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2화(292/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2화
292화 시타 (1)
검이 충돌하는 순간, 데미안은 전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진동이 아니었다. 가만히 놔두면 신체 깊숙이 침투하여 장기를 찢어발길 정도로 강렬한 진동이었다.
데미안은 시타의 검을 밀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몸에 침투한 진동은 가라앉지 않았다. 독처럼 남아서 데미안의 몸을 부수려 했다.
데미안은 힘껏 지면을 밟았다. 몸속의 진동이 다를 타고 지면으로 전달되었다.
그러자 땅에 쌓여 있던 흙이 잘게 진동하며 고운 가루로 부스러졌다.
조금만 늦게 물러났어도 진동에 의해서 장기가 상할 뻔했다.
“설마 벌써 악검을 터득했을 줄은 몰랐다.”
악검이란 소리와 진동을 사용하는 검술을 말했다.
속도도 빠르지만 무엇보다 광범위한 영역을 공격할 수 있었다.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만만하게 볼만한 검술은 아니었다.
“대단하시네요. 어지간한 기사들은 모두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는데. 이렇게 빨리 대처하실 줄은 몰랐어요.”
시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덧붙였다.
“저는 당신과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한 명의 검사로서 당신과 검을 맞대고 싶었죠. 부디 제게 당신의 검술을 보여…….”
“기분 나쁘군.”
데미안은 딱 잘라 말했다.
“언데드 따위가 언제까지 기사 흉내를 낼 생각이냐. 악검이니 뭐니 검술 흉내는 집어치우고 언데드로서 싸워라. 그편이 훨씬 강할 게 아니냐.”
시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내 분노를 담아서 데미안을 노려봤다.
“……저희의 본체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설사 당신이라 해도 말이에요.”
“그러면 강제로 꺼내게 만들어야겠군.”
“불가능할 거예요.”
누가 신호를 주지 않았음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뛰어들었다.
두 자루의 검이 수많은 궤적을 그리며 격돌했다.
시타의 검을 받아칠 때마다 데미안은 진동이 몸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데미안은 보법을 밟는 것과 동시에 진동을 지면으로 전달했다.
“설마 그 방법을 계속 고집할 생각이세요? 다른 대처법을 찾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시타가 조롱하듯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데미안의 대처법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땅을 밟음으로써 없앨 수 있는 진동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진동이 계속 쌓여서 몸이 붕괴할 상황이었다.
“제 말이 들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아니면 겨우 이 정도 실력…….”
데미안이 여명으로 시타의 검을 후려쳤다.
동시에 체내에 쌓여 있던 진동을 모조리 해방했다.
해방된 진동이 시타의 몸에 집중되었다. 시타는 그 충격으로 주르륵 뒤로 밀려 나갔다.
“쿨럭.”
뒤로 밀려난 시타는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몸속에 집중된 진동에 의해서 내상을 입은 것이다.
악검을 다루는 검사가 소리에 의해서 상처를 입은 것이다.
시타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하수 주제에 누굴 걱정하는 거냐.”
데미안이 불쾌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이 계속 시타의 검을 받아 낸 이유는 진동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진동을 다룰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때가 되자마자 데미안은 쌓여 있던 진동을 모조리 시타에게 되돌려줬다.
“……겪을수록 놀라운 분이네요.”
어느새 시타는 더 이상 피를 토해 내지 않고 있었다.
언데드였기에 이 정도 부상은 순식간에 복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절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직 당신한테 보여 줄 게 더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시타가 손바닥으로 칼날을 쓸었다. 칼날이 울면서 검명을 토해 냈다.
시타가 손가락으로 칼날을 건드릴 때마다 검명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검명이 극에 달했을 때, 시타는 데미안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찢어질 듯한 소리가 폭탄처럼 터졌다. 데미안은 즉시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데미안이 서 있던 땅에 무수히 많은 검상이 새겨졌다.
소리를 타고 날아온 참격이 지면을 난도질해 버린 것이다.
‘악검을 벌써 이 정도로 완성했을 줄이야.’
시타는 전생에도 악검을 사용했다. 하지만 전생보다 현재의 시타가 훨씬 더 성장 속도가 빨랐다. 데미안조차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안심하지 마세요. 아직 더 남았으니까!”
시타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검명을 타고 참격들이 쏟아졌다.
그 직전, 데미안이 손가락으로 여명을 두드렸다.
우우우웅.
여명이 몸을 떨며 검명을 일으켰다. 깨끗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여명아, 실컷 울어라.”
데미안은 여명의 칼날을 엄지손가락으로 내리그었다.
여명의 검명이 한순간 증폭되었다. 그와 동시에 시타가 날려 보낸 참격들이 모조리 깨졌다.
그 광경에 시타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악검? 말도 안 돼 당신이 악검을 사용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자주 사용한 적이 없으니 모를 만도 하지.”
전생에 데미안이 싸웠던 상대 중에는 검악가라 불리는 소드마스터가 있었다.
검악가는 그리 강력한 마스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악검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남자였다.
데미안은 검악가와 싸워서 승리했고, 그의 기술과 경지를 모두 흡수했다.
데미안은 손가락으로 여명을 퉁겼다. 여명이 진동하며 검명을 토해 냈다.
“설마 악검으로 절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죠?”
“못 할 것도 없지.”
악검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데미안은 시타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안 쓰는 편이 더 쉬웠다.
그럼에도 굳이 악검을 꺼내 든 이유는 시타의 도발 때문이었다.
4대 마왕은 데미안의 영혼을 모방함으로써 탄생했다.
저들이 지닌 재능은 모두 데미안에게서 비롯되었다. 물론, 데미안에 비하면 부스러기만도 못했지만.
문제는 그런 조잡한 모방품 따위가 데미안을 도발했다는 점이었다. 데미안으로서는 도저히 참기 힘든 모독이었다.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악검으로 절 이길 수는 없어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데미안의 도발에 시타가 흑마력을 일으켰다.
데미안을 압도할 정도로 방대한 흑마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좋아요. 당신 말대로 직접 대보도록 하죠!”
* * *
악검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물량이었다.
딱 한 번만 검을 휘둘러도 수십 개의 칼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다수의 적들은 악검의 물량에 밀려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래야 하는데……!’
시타가 장검을 휘두르자 소리의 칼날이 확산되었다. 마치 그물을 흩뿌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데미안 학센도 똑같이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똑같이 소리의 칼날이 쏟아져 나왔다.
서로의 소리가 충돌했다. 서로 부딪히고, 상쇄되고, 사라졌다.
‘당신이 강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이건 아니야.’
시타가 도르고에게 부여받은 권능은 ‘소리’였다.
덕분에 시타는 누구보다 빠르게 악검을 터득하고, 마스터클래스의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
시타는 자부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자신보다 악검을 더 잘 다루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말이다.
……오늘까지는 말이다.
“생각보다 음을 못 타는군.”
맞은편에서 데미안 학센이 조롱을 했다.
시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저 말을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이기겠어! 반드시 저 사람을 검으로 이길 거야!’
데미안 학센을 처음 봤던 날.
시타는 한 가지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녀조차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다만, 데미안 학센과 싸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그녀의 마음을 집어삼켰다.
“반드시 이기겠어!”
시타가 장검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장검이 광증에 걸린 사람처럼 진동했다.
진동하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장검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모든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공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터득한 경지인 ‘공진’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동시에 진동시킨다. 그리하여 파괴하고, 부수고, 붕괴시킨다.
“오?”
진동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데미안 학센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좀 재미있겠는걸?”
자신의 경지를 ‘좀 재미있는 것’으로 여기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에 시타는 분노를 느꼈다.
우선 저 웃음부터 싹 지워지게 만들리라.
시타가 악검을 휘둘렀다. 온 세상이 더욱 거세게 진동했다.
땅이 갈라지고, 나무가 박살이 났다. 진동은 이윽고 데미안 학센에게 전해졌다.
‘이겼다!’
아무리 데미안 학센이라도 공진을 버텨 낼 수는 없으리라.
시타가 승리를 확신한 찰나였다.
데미안 학센이 검으로 가볍게 땅을 두드렸다. 그 자리를 시작으로 파동이 퍼져 나갔다.
파동이 세상을 집어삼키자 시타가 만들어 낸 진동이 모조리 지워졌다.
“뭐?”
시타가 당황한 찰나, 데미안 학센이 만든 파동이 그녀까지 집어삼켰다.
그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이게 대체 무슨 기술이지?’
시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입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 어어?’
재차 말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제야 시타는 깨달았다. 이 공간은 완벽한 무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딴 거…… 찢어 버리면 그만이야!’
시타가 검면을 쓸었다. 하지만 칼날은 진동하기만 할 뿐, 어떤 소리도 토해 내지 않았다.
“놀란 모양이군.”
시타는 화들짝 놀라며 데미안 학센을 돌아봤다.
이 무음의 공간 속에서 데미안 학센의 목소리만큼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들렸다.
“백계(白界)라고 한다. 너랑 똑같이 악검을 사용하던 마스터가 사용하던 경지지.”
시타는 입을 뻐끔거렸다. 역시나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 공간은 모든 소리를 흡수할 수 있다. 혹은 이런 것도 가능하지.”
데미안이 시타를 가리키자, 완벽한 무음이었던 공간에 거짓말처럼 잡음이 울려 퍼졌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시타에게 쏟아졌다.
‘시, 시끄러워! 시끄러워서 미칠 것 같아……!’
하지만 시타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시타에게 쏟아지는 소음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임계점을 넘은 순간, 시타의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졌다.
* * *
데미안은 백계를 해제했다. 그런 뒤, 시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허억…… 헉…… 허억…….”
시타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치 전신이 갈려 나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거냐.”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모습에 속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인간이 아니라 언데드였으니까.
“본체를 꺼내라. 네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권능을 사용해.”
4대 마왕들은 본체를 꺼낼 때야말로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저는…… 오늘…… 검사로서…… 당신 앞에…… 섰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죽겠다는 소리냐?”
시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 동정심이라도 끌어낼 생각이냐? 소용없다. 난 네년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데미안이 장검을 높이 쳐들었다. 칼날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 부신 빛을 토해냈다.
시타는 멍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이내 시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듯한 그 모습에 데미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데미안은 뒤로 물러났다.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어리는 폭발과 함께 지면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
-시타!
하늘에서 박쥐 날개를 가진 남성이 내려왔다.
4대 마왕 중 한 명인 이오타였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왜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
“이오타?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이오타는 시타를 부축하며 다급하게 말했다.
-거, 걱정하지 마! 내, 내가 왔잖아! 나랑 같이 데미안 학센을 죽이자! 어머니도 말씀하셨잖아! 데미안 학센을 생포하지 말고 즉시 죽이라고 말이야!
“매복이 있을 줄은 몰랐군.”
데미안은 여명을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 그 말에 시타가 고개를 들었다.
“아닙…… 니다…… 저는…….”
“본체를 안 꺼낸 이유가 날 방심시키기 위함이었나? 머리를 제법 잘 굴렸어.”
그 순간, 시타의 눈동자에 격한 감정이 타올랐다.
-시타! 더 이상 들어줄 필요 없어! 저 녀석을 당장 죽이…….
별안간 피가 터졌다.
이오타는 놀란 얼굴로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봤다.
시타의 손날이 이오타의 등을 뚫고 복부로 튀어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