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5화(295/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5화
295화 장애물 (1)
불청객의 방문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판데모니엄의 거악 나리타였다.
그녀는 사령학파의 흑마법사로서 언데드를 조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서 도르고에게 언데드 군단의 지휘권을 받았을 정도였다.
“다들 성벽만 공격하지 마! 성벽 위를 포격해! 궁수들을 모두 죽여!”
흑마법으로 하늘을 비행하며 언데드를 조종하던 도중, 숲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저놈들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
꽤 잘생긴 남자를 필두로 엘프와 인간들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인간들은 엘프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
“인간? 인간이 여기 왜 있어?”
나리타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저들을 바라봤다.
엘프헤임에 있는 인간들은 오직 판데모니엄 소속의 흑마법사와 기사밖에 없었다.
판데모니엄 소속이라면 응당 엘프를 생포해야 할 터. 그런데 저들은 엘프들을 지키고 있었다.
“붙잡고 심문해야겠어.”
나리타는 부대 뒤쪽에 있는 언데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언데드들은 뒤를 돌아봤다.
“생포해. 반 정도는 죽어도 상관없어.”
집채만 한 크기의 언데드들이 나리타의 명령을 알아듣고 괴성을 내질렀다.
덩치가 큰 만큼 울음소리도 거대했다. 들판 전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앞으로 나선 걸 보면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
나리타는 선두에 서 있는 인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근데 이를 어쩌나 우리 귀염둥이들도 보통이 아닌데.”
그의 말대로 들판을 가득 채운 언데드는 보통 녀석들이 아니었다.
모든 흑마법사의 스승이라 불리는 도르고가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집한 몬스터들의 사체로 만들어진 것이다.
멸종한 개체부터 돌연변이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공통점이라면 살아 있었을 때도 전부 무시무시했던 괴물들이라는 것.
그것들을 언데드로 되살리고 흑마법으로 강화까지 시켰다.
이만한 전력이라면 마스터클래스라 할지라도…….
“……빛?”
남자가 쥐고 있는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을 본 순간, 나리타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저건 평범한 빛이 아니었다.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빛이었다.
“성기사? 아니야, 그 위선자들하고는 느낌이 달라.”
나리타가 혼란스러워하는 그때,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빛이 번쩍이며 거대한 검기가 들판 전체를 가로질렀다.
빽빽하게 서 있던 언데드들이 모조리 반으로 나뉘었다.
“…….”
나리타는 자신도 모르고 입을 쩍 벌렸다.
방금 저 공격으로 수천 명이 넘는 언데드가 모조리 파괴되고 말았다.
백 년이 넘게 살아온 나리타조차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다들 날 따라와라.”
남자가 뒤에 있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언데드들의 시체를 밟으며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리타는 본능적으로 저들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저만한 전력의 기사가 엘프들에게 합류하면 전세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막아! 저놈들을 죽여!”
아직 들판에는 언데드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언데드들이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만 명이 넘는 언데드들이 불청객을 공격하려 했다.
“저렇게 강력한 공격을 썼으니 놈도 지쳐 있을 거야. 다 같이 몰아치면…….”
나리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남자가 다시 움직였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언데드들이 뭉텅뭉텅 짤려 나갔다.
나리타가 그토록 자신하던 군단은 남자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모조리 쓸려 나갔다.
“뭐 하는 거야! 막아! 버티란 말이야!”
나리타가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남자와 무리들은 점점 성문에 가까워졌다.
-이게 무슨 일이냐.
그때, 나리타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통신마법을 걸어온 것이다.
나리타는 반사적으로 하늘 위를 쳐다봤다. 그러자 해파리처럼 생긴 언데드가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위에는 여섯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모두 막강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메트롬…….”
투구를 쪼개는 메트롬.
판데모니엄의 거악 중에서도 가장 적이 많기로 유명한 남자였다. 그만큼 성격이 더러운 탓이었다.
짜증나는 점은 그런 주제에 아직까지 살아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이변이 생겼으면 바로 연락을 했어야지. 왜 가만히 있었던 거냐.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어.”
-퍽이나 그랬겠군.
메트롬이 조롱을 담아서 말했다. 나리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네 무능함을 잘 알았으니 물러나라. 저 녀석은 내가 맞을 테니까.
메트롬과 심복들이 해파리 언데드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남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멈춰라. 더 이상 성으로 가까이 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메트롬이 살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법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만…… 자신감이 과했다. 홀로 이곳을 돌파할 생각을 하다니.”
메트롬이 도끼를 손에 쥐며 말했다.
“지금 당장 네놈을 이 자리에서…….”
“일륜(一輪).”
불에 기름을 붓듯 남자의 기세가 한순간 증폭되었다. 동시에 남자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나리타는 볼 수 있었다.
가장 선두에 있던 심복의 머리가 투구와 같이 잘려 나갔다.
그 뒤에 있던 심복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바로 옆에 있던 심복은 몸통이 대각선으로 갈라졌다.
눈을 깜빡이는 것보다 심복들이 죽는 것이 더 빨랐다. 아마 당사자들은 죽음조차 인식하지 못했으리라.
“이 애송이가……!”
딱 한 명, 메트롬 만큼은 남성의 속도에 반응했다. 남성의 허리를 끊기 위해서 도끼를 눕혀서 휘둘렀다.
남성은 메트롬의 몸을 쪼개기 위해서 장검을 내리쳤다. 검과 도끼가 서로 맞부딪혔다.
그리고 도끼가 잘려 나갔다.
달궈진 나이프로 치즈를 가르듯이 도끼가 부드럽게 갈려나갔다.
“이, 이럴 수는 없…….”
도끼를 가른 장검은 메트롬의 머리와 몸통까지 반으로 갈랐다.
투구 쪼개기의 메트롬은 자신의 몸이 쪼개지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
나리타는 공포로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메트롬의 성격이 더럽긴 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승도 없이 도끼 한 자루로 거악의 자리를 따낸 인물이었으니까.
그런 인물이 일합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기교에 당한 것도 아니었다. 오러블레이드의 위력에서 밀리고 말았다.
“도, 도망가야 해. 여, 여기 있으면 나까지…….”
그때, 나리타는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죽음의 공포에 심장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어, 어어…… 으어어…….”
남성이 검을 휘둘렀다. 섬광처럼 뿜어져 나온 참격이 나리타의 목을 베었다.
머리와 몸이 각각 따로 나뉘어서 땅으로 떨어졌다.
* * *
하늘에 있는 흑마법사를 죽이자 언데드들은 통제를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덕분에 데미안은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다들 왜 가만히 있는 거냐. 어서 움직여라.”
데미안의 활약을 멍하니 바라보던 일행들은 허겁지겁 데미안을 따라갔다.
하지만 데미안은 얼마 가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별안간 코앞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솟아오른 불은 벽이 되어 데미안과 일행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평범한 불길이 아니었다. 쇠도 단숨에 녹여 버릴 정도로 화력이 강력했다.
전생에 본 적이 있는 불길이었다.
판데모니엄의 기둥 중 하나.
슬라, 웨폰마스터와 같은 판데모니엄의 기둥.
바로 만염의 지배자가 사용하는 불길이었다.
“막판에 거물이 나타나셨군.”
데미안은 귀찮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때 하늘 위에서 누군가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데미안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만염의 지배자는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다. 아무 문양도 없이 반들반들한 가면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만염의 지배자는 아무 가면도 쓰고 있지 않았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얼굴이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처음 보게 된 만염의 지배자의 얼굴은 데미안이 알고 있는 얼굴과 완전히 똑같았다.
“……제국제일검?”
만염의 지배자의 맨얼굴은 제국제일검과 완전히 똑같았다.
차이점이라면 귀였다. 제국제일검과 달리 귀가 엘프처럼 뾰족하고 길쭉했다.
“데미안, 저 남자는 제국제일검이 아니다.”
신시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녀는 증오스럽다는 얼굴로 만염의 지배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 남자는 만염의 지배자,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다!”
신시아의 외침에 만염의 지배자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동쪽 군단의 분위기가 이상해서 와 봤더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
만염의 지배자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등 뒤에 불길로 이루어진 공작새가 나타났다.
공작새가 나타나자마자 주변의 수분이 싹 말라 버렸다. 들판의 잡초들은 누렇게 변하며 바스라졌다.
평범한 정령이 아니었다. 최상급 불의 정령이었다.
“셰셰, 잿더미로 만들어 버려라.”
공작새의 꼬리가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문양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시뻘건 불길이 데미안과 일행을 덮쳤다. 들판이 모조리 불길에 휩싸였다.
만염의 지배자는 싸늘한 눈동자로 불길을 응시했다.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응?”
불길들이 중앙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더니 불의 정령이 내뿜은 불길이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는 엘프와 인간들.
그리고 불의 구체를 손에 들고 있는 데미안의 모습을 말이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만염의 지배자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은 불덩어리를 집어삼켰다. 들판을 불태울 정도로 막강한 화염을 삼켰음에도 멀쩡했다.
그 모습에 만염의 지배자의 미간이 더더욱 좁아졌다.
“설명해 줘도 이해 못할 텐데.”
데미안은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전생에 데미안이 싸운 기사 중에 홍련의 기사라는 인물이 있었다.
멸망전쟁 당시, 제국의 영웅이라 불리던 강자 중 한 명으로 이명대로 불길을 다루는 기사였다.
데미안은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그와 조우했다. 그리고 이틀이 넘게 싸운 끝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데미안이 불길을 조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홍련의 기사에게 훔쳐 낸 경지 덕분이었다.
“말하는 게 싫은 모양이군. 마침 나도 그렇다.”
만염의 지배자가 양손을 벌렸다. 그러자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화염과 제법 친숙한 모양이다만…… 과연 이 불길과도 친해질 수 있을까?”
마법진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불길하게도 불길은 칠흑처럼 어두운 색이었다. 거기에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이 섞여 있었다.
검붉은 불길이 서로 융합하더니 근육질의 남성이 만들어졌다.
남성의 몸 곳곳에는 회색 말뚝이 박혀 있었다. 말뚝이 박힌 자리에서 끊임없이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시아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카르마! 이 악마같은 자식! 저 녀석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카르마.
데미안도 아는 이름이었다. 전생에 신시아가 다뤘던 두 명의 정령왕 중 한 명이었으니까.
불의 정령왕.
온 세상을 불태울 수 있다 알려진 초월적인 존재였다.
“카르마, 저들을 모두 쓸어버려라.”
만염의 지배자가 데미안과 엘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카르마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또 말을 안 듣는군.”
만염의 지배자가 팔찌를 매만졌다. 그러자 카르마의 몸에 박힌 말뚝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워어어어어!
불의 정령왕은 고통으로 가득한 괴성을 내뱉었다. 만염의 지배자는 재차 명령을 내렸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저놈들을 죽여라.”
불의 정령왕이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자, 그 속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칠흑처럼 어두운 불길이 들판을 넘어서 하늘까지 불태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