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7화(29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7화
297화 장애물 (3)
“역시 물러날 생각이구나.”
제국제일검과 만염의 지배자 사이의 대화를 엿들으며 헬라 폴른이 짧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아주 먼 거리에 있었지만 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괜히 판데모니엄의 수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니었다.
“포로가 옆에 있으니 싸우지 못하겠지. 에오스, 너는 여전히 약해빠진 정신을 가지고 있구나.”
“이해 불가. 어째서 약자를? 강자답지 못한 행동임.”
헬라의 옆에 있던 남성이 말했다.
남성은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가볍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단한 근육덩어리를 머리에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람다, 네가 이해 못하는 것도 당연하단다. 너는 태생부터 완벽했으니 말이야.”
“그럼 저 남자는? 불완전?”
“불완전하지. 강자로 태어났으나 약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방심하지 마렴. 저 남자의 실력은 나도 뛰어넘지 못했으니 말이야.”
겉모습과는 달리 헬라는 제국제일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은 단숨에 헬라의 실력을 따라잡고, 지금은 그녀보다 훨씬 강해졌다. 정말이지 경악스러울 만큼 대단한 재능이었다.
그렇기에 헬라는 제국제일검에게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소유욕을 느꼈다.
저 대단한 천재의 머리를 수중에 넣고 농락하고 싶었다.
“어서 저 머리를 가지고 싶구나.”
헬라가 제국제일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때,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곧이어 그 속에서 한 남성이 튀어나왔다.
“아가, 돌아왔구나.”
헬라가 반갑다는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만염의 지배자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받아쳤다.
“그 호칭은 집어치우라고 했을 텐데? 당신을 판데모니엄의 수장으로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그딴 호칭까지 용납할 생각은 없소.”
“아가, 기분이 많이 나빴나 보구나. 미안하게 됐다.”
만염의 지배자는 무서운 눈빛으로 헬라를 노려봤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됐소. 당신을 상대했다가는 내 머리만 아프지.”
“아가, 너는 정말 현명하구나. 아까도 잘 참아 줬다. 아가가 그 자리에서 싸웠다면 계획이 크게 일그러질 뻔했어.”
“그놈의 계획, 계획, 계획! 슬슬 듣기 지겹소. 왜 그렇게 형님을 무서워하는 거요. 당신도 똑같은 그랜드마스터잖소!”
만염의 지배자가 따지듯이 물었다. 헬라는 웃으며 말했다.
“아가, 제국제일검은 강하단다. 나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지. 그런 괴물을 잡으려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지.”
“형님에게 겁을 먹은 건 아니고?”
만염의 지배자가 냉소를 띄운 채 말했다.
하지만 헬라는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 저런 유치한 도발에 화를 낼 나이는 이미 지났으니까.
“아가, 잊은 거니? 이곳은 엘프헤임이란다. 제국제일검이 우리와 전투를 벌이면 세계수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제국제일검을 돕겠지. 세계수의 축복을 겹겹이 둘러싼 제국제일검을 이길 자신이 있는 거니?”
헬라의 물음에 만염의 지배자는 입을 다물었다.
머리가 식고 나니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일단 돌아가자꾸나. 그 녀석이 우리를 부르고 있단다.”
“그분을 함부로 부르지 마시오.”
“그거야 내 마음이지. 람다, 문을 열어 주겠니?”
람다가 두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었다. 삼각형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차원에 균열을 일으켰다.
도르고가 제작한 4대 마왕 중에서도 차원 이동이 가능한 개체는 람다와 이오타 단 둘뿐이었다.
그 탓에 람다는 이렇게 항상 헬라와 붙어 다녀야 했다.
헬라는 도르고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였으니 말이다.
“그럼 들어가자.”
세 사람이 차원문을 통과하자 넓고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안에서는 수많은 흑마법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망치와 정을 든 채 돌로 된 바닥에 마법진을 새기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마법진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커다란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 위에서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작업 현장을 감시하고 있었다.
“도르고, 내가 왔단다.”
헬라의 인사에 로브를 쓴 누군가가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해골로 된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헬라, 레오스…… 둘 다 어디에 있었던 거냐.”
“작은 충돌이 있었단다. 하마터면 제국제일검과 싸울 뻔했지.”
그 말에 도르고가 안광이 흔들렸다.
“제국제일검? 내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을 텐데?”
“걱정 마렴. 싸우지는 않았으니까. 네 계획에 차질은 없을 거야.”
“헬라! 또 그런 말로 넘어갈 생각이냐? 내게 너한테 요구한 건 약속의 날까지 변수를 차단하는 것뿐이었다! 근데 그 작은 조건조차 지키지 못해?”
“도르고, 생각은 하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헬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졌다. 그러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말하지 않았니? 난 네 하수인이 아니란다. 원하는 게 있기에 협력하는 것뿐이지.”
온화함은 사라지고 서릿발 같은 살기가 휘날렸다. 옆에 서 있던 만염의 지배자는 두려움이 몸을 떨 정도였다.
“이 건방진 년! 어디서 적반하장이냐!”
하지만 도르고는 헬라의 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노를 토해 냈다.
“계속 약속을 어기고 있는 건 네년이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계약을 파기하는 수가 있다!”
도르고의 으름장에 헬라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불편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앞으로 조심하도록 할게.”
의외로 먼저 물러난 쪽은 헬라였다. 헬라는 살기를 거두고, 흑마력을 잠재웠다.
“이번에는 그 말을 지키는 게 좋을 거다!”
“명심하도록 할게. 그래서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니?”
헬라의 물음에 도르고는 바닥에서 그려지고 있는 마법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한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게 순조로우니까. 악마의 진력은 충분할 만큼 세계수의 뿌리 속으로 흡수되었다. 권능을 발동시킬 마법진만 완성이 되면 모든 게 끝이다.”
헬라는 도르고의 옆에 서서 마법진을 바라봤다.
암흑기사인 그녀는 흑마법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마법진을 봐도 이것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만큼은 알고 있었다.
이 마법진이 바로 그녀의 오랜 숙원을 이루어주리라는 것을 말이다.
“제국제일검…… 드디어 그 아이의 머리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되는구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미소가 목구멍을 비집고 올라왔다.
헬라는 입꼬리를 좌우로 쫙 찢은 채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도르고가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변태 같은 년. 그렇게 웃지 마라.”
“참, 줄곧 궁금했던 게 있었단다.”
“뭐냐.”
“나야 오랫동안 제국제일검의 목을 가지고 싶었다지만…… 너는 왜 그 아이한테 그렇게 집착하는 거니?”
도르고가 악마를 소환한 것, 엘프헤임을 침공한 것, 그리고 지하에서 이런 대규모 시설을 만든 것.
그것들은 모두 제국제일검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헬라는 그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국제일검이 제국의 가장 큰 전력이라고 하지만 이런 수고를 들이다니?
“……나도 모른다.”
“그게 무슨 소리니?”
“말해 줘도 모를 거다. 내가 요즘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는지 말이야.”
도르고는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관자를 톡톡 두드렸다.
“이 속에서 누군가 외치고 있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위험하다고, 모든 것이 틀어질 것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대체 뭘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헬라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도르고를 바라봤다.
간혹 흑마법사들 중에 악몽과 환각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초보 흑마법사가 희생자들의 저주를 견디지 못했을 때 발생했다.
도르고 정도 되는 흑마법사가 그런 하찮은 저주에 당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쨌든 제국제일검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진짜라는 것은 알겠구나.”
헬라는 한동안 마법진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이 섬에 데미안 학센이 있더구나.”
그 말에 도르고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 학센이 여기에 있다고? 어떻게?”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겠단다. 제국제일검이 불러들인 게 아니겠니?”
도르고는 고민에 잠겼다. 손으로 턱을 괸 채 데미안 학센의 이름을 되뇌었다.
“데미안…… 데미안…… 왜 그 이름을 이렇게 들을 때마다 감정이 요동치는 거지? 대체 그 녀석이 뭐길래…… 윽.”
도르고는 신음을 흘리며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머리가…… 머리가 아파…… 아파서 미칠 것 같아…… 데미안…… 데미안 학센…… 대체 그 녀석이 뭐길래…….”
“계속 방해를 받아서 화가 난 게 아니니?”
도르고가 멈칫하며 헬라를 바라봤다.
“……그런가?”
“그 녀석에게 방해를 받은 게 한두 번이니? 그 불쾌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단다.”
“일리가 있는 말이로군. 그래서 그 녀석이 이렇게 신경 쓰였던 거야.”
도르고는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두통이 사라졌는지 표정이 한결 편안했다.
“고민이 해결된 모양이구나. 그럼 나는 이만 가 보도록 하마.”
헬라는 그리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위대하신 분. 저도 가 보겠습니다.”
만염의 지배자도 도르고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도르고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내가 건네준 말뚝은 잘 작동되고 있느냐?”
“완벽합니다. 덕분에 정령왕을 제 수족처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염의 지배자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도르고도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령왕의 몸에 박혀 있는 말뚝은 도르고가 만든 것이었다.
원래 대략적으로 구상만 해 둔 물건이었으나 이따금씩 찾아오는 영감 덕분에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 말뚝이 더 있으면 나머지 정령왕들도 굴복시킬 수 있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좋은 자세로군. 자네만 믿고 있겠어.”
만염의 지배자는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데미안, 데미안 학센…… 데미안…….”
아직도 신경이 쓰이는지 도르고는 만염의 지배자가 떠난 뒤에도 계속 데미안 학센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어머니, 돌아왔어!
그때,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오타와 시타가 도르고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너희 둘은 또 왜 지금까지 자리를 비운 것이냐. 내가 항상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했을 텐데.”
도르고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오타는 실실 웃으며 도르고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머니,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잠깐 섬을 구경하다 온 것뿐이야. 겸사겸사 엘프들을 찾아서 간식도 먹고 말이야.
이오타의 마사지에 도르고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도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다음부터는 꼭 내게 행선지를 밝히도록 해라.”
-명심할게!
4대 마왕을 제조하는 데에는 도르고의 영혼 조각이 들어갔다.
어찌 보면 4대 마왕은 도르고에게 자식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도르고는 다른 수하들이라면 모를까, 4대 마왕들에게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타, 너도 명심하도록…… 아침이랑 옷이 다르구나?”
도르고의 물음에 시타가 움찔 몸을 떨었다.
“……검술 훈련을 하다가 찢어져서 갈아입었습니다.”
“그래? 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너의 진짜 힘은 그게 아니니 말이다.”
“…….”
“왜 대답하지 않는 거니?”
“아닙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시타가 짧게 대답했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반항적인 빛을 띄고 있었다.
* * *
“……하프엘프라고 하셨습니까?”
너무 놀란 나머지 데미안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제국제일검과 자주 격돌했다.
그만큼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이 하프엘프라는 소리는 금시초문이었다.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못 믿을 만도 하지. 난 엘프의 특성을 거의 물려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동체시력이 좀 좋고, 감각이 좀 예리하고, 숲에서 체력이 빨리 회복될 뿐이지.”
“중요한 특성은 다 물려받으신 것 같습니다만.”
기사들이 엘프에 대해서 말할 때,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저 세 가지였다.
엘프 검사들은 인간 검사에 비해서 동체시력이 뛰어나며, 감각이 예리하고, 숲에서는 철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물려받지 못했다네.”
“정령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확히 알아맞혔군.”
엘프들에게 정령이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인생의 동반자요. 가장 믿음직한 친구요, 가장 강력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굳이 전투가 아니더라도 정령들을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그건 내 동생도 마찬가지였지.”
생각해 보면 만염의 지배자는 유독 정령에게 집착을 했다.
전생에도 정령왕을 억지로 굴복시키려다 신체의 반쪽이 날아가는 큰 부상을 입었을 정도였으니까.
아마 하프엘프로서 정령을 다루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프엘프기 때문에 엘프헤임을 도우려고 온 겁니까? 그리고 왜 동생은 판데모니엄에 있는 겁니까? 왜 당신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죠?”
“그건…….”
입을 열다말고 제국제일검이 엘프헤임을 쳐다봤다.
“슬슬 돌아갈 때로군.”
“예? 그보다 대답을 먼저…….”
“빨리 돌아가도록 하지. 지금 가지 않으면 큰일 날 거 같아. 그런 운명이 느껴져.”
제국제일검은 엘프헤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우리도 따라가자.”
데미안은 엘프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신시아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저 인간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신시아는 반타디를 비롯한 암흑기사와 흑마법사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데미안은 반타디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반타디.”
“아아…… 데미안 님께서 날 부르셨어! 이제 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닥쳐라. 지금부터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다. 너희들은 이 근처에서 적당히 대기하고 있어라.”
엘프헤임에 도착했지만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도르고도 죽여야 했고, 판데모니엄도 몰아내야 했다.
판데모니엄과 싸울 때, 이들은 꽤나 요긴하게 쓰일 터. 이대로 버리기는 아까웠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반타디는 크게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뒤, 데미안은 엘프들과 함께 엘프헤임의 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데미안 학센, 이쪽이다.”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을 따라서 엘프헤임의 가장 중요한 장소로 향했다.
바로 세계수의 중심으로 말이다.
그곳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데미안 학센,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항구에서 봤던 엘프.
밀레느가 데미안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