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9화(289/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9화
289화 엘프헤임 (1)
아쉽게도 데미안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색욕의 권능을 계속 주입하고, 고문을 가해서 정신력을 약화시켜 봤으나 소용없었다.
데미안은 끝끝내 알테리오를 세뇌시킬 수 없었다. 그의 영혼이 너무 강한 탓이었다.
‘색욕의 권능은 다른 권능에 비하면 효과가 너무 약하다.’
가끔은 이게 정말 마왕의 권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으, 으어어…… 흐어어…….”
그때, 발밑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데미안은 상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알테리오의 모습이 보였다.
지속된 고문과 세뇌 시도로 인해서 알테리오의 이지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딱히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악이 되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죄악을 저질러 왔을 터.
그 죗값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디 지옥으로 떨어지길 바라겠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 알테리오의 목을 베었다. 판데모니엄의 거악은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알테리오를 죽인 뒤, 데미안은 창고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아까 말했지만 저는 여러분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데미안이 다시 설명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하나둘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기, 기사님…… 가, 감사드립니다.”
“기사님이 아니셨다면 지금쯤 저희들은 어, 어떻게 되었을지……!”
안심이 되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데미안을 붙잡고 온갖 감정들을 쏟아 냈다.
데미안은 손뼉을 쳤다. 그 소리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이릅니다. 아직 항구에는 흑마법사의 수하들이 많이 남아 있을 테니까요.”
판데모니엄에서는 사람들을 항구에 모아놓고 정기적으로 엘프헤임에 보냈다.
이 정도로 규모가 큰 범죄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어쩌면 항구의 총독까지 판데모니엄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 그럼 기사님께서 도와주시는 겁니까?”
사람들이 기대를 품은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데미안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그럼 저희는…….”
“걱정 마십시오. 이런 일을 맡기에 제격인 사람들이 바로 근처에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이 누굴 말하는지 금방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여러분들은 지금 바로 항구에 있는 신성교단의 지부로 가십시오. 그럼 그곳의 성기사들이 여러분들을 지켜줄 겁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신성교단은 믿을 만했다. 삿된 자는 결코 신성력을 다룰 수 없으니 말이다.
“얘야, 잠깐 내 앞으로 와 보거라.”
데미안은 처음에 구했던 소년에게 손짓했다. 소년은 냉큼 데미안의 앞에 섰다.
“교단에 가면 이걸 내밀어라. 그럼 온 힘을 다해서 너희들을 도와줄 거다.”
데미안은 자신이 들고 다니던 명예성기사의 증표를 내밀었다. 소년은 증표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아,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소년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데미안은 흐뭇하게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꼬마야. 아까부터 굉장히 거슬리는 말을 하더구나.”
“예?”
데미안이 아이의 머리를 꾹 누르며 말했다.
“왜 아까부터 자꾸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냐.”
“그, 그치만 아저씨는 아저씨…….”
“시끄럽다. 지금부터 형이라고 불러라. 한 번 더 아저씨라고 부르면 쥐어박아 버릴 테니까.”
“…….”
“대답.”
데미안이 주먹을 내보이며 말했다. 아이는 냉큼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 * *
사람들을 보낸 뒤, 데미안은 곧바로 알테리오의 배를 습격했다.
“이, 이놈은 대체 뭐야! 당장 죽여!”
“습격자다! 경보를 울려라!”
데미안이 배를 습격하자마자 선원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다들 손에 흑마도구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상대는 아니었다. 데미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선원들을 모조리 베어 넘겼다.
그렇게 선원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심상치 않은 기세를 풍기는 무리가 나타났다.
“애송이, 이 배가 누구의 소유인 줄 알고 이딴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저들이 흑마법을 발현하자 붉은 화염이 쏟아졌다.
굉장히 수준 높은 흑마법이었다. 이들 모두 알테리오의 측근인 듯했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 화염을 갈랐다. 일격에 흑마법이 흩어지자 알테리오의 수하들은 모두 경악했다.
“어, 어떻게 우리들의 흑마법을…… 크아악!”
“알테리오 님…… 알테리오 님을 불러와야 해……!”
데미안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제압했다.
지금 데미안에게 자신을 엘프헤임까지 데려다줄 선원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너희들한테 부탁이 있다. 날 엘프헤임까지 데려다줘야겠다.”
데미안의 말에 알테리오의 수하들은 일제히 욕설을 내뱉었다.
“개소리하지 말고 당장 죽여라!”
“알테리오 님께서 네놈을 모조리 불태워 버리실 거다!”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억지로 따르게 하는 수밖에.”
데미안은 수하 중 한 명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이, 이 새끼…… 무슨 짓을 하려고…… 끄아아악!”
데미안은 세뇌의 권능을 발현했다.
남성의 머릿속으로 파고든 권능이 뇌를 뒤죽박죽 흔들어 놓았다.
“아…… 아아…… 아아아…….”
이윽고 남성의 감정이 서서히 고통에서 환희로 바뀌어 갔다.
세뇌가 끝났을 때, 남성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데미안의 발밑에 엎드렸다.
“데, 데미안 님…… 나의 주인이시여…… 제, 제발 제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제, 제 영혼을 바쳐서라도 이루어드리겠나이다!”
그 광경에 알테리오의 수하들은 모두 기겁했다. 데미안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가 이러니까 좀 징그럽군.’
역겨웠으나 여기서 관둘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또 다른 수하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자, 잠깐만……! 사, 살려…… 끄아아악!”
이들을 모두 세뇌시키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 오오…… 데미안 님…… 부디 저희에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절 당신의 노예로 삼아 주십시오!”
세뇌가 끝난 수하들은 모두 데미안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쳤다.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엘프헤임으로 출발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항해 시간을 단축시켜라. 알겠냐?”
“저희들만 믿으십시오!”
수하들은 즉시 움직였다.
잠시 후, 데미안을 태운 선박이 엘프헤임으로 출항했다.
* * *
데미안을 태운 선박은 남동쪽으로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망망대해만 보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엘프헤임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님, 환영벽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알테리오의 수하 중 한 명이 데미안에게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배에 승선한 선원 중에서 데미안을 제외하면 가장 실력이 뛰어난 흑마법사였다.
알테리오의 수하가 커다란 석판을 꺼내서 반으로 쪼갰다. 석판에서 뿜어져 나온 흑마력이 허공으로 스며들었다.
곧이어 허공에 검은 자국이 번지기 시작했다.
자국은 계속 넓어지더니 배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졌다.
“다들 노를 저어라! 안으로 들어간다!”
선박의 노가 동시에 움직였다. 배는 힘차게 나아가며 검은 자국을 통과했다.
그제야 데미안은 볼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섬을 말이다.
이렇듯 엘프헤임은 환영벽에 의해서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박은 엘프헤임에 도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르고는 환영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도 엘프헤임의 환영벽은 판데모니엄의 침공을 막지 못했다.
“배를 가까이 붙여라.”
“알겠습니다.”
선원들은 선박을 해안선 쪽으로 이동시켰다. 다행히 바다가 깊어 최대한 가까이 붙일 수 있었다.
“음?”
그때, 데미안의 시야에 특이한 광경이 들어왔다.
모래사장과 붙어 있는 숲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으하핫! 비싼 몸들이다! 단 한 명도 놓치지 마라!”
“놈들은 이미 지쳤다! 조금만 더 밀어붙여라!”
흑마법사들과 암흑기사들이 한 부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싸우고 있는 존재는…….
“엘프잖아?”
엘프들은 정령과 활을 가지고 인간들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이 너무 강한 탓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돕지 않으면 전멸하겠군.’
데미안이 엘프를 돕기 위해서 나서려던 그때였다.
“니들 뭐하냐?”
데미안은 선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느새 선원들은 무기를 든 채 갑판에 서 있었다.
“데미안 님을 돕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희가 날?”
“예!”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 데미안은 엘프헤임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을 모두 자살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이용해서 판데모니엄과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귀찮은 일도 모두 맡길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모두 돌격해라! 엘프들을 구해 낸다!”
데미안의 명령에 선원들은 즉시 갑판을 박찼다.
* * *
“횡재했네. 횡재했어.”
판데모니엄 소속의 암흑기사 반타디는 저항하고 있는 엘프들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엘프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명체였다.
살과 피, 뼈, 그리고 영혼까지.
흑마법사에게 이토록 유용한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엘프를 한 명도 아니고 스무 명이 넘게 생포하게 되다니.
“너희들은 다 내 꺼다! 모두 잡아서 그분께 바치겠어!”
그때였다.
“대, 대장님!”
수하가 반타디를 불렀다. 반타디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뭐야.”
“아, 아군입니다! 아군이 나타났습니다!”
반타디는 수하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봤다. 정말 한 무리의 인간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엘프헤임에 있는 인간은 오로지 판데모니엄의 소속밖에 없었다.
“저 새끼들은 왜 남의 일에 초치고 난리야.”
아군의 등장에도 반타디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저들은 아군이 아니었다. 반타디의 공적을 뺏어 먹으려는 기생충에 불과했다.
“이 새끼들아! 당장 꺼지지 못하겠냐!”
반타디는 아군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데 저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놈들이 진짜 미쳤…… 어, 어어, 지금 뭐 하는 거야?”
아군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일제히 흑마법을 발현했다.
그 직후, 붉은 화염이 반타디의 부대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