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8화(298/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8화
298화 공격 계획 (1)
밀레느의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젊은 여인의 모습이었던 환영과 달리 밀레느의 실제 모습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파였다.
피부와 눈동자에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꼭 시체를 억지로 살려놓은 것 같았다.
“이런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걸 이해해 주세요.”
밀레느는 작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세계수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데미안은 세계수의 줄기를 관찰했다. 줄기에서 흘러나온 생명력이 밀레느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군. 설마 수호자였나?”
“예, 맞습니다. 이 분과 오랫동안 함께했죠.”
밀레느는 애틋한 눈빛으로 세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자란 세계수와 엘프들을 연결시켜 주는 존재를 말했다.
세계수의 뜻을 엘프들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세계수가 지닌 힘의 일부를 나눠 받았다.
그래서 엘프 왕국의 왕위는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수호자가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다.
즉 밀레느는 세계수의 수호자이자 엘프헤임의 여왕인 셈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 있을 수 있었군.”
“마땅한 후보자가 없어서 제가 계속 맡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죠.”
밀레느가 힘없이 웃어 보였다. 데미안은 그녀의 수명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이래서 전생에서는 밀레느를 보지 못했군.’
아마도 밀레느는 멸망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승을 떠났으리라.
그녀의 뒤를 이어서 수호자가 된 인물이 바로 신시아일 것이다.
전생에서 신시아는 엘프 여왕으로서 도르고에 맞서 싸웠으니까.
“항구에서 했던 말을 이어서 듣고 싶다.”
데미안은 손등의 문양을 내보이며 말했다.
“이 권능들이 있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 방법은 알고 있나? 그리고 그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는 여자는 대체 누구냐.”
“궁금한 게 많으신 모양이군요. 미안하지만 저도 아는 게 많지 않답니다. 저는 당신이 가진 권능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았거든요.”
밀레느는 데미안의 손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 드리자면…… 당신이 가진 일곱 개의 권능은 원래 하나로 기능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라고?”
“개별로 사용했을 때보다 일곱 개를 모두 조합했을 때, 더 큰 효능을 발휘했습니다. 그녀가 보여 준 것들만 해도 꽤 많았죠.”
조금 길게 말한 것만으로도 숨이 가쁜지 밀레느는 잠시 말을 멈췄다.
몇 번 심호흡을 하고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장거리 차원문을 열거나 지친 사람을 단숨에 회복시킨다거나.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복원’이었죠.”
“복원이라고?”
“신체 부위를 잃어버린 인간, 파괴된 물건, 무너진 건물, 흩어지기 시작한 마법…… 그녀는 권능을 사용해서 그 모든 것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답니다.”
“고쳤다는 소린가?”
“아뇨, 고친다는 것은 다른 것을 덧대는 것이죠. 그녀는 망가진 것들을 망가지기 전으로 되돌려 놓았어요.”
“하지만 망가진 부위를 찾지 못하면…….”
“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답니다. 없어진 부위조차 다시 만들어졌죠.”
데미안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밀레느를 바라봤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람의 능력을 한참 벗어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복원 같은 게 아니었던 것 같네요. 시간을…… 그래요, 시간을 되돌린 것이었어요.”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밀레느는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거기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말했던 거야. 권능이 있으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니까.”
“……그 여자의 이름은? 대체 정체가 뭐지?”
“말해도 모를 겁니다. 처음 듣는 이름일 테니까요.”
밀레느가 허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르고.”
귀를 의심하는 데미안에게 밀레느가 덧붙였다.
“판데모니엄을 이끌고 엘프헤임을 공격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 * *
밀레느의 이에서 도르고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데미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쩌면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 도르고라는 이름이 흔한 편은 아니지만 세상 일이란 우연히 들어맞는 경우도 있으니까.
-판데모니엄을 이끌고 엘프헤임을 공격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들었을 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밀레느가 말한 도르고가, 데미안이 찾고 있는 그 도르고라고 말이다.
“도르고가 너와 같은 구원단이었다고? 근데 왜 지금까지 도르고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
구원단의 전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륙 전체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지금까지 도르고가 구원단이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건…….”
순간, 밀레느의 얼굴에 탐탁지 않은 감정이 떠올랐다. 굳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했다.
“말해라. 대체 왜 도르고라는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거냐.”
하지만 데미안은 밀레느의 사정을 생각해 줄 여유가 없었다.
그때였다.
밀레느의 고개가 덜컥 땅으로 떨어졌다. 밀레느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으나 다시 고개를 떨궜다.
“미안…… 합니다…… 오늘은…… 이제 한계…….”
밀레느의 목소리와 얼굴에서 지독한 졸음이 느껴졌다.
“나머지는…… 다음에…… 이야기를…… 뒷일은…… 맡기도록…… 하겠…… 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밀레느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데미안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 알현은 만족스러웠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제국제일검의 얼굴이 보였다. 데미안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만족 못했습니다.”
“그거 아쉽군. 하지만 또 기회가 찾아올 테니 너무 상심하지 말도록.”
제국제일검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위로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절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그래, 그대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그래서 기다렸다.”
의아해하는 데미안에게 제국제일검이 말했다.
“데미안 학센, 현재 엘프헤임은 판데모니엄의 침공을 받고 있다. 그대의 힘을 빌려줄 수 있는가?”
“제 목적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빌려드리겠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따라오게.”
제국제일검이 몸을 홱 돌리며 복도를 걸었다.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을 따라 걸었다.
“엘프헤임은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네. 판데모니엄의 공격으로 섬이 함락당할 위기에 처해 있지.”
“대충 들었습니다. 판데모니엄의 기습 떄문에 처음부터 큰 피해를 입었다죠. 전력 자체도 저쪽이 훨씬 강하고요.”
제국제일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확하게 알고 있군. 내가 급하게 합류하기는 했지만 전세를 뒤엎기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찼거든.”
제국제일검이 떠나면 왕성은 금방 판데모니엄에게 함락되리라. 그럼 세계수도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국제일검은 왕성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대가 왔으니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미뤄뒀던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되었어.”
“전세를 뒤집을 뾰족한 수가 있는 겁니까?”
데미안의 질문에 제국제일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본진을 찾아냈다. 그곳을 섬멸하면 전쟁은 우리들의 승리로 끝난다.”
우두머리라는 말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우두머리라면 설마 도르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밀레느 님께 들은 모양이군. 그렇다. 도르고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엘프들의 희생해 준 덕분이지.”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을 움켜잡았다.
심장이 점점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고동이 빨라질수록 데미안의 감정도 격해졌다.
‘드디어.’
도르고를 만날 수 있다.
그 빌어먹을 해골을 다시 부술 수 있다.
그토록 원하던 가족들의 평화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표정이 무섭군.”
제국제일검이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데미안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이번 일에 반드시 참가하고 싶습니다.”
“좋은 태도로군. 하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네.”
“예?”
“총사령관의 허락이 있어야 하지.”
데미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총사령관이 따로 있단 말입니까?”
데미안은 당연히 제국제일검이 엘프들을 지휘하리라 생각했다.
실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제국제일검을 뛰어넘는 전사는 존재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엘프헤임도 왕국이라네. 계급과 규칙과 체계가 존재하지.”
데미안은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제일검 정도 되는 인물에게 이 정도 재량권도 없단 말인가?
“그럼 지금 총사령관에게 가는 겁니까?”
“그렇다. 미리 말해 두지만 마음 준비를 해 두도록 해라.”
“그건 무슨 소리…….”
“엘프들은 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데미안은 인간이고, 제국제일검은 하프엘프였다.
엄연히 말하면 종이 달랐으나 제국제일검은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데미안은 그 사실에 의문을 느꼈다.
“이곳이다.”
회의장은 세계수의 줄기 속에 존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로 만든 커다란 탁자를 둘러싸고 있는 엘프들이 보였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엘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모두 청년의 모습이라 겉모습만 봐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에오스, 저 인간이 그 인간이냐?”
백발의 엘프가 물었다. 그러자 제국제일검이 즉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제국제일검이 존댓말이라니?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제국제일검을 쳐다봤다.
“젠장, 인간 따위를 엘프헤임에 들이다니. 잠자리가 뒤숭숭하겠어.”
“이 남자는 우리 엘프의 적이 아닙니다.”
“그건 또 모르지. 인간이란 속을 알 수 없는 종족이니까!”
“데미안 학센은 믿을 만합니다. 그건 제가 보증…….”
“에오스, 주제넘게 굴지 마라.”
백발 엘프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변했다.
“상황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네놈을 받아들였다만…… 원래 엘프헤임은 하프엘프 따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옆에서 듣고 있는 데미안이 불쾌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인간, 가까이 와 봐라.”
백발의 엘프가 데미안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데미안은 엘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엘프헤임의 총사령관인 스린더라고 한다. 널 우리의 계획에 동참시키도록 하겠다.”
말을 하는 내내 스린더는 불쾌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아무래도 데미안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치고는 고개가 뻣뻣하군.’
엘프헤임의 반격은 데미안 학센이 합류해야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어깃장을 놓고 있으니 데미안으로서는 고까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적의 본진을 공격할 계획이다. 나와 에오스가 적의 본진을 습격할 동안, 너는 이곳에 남아서 왕성을 지키도록 해라.”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는 순간, 데미안은 고민을 싹 잊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안 되겠습니다.”
“……뭐라고?”
“죽여야 할 놈이 있습니다. 절 공격대에 넣어 주십시오.”
스린더의 두 눈썹이 이마에 닿을 정도로 높아졌다.
“네놈을 공격대에 넣으면 에오스가 이곳에 남아야 한다. 내가 뭘 믿고 네놈을 데리고 본진을 습격해야 한단 말이냐.”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국제일검, 저 대신 이곳에 남아 주시겠습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
제국제일검은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는 데미안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스린더는 아니었다. 스린더는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에오스! 미친 거냐!”
“데미안 학센의 실력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개소리하지 마라!”
스린더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데미안 학센! 억지 부리지 말고 왕성을 지켜라! 또 내 말에 토를 달겠다면 널 이번 계획에서 퇴출시키겠다!”
“더럽게 귀찮게 구는군.
데미안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슬린더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뭐라고?”
“내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면 엘프헤임을 나가도록 하겠다.”
그 말에 슬린더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렇게 화를 냈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스린더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가 웃긴 거냐.”
“웃길 수밖에 없지. 왕국이 위험한 이 순간에 인간인 나와 기싸움을 하려 들고 있잖냐.”
인간인 데미안은 엘프헤임에서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엘프들은 바로 그 ‘인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자존심이라도 챙기기 위해서 데미안에게 강압적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이라면 모를까 아쉬운 쪽은 데미안이 아니었다.
“내 요구 사항은 하나뿐이다. 날 공격대에 넣어라. 그렇지 않으면 난 엘프헤임을 나가겠다.”
“어,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 봐라! 판데모니엄의 본진은 지하에 숨겨져 있다! 그 위치를 아는 엘프는 이곳에 있는 우리밖에…….”
스린더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이 무척 진지한 눈빛으로 회의장에 있는 엘프들을 살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그 시선은 대체 뭐냐.”
“누굴 납치할지 고민 중이었지.”
“뭐, 뭐?”
“엘프라 해도 팔다리 하나를 비틀어 놓으면 입이 가벼워질 테니까.”
스린더의 입이 쩍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