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0화(29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0화
290화 엘프헤임 (2)
시뻘건 화염이 반타디의 부하들을 휩쓸었다.
반타디의 부대는 대부분 암흑기사로 이루어져 있기에 흑마법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암흑기사라 하더라도 불시에 들어온 공격을 버틸 재간은 없었다.
게다가 부대를 공격한 흑마법사들은 거악의 측근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끄아악! 누, 누가 불 좀 꺼 줘!”
“내 팔……! 내 팔이! 아아악!”
대원들의 반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다. 남은 이들도 큰 화상을 입은 채 기절했다.
“이…… 이 새끼들이……!”
그 광경에 반타디는 분노로 인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군인 줄 알았던 녀석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말았다.
머리가 뜨끈해지고, 피가 들끓어 올랐다.
“내 부하들한테 무슨 짓이냐!”
반타디가 분노를 담아서 고함을 내질렀다.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에 흑마법사들은 공격을 멈추고 반타디를 노려봤다.
“무슨 짓이냐고? 우리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분의 명령으로 네놈들을 처단하러 왔다.”
“뭐, 뭐? 고, 고귀? 아, 아름다운?”
괴상망측한 수식어에 반타디는 잠시 분노도 잊은 채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도르고 님을 말하는 거냐?”
엘프헤임에 모인 판데모니엄의 악인들은 모두 도르고를 섬기고 있었다. 그러니 반타디의 추론은 지극히 합당했다.
“닥쳐라. 이 아둔한 놈!”
“감히 그분을 그딴 해골바가지로 착각하다니!”
“당장 혓바닥을 불태워 버려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하지만 흑마법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끔찍한 모독이라도 당한 것처럼 목에 핏대를 세우며 화를 냈다.
흑마법사들의 분노에 반타디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배신자 새끼들이 미쳤나…… 지금 네놈들이 화낼 상황이냐!”
“닥치지 못하겠느냐!”
“젠장,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반타디가 창대를 손에 쥐었다. 창날에 흑마력이 모여들더니 오러블레이드를 만들어 냈다.
“일단 내 부대를 건드린 대가부터 받아 내 주마!”
배신자들이 즉시 흑마법을 발현했다. 거대한 폭발이 반타디를 집어삼켰다.
“겨우 이 정도냐!”
하지만 이 정도 폭발로는 반타디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반타디는 폭발을 뚫으며 흑마법사들에게 창을 휘둘렀다.
창이 원을 그리자 다섯 명의 머리가 단숨에 날아갔다. 피 냄새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내 뒤통수를 후려쳐? 네놈들 모두 이 자리에서 모두 죽여 주마!”
피 냄새를 맡은 반타디가 한껏 흥분한 채 소리칠 때였다.
“그건 곤란하지.”
낯선 목소리와 함께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의 등장에 흑마법사들은 즉시 허리를 숙였다.
“데미안 님! 뒤에서 쉬고 계시지 않고 어찌 위험한 곳으로 나오신 겁니까!”
“니들 실력으로는 저거 못 이기잖아.”
“아아…… 데미안 님께서 저희들을 걱정해 주시다니…… 이 영광은 가슴에…… 아니, 영혼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흑마법사들은 단체로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년은 징그럽다는 얼굴로 흑마법사들을 쳐다봤다.
“……효과가 너무 좋은 것도 문제로군. 역겨워 죽을 것 같아.”
“저희 같은 미물이 데미안 님의 심기를 어지럽히다니! 죽음으로 갚겠습니다!”
“아니, 됐다. 자살할 바에는 적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어라.”
“알겠습니다!”
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반타디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반타디는 청년을 향해 물었다.
“저 새끼들을 저 꼬라지로 만든 게 네놈이냐?”
“그렇다면?”
반타디는 흑마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막강한 흑마력이 반타디의 전신을 가득 채웠다.
“네놈을 죽이면 저 녀석들도 멀쩡하게 되돌아가는 거냐?”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야겠구나!”
반타디가 청년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창이 검은 궤적을 그리며 청년의 얼굴을 꿰뚫으려 했다.
창날에 꿰뚫리기 직전, 청년이 손바닥으로 창을 후려쳤다.
그러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창대가 부러졌다.
“……엥?”
오러블레이드에 덧씌워져 있던 창을…… 맨손으로 부순다고? 그것도 이렇게 쉽게?
반타디가 당황해하는 찰나, 청년이 거리를 좁혔다.
“이, 이놈이!”
반타디는 창대로 청년을 후려치려 했다.
그보다 먼저 청년이 두 손가락으로 반타디의 몸 곳곳을 찍었다.
“켁! 컥!”
손가락이 몸에 박힐 때마다 반타디는 쇠꼬챙이에 뚫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런데 고통과 달리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반타디는 비웃음을 터트렸다.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기술이라니! 쓸모없는 걸 익히고 있구나!”
반타디는 즉시 반격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흑마력의 공급이 뚝 끊어져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전신의 기력까지 쭉 빠졌다. 반타디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서 흑마력이 움직이질 않았다. 팔다리도 반타디의 명령을 거부했다.
“마, 말도 안 돼…… 대,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별안간 청년이 반타디의 정수리를 움켜잡았다.
“이번에는 성공했으면 좋겠군.”
청년의 손등에 박혀 있던 문양이 빛났다.
동시에 정체 모를 기운이 반타디의 머릿속으로 주입되었다.
“크, 크아아악!”
뇌를 헤집어 놓는 듯한 고통에 반타디는 비명을 내질렀다.
* * *
데미안은 반타디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놓았다.
반타디는 입을 벌린 채 멍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공했나?”
데미안은 반타디의 얼굴 앞에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러자 반타디가 반응했다.
“오…….”
“오?”
“오오…….”
“오오?”
“오오오…… 나의 주인이시여……!”
반타디의 얼굴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급기야 바닥에 납작 엎드리기까지 했다.
“주인님의 아름다운 자태를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이 반타디, 지금까지 인생을 완전히 헛살았습니다! 이 멍청한 죄인을 당장 벌하여 주시옵소서!”
“이번에는 성공했군.”
“성공! 맞습니다! 이 반타디의 인생은 주인님을 만나 뵌 것만으로도 성공했습니다! 이 기쁨! 이 황홀함!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반타디는 온갖 찬사를 늘어놓았다.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얼굴로 반타디를 내려다봤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데미안은 반타디를 내버려 둔 채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반타디와 싸우고 있던 엘프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데. 누가 우두머리지?”
지금 데미안에게는 엘프헤임이 어떤 상황인지 알려 줄 존재가 필요했다.
눈앞에 있는 엘프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자세한 정보를 들어야 했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거냐?”
데미안이 재차 물었음에도 엘프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지?”
“데미안 님의 옥체를 보고 감탄하느라 언어를 까먹은 게 분명합니다! 아주 불경한 자들입니다!”
반타디가 큰 소리로 외쳤다. 데미안은 반타디를 노려보며 말했다.
“개소리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라.”
“데미안 님께서 내게 명령을 내려주셨어! 가문의 영광이야!”
“돌아버리겠네.”
데미안이 엄지로 미간을 누리고 있을 때였다.
“……인간, 어째서 우리를 구해 준 거지?”
엘프 중 한 명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팔다리가 탄탄하고, 짙은 흑발을 가지고 있는 엘프 여성이었다.
엘프 여성의 등에는 독수리를 닮은 정령이 앉아 있었다.
독수리 정령은 굉장히 뚜렷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엘프 여성이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정령사라는 뜻이었다.
“네가 이들의 우두머리냐?”
“그렇다.”
“그럼 잘됐군. 나는 데미안 학센이라고 한다. 엘프헤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협조를 부탁하지.”
“……왜 너한테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
“나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아군이라고 할 수 있지. 너희들을 돕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믿을 수 없다.”
엘프 여성이 단호하게 이어 말했다.
“어른들께서 말씀하셨지. 인간이란 겉과 속이 다른 존재라고 말이야.”
엘프 여성의 목소리에서는 강한 적개심이 묻어 나왔다.
엘프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해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과거, 잠시나마 엘프와 인간이 교류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엘프란 종족은 무척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종족이었다.
그래서 인간이 엘프를 잡아들여 노예로 팔려 가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결국 엘프는 인간과 교류를 완전히 끊고 엘프헤임으로 숨고 말았다.
“너희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너희들을 구했다. 조금은 믿어도 될 듯한데.”
“우리를 구해……? 우리를 독점하기 위해서 동족을 죽인 게 아니라?”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군.”
엘프 여성은 말없이 데미안이 데려온 흑마법사들을 가리켰다.
“……저건 흑마법사가 아닌가?”
“크흠.”
이렇게 지적을 해 버리니 데미안도 할 말이 없었다.
“내 눈에는 그저 인간들의 내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엘프 여성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네가 아군이라면 우리를 그냥 보내 줬으면 좋겠다.”
데미안은 어떤 말을 해도 엘프가 듣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골치 아픈 상황이로군.’
데미안은 이 섬에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서 왔다.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야 도르고가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엘프를 찾아볼까? 아니야, 다른 엘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
엘프 여성의 태도로 보건데 다른 엘프들도 데미안을 인간이라는 이유로 적대할 게 분명했다.
“너희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들의 사정을 이해해 줘서 고맙…….”
“전부 잡아들이는 수밖에.”
데미안이 손짓했다. 반타디와 흑마법사들이 엘프의 주변을 포위했다.
그러자 엘프 여성이 당황한 얼굴로 데미안에게 따졌다.
“인간! 이게 무슨 짓이냐! 아군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군이지. 그런데 지금 나한테는 정보를 얻는 게 더 급해서 말이야.”
데미안이 엘프들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제압해라. 다치는 건 상관없지만 죽이지는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