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7화(28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7화
287화 비밀 (2)
갱생의 시간이 끝난 뒤, 데미안은 베로니카의 앞에 언데드들을 꺼내 놓았다.
“자, 이제 납득하겠냐.”
“……처음부터 언데드를 보여 주면 될 걸 가지고 왜 때리고 난리야!”
베로니카가 정수리를 매만지며 버럭 화를 냈다. 표정과 말투에서 억울함이 절절하게 묻어 나왔다.
하지만 데미안이 다시 몽둥이를 들어 올리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언제부터 흑마법사였던 거야?”
“이야기가 길어진다. 굳이 알려고 하지 마라.”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베로니카는 데미안을 무섭게 노려봤다.
“가족들도 알고 있어?”
“아니, 모르고 있다. 그러니까 말하지 마라.”
이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가족들은 데미안을 신성교단에 고발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맘고생을 할 게 분명했다. 데미안은 그게 싫었다.
“근데 네가 흑마법사면 판데모니엄이랑 싸울 필요 없는 거 아니야?”
“난 흑마법을 사용할 뿐 흑마법사가 아니다.”
베로니카는 단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야?”
“난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그래도 흑마법을 사용했잖아? 그럼 흑마법사 아니야?”
“내가 흑마법사면 왜 판데모니엄의 거악을 죽였겠냐.”
“아니, 그건 그런데…….”
베로니카은 미간을 좁혔다.
뭔가 납득은 가는데 석연치 않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베로니카는 데미안이 흑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시원시원한 태도에 데미안은 내심 감탄했다.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가볍게 여길 줄이야.
‘하긴 전생에서도 남들과 생각하는 게 많이 달랐지.’
전생의 베로니카는 살인이 너무 좋아서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미치광이였다.
전 대륙에 퍼진 악명에 감탄한 도르고가 손을 잡자고 제안했으나 단칼에 거절했다.
도르고가 흑마법사라서? 인류와 싸우고 있어서? 그런 고결한 이유 때문에 거절한 게 아니었다.
-뭐? 인간을 멸망시켜? 그럼 내가 죽일 인간들이 없어지잖아!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도르고의 제안을 거절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데미안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근데 좀 이상하네. 내가 왜 판데모니엄이랑 싸워야 하는데?”
문득 베로니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판데모니엄이라면 나도 잘 알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흑마법사들과 암흑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잖아. 나보고 그런 끔찍한 곳과 싸우라고?”
베로니카는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바보 멍청이인 줄 알아? 난 싫으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
데미안은 말없이 베로니카를 노려봤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베로니카도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나한테 이득도 없는데 이번 일에 끼어들 생각 없어.”
“…….”
“하지만 너랑 알고 지낸 기간도 오래됐고…… 나름 정도 들었고…… 내 조건을 하나만 들어주면 나도 네 제안을 받아들일게.”
베로니카가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부탁해. 참, 베로니카 ‘님’이라고 부르는 건 잊지 말고.”
데미안이 시선을 잠시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베로니카를 쳐다봤다. 베로니카는 무척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데미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탄했다. 반대로 베로니카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자, 어떻게 할래? 무릎 꿇는 게 너무 심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예의를 표시해도 상관없…….”
“이게 지금 미쳤나.”
데미안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뗐다. 그러자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이 드러났다.
“내가 없는 동안 우리 집 식량을 축내면서 계속 빌붙어 있었던 주제에 왜 도와야 하냐고?”
데미안이 서 있던 땅이 살기로 인해서 쩍쩍 갈라졌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베로니카는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자, 잠깐만…… 노, 농담! 농담이었어! 다, 당연히 도울 생각이었지!”
베로니카가 필사적으로 말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데미안은 몽둥이를 고쳐 잡았다. 때리기 편하도록 말이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모, 몽둥이 집어넣지 못해! 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데미안이 몽둥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보름달이 가장 높이 뜰 때까지 박 터지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 * *
“지, 지킬게! 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성을 지킬게!”
데미안은 베로니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나서야 몽둥이질을 멈췄다.
“나, 나 죽어…… 끄엑.”
너무 많이 얻어맞은 탓인지 베로니카는 즉시 기절했다.
데미안은 그런 베로니카를 가리키며 도미니코를 돌아봤다.
“도미니코, 들었냐? 이제부터 이 녀석도 우리 편이다.”
-…….
도미니코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데미안이 얼굴을 팍 구겼다.
“뭐 불만 있냐?”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됐다. 이거나 받아라.”
데미안은 도미니코에게 작은 수첩을 던졌다. 도미니코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종이를 받았다.
-이게 무엇입니까?
“널 위해서 만들었다. 앞으로 거기에 적힌 연공법을 익혀라.”
사령기사는 스스로 흑마력을 발산하기에 흑마력을 쌓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흑마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익힐 필요가 있었다.
도미니코는 종이를 몇 장 읽어 봤다. 이내 눈동자가 확 커졌다.
-……정말 이걸 직접 만들어 내신 겁니까?
“왜? 어디 문제가 있냐?”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도미니코는 말을 제대로 끝마칠 수 없었다.
데미안은 도미니코가 생전에 익혔던 마나연공법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마나연공법을 만들어 냈다.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시켰으며 부족한 부분은 모조리 메워놓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공법의 후반부였다.
데미안은 연공법의 원리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놓았다. 도미니코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술이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데미안이 천재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감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입에 발린 소리하기는…… 그리고 이건 스켈레톤들을 위해서 만든 거다. 이건 뭉치와 미야를 위한 훈련표고.”
도미니코는 데미안이 내민 수첩들을 모두 소중하게 챙겼다.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담긴 지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는데 말이다.
“아, 이건 저 녀석이 깨어나면 줘라.”
데미안은 마지막 수첩을 내밀었다. 여기에는 베로니카를 위한 조언과 기술들이 적혀 있었다.
도미니코는 망설임 가득한 얼굴로 그 수첩을 바라봤다.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갈등했다. 정말 이 수첩을 저 여자한테 줘도 되는 걸까?
-주군,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냐?”
-저 여자를 정말 믿으시려는 겁니까?
도미니코는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베로니카는 도미니코와 달리 주종관계로 묶여 있지 않았다. 심지어 판데모니엄과 싸울 이유도 없었다.
“믿는다.”
데미안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오해하지 마라. 저 녀석의 대답을 믿는 건 아니니까.”
폭력으로 얻어 낸 약속이 얼마나 오래갈까.
데미안이 베로니카를 믿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신이 좀 이상한 녀석이긴 하지만, 약속을 어길 녀석은 아니야. 그리고…….”
데미안은 어머니와 베로니카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데미안은 베로니카가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데미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포션을 놓고 가겠다. 저 녀석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여라. 어떻게든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마스터클래스에 올려놔라.”
데미안은 베로니카의 재능을 믿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좋아서 마스터가 된 녀석이다. 이번 생에서도 계기만 주어지면 바로 마스터클래스가 될 수 있으리라.
-주군, 설마 성을 떠날 생각이십니까.
“그래, 지금 바로 떠날 거다.”
도르고의 꿍꿍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엘프헤임으로 가서 도르고의 계획을 저지해야 했다.
-지금 떠나신다고요? 가족분들께 인사라도 드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도미니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데미안과 함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주군이 가족들을 얼마나 애틋하게 아끼는지 말이다.
“……아니, 됐다. 그랬다가는 더 머물고 싶어질 거야.”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런 건 도르고를 죽인 다음에 즐겨도 늦지 않았다.
“도미니코, 너만 믿고 있겠다. 킬로와 잘 상의해서 성을 지켜다오.”
그리 말한 뒤, 데미안은 스프링 성을 떠났다.
* * *
데미안은 곧바로 엘프헤임으로 떠났다.
엘프라고 하면 흔히 숲을 떠올렸다. 그 말대로 엘프헤임은 천 년이 넘은 고목들로 둘러싸인 숲속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숲이 많은 산맥이 아니라 항구로 향했다.
‘엘프헤임은 거대한 섬에 존재한다.’
사람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엘프헤임을 찾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엘프헤임은 거대한 섬에 세워진 국가였다.
사실 섬이라 불러도 될지 의문이었다. 애플 왕국의 영토보다 면적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섬의 위치를 찾아내는 건데…….’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도르고의 명령으로 엘프헤임을 침공했다.
그렇기에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좌표는 몰랐다.
‘자칫 잘못하면 인근 해역을 모두 뒤져야 할지도 모르겠어.’
데미안이 부둣가에 선 채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정말 신기한 분이네요.”
낯선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작은 체구의 여인이 보였다.
여인의 귀는 길고 뾰족했다. 그것을 본 데미안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엘프?”
엘프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감춰져 있었다. 그런 엘프가 항구에 떡하니 서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엘프가 대체 어떻게 여기에…….”
“당황스럽기는 저도 마찬가지네요.”
엘프가 데미안의 손등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시간을 역행한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