훨씬 더 비밀스러운 곳이었다.
얼마나 비밀스럽던지 반쯤 허상 취급받기도 했다. 엘프하임은 존재하지 않으며, 엘프들은 옛날에 멸종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엘프하임은 실존하며 엘프들도 건재했다.
심지어 제국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맺은 계약이라 황제와 최측근들만 알고 있었지만.
‘이제 알겠군. 제국이 엘프하임을 돕지 못하도록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다른 왕국을 습격한 거다.’
그렇다면 데미안이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엘프하임으로 간다. 그곳에서 도르고의 계획을 저지한다.
마지막으로 4대 마왕과 판데모니엄의 수장, 도르고를 죽인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살의로 물들었다.
* * *
구조대가 도착한 덕분에 데미안과 아그네스는 간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데미안은 부상자들을 왕자에게 맡긴 뒤, 아그네스와 함께 영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데미안 경, 당분간 왕궁에 머물러 주실 수 없겠습니까?”
올리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스터클래스를 능가하는 괴물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왕궁이 걱정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가족들이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리고 제 추측입니다만 그놈들은 더 이상, 애플 왕국을 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추측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전생에 도르고는 오로지 제국과 신성교단을 무너트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 두 세력을 뺀 다른 왕국은 모두 국력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제국과 신성교단이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복종할 떨거지들.
즉, 따로 병력을 움직여서 함락시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하, 그럼 가 보겠습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와 함께 학센 백작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영지 근처에 있는 신성교단의 지부에 들렀다.
“데미안 경,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아그네스와 헤어진 데미안은 곧바로 백작가로 향했다.
“아버지, 돌아왔습…….”
응접실로 들어오자마자 아버지가 튀어나왔다. 양팔을 벌려서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데미안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뒤늦게 나머지 가족들이 나타났다.
“데미안! 무사했구나!”
“형님! 정말 다행입니다!”
어머니와 누님, 아벨까지 달려와서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데미안은 가슴 한구석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낯부끄러웠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데미안은 가족들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데미안! 다 들었다! 타르트 왕국에 소환된 악마는 공작급 악마였다면서! 그렇게 위험한 악마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널 보내지 않았을 거다!”
그제야 아버지는 데미안을 질책했다. 데미안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절 뭘로 보시는 겁니까. 그깟 악마들은 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 녀석, 허세는…….”
아버지의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망나니 시절에는 항상 재미없고 근엄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눈물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아버지, 정말 괜찮습니다. 다친 곳도 없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데미안이 아버지를 위로하고 있을 때였다.
“뭐야? 살아 있었네.”
썩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베로니카 산체가 호박파이를 베어먹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너 아직도 있었냐?”
“남이 있든 말든.”
그 말에 데미안은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말버릇이 고약해진 것을 보니 조만간 다시 ‘갱생’의 시간을 가져야 할 듯싶었다.
데미안이 그렇게 몰래 화를 삭히고 있을 때, 어머니가 베로니카에게 달려가며 야단을 쳤다.
“베로니카. 들어가서 먹으라고 했잖니!”
“어머니께서 해 주신 호박파이가 너무 맛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 말하며 베로니카는 호박파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무척 행복한 얼굴로 입을 우물거렸다. 그 모습에 학센 부인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그래도 품위는 꼭 지켜 주렴. 널 위해서 하는 소리란다.”
“네, 어머니. 앞으로 꼭 그렇게 할게요.”
데미안은 어머니와 베로니카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못 보던 사이에 더 친해졌다. 아니, 친해진 수준이 아니라 진짜 부모 자식처럼 죽이 잘 맞았다.
“베로니카.”
“왜 불러?”
베로니카 산체가 호박파이를 우물거리며 데미안을 돌아봤다.
“너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냐?”
“그런데?”
“그렇단 말이지.”
데미안의 눈동자가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베로니카 산체는 소름 돋는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너 무슨 생각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거짓말하지 마! 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나한테 일을 시켰잖아!”
“진짜 아니라니까.”
“내가 속을 줄 알고? 당장 말하지 못…….”
데미안이 아공간에서 몽둥이를 꺼냈다. 베로니카 산체는 황급히 학센 부인의 뒤로 가서 숨었다.
* * *
그날 밤, 데미안은 아무도 모르게 뒷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목소리에 흑마력을 담아서 말했다.
“킬로, 나와라.”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모여들었다. 이윽고 수많은 드워프가 데미안의 앞에 나타났다.
-데미안 학센! 귀환을 축하한다! 그동안 널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킬로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동안 우리가 스프링 성을 어떻게 개조했는지 알면 놀라서 자빠질 거다! 단언컨데 우리 빗살망치 드워프들의 역대 요새 중에서도 최고가 될 거다!
“그래.”
-핵심 시설을 먼저 말해 주자면 성의 지하에 위치한 마력저장고를 들 수 있겠구나! 거기서 뻗어 나온 회로들을 통해서 각 시설에 마력이 공급되고…….
데미안은 귀찮다는 얼굴로 킬로를 바라봤다. 킬로는 그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계속 떠들어댔다.
-어차피 마스터클래스의 공격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발상을 바꿨지! 파괴 후 복구! 방어보다는 공격으로 말이야! 단언컨데 성으로 들어오면 마스터클래스조차 살아남기 힘들…….
“그보다 따로 내릴 명령이 있다.”
-명령이라고?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언데드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주군, 무슨 일이십니까.
도미니코가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데미안은 언데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말했다.
“도미니코, 킬로. 앞으로 둘이 협력해서 성을 지키도록 해라.”
갑작스러운 명령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판데모니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만약을 대비하여 킬로에게 성을 개조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데미안은 자신이 데리고 다니던 언데드들도 이곳에 둘 생각이었다.
-주군, 상대가 판데모니엄이라면…… 저희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데미안이 보유한 언데드들의 전력은 막강했다.
도미니코는 마스터클래스였으며, 뭉치는 그보다 훨씬 강했다.
미야도 상당히 위협적인 언데드였으며, 스켈레톤은 전원 미들클래스였다.
하지만 상대는 판데모니엄이었다. 이만한 전력으로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게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도미니코의 물음에 데미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다.”
그때, 정원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데미안은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말했다.
“일단 몸을 숨기고 있어라. 내가 말하면 그때 나오고.”
언데드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베로니카 산체가 데미안의 앞에 나타났다.
“할 말이 있으면 낮에 할 것이지.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사람을 불러? 졸려 죽겠네.”
베로니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베로니카 산체, 너한테 할 말이 있다.”
“뭔데? 빨리 말하고 끝내. 내일은 어머니랑 도시를 가기로 했단 말이야.”
“학센 백작가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 순간, 베로니카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너도 들었겠지. 이번에 언데드가 국경 요새를 공격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더군. 마스터클래스라 해도 승산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아마 그 괴물은 판데모니엄에서 보낸 것이겠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판데모니엄의 적이다. 그놈들이 날 내버려 둘 리가 없어.”
그렇기에 데미안은 베로니카에게 제안하는 것이었다.
“베로니카 산체, 내게는 네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없을 때, 가족들을 지켜다오.”
베로니카 산체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난 아직 하이클래스야. 나 같은 놈을 끌어들여봤자 도움이 안 될 텐데?”
데미안이 자리를 비운 사이, 베로니카는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하이클래스 정도로는 판데모니엄과 싸울 수 없었다.
판데모니엄에는 대흑마법사와 마스터클래스가 가득하니까.
“그건 걱정 마라. 난 널 훈련시킬 생각이다.”
“훈련?”
데미안이 직접 훈련시킬 생각은 없었다. 데미안은 이제 곧 엘프헤임으로 떠나야 하니까.
그래서 데미안은 도미니코를 시켜서 베로니카를 훈련시킬 생각이었다.
이미 도미니코는 스켈레톤과 미야를 훈련시켜 봤기에 이번 일에 제격이었다.
문제는 이 계획을 위해서는 베로니카 산체에게 비밀을 털어놔야 한다는 점이었다.
베로니카 산체를 믿을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은 이미 끝났다. 데미안이 전생에 봤던 베로니카 산체는 흑마법사니 이단이니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여자였다.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자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믿을 만했다.
“베로니카 산체, 나는 흑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
그 순간, 베로니카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부터 나는 내 휘하에 있는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려서 널 훈련시킬 생각이다. 네 재능이라면 충분히…….”
“푸하하핫!”
그때, 베로니카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뭐, 뭐라고? 흐, 흐흐, 흑마법? 꺄하하핫! 갑자기 뭔 헛소리야.”
베로니카는 그야말로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내가 이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것 같아? 날 너무 바보로 아는 거 아니야?”
“역시 못 믿는군. 바로 증거를 보여 주도록…….”
“다시 생각해 봐도 웃기네. 흑마법만 쓸 줄 안다고 말했으면 그러려니 했겠는데. 언데드? 언데드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어? 꺄하하핫!”
그런데 베로니카는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어쩐지 사람이 음침하고, 성격이 더럽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흑마법사라서 그런 거였어.”
“아니지, 흑마법사라 성격이 더러운 게 아닌가? 언데드를 데리고 다녀서 그런 거였구나! 시체랑 같이 있으면 누구라도 성격이 나빠지겠지.”
“혹시 농담이었어? 에이, 설마 아니겠지. 누가 이런 재미없는 농담을 하겠어. 아무리 네가 이상한 놈이라지만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믿어.”
어찌나 웃었던지 베로니카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혹시 몰라서 말해 두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이런 말 하지 마. 바로 신고당할 테니까. 알겠…… 지금 뭐 하는 거야?”
베로니카의 얼굴이 공포와 긴장감으로 굳었다.
어느새 데미안의 손에 육각형의 몽둥이가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왜 너는 항상 매를 버는 거냐.”
“오, 오지 마! 그거 들고 나한테 올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안 그래도 낮에 보니까 요즘 안 맞아서 날생선마냥 기가 살아서 팔딱팔딱 뛰더구나.”
데미안이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열 대만 맞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