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화
29화 폭로 (2)
“우, 우욱! 우웨에에엑!”
기욤 블랙윙은 구토를 멈추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흑마력은 끊임없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흑마력을 토해 낼수록 기욤 블랙윙의 몸은 조금씩 쪼그라들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흑마법이 해제되면서 그 여파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끄, 끄윽…….”
기욤 블랙윙은 순식간에 늙어 버렸다. 몸조차 가누기 힘든지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질 못했다.
훈련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공작조차 얼어붙어 있었다.
“흐, 흑마력? 흑마력이라고?”
“지, 지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 거요?”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 낸들 압니까? 내, 내 생전 흑마법과 얽힌 건 이번이 처음이란 말입니다.”
“지금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일단 자세한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첼시 골드픽시는 크게 당황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저는 몰라요! 모, 모르는 일이에요!”
첼시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저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 믿어 주세요!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가신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 줄 것 같지 않자 이번에는공작을 향해 외쳤다.
“아버지!”
딸의 외침에도 공작은 입을 가린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병사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
이윽고 공작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당장 첼시 대공녀를 감옥에 가두어라.”
그 말에 훈련장 곳곳에 서 있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저는 결백해요! 정말이에요!”
그 모습을 본 첼시 골드픽시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공작의 명령은 바뀌지 않았다.
“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나, 날 지키지 못해? 병사들이 못 오게 막으란 말이야!”
첼시가 자신을 섬기는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기사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기를 빼들며 소리쳤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면 베겠다!”
“첼시 대공녀님을 잡아가려면 우리부터 쓰러트려야 할 거다!”
기사들의 살기 어린 위협에 병사들이 멈칫했다.
공작가의 병사들이 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지만 기사들을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가올 경.”
그때,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병사들을 도와서 첼시 골드픽시를 체포하도록 하라. 방해하는 자는 모두 죽여도 좋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가올 하임리히가 칼을 뽑았다. 칼날이 마찰하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그 모습에 첼시를 지키던 기사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애플 왕국에 단 세 명밖에 없다는 하이클래스.
그 존재가 얼마나 강할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대, 대공녀님! 이곳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대공녀님께서는 당장 도망치십시오!”
기사들은 가올 하임리히와 맞서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대신 목숨을 버려서라도 첼시 골드픽시를 도주시키려 했다.
“대공녀님! 어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아, 알겠어.”
첼시 골드픽시는 기사들의 말대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가올 하임리히가 칼을 휘둘렀다.
푸른색 오러가 훈련장을 가로질렀다. 원처럼 넓게 퍼진 오러가 훈련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베고 지나갔다.
“엇?”
“어엇?”
가신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분명히 오러가 몸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무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
“…….”
“…….”
첼시 골드픽시를 지키려 했던 기사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다들 왜 그래? 왜 이렇게 조용한…….”
그에 위화감을 느낀 첼시가 기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끝이 닿기도 전에 기사들의 몸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물을 가득 담은 자루가 터지듯이 대량의 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기사들의 몸이 반으로 나뉜 채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꺄아아아아악!”
첼시 골드픽시를 피를 뒤집어쓴 채 비명을 내질렀다.
꿈에서 깨어나려는 듯이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쥐어뜯었다.
오러를 넓게 퍼트려서 죽이려는 자들만 베었다.
신기에 도달한 검술에 가신들과 병사들은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가올 하임리히를 바라봤다.
“병사들은 뭣들 하느냐. 어서 첼시 골드픽시를 포박하라.”
공작의 호통에 병사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병사들이 첼시 골드픽시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아…… 아아…… 아아악!”
첼시 골드픽시는 괴성을 지르며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듯했다.
그러다 첼시 골드픽시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에, 에른스트 경!”
가신들 틈에 서 있는 에른스트 호위츠를 발견한 것이다.
“저, 절 도와주세요! 이,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첼시의 외침에 에른스트 호위츠의 눈동자에 갈등이 떠올렸다.
“제발!”
첼시의 외침에 에른스트 호위츠의 고민이 더욱 커졌다.
그런 에른스트를 향해 가올 하임리히가 말했다.
“에른스트 경, 그대는 미들클래스 기사로서 공작가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각하께서는 아직 그대를 아끼고 계신다.”
가올 하임리히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하지만 그가 발산하고 있는 기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첼시 대공녀를 보호한다면 이 자리에서 즉시 처형하겠다.”
거대한 살의가 에른스트 호위츠를 둘러쌌다. 그 순간, 에른스트 호위츠는 어떤 환상을 봤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바다.
그 한가운데에 낡아빠진 나무판자와 함께 자신도 내동댕이쳐진 것 같았다.
“아…… 어…… 으으…….”
그 막막함과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심에 에른스트 호위츠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복종의 자세.
그 행동에 첼시 골드픽시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에른스트 경? 에른스트 경! 이, 이러지 말아요! 어서 날 구해요! 당장…… 아악! 악!”
병사들이 첼시 골드픽시의 팔다리를 붙잡고 묶었다.
“아, 아버지!”
줄에 묶이는 와중에도 첼시 골드픽시는 공작을 향해 애원했다.
“제,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그, 그럼 아실 거예요! 제가 결백하다는 사실을요!”
그런 첼시를 향해 공작이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무능력한 것.”
그 말에 첼시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네년이 저지른 일 때문에 우리 가문은 하마터면 큰 화를 당할 뻔했다.”
“아, 아버지…… 저, 저는…….”
“네년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공작의 말투에는 진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
“아,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저는…….”
“더 들어주기 힘들구나. 병사들은 저것의 입을 막도록 해라.”
“아버지! 아버…… 읍! 으읍! 으으읍!”
병사들은 첼시 골드픽시를 끌고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첼시 골드픽시의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그때, 첼시 골드픽시의 시선에 누군가 들어왔다.
데미안 학센.
그가 한껏 조소를 지은 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읍! 으으읍! 읍!”
첼시 골드픽시는 데미안 학센을 죽을 듯이 노려봤다.
병사들은 그런 첼시 골드픽시를 데리고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첼시 골드픽시의 비명소리가 뚝 끊어졌다.
* * *
“골치 아프게 되었군.”
첼시 골드픽시가 사라지자마자 공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흑마법과 이렇게 깊이 연관될 줄이야.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교단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단자에 대한 교단의 집착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골드픽시 공작가라 할지라도 교단의 간섭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었다.
“골치 아픈 일은 조금 미뤄 두기로 하고, 공치사부터 해결해야겠군.”
그리 말하며 공작은 데미안 학센을 향해 말했다.
“데미안 학센, 대체 무슨 기술을 썼기에 기욤 블랙윙이 저렇게 된 것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사용한 악검(樂劍)은 내상을 입히는 기술입니다. 악검이 기욤 블랙윙의 신체 내부에 있는 흑마법을 부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데미안의 설명에 공작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상을 입히는 기술이라? 굉장히 특이하군. 가올 경, 저번에 데미안 학센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외상만 입혔을 뿐, 내상까지 입히지는 못했습니다. 데미안 학센의 기술이 훨씬 뛰어난 듯합니다.”
가올의 칭찬에 공작의 흥미는 더욱 높아졌다.
“검을 잘 모른 내가 봐도 보통 검술이 아닌 듯하군. 대체 언제 그런 검술을 익힌 것인가?”
“예전에 어떤 기사가 사용하는 기술을 보고 직접 만들어 냈습니다.”
“……그만한 검술을 직접 만들어 냈다고?”
공작이 믿기 힘들다는 듯이 되물었다. 데미안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제가 좀 천재라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공작은 짧게 탄식했다.
“직접 본 게 있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군.”
데미안이라고 좋아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니었다.
공작은 이미 데미안에 대한 모든 조사를 끝마쳤다.
검술을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괜히 사연을 꾸며냈다가는 오히려 의심을 살지도 몰랐다.
의심을 살 바에는 천재라고 인식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게다가 엄밀히 따지면 완전히 거짓말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대 덕분에 커다란 후환을 미리 제거할 수 있었다. 이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공작이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푸른 물약을 꺼냈다.
맨 처음에 결투 승리 보상으로 내걸었던 마력 결정의 비약이었다.
“약속대로 이것은 그대의 것이다.”
데미안은 공작이 내민 비약을 받았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이렇게 병을 손으로 잡고 있으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비약이 담고 있는 거대한 힘을 말이다.
“이 비약은 결투의 보상일 뿐, 이번 사건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 필요한 것을 말하도록 해라.”
공작의 말에 데미안은 고민에 잠겼다.
지금이라면 공작에게서 무엇이든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 결정의 비약을 얻었으니 지금 데미안에게는 크게 필요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보상을 받아 내는 것보다 빚으로 달아 두는 게 훨씬 좋을 듯했다.
빚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는 법이니 말이다.
“이번 사건은 우연이 벌어진 일입니다. 보상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닙니다.”
데미안의 말에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우연일 뿐이라 해도 그대가 가문을 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공작가의 기사로 있으니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데미안은 몇 번이고 거부했다. 결국 공작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경이 이렇게 완고하니 어쩔 수 없군…… 이 일은 따로 기억해 두겠네. 언제든지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찾아오도록 하게나.”
그리 말한 뒤, 공작은 가올 하임리히를 불렀다.
“가올 하임리히 경, 군권을 맡기도록 하겠네. 기사와 병사들을 데리고 가서 첼시 골드픽시와 연관된 자들을 모두 잡아오도록 하게.”
“예, 각하.”
“특히 첼시 골드픽시에게 협력한 흑마법사들은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되네.”
공작의 명령에 가올 하임리히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신들도 들으라. 그대들은 가올 하임리히 경의 수색에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는 자가 있다면…….”
공작의 두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
“첼시 골드픽시에게 동조한 것으로 알고 가문을 멸하도록 하겠다!”
공작의 서슬 퍼런 경고에 가신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