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화
3화. 복수하러 왔다 (2)
도시 랜드워크.
학센 자작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도시였다.
왕국의 북부와 동부를 잇는 중심에 있어 하루에도 수많은 물류가 오고 가는 상업의 메카였다.
그만큼 유흥거리도 많이 발달해 있었다. 전생의 데미안 학센도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 이틀이 멀다 하고 랜드워크 도시를 방문했다.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되다니.’
랜드워크 도시로 진입한 데미안 학센은 잠시 추억에 젖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도르고의 명령에 의해서 랜드워크 도시 역시 자신의 손으로 무너트렸다.
그날, 언데드들에게 학살당하며 사람들이 내지르던 비명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했다.
“도련님?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빅터가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별일 아니다.”
“별일 아니긴요. 역시 거 술집에 다시 찾아가려니 무서우신 거 아닙니까?”
빅터의 말에 데미안 학센은 인상을 썼다.
지금 이게 뭔 개소리냐는 표정이었다.
“이해합니다. 거기 경호원들이 보통 사납습니까요. 거기다 ‘검은뱀’ 소속이라 무서운 게 없잖습니까.”
“검은뱀? 그게 뭐지?”
“아이고, 도련님. 또 왜 그러십니까. 지금 랜드워크 도시에서 가장 잘나가고 있는 조직 이름이잖아요.”
“아아…….”
듣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이 시기에 굉장히 유명했던 조직이 하나 있었다.
신생조직 주제에 단기간에 랜드워크 도시의 조직들을 모조리 흡수해서 암흑가의 지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그 세력이 더욱 강대해져서 랜드워크 도시를 쥐락펴락할 정도였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이 용병으로 일할 당시에는 이미 망한 지 오래였다.
랜드워크 도시를 찾아온 기사에 의해서 모조리 참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검은뱀 소속이라 그렇게 막 나갈 수 있었던 것이군.”
랜드워크는 상인들이 중심이 되는 도시다.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으로 귀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귀족의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당에 ‘검은뱀’이라는 배경까지 업고 있으니 학센 자작가 같이 영세한 귀족을 우습게 본 것이리라.
“안내해라.”
“예? 어, 어딜 말씀이십니까?”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그 술집이 아니면 내가 어딜 간단 말이냐.”
‘검은뱀’도 까먹었는데. 그 술집까지 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데미안 학센의 말에 빅터의 표정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도, 도련님…… 서, 설마 진짜 거기를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만.”
“저, 저는 틀림없이 시늉만 하실 줄 알았습니다…….”
“거 녀석, 농담도 잘하는구나.”
데미안 학센이 빅터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웃었다.
“이제부터 명심해라. 오늘부터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예? 예?”
“알아들었으면 빨리 앞장서라.”
데미안 학센의 명령에 빅터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 * *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빅터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술집은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나타났다.
“도련님, 진짜 들어가실 겁니까요? 제발 저랑 도련님의 건강을 위해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하시는 게…….”
데미안 학센은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빅터를 바라봤다.
그렇게 싫으면 못 하겠다고 버티면 될 것을 기어코 안내를 마친 뒤에 불평을 늘어놓다니.
정말 미련한 놈이었다.
“정 두려우면 너 먼저 돌아가도 된다.”
“예? 그건 안 될 일이죠! 도련님이 가시는데. 어떻게 제가 도망치겠습니까!”
빅터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그래도 기왕이면 둘 다 도망치는 편이 안 맞고 좋지 않겠습니까요…….”
이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데미안 학센은 실소를 흘렸다. 정말이지 재미있는 놈이다.
“걱정 말고 따라와라.”
데미안 학센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빅터는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그를 뒤따랐다.
술집의 입구는 두 명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한 놈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다른 놈은 과도로 사과껍질을 깎고 있었다.
“응?”
담배를 피우던 경호원이 데미안 학센을 발견했다. 안타깝게도 대머리였다.
대머리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옆에 있던 다른 경호원을 불렀다.
“야, 저 새끼 그 새끼 아니냐?”
옆에 있던 경호원은 사과를 깎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이쪽은 대머리와 달리 머리숱이 수북했다.
“저번에 얻어터지고 도망친 그 병신 귀족 아니냐고.”
“맞는 거 같은데. 무슨 배짱으로 얼굴을 내밀었지? 또 오면 죽여 버린다고 했는데.”
두 경호원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데미안 학센은 문 앞에 도착했다.
“이보쇼. 귀족 나으리. 여기는 또 왜 온 거요? 그날 우리가 경고했을 텐데. 두 번 다시는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수북이가 과도로 사과 모퉁이를 큼직하게 잘라서 입에 넣었다.
우걱우걱 사과를 씹으며 물었다.
“아니면 뭐, 혹시 복수라도 하려고 오셨나?”
“눈치가 좋구나. 과연 입구를 지킬만한 인재야.”
“뭐라고?”
“네 말대로 복수하려고 왔다.”
수북이가 두 눈을 연신 깜빡거렸다.
그러다 대머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야,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한 거냐?”
“복수하려고 왔다는데?”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네?”
수북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꼴에 귀족이라고 우리 같은 천민한테 얻어터진 게 자존심이 상했나 보지?”
수북이가 먹다 만 사과를 바닥에 던졌다.
사과즙이 묻은 손바닥으로 데미안 학센의 뺨을 톡톡 두드렸다.
“어디 얼굴도 몇 대 쳐 줘? 어금니 몇 개 부러지면 정신을 차리려나?”
그것도 모자라서 손가락으로 볼을 꼬집고 흔들기까지 했다.
“혹시 착각할까 봐 말해 주는데. 학센 자작가처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가문은 이 도시에서 아무 힘도 못 써. 우리가 댁을 여기서 죽여도…….”
데미안 학센은 수북이를 말없이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과도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적당하군.”
“뭐?”
대뜸 데미안 학센이 수북이 손에서 과도를 쑥 뽑아냈다.
“무기를 안 가져왔으니 잠깐 빌리도록 하마.”
“이, 이 새끼가 미쳤나!”
수북이가 당황해서 과도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 학센이 과도를 휘둘렀다.
횡으로 그어진 과도가 수북이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갗이 갈라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수북이는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피를 뿜어대며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커, 커억!”
과일이나 깎는 무딘 칼에 사람의 목이 종잇장처럼 잘려 나갔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대머리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뭐, 뭐야!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데미안 학센이 싸운 적들 중에 살망귀(殺忙鬼)라 불리는 마스터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무기술이 아니라 살인술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살망귀가 오른 경지는 ‘겁살검(劫煞劍)’으로 사람의 몸을 물처럼 베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겁살검 덕분에 살망귀는 무딘 목검을 가지고도 사람의 몸을 쑹덩쑹덩 썰어 댈 수 있었다.
유명한 악인이었기에 도르고가 포섭하려 했으나 일이 틀어져서 데미안 학센과 싸우게 되었다.
데미안 학센은 30분을 겨룬 끝에 살망귀의 모든 기술과 경지를 흡수하고 승리를 거뒀다.
“가, 감히 검은뱀을 건드려?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아까 못 들었나? 복수하러 왔다니까?”
“이 개새끼가!”
대머리가 주먹을 움켜쥔 채 달려들었다.
데미안 학센은 무감정한 눈동자로 대머리의 움직임을 읽어 내려갔다.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주먹을 상체를 틀어서 피했다.
그와 동시에 과도를 위로 쳐 올렸다.
과도가 대머리의 손목을 스치며 지나갔다.
대충 휘둘렀음에도 손목이 툭 절단되었다.
“끄악!”
대머리가 손목을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다.
데미안은 대머리의 관자에 과도를 박아 넣었다.
대머리의 눈동자가 뒤집히며 옆으로 쓰러졌다.
덕분에 과도가 저절로 뽑혀 나왔다.
“후우.”
데미안 학센이 심호흡을 했다.
잠깐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 호흡이 거칠어졌다.
‘역시 이 몸은 너무 약해.’
근육은 전혀 발달되어 있지 않다. 심폐지구력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렇다고 마나연공법을 익힌 것도 아니다.
‘이래서야 전생의 경지를 구현하기는 힘들겠군.’
돌아가면 우선 체력단련부터 해야겠다.
데미안 학센이 계획을 정하고 있을 때였다.
“도, 도련님!”
빅터가 놀라서 달려왔다. 빅터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 대체 언제 이런 검술을…… 아, 아니 그보다 굳이 죽이셔야 했습니까요?”
빅터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물음이었다.
데미안 학센과 이 둘의 실력 차이는 극명했다.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음에도 죽이는 것은 너무 과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 죽였냐고?”
아무리 가문의 권세가 약하다 한들 데미안 학센은 귀족이다.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천민들에게 얻어맞았다는 오명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씻을 수 없다.
“나와 우리 가문의 명예를 되찾아야 할 게 아니냐.”
방법이 있다면 치욕을 몇 배로 되갚는 것뿐이다.
가령 상대방을 모두 죽여 버린다던가 말이다.
따지고 보면 피해자는 데미안 학센이다.
그가 술집에서 난동을 피운 이유는 말도 안 되는 바가지 때문이었으니까.
분명 데미안 학센을 우습게 보고 그딴 짓을 벌였으리라.
“무서우면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된다.”
빅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그래도 제가 도련님의 등이라도 지켜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대답에 데미안 학센은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미련한 놈이었다.
“좋은 마음가짐이로군.”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은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술집의 내부는 무척 넓었다.
중앙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무희들이 춤을 추기 위한 무대가 있었다.
손님들은 그 주변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환호하는 중이었다.
‘그래, 나는 이런 장소를 좋아했지.’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철없던 시절의 기억이라 부끄러움이 앞섰다.
‘나도 진짜 어쩌자고 이딴 곳에 다녔는지…….’
데미안 학센이 속으로 한탄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악!”
“꺄악!”
피가 묻어 있는 데미안 학센을 발견한 여자 종업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경호원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씨발, 대체 무슨 일이야?”
“어, 저 새끼 뭐야? 칼 들고 있잖아?”
경호원 한 명이 데미안 학센에게 다가왔다.
제법 험한 인생을 살아 왔는지 얼굴에 온통 흉터가 가득한 남자였다.
“이봐, 어디서 온 놈이냐. 왜 남의 사업장에 와서 깽판을 피우고 지랄이야.”
“날 알아보겠나?”
“몰라 이 새끼야. 닥치고 어디서 온 놈인지나 말해!”
아무래도 문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이 특별했나 보다.
하긴 경호원을 맡기에는 지나치게 눈치가 좋다 싶었다.
“잔챙이들에게는 볼일 없다. 사장 나오라고 해라.”
진짜로 사장이 나오길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눈앞의 남자를 도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미친 새끼를 봤나!”
화를 참지 못한 남자가 데미안 학센의 멱살을 움켜쥐려고 했다.
그보다 먼저 데미안 학센의 과도가 움직였다.
물 흐르듯이 휘둘러진 과도가 남자의 두 손목을 절단했다.
“……어?”
사람의 손목이라는 게 이토록 쉽게 절단되는 거였던가?
남자가 당황한 사이, 데미안 학센이 남자를 스치며 지나갔다. 동시에 목을 베였다.
동맥과 정맥이 절단되며 피가 치솟았다. 지독한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졌다.
“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 모습에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경악했다. 경호원들은 잔뜩 겁을 먹었다.
“다시 말하겠다.”
그들을 향해 데미안 학센이 말했다
“사장 나와.”
경호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곧이어 다들 품에서 단검을 빼들었다.
“이 개새끼가!”
“죽여 버려!”
십수 명의 경호원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데미안 학센은 짧게 혀를 찼다.
“불나방들이 따로 없군.”
데미안 학센의 손이 움직였다.
그가 과도를 휘두를 때마다 경호원들의 목이 베였다.
“컥! 커억!”
“끄어억!”
성인 남성들이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경호원이 시체로 변했다.
“후우.”
데미안 학센은 거칠어진 숨을 진정시켰다. 역시 체력이 부족했다.
“도, 도련님! 여, 여기 이걸 쓰세요!”
어느새 빅터가 경호원들이 들고 있던 단검을 가지고 왔다.
데미안 학센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놀라운 적응력이었다.
“고맙기는 하지만 필요 없다.”
“예? 그래도 과도보다는 이게 낫지 않겠습니까?”
과도에 비해서 단검은 조금 더 길고, 폭도 넓었으며, 훨씬 날카로워 보였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딱히 무기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
“잔챙이들을 상대하는데. 뭘 쓰든 똑같지.”
데미안 학센은 술집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가 지나가자마자 숨죽이고 있던 종업원들과 손님들이 쏜살같이 밖으로 도망쳤다.
* * *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경호원들이 달려들었다.
“다 함께 달려들어!”
“방패로 밀어붙여라!”
작정을 했는지. 이들은 나무로 된 방패를 들고 데미안 학센을 막아섰다.
“컥!”
“끄악!”
하지만 별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데미안 학센이 과도를 휘두를 때마다 방패가 절단되고, 목이 베었다.
쾅.
사장실 문을 발로 찼다.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시끄럽군.”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사장용 의자에는 노년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젊은 청년이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서 있었다.
“좀 조용히 들어올 수 없나? 나는 소란스러운 건 딱 질색이란 말일세.”
궁지에 몰린 사람치고는 너무 여유로웠다.
데미안 학센은 의아하게 여기며 노인에게 물었다.
“사장이냐?”
“그래, 이 술집의 사장 안데르센 홈이라고 하네. 자네는 대체 누구인가.”
“데미안 학센.”
“학센? 학센 자작가의 그 얼간이?”
노인, 안데르센 홈의 눈동자가 커졌다.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훑어봤다.
“그 얼간이가 이런 실력자였다고? 아니, 그전에 내 가게를 왜 습격한 거지?”
“며칠 전에 여기서 얻어맞고 쫓겨난 적이 있거든.”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우리 애들한테 얻어맞았다고?”
안데르센은 더더욱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 학센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때는 내가 좀 많이 취해서.”
어차피 납득시키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은 대충 얼버무렸다.
“살려서 보내 줬으면 집에 처박혀서 조용히 있을 것이지. 왜 주제넘게 다시 내 가게를 찾아온 것인가?”
“그 일로 잃은 게 너무 많아서 말이야. 되찾으려고 왔다.”
“잃어? 아, 명예를 말하는 것이군. 그런데 내가 늙어서 그런가 도통 이해가 안 가는구나. 학센 자작가에 잃어버릴 명예 같은 게 있기는 한가?”
노인의 말에 데미안 학센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수하들은 이 일을 내게 보고조차 올리지 않았네. 왜 그런지 아는가? 학센 자작가는 그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야.”
“이거 안 되겠군.”
데미안 학센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와서 머리를 박고 사과하면 살려 주려고 했는데. 팔 한 짝도 받아 가야겠어.”
“하하핫, 어처구니가 없군.”
안데르센 홈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줄곧 가만히 서 있던 청년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테드 님께서 나서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날 사용하는 대가는 비싸다.”
“알고 있습니다. 보스께 이미 설명을 들었습니다.”
안데르센 홈이 서랍에서 작은 가죽 주머니를 꺼내서 내밀었다.
“금화 열 닢입니다.”
“어떻게 해 주면 되지?”
“팔다리만 잘라 주십시오. 그럼 나머지는 제 수하들을 시켜서 뒷간에 처박아 놓겠습니다.”
“알겠다.”
테드가 무미건조하게 말하며 허리춤의 롱소드를 빼들었다.
그 순간, 묵직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데미안 학센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청년을 살폈다.
“보아하니 이런 곳에 고용될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불쾌한 착각은 하지 마라. 나는 검은뱀 소속이다. 보스의 명령으로 이 술집에 대기하는 중이었다.
“검은뱀? 요즘 잘나간다더니 과연 대단하군. 견습기사를 술집 경비병으로 써먹고.”
데미안 학센의 말에 청년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내가 견습기사인 걸 어떻게 알아맞혔지?”
“내가 눈치가 좀 좋거든.”
정식기사가 되려면 훈련생, 견습기사, 준기사, 정식기사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견습기사는 훈련생 바로 다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견습기사가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견습기사만 되어도 맨손으로 사람을 가볍게 때려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제법 괜찮은 상대로군.”
“제법?”
테드가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였다.
“견습기사씩이나 되는 인간이 이딴 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만 봐도 견적이 나오지.”
데미안 학센은 비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재능이 부족해서 준기사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고 쫓겨난 것 같은데. 그런 놈한테는 제법이라는 평가도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까득.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테드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정곡을 찔린 모양이지?”
“우선 그 입부터 찢어 주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드가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