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3화(29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3화
293화 시타 (2)
이오타의 몸을 관통한 손이 쑥 뽑혀 나왔다.
이오타는 손바닥으로 복부의 상처를 막았다. 그럼에도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피가 왈칵왈칵 뿜어져 나왔다.
-시타……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이오타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시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너야말로 왜 내 전투에 끼어든 거야?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 때문에 전부 망가지고 말았잖아!”
거부감이 들 정도로 완벽했던 미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 시타의 얼굴은 악몽에 나올 법한 섬뜩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시타! 난 널 구했다! 그런데 왜 내게 화를 내는 거냐! 네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데미안 학센이야!
이오타가 두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며 분노했다. 하지만 시타는 이오타의 항의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누가 구해 달라고 말했어? 더 이상 듣고 싶으니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너부터 죽여 버리겠어!”
-시타! 너와 난 영혼을 나눈 형제다! 그런데 어떻게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냐!
두 언데드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방출되는 흑마력과 살기의 양도 짙어졌다.
“으, 으아악! 마왕들이 충돌한다!”
“도, 도망쳐야 해! 안 그러면 휘말려 죽고 말 거야!”
요새 안에 있던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은 기겁하며 도망치려 했다.
그때였다.
두 언데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막대한 기운이 방출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기운은 두 언데드의 살기와 흑마력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시타와 이오타는 깜짝 놀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막대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데미안의 모습이 보였다.
“감히 날 두고 한눈을 팔아? 버러지 새끼들이 정신아 나가도 단단히 나갔구나.”
이렇게 기분이 나쁜 적은 오랜만이었다. 데미안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데미안이 내뿜는 살기가 점점 더 강해졌다. 근처에 있던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이 거품을 물며 기절할 정도였다.
이오타는 그런 데미안을 노려보며 미간을 한껏 좁혔다.
-데미안 학센, 안 그래도 네놈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네놈한테 얻어맞은 자리가 계속 욱신거려서 죽는 줄 알았거든.
이오타가 드래곤의 마력을 끌어냈다. 삐쩍 말랐던 육체에 근육이 차올랐다.
-네놈에게 복수할 기회가 이렇게 빨리 돌아오다니! 지금 당장 네놈을 쳐죽여 주마!“
이오타가 데미안을 향해서 튀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무언가가 이오타를 후려쳐 뒤로 날아가 버렸다.
주변 공기가 터져 나갈 정도의 속도로 땅에 처박혔다.
-커억!
충격이 상당했는지 이오타는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이오타,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시타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등 뒤에는 요새를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방금 전, 이오타를 후려친 무언가의 정체가 바로 저 꼬리였다.
-시타! 진짜 미친 거냐? 아니면 정말 나와 싸울 생각이냐?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더 급한 일이 있으니까 입 닥치고 있어.”
시타는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시타! 그게 무슨 짓이냐! 어머니 이외의 인간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오타가 기겁했지만 시타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저는 진심으로 당신에게 죽으려고 했습니다.”
“잘됐군. 그럼 지금 당장 목을 내놔라.”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방해가 들어오는 바람에 모든 것이 망가졌습니다. 이대로 결말을 내는 건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에요.”
“뭐냐,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뀐 거냐. 지조가 없군.”
데미안의 조롱에 시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시타가 고개를 들어서 데미안을 응시했다. 죽음을 받아들인 눈동자가 아니었다.
“우리 둘의 결말은 나중에 내도록 하죠.”
“누구 마음대로? 난 너희 두 명을 놔줄 생각이 없다.”
“데미안 학센, 당신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시타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덧붙였다.
“하지만 저희 두 명이 ‘본체’를 꺼내면 곤란해지는 건 당신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물러주시길 바라고 있…….”
“하하핫.”
별안간 데미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데미안의 웃음소리가 시타의 말꼬리를 끊었다. 시타는 왜 그러냐는 듯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소리가 뚝 끊어졌다. 데미안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시타를 노려봤다.
“이제 보니 날 깔보고 있었군.”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닌…….”
“뭐가 아니라는 거냐. 네년의 말은 즉 본체를 꺼내면 나 정도는 쉽게 죽인다는 게 아니냐?”
조잡한 모방품 따위에게 동정을 얻다니.
살면서 이렇게 재미없는 농담을 들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럼 네년은 본체를 꺼내면 죽일 수 있는 내게 얌전히 죽어 주려고 했던 거냐? 그렇게 갸륵한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조금도…….”
별안간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렀다. 섬광이 번쩍이더니 한줄기의 참격이 시타의 귀를 베었다.
귀가 살짝 갈라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시타는 놀란 얼굴로 자신의 귀를 쳐다봤다.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날아오는 참격도, 전부 볼 수 없었다.
만약 방금 전, 참격이 자신의 목을 노렸다면? 눈을 베었다면?
“아직 이 세상에 날 내려다보는 놈이 있을 줄이야.”
데미안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의 몸에서 섬뜩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살기에 노출된 순간, 시타와 이오타는 자신들도 모르게 전투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보다 본능에 의해서 몸이 움직인 것이다.
“지금 당장 너희 두 놈의 목을 베어서 착각을 고쳐 주도록 하마.”
데미안이 두 언데드에게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별안간 요새 중앙의 구덩이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구덩이 안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거대한 폭포가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구덩이를 돌아봤다. 시타와 이오타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마법진이 역류하다니. 어머님의 마법진은 완벽했을 텐데?”
시타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캐물으려던 찰나였다.
“커억……!”
“아악……!”
뒤쪽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데미안이 데리고 온 엘프들이 목을 움켜잡은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은 멀쩡한데 엘프들만 고통받고 있었다.
“수, 숨이…… 숨이 쉬어지지 않아……!”
“정령들이…… 정령들이 떠나고 있어……!”
엘프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 절규를 토해 냈다.
그런 엘프들의 모습에 데미안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시타와 이오타와 싸우면 엘프들이 죽고 만다. 그렇다고 엘프들을 구하면 시타와 이오타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시타는 데미안의 망설임을 금방 읽어 냈다.
“이오타, 문을 열어.”
-시타! 왜 도망치려는 거냐! 우리들의 손으로 저놈을…….
시타가 장검으로 이오타의 목을 겨누며 다시 말했다.
“열어.”
이오타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시타의 말대로 차원문을 열었다.
차원문을 보고도 데미안은 둘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엘프들 때문이었다.
“데미안 학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차원문이 닫히기 전, 시타는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또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차원문이 닫혔다. 데미안은 한숨을 내쉬며 엘프들에게 달려갔다.
“다들 조금만 더 버텨라!”
엘프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구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틀어막아야 했다.
데미안은 구덩이 속으로 뛰어내렸다. 얼마나 깊이 파낸 것인지 한참을 떨어졌음에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운은 점점 더 강해졌다. 이윽고 데미안은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바닥에 도착한 데미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광원이 적었지만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드마스터의 발달된 감각은 어둠도 꿰뚫어 볼 수 있었으니까.
“마법진?”
바닥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평범한 마법진이 아니었다. 선을 그리고 그 위에 쇳물을 부어서 마무리를 지은 물건이었다.
마법진의 외곽에는 커다란 유리관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아쉽게도 내부는 텅 비어 있어서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저건…….”
데미안은 마법진의 중앙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거대한 뿌리가 있었다.
벽을 뚫고 튀어나온 뿌리가 바닥으로 파고든 상태였다. 그 자리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데미안은 뿌리의 정체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엘프헤임의 중앙에서 자라고 있는 세계수의 뿌리였다.
“세계수의 뿌리에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지?”
데미안은 마법진을 조금 더 자세하게 관찰했다. 덕분에 마법진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뿌리에 무언가를 주입하려고 했군.”
대체 무엇을 주입하려 했는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세계수의 뿌리에 주입하려고 했는가.
의문이 연달아 떠올랐지만 고민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법진에서는 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엘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이 기운을 멈출 필요가 있었다.
“마법진을 부숴야겠어.”
데미안이 여명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데미안의 손등이 빛났다.
“응?”
마법진이 내뿜고 있는 기운이 모조리 손등의 문양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운을 흡수할수록 고대신의 권능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고대신의 권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운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악마의 진력이잖아? 이렇게 많은 진력을 어디서 구한 거지?”
지옥이라면 모를까, 지상에서 이 정도의 진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도르고,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냐.”
데미안이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을 때였다. 손등에서 새로운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진력을 한껏 흡수한 덕분에 새로운 권능이 깨어난 것이다.
오만.
공간을 다루는 권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