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9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9화(299/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99화
299화 공격 계획 (2)
“에, 에오스…… 이걸 보고만 있을 생각이냐? 당장 이놈을 막아라!”
스린더가 다급한 표정으로 제국제일검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은 시큰둥한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총사령관, 불가능한 요구를 하시는군요.”
“뭐라고?”
“데미안 학센은 제 부하가 아닙니다. 제국의 기사조차도 아니죠. 제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래도 막아! 저 인간이 엘프헤임을 공격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그러자 제국제일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데미안 학센은 저 못지않은 실력자입니다. 판데모니엄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그런 강자를 적으로 돌리란 말입니까?”
“방금 듣지 않았나! 데미안 학센은 우리를…….”
“데미안 학센, 아무리 그래도 납치는 너무 심했군. 그것만큼은 참아 주게.”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제일검의 얼굴을 봐서 참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엘프헤임을 나가는 것만큼은 막지 말아 주십시오.”
“그건 그대 마음대로 하게.”
두 사람의 대화에 스린더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에오스! 지금 날 기만 하는 것이냐!”
“총사령관, 저는 어머니의 빚을 갚기 위해서 엘프헤임에 왔습니다. 당신의 부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국제일검의 어조가 싸늘하게 변했다. 그러자 스린더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니 결정하십시오. 데미안 학센의 요구를 들어줄지. 그냥 떠나보낼지.”
제국제일검의 으름장에 스린더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 * *
잠시 후, 데미안과 제국제일검은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데미안 학센, 공격대에 합류한 것을 축하한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제국제일검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결국 총사령관은 데미안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데미안이 없으면 곤란해지는 건 엘프헤임 쪽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정말 막 나가는군. 솔직히 말해서 식겁했다네.”
식겁했다는 사람치고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어째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엘프헤임을 도우려는 겁니까?”
데미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제국제일검은 실력도, 지위도 확실한 인물이었다. 엘프헤임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어머니의 유해를 받아줬거든.”
그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어째서 이유가 된단 말인가.
“엘프들은 인간을 혐오하지. 자신들보다 열등하다고 여기거든. 그래서 엘프와 인간이 어울리는 것도 용납받지 못한다네.”
여기까지는 데미안도 알고 있는 바였다.
인간에게는 없는 장점들이 아주 많았다. 아름답고, 강인했으며, 정령을 다룰 줄 알았다.
그렇기에 엘프는 인간을 열등하다 여기며 무시했다.
정작 현실은 인간에게 밀려서 섬으로 도망친 패배자들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엘프는 섬 밖으로 추방을 당하지. 그리고 영원히 섬으로 돌아올 수 없어.”
제국제일검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섬 밖으로 나왔다가 아버지를 만나셨지. 그리고 나와 동생을 임신하셨다네.”
“큰 결심을 하셨군요.”
데미안의 말에 제국제일검은 쓴웃음을 지었다.
데미안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국제일검이 저렇게 냉소적으로 웃는 것은 처음 본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저 젊은 날의 치기였던 것 같네. 우리를 임신한 죗값으로 엘프헤임에서 쫓겨난 이후, 맨날 그곳을 그리워하셨거든. 그러다 우리가 성인이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네.”
엘프처럼 장생하는 종족이 수십 년도 살지 못했을 정도면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뜻이었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진 결과이리라.
“아버지는 어머니를 가문의 땅에 묻으려 하셨지만 나와 동생은 달랐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어. 그래서 엘프헤임을 찾아갔다네.”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무척 힘들었으리라.
엘프헤임은 세계수에 의해서 보호를 받고 있었으니까.
“엘프헤임에서는 법도를 내세우며 절대로 어머니의 유해를 받아줄 수 없다고 했지. 하지만 밀레느 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셨다네.”
“그럼 어머니의 빚이라는 게…….”
제국제일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밀레느 님 덕분에 우리 형제는 어머니의 유해를 엘프헤임에 묻을 수 있었지. 나는 그걸 빚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내 동생은 다른 모양이더군.”
제국제일검은 말을 멈춘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너무 주절주절 떠들어댔군. 그럼 날 따라오게. 자네에게 소개시켜 줄 엘프들이 있다네.”
“또 만나야 할 엘프가 있습니까?”
“그대와 함께 판데모니엄의 본진을 공격할 엘프들이라네. 작전의 시작은 내일이니 지금 안면을 익혀 놔야……지금 뭐 하는 건가?”
제국제일검은 느닷없이 몸을 풀기 시작하는 데미안을 황당하다는 얼굴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 엘프들도 절 믿지 않을 게 뻔하니 실력 행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아,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네. 그 아이들은 다를 테니까.”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제국제일검을 쳐다봤다.
“일단 따라오게.”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을 데리고 왕성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열 명 가량의 엘프가 서로 무기를 맞대면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훈련장 안으로 들어오자 엘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 에오스 님이다!”
“에오스 님이라고?”
엘프들은 무기를 내팽개치고 두 사람에게 몰려왔다.
사령관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에 데미안은 두 눈을 연신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에오스! 왜 이제 오는 거예요!”
“지금까지 계속 기다렸잖아요!”
두 엘프 여성은 제국제일검의 양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기쁨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아까 전해 들었어요! 내일 드디어 반격을 개시한다면서요?”
“에오스만 믿고 있을 게요!”
미녀 두 명과 바짝 밀착했음에도 제국제일검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마타, 하타. 이러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
“뭐 어때요. 우리가 못할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큰일을 앞두고 있는데 이 정도는 봐주세요!”
“싫다.”
제국제일검은 단호하게 말하며 두 사람을 떨쳐 냈다. 두 여성 엘프, 마타와 하타는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인기가 많으시군요.”
데미안이 제국제일검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국제일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무기술을 몇 수 알려 준 덕분이라네. 날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야.”
데미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엘프라면 모를까 마타와 하타의 반응은 단순히 믿고 따르는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 에오스, 이 인간은 누구예요?”
“바보야! 엘프헤임에 인간이 또 있겠어?”
“그럼 설마…… 이 남자가 데미안 학센이에요?”
“그래, 너희들의 추측이 맞다. 신시아를 구출하고, 만염의 지배자와 싸웠던 그 데미안 학센이다.”
마타와 하타는 물론이고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엘프들도 신기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데미안 학센, 소개하지. 이쪽은 마타와 하타. 현재 엘프헤임에서 유이하게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자매라네.”
“원래 세 명이었는데 만염의 지배자, 그 작자가 죽이고 정령왕을 강탈해갔어요.”
마타가 분하다는 얼굴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쪽의 엘프들은…… 최상급 정령들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들이라네. 이들 모두 공격대에 함류하게 되었다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엘프들을 바라봤다.
최상급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는 어지간한 마스터클래스보다 훨씬 강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 두 명.
최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가 여덟 명.
엘프헤임의 총전력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일 작전에서는 나 대신 데미안 학센이 너희들을 이끌 것이다.”
“어라? 원래 데미안 학센이 남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데미안 학센이 공격대를 희망하기에 바꾸기로 했다.”
제국제일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엘프들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에오스가 가는 게 아니라구요?”
“저 인간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에오스 님이 빠지는 건…….”
웅성거리는 엘프들을 향해서 제국제일검이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의 실력은 내가 장담하겠다. 이 남자는 나와 대등한 실력자다.”
총사령관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반응이 달랐다.
“에오스가 보장한다면 뭐…… 믿을만하겠네요.”
“하긴 만염의 지배자를 상대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지?”
“인질도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고 들었어.”
제국제일검이 장담한 것처럼 이곳에 모인 엘프들은 그의 말을 신뢰하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했나. 이 아이들은 다를 거라고 했지.”
“정말 다르군요.”
데미안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설마 젊은 엘프들이 이 정도로 깨어 있을 줄이야.
“작전의 결행일은 내일이다. 내가 성 밖으로 나가서 난동을 피워서 판데모니엄의 주전력을 끌어모으겠다. 그럼 그대는 엘프들과 함께 본진을 습격하게나.”
“혼자 감당이 가능하시겠습니까?”
데미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현재 판데모니엄에는 정령왕을 소유한 만염의 지배자와 4대 마왕, 심지어 판데모니엄의 수장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제국제일검은 그들과 모두 싸워야 할지도 몰랐다.
데미안의 물음에 제국제일검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되물었다.
“설마 지금 농담한 건가? 웃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 * *
그날 밤, 데미안은 침실을 나와서 성벽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오랫동안 눈을 감고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도르고만 생각하면 온몸이 뜨거워졌다. 전신의 피가 들끓어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난다.”
회귀한 이후, 데미안의 목적은 단 하나뿐이었다.
도르고를 죽이는 것.
도르고가 살아 있는 한 데미안은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 그가 나타나서 데미안과 가족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빌어먹을 새끼.”
데미안은 손으로 얼굴을 움켜잡았다.
도르고에게 당했던 일들이 기억이 저편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첫 만남 때, 도르고가 용병단을 학살했을 때, 느꼈떤 절망.
도르고에게 데스나이트로 개조될 당시에 느꼈던 끔찍한 고통.
가족들의 목을 베고, 배에 칼을 꽂았을 때 손에 느껴졌던 감촉.
데스나이트로서 죽였던 사람들의 비명 소리, 원망, 저주.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네놈을 이 손으로…….”
데미안은 양팔로 몸을 끌어안은 채 몸을 잘게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