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4화(294/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4화
294화 시타 (3)
시타와 이오타가 차원문을 통과하자 넓은 동굴이 나타났다.
시타는 동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오타는 황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시타! 어딜 그냥 가려는 거냐! 난 반드시 네 해명을 들어야겠다!
“해명? 무슨 해명?”
-어머님께서는 데미안 학센을 보면 반드시 생포하거나 죽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넌 그냥 놓아줬지! 이 일을 어머님께서 알게 되시면 무시무시한 형벌을 내리실 거다!
시타는 이오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럼 말해.”
-뭐라고?
“네가 말하든 말든 난 상관없어.”
-어머님의 자비에 기댈 생각이냐? 아무리 어머님이라 해도 이번 일은…….
“마음대로 판단해. 알아들었으면 이제 날 방해하지 마. 돌아가서 데미안 학센과의 전투를 복기해야 하니까.”
시타는 다시 동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오타는 말없이 시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젠장, 다른 형제들이면 몰라도 내가 널 고발할 리가 없잖냐.
이오타는 괴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타, 대체 왜 그딴 녀석한테 집착하는 거냐. 내게는…… 내게는 그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으면서…….
까득,
이오타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데미안 학센, 이게 모두 너 때문이다. 네놈이 시타를 뒤흔들고 있어.
이오타는 얼굴의 반쪽을 매만졌다.
데미안 학센을 떠올릴 때마다 그날 얻어맞았던 고통도 다시 떠올랐다.
-……데미안 학센, 넌 반드시 내가 죽여 주마.
이오타는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데미안에게 전생에 가장 자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권능을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오만을 선택하리라.
오만의 권능은 공간을 조작한다. 공간을 비틀어서 적의 공격을 빗나가게 만들거나 먼 거리를 도약하는 것도 가능했다.
전생에 데미안은 오만의 권능을 이용해서 대륙 곳곳을 드나들었다.
물론 데미안의 의사는 아니었다. 당시의 데미안은 도르고의 노예였으니까.
도르고는 이동할 일이 있으면 항상 데미안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필이면 제일 다루기 어려운 녀석이 깨어났군.”
데미안은 오만의 권능이 각성한 것을 기뻐할 수 없었다. 사용법이 너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좌표의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지.”
전생에 데미안은 도르고가 준비를 끝내놓으면 오만의 권능만 발현했다. 그렇기에 당장은 오만의 권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
“당분간 연습을 좀 해 봐야겠어.”
데미안은 마법진을 살펴봤다. 다행히 마법진에서는 더 이상, 악마의 진력이 역류하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하여 데미안은 마법진을 부순 뒤, 구덩이 밖으로 나왔다.
“데미안 님! 걱정했습니다!”
그러자 반타디가 즉시 달려왔다. 데미안은 시선을 돌려 엘프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엘프들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요새를 지키던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은 어디로 갔지?”
“다들 도망쳤습니다! 데미안 님과 마왕들의 전투를 보고 겁에 질린 게 틀림없습니다!”
“모두 잡아다 죽였어야 했는데. 아쉽게 되었군.”
데미안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반타디가 장검으로 자신의 목을 그으려 했다.
“너 뭐하냐?”
“데미안 님의 깊은 뜻을 미리 헤아리지 못하고 놈들을 놔주고 말았습니다! 이 죄는 죽음으로 갚겠습니다!”
“꼴값 떨지 말고 감옥에 갇혀 있는 엘프들이나 구해 와라.”
“아아…… 이렇게 못난 저를 용서해 주시다니. 역시 데미안 님께서는 고귀하실 뿐만 아니라 마음씨가 넓으십니다!”
“닥치고 빨리 꺼지지 못해?”
반타디는 즉시 수하들을 데리고 감옥으로 향했다.
데미안은 그런 반타디를 징그럽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다음부터는 색욕의 권능을 사용한 다음에 바로 자살시켜야겠군.’
데미안이 굳게 결심하고 있을 때였다.
“헉…… 허억…….”
엘프 중 한 명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데미안에게 동료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던 엘프 여성이었다.
“힘들어 보이는데 좀 더 누워 있지 그러냐.”
“쉬는 건…… 죽음 다음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엘프 여성의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엘프 여성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먹을 가슴에 대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우리들을…… 동족들을 구해 줘서 고맙다.”
“이제 날 같은 편이라고 믿어 줄 생각이 들었나?”
데미안이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하지만 엘프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다.”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거냐.”
“널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판데모니엄의 적이라는 사실만큼은 믿겠다.”
데미안은 판데모니엄의 요새를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저들의 최대 전력인 4대 마왕에게 칼을 겨누었다.
아무리 엘프들이 배타적이라 해도 데미안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데미안 학센, 널 엘프헤임으로 초대하고 싶다. 고조모께서도 널 반기실 거다.”
“……고조모라고?”
데미안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고조모라면 할머니의 할머니였다. 아무리 엘프가 오래 산다지만 고조모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내 말을 의심하는군. 하지만 내 고조모님의 성함을 듣는다면 너도 납득할거다.”
“누군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냐.”
“너희 인간들은 고조모님을 밀레느라고 부르더군.”
그 말에 데미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몽염의 밀레느.
구원단의 일원이자 과거의 영웅.
데미안은 항구에서 밀레느의 환영과 조우하고 엘프헤임까지 올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잠깐, 네가 밀레느의 고손녀라고……?”
데미안이 아는 바에 의하면 현시점에서 밀레느의 후손은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너, 이름이 뭐냐?”
“거참 일찍 물어보는군. 나는 신시아라고 한다.”
신시아라는 이름에 데미안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밀레느의 고손주이자 신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전생에 마지막까지 도르고와 맞서다가 처참히 목숨을 잃은 엘프헤임의 여왕.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 * *
신시아는 엘프헤임 역사상 최초로 두 명의 정령왕과 계약을 맺은 정령사였다.
정령왕 한 명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자연재해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신시아는 그런 정령왕을 두 명이나 소환할 수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였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도르고가 엘프헤임을 침공했을 때도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그녀였다.
도르고가 준비한 언데드들은 정령왕들에 의해서 모두 파괴되었다. 흑마법사들과 암흑기사들도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데미안! 죽여라! 저 빌어먹을 년을 죽이란 말이야!
전투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커졌다. 그만큼 도르고가 품은 증오심도 커져갔다.
오랜 전투 끝에 데미안은 정령왕들을 소멸시키고 신시아를 제압했다.
-곱게 죽일 수는 없지!
도르고는 데미안에게 신시아의 팔다리를 모두 자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모든 엘프가 보는 앞에서 심장을 꺼내 죽였다.
엘프 여왕은 온몸에 피를 토해 내며 추하게 죽어 갔다.
“……네가 신시아라고?”
데미안은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신시아를 바라봤다.
사실 데미안은 신시아의 얼굴을 몰랐다. 전생에 봤던 신시아는 얼굴에 큰 화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미안이 아는 신시아라면 이 정도 요새는 쉽게 함락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엘프 여성에게는 그런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군. 하긴 고조모님께서 워낙 대단하신 분이니 이해가 된다.”
신시아는 데미안의 의심을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당장 날 믿지 않아도 된다. 엘프헤임으로 가면 오해가 풀릴 테니까.”
“맞는 말이군. 그럼 당장 안내해라.”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데미안은 마음이 급했다.
밀레느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제국제일검도 만나야 했고 판데모니엄으로부터 엘프들도 지켜야 했다. 무엇보다 도르고를 죽여야 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만…… 사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문제?”
데미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밀레느의 고손녀라면 데미안 한 명 정도는 엘프헤임으로 들여보낼 수 있을 텐데 문제는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리고 신시아와 함께 이동했을 때, 데미안은 그녀가 말한 문제점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죽여라! 저 안에 엘프 놈들이 있다!”
“오우거 언데드 어디에 있어? 당장 성문을 들이박게 해!”
엘프헤임의 왕궁은 언데드 군대에 포위를 당한 상태였다.
판데모니엄에서 일으킨 언데드 군대는 규모가 어마무시했다.
수만 명이 넘는 언데드가 빽빽하게 왕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데미안은 신시아를 돌아봤다. 신시아는 데미안의 시선을 피했다.
“네가 말한 문제가 저거였냐?”
“……그렇다. 엘프헤임으로 들어가려면 판데모니엄의 군대를 뚫어야 한다.”
그제야 데미안은 신시아가 왜 혼자서 엘프들을 구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엘프헤임은 판데모니엄의 침공을 막아 내느라 지원을 보낼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넌 밀레느의 후손이라는 놈이 왜 왕성이 아니라 여기에 있었던 거냐?”
“여,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사정이 길다.”
데미안은 못마땅한 얼굴로 신시아를 흘겨봤다.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당장 들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좀 귀찮게 됐지만…… 큰 문제는 아니로군.”
“저 군대를 피해서 엘프헤임으로 들어갈 방법이 있는 거냐?”
“피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데미안은 여명으로 정문을 가리켰다.
“난 초대받은 손님이다. 그러니 정정당당하게 성문으로 들어가야지.”
신시아는 정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곳에서 정문까지 가기 위해서는 들판을 가득 채운 언데드 군단을 뚫어야 했다.
“……설마, 아니지?”
신시아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은 그녀에게 대답하는 대신 반타디에게 명령했다.
“반타디. 너희들은 지금부터 엘프들을 지키면서 날 따라온다.”
“예,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겠습니다!”
“그래, 꼭 그래라. 너희들은 죽어도 상관없지만 엘프들은 아니니까.”
“아아…… 데미안 님께서 당부를 해 주셨어……! 이 명령은 반드시 완수를…….”
데미안은 반타디를 무시한 채 언데드 군단을 향해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