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1화(291/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1화
291화 엘프헤임 (3)
엘프들은 금방 붙잡혔다.
“……전세는 엘프헤임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엘프 여성은 치욕스럽다는 얼굴로 데미안의 질문에 대답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판데모니엄은 환영벽을 돌파하고 엘프헤임을 기습했다. 그 바람에 엘프헤임은 처음부터 큰 피해를 입고 말았지.”
엘프헤임은 섬의 방위를 환영벽에 크게 의지하고 있었다.
환영벽이 뚫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고, 대비책도 없었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전생과 똑같이 흘러가는군.’
그렇다고 마냥 엘프들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었다.
엘프헤임을 감싸고 있는 환영벽은 세계수라 불리는 강대한 존재가 만들어 낸 것이었으니까.
세계수란 태초부터 존재하던 신성한 나무였다. 그렇기에 셰계수가 만든 환영벽은 무척 강력했다.
수백 년동안 인간들이 엘프헤임을 찾아내지 못한 게 그 증거였다.
“이미 섬의 반절이 판데모니엄의 손에 들어갔다. 지금은 어찌저찌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해가 잘 안되는군. 정령왕을 동원하면 판데모니엄을 몰아낼 수 있을 텐데?”
엘프 전사들은 정령과 계약함으로써 힘을 얻는다.
정령은 가장 약한 개체도 산 하나 정도는 날려 버릴 정도로 엄청난 존재였다.
그런 정령들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가 바로 정령왕이었다.
정령왕은 자연 그 자체라고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엘프헤임에는 그런 정령왕의 계약자가 세 명이나 있었다.
“판데모니엄에서 침범한 이후, 세계수의 힘이 크게 약화되었다. 정령왕을 비롯한 다른 정령들도 게다가 정령왕 하나를 강탈당하고 말았다.”
“강탈당했다고?”
데미안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제로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우선 정령을 굴복시켜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령왕처럼 강대한 존재를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엘프 여성은 데미안을 향해 묘한 시선을 보냈다.
“……모르는 척을 하는 거냐.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냐?”
“난 판데모니엄의 편이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판데모니엄의 거악, 만염의 지배자에게 불의 정령왕을 강탈당했다.”
그 말에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 미래가 달라졌군.’
만염의 지배자는 슬라, 웨폰마스터와 비견되는 거악이었다.
만염의 지배자는 불의 정령들을 강제로 사역하여 노예처럼 부리고 다녔다.
전생에 만염의 지배자는 불의 정령왕을 탐냈다. 하지만 끝끝내 굴복시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만염의 지배자 뿐만이 아니다. 판데모니엄에는 굉장히 강력한 언데드를 네 마리나 데리고 있었다. 둘만 있어도 정령왕과 대적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지.”
아마도 4대 마왕을 말하는 듯했다. 그 녀석 말고는 정령왕과 맞설 수 있는 언데드가 없었따.
“제국제일검이 지원을 와주지 않았다면 이미 엘프헤임은 함락당했을 거다.”
“잠깐, 제국제일검이 여기에 있다고?”
데미안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만큼 뜻밖의 이름이었다.
“……이것도 모르고 있는 걸 보니 정말 판데모니엄의 편이 아니었나 보군.”
“질문에 대답하기나 해라. 제국제일검이 여기 왜 있는 거냐.”
“그건 제국제일검이…….”
엘프 여성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이건 감히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데미안은 엘프 여성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자 엘프 여성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을 해도 이것만큼은 말할 수 없다!”
“…….”
“동족들을 인질로 잡아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이 한 발 물러나자 엘프 여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제국제일검에게 직접 들으면 되니 굳이 지금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도르고라는 녀석에 대해서 알고 있나?”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데미안의 물음에 엘프 여성은 눈동자만 깜빡였다.
“도르……고?”
“모르는 모양이군. 반타디, 너는 알고 있겠지?”
데미안이 반타디를 향해 물었다.
반타디는 판데모니엄 소속인데다 도르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도르고에 대해서 알 가능성이 높았따.
“죄송합니다! 저도 그 작자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너는 그놈의 명령으로 엘프헤임을 공격하는 중이잖냐.”
“그렇긴 합니다만 저 같은 말단에게는 명령만 내려올 뿐입니다!”
반타디의 말에 데미안은 또 고민에 빠졌따.
설마 엘프헤임까지 왔는데 또 도르고를 찾아야 할 줄은 몰랐다.
“……정말 판데모니엄과 같은 편이 아닌 거냐?”
엘프 여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데미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몇 번을 말해야 믿을 생각…… 지금 뭐하는 거냐?”
어느새 엘프 여성은 데미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널 믿고 부탁하겠다. 동족들을 구출하는데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
“동족이 납치되었나?”
“판데모니엄은 점령지의 숲을 밀어버리고 요새를 지었다. 그곳에 동족들이 포로로 잡혀 있다.”
엘프 여성은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어나갔다.
“엘프헤임의 전사들은 판데모니엄의 주력 부대를 막아내느라 여유가 없다. 내가 직접 구해내고 싶었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니 부탁하겠다.”
엘프 여성은 땅바닥에 머리를 찍으며 소리쳤다.
“이대로 있으면 동족들은 모두 흑마법사들의 실험에 희생될 거다. 제발 우리들을 도와다오!”
데미안은 턱을 매만졌다.
전생에 데미안은 도르고의 선봉장이 되어서 엘프헤임을 공격했다.
수많은 엘프들을 죽이고, 정령들을 소멸시키고, 결국 세계수까지 소멸시키고 말았다.
세계수를 잃은 엘프들은 모두 흑마법사들의 실험체가 되어 끔찍하게 죽어 갔다.
그런 마당에 이런 부탁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설사 도르고가 급하다 해도 말이다.
“……잠깐, 요새라고?”
순간, 한 가지 계획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도르고의 위치를 찾을 수 없다면 저쪽에서 찾아오게 만들면 되는 일이 아닌가?
판데모니엄의 진영을 부수고 다니다 보면 도르고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다만, 포로가 문제로군.’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달려가서 요새를 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판데모니엄에서 엘프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할지도 몰랐다.
문득, 빗살망치 드워프들을 도울 때 일이 생각났다.
‘아, 고민할 필요가 없군.’
데미안은 반타디를 돌아보며 물었다.
“반타디, 연기에 자신 있나?”
***
잠시 후, 데미안은 반타디와 함께 판데모니엄의 요새에 도착해 있었다.
‘요새라더니…… 규모가 상당하군.’
나무를 모조리 잘라서 만든 벌판 위에 높은 성벽이 세워져 있었다.
성벽 위에는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암흑기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데미안이 요새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거냐?”
엘프 여성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엘프 여성을 비롯한 엘프들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으니까.
데미안도 반타디의 수하를 연기하기 위해서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데미안의 이름은 이미 판데모니엄 내부에서 유명했다. 얼굴을 감추지 않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너희들을 포로로 잡았다는 핑계로 감옥으로 접근할 생각이니까 참고 견뎌라.”
“…….”
엘프 여성은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러는 사이, 일행들은 요새의 성문에 도착했다. 데미안은 선두에 서 있는 반타디에게 속삭였다.
“반타디, 잘 부탁한다.”
“예, 저만 믿으십시오!”
반타디는 목청을 가다듬은 뒤, 성벽을 향해 소리쳤다.
“이 새끼들아! 내가 왔다! 당장 문 열어라!”
“엇, 반타디 님 아니십니까. 수확은 좀 있으셨습니까?”
“보면 모르나? 엘프 새끼들을 무더기로 잡아왔다!”
“대단하십니다. 당장 문을 열겠습니다.”
도르레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데미안 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데미안은 반타디를 따라서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병사들은 전쟁에 사용할 무기와 흑마법을 사용할 때 필요한 재료들을 옮기고 있었다.
‘저게 뭐지?’
다음으로 데미안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요새 중앙에 세워진 시설이었다.
중앙에 거대한 도르레가 세워져 있었다. 그 믿에는 깊고 넓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반타디, 저게 뭐냐?”
“고귀하신 분, 죄송합니다. 저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다만, 굉장히 중요한 시설이라는 설명만 들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수상한 시설이었다. 데미안은 좀처럼 도르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데미안 님, 감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반타디의 말에 데미안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도르레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엘프 포로들을 구출하는 일이었다.
반타디가 걸음을 옮길 때였다.
별안간 요새의 하늘이 쩍 갈라졌다. 균열을 중심으로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분명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어딘가 기분이 나빴다. 너무 완벽한 것을 봤을 때 오는 불쾌함이었다.
‘……시타.’
4대 마왕 중 한 명인 시타였다.
시타가 나타나자마자 요새의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이 모두 몰려왔다.
그중 한 명이 공손한 어조로 시타에게 물었다.
“시타 님,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분의 명령으로 진행상황을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그것’은 얼마나 침투했죠?”
“저번에 주신 분량은 모두 지하에 스며 들었습니다.”
“정말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군요.”
시타는 구덩이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은 모두 시타를 따라갔다.
그러다 갑자기 시타의 걸음이 멈췄다. 시타는 데미안과 반타디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당신들, 이쪽으로 와 보겠어요?”
반타디는 잠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4대 마왕이라 해도 데미안을 알아볼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 데미안은 자신의 기세를 완전히 감추고 있었으니까.
반타디는 일행을 이끌고 시타에게 다가갔다.
“지금 무슨 일을 하는 중이었죠?”
“사로잡은 엘프 포로들을 감옥으로 옮기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반타디가 묶여 있는 엘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시타는 그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옆에 있는 남자는 부하인가요?”
대신 데미안을 가리키며 물었다. 반타디는 냉큼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눈치가 빨라서 곁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지나가도 좋아요.”
반타디는 고개를 숙인 뒤, 걸음을 옮겼다. 데미안도 반타디를 따라 이동했다.
데미안이 시타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그때였다.
별안간 시타가 손날을 휘둘렀다. 방출된 흑마력이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서 흑마력을 막아냈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걸치고 있던 로브가 찢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데미안의 얼굴이 밖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시타는 데미안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역시 당신이었군요.”
“어떻게 알았지? 기세는 완벽하게 감췄을 텐데.”
데미안의 물음에 시타는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저는 귀가 좋거든요. 저번에 만났을 때, 당신의 몸에서 나는 소리를 기억해 뒀죠.”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사람의 장기는 모두 고유한 소리를 냈다. 시타는 그 소리를 통해서 데미안의 정체를 알아낸 것이다.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되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미안은 시타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시타에게 그 정도는 무척 쉬운 일이었다.
다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소리를 기억해 뒀을 줄은 몰랐다.
“당신과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었어요.”
시타가 손을 펼쳤다. 허공에 연기가 모여들더니 장검이 만들어졌다.
데미안은 시타가 꺼낸 무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생에는 대검을 사용했을 텐데?’
전생에 시타는 대검을 사용했다. 데미안이 사용했떤 무기와 비슷한 크기라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검사로서 한 수 가르쳐 주시겠어요?”
시타의 물음에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감히 언데드 따위가 자신에게 검으로 덤빌 생각을 하다니
도발인 줄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언데드 주제에 기사 흉내를 낼 생각이냐.”
데미안이 마력을 일으켰다. 시타도 똑같이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담은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허공에서 두 자루의 검이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