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화
30화 폭로 (3)
가올 하임리히의 행동은 굉장히 신속했다.
즉시 병사들을 데리고 가서 첼시 골드픽시의 사용인들을 체포했다.
그녀의 침실은 물론이고, 도맡았던 사업체, 자주 들렸던 가게까지 모두 낱낱이 살폈다.
그 결과 첼시 골드픽시와 흑마법사의 관계를 알고 있는 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일 수 있었다.
공작은 고문기술자들을 불러들여서 그들을 심문했다.
“마, 맞습니다! 첼시 대공녀님께서는 흑마법사들과 소, 손을 잡으셨습니다!”
“어떻게 만났냐고요? 자, 잘 모릅니다! 체, 첼시 대공녀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데려오셨습니다!”
“흐, 흑마법사들은 첼시 대공녀님의 모든 걸 도왔습니다! 가, 각하께서 시키신 일들까지 전부 다 흑마법사들이 했습니다!”
그들을 통해 알려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우선 첼시 골드픽시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모든 능력과 성과들은 흑마법사들의 도움으로 이루어 낸 가짜였다.
첼시 골드픽시는 흑마법사들의 도움으로 가문 내에서 영향력을 넓혀 나갔던 것이다.
“다, 다른 것도 더 있습니다! 대, 대공녀님께서는 흐, 흑마법사들한테 도움을 받아서 가, 가신들한테 충성을 받아 냈어요!”
“무, 무슨 흑마법인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그냥 향을 들이마시면 대공녀님한테 빠져든다고만 들었어요!”
심지어 첼시 골드픽시는 흑마법을 이용해서 가신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흑마법 때문에 첼시 골드픽시의 편에 선 가신들이 수두룩했다.
그나마 영향력이 큰 가신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공작은 병사들을 보내서 첼시 골드픽시에게 홀린 가신들과 기사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피해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흑마법의 영향을 받고 있기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심문이 계속되던 어느 날.
첼시 골드픽시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 *
첼시 골드픽시가 죽은 날에도 데미안 학센은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마력 결정의 비약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받아들이기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였다. 침실 앞을 서성이고 있는 공작이 보였다.
“각하?”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제야 공작은 데미안이 온 것을 발견했다.
“아, 왔는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네.”
“시종을 시켜서 부르지 그러셨습니까.”
“자네의 훈련을 방해할 수는 없지 않겠나.”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아, 별 건 아니고.”
공작이 팔을 들어 올렸다. 손에 와인병이 쥐어져 있었다.
“자네, 술 좋아하나?”
* * *
공작은 데미안을 데리고 구석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따로 만든 방이라네.”
방 안에는 술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와인, 보드카, 위스키 등등. 없는 걸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잠깐 앉아서 기다리게나. 안줏거리를 내올 테니.”
그리 말하며 공작은 찬장에서 치즈덩어리를 꺼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치즈를 썰어서 그릇에 담아왔다.
“블랑코 지방의 엔젤릭 치즈에는 이 와인이 잘 어울리지.”
공작은 데미안의 앞에 놓인 유리잔에 와인을 따랐다. 붉은 액체가 졸졸 흘렀다.
“한번 마셔 보게나.”
데미안은 유리잔을 입에 넣었다. 짙은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좋은 술이군요.”
“하하핫, 알아봐 주니 고맙군. 그리 비싼 술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네.”
공작도 술잔을 기울였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았는데 술잔이 비었다.
“크, 좋군. 좋아.”
그런 뒤, 공작은 자신이 썰어온 치즈를 입에 넣었다.
“결국 교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네.”
불쑥 공작이 말했다.
데미안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교단을 부르게 되면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작처럼 자존심 강한 사람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일 터였다.
“결정을 너무 빨리 내리신 거 아닙니까?
데미안도 치즈 조각 하나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항상 자신만만했던 공작이 이렇게 순순히 교단을 부르는 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사실은 흑마법사들을 모두 놓쳤다네.”
공작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골드픽시의 측근들은 모두 잡았는데. 그중 흑마법사는 단 한 명도 없더군.”
“정말입니까?”
“그래, 나도 믿기지 않지만 정말일세. 심지어 흑마법사들의 이름조차 알아내지 못했어.”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흑마법사를 놓친 게 못내 수치스러운 모양이었다.
“흑마법사들 따위야 두렵지 않네. 본인을 따르는 기사들은 강건하니까. 하지만 그들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지 않나?”
흑마법사의 가장 무서운 점은 무력이 아니다.
흑마법을 이용해서 벌이는 온갖 음험한 계략이 무서운 것이었다.
만약 어둠 속에 숨은 채로 전염병의 저주를 내린다면 공작가의 영지민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를 상대하려면 교단을 부르는 게 제일이지. 그래서 교단에게 맡길 생각이라네.”
“첼시 골드픽시가 흑마법사들의 정체를 실토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럴 기회가 없었네. 그 아이는 첫날에 죽었거든.”
데미안은 치즈를 씹던 것을 잠시 멈추고 공작을 쳐다봤다.
첼시 골드픽시가 잡혀간 지 벌써 5일이 넘었다. 그리고 사망 소식이 들려온 게 오늘이다.
그런데 첫날이라니?
“병사들에게 체포가 된 첫날에 스스로 혀를 씹어서 목숨을 끊었다네.”
“그럼 여태 숨기시다 이제 와서 밝히신 겁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첼시 골드픽시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가는 관련자들이 다 도망칠 게 아닌가. 그래서 비밀로 했다네.”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친자식이 죽었는데. 이렇게 냉정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첼시 골드픽시는 죽고, 흑마법사는 다 놓치고, 누군지도 알아내지 못했고…… 체면이 말이 아니야.”
공작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은 공작을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렇게 보이나? 이거 부끄럽군.”
공작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동자 밑에 떠오른 피로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첼시 골드픽시의 어머니는 천민이었다네.”
그러다 문득 공작이 입을 열었다.
“젊은 시절, 기사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시골 마을에 묶게 되었지. 그러다 그 아이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어.”
귀족이 하룻밤 상대로 평민을 찾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 결말도 뻔했다.
“그 여자는 곧바로 첼시를 임신했지. 하지만 젊은 시절의 나는 평민 따위가 내 핏줄을 임신했다는 사실이 불쾌하기만 했다네. 그래서 날 찾아온 그 여자를 내쳤지.”
과거를 이야기하는 공작의 얼굴은 지극히 무감정했다.
후회도, 회한도,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문득 내가 버렸던 그 아이의 행방이 궁금해지더군.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해 보니 그 어머니는 역병으로 죽고 그 아이만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네.”
공작은 혼자 살아가고 있던 첼시 골드픽시를 데려왔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마 공작 자신도 모를 듯했다.
“첼시는 그리 영민하지 못한 아이였다네. 오랫동안 천민으로 살아온 것을 감안해도 그리 명석하지 못했지. 리더십은 갖추고 있었지만 능력이 부족했어.”
무능력한 리더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는 법.
그래서 공작은 첼시 골드픽시를 크게 기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가 귀족 영애로서 평범하게 살다가 죽기를 바랐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아이가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가신들을 시험하길 좋아했던 것처럼 공작은 자식들을 시험하길 즐겼다.
그리고 첼시 골드픽시는 공작이 내건 시험들을 모두 훌륭하게 완수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아이의 능력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험들이었거든. 의심스러웠지만 딱히 증거를 찾을 수 없었지.”
그래서 공작은 첼시 골드픽시에게 대공녀라는 자리를 하사했다.
공작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한 것이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설마 흑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았을 줄이야…….”
공작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분수에 맞게 적당히 살아갔으면 좋았을 것을.”
공작은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데미안은 오랫동안 공작의 옆자리를 지켰다.
* * *
공작은 와인을 세 병이나 비우고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데미안은 시종들을 불러서 공작을 옮기도록 했다.
그리고 본인은 침실로 돌아왔다.
‘역시 한 명도 잡지 못했군.’
침실로 돌아온 데미안은 의자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겼다.
공작에게는 숨겼지만 데미안 학센은 흑마법사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유란.
그게 첼시 골드픽시와 손을 잡은 흑마법사들의 정체였다.
‘소문대로 굉장히 철저한 놈들이야. 자신들의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않았어.’
공작은 첼시 골드픽시가 자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데미안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저주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이다.
유란에서 첼시 골드픽시를 살려 둘 리가 없으니 말이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미리 저주를 걸어 놨겠지. 역시 첼시 골드픽시는 유란의 장기말일 뿐이었나.’
공작은 첼시 골드픽시가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의 생각은 달랐다.
유란처럼 위험한 흑마법사들이 첼시 골드픽시와 손을 잡을 리가 없다.
분명히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 공작가를 집어삼키려는 계획이었겠지.’
첼시 골드픽시를 차기 공작으로 내세우고, 이후에는 공작가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어떤 계획이었건 간에 데미안 학센에 의해서 유란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아마 멀리 도망치지는 않았을 거다.’
일반적인 흑마법사였다면 정체가 들통나자마자 먼 지역으로 피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유란이 아직 공작가 근처에 머물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분명히 근처에서 날 죽일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
데미안 학센은 유란의 간부인 아기토를 죽이고 교단에 그 목을 넘겼다.
그것도 모자라 공작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란의 계략을 박살 내 버렸다.
유란에서는 분명히 데미안을 죽이려 들 것이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흑마법사들처럼 은원에 철저한 놈들도 없지.’
데미안은 아크리치 도르고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덕분에 흑마법사라는 종자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은원에 철저했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흑마법사들은 사방에 적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끼리 뭉칠 수밖에 없었다.
동질감과 소속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은원에 철저해지는 것이다.
은혜를 받으면 반드시 갚는다.
원한이 생기면 반드시 복수한다.
그게 흑마법사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공작에게 비밀로 한 건 미안하지만…… 놈들을 끌어내려면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이 유란의 존재를 감춘 이유는 그들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공작가가 아무것도 모를수록 빈틈은 많아진다. 유란의 앞에 뿌려지는 미끼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역겨운 자식들. 모조리 내 손으로 쳐 죽여 주마.’
데미안은 흑마법사가 증오스러웠다.
유란의 이름을 듣자마자 살심이 마구 솟아날 정도였다.
직접 처단하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든지 와라.’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데미안은 눈동자를 빛냈다.
* * *
“젠장! 젠장! 젠자아앙!”
외성의 어두운 복도.
한 남성이 술병을 쥔 채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에른스트 호위츠.
공작가의 미들클래스 기사였다.
최근에 공작가 전체를 휩쓸었던 심문에서 에른스트 호위츠는 간단한 심문만 받았다.
그는 첼시 골드픽시가 흑마법사들과 결탁했다는 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른스트 호위츠는 그 사실을 기뻐할 수 없었다.
“이런 멍청한 자식! 이런 개자식!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지! 그분을 지켰어야지!”
오늘 오후, 에른스트 호위츠는 첼시 골드픽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에른스트 호위츠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아악! 으아아악!”
에른스트 호위츠는 주먹으로 마구 가슴을 후려쳤다. 그래도 좀처럼 죄책감이 가시질 않았다.
“첼시 대공녀님…….”
에른스트 호위츠는 길바닥에 주저앉은 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소녀.
그게 에른스트 호위츠가 받은 첫인상이었다.
그 밝은 모습이 인상 깊어 자주 그녀를 지켜보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에른스트 호위츠는 첼시 골드픽시에게 분에 넘치는 감정을 품게 되었다.
그녀를 사모하게 된 것이다.
“아으…… 으아아…….”
에른스트 호위츠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릴 때였다.
“에른스트 호위츠 님, 여기 계셨군요.”
어둠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고개를 들었다.
“레, 레베카?”
눈앞에 있는 여성은 첼시 골드픽시를 바로 옆에서 모시던 측근 레베카였다.
“네, 네년……!”
에른스트 호위츠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마력을 일으켜서 술기운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레베카는 첼시 골드픽시가 붙잡히자마자 모습을 감췄다.
첼시 골드픽시에게 협력했던 흑마법사 중 한 명이라는 뜻이었다.
“네년…… 네년 때문에 첼시 대공녀님께서…… 이 악마랑 붙어먹은 흑마법사 따위가!”
에른스트 호위츠가 그녀의 목을 움켜잡으려 했다.
그 직전, 레베카가 말했다.
“에른스트 경, 저희는 공작에게 복수를 하고자 합니다.”
그 말에 에른스트 호위츠의 손이 멈췄다.
“그게…… 무슨 소리냐.”
“소식을 들으셨겠죠. 첼시 대공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공작가에서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원인이야 뻔합니다.”
레베카가 한 번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심문을 받는 도중에 사망하신 겁니다.”
에른스트 호위츠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어졌다.
에른스트 호위츠가 알고 있는 공작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가문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자기 혈육도 기꺼이 버릴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희만으로는 첼시 대공녀님의 복수를 할 수 없습니다. 에른스트 경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에른스트 호위츠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되겠느냐.”
레베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 *
레베카의 설명이 끝난 뒤, 에른스트 호위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레베카는 홀로 남겨진 채 에른스트 호위츠가 떠나간 방향을 바라봤다.
“다행히 잘 설득한 모양이군.”
골목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첼시 골드픽시가 머스탱 퓨리라고 부르던 남자였다.
첼시 골드픽시를 대할 때는 말도 더듬고, 소심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머스탱 퓨리는 서릿발처럼 싸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첼시 골드픽시의 이름이 이렇게 잘 먹힐 줄은 몰랐군.”
“사랑은 남자를 강하게 만든다잖아요?”
레베카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멍청하기도 해라. 진짜로 첼시 골드픽시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저렇게 열을 내는 모습이라니.”
첼시 골드픽시는 심문 도중에 죽은 게 아니었다.
유란에서 걸어 놓은 저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
“그래도 대장, 저는 영 탐탁지 않아요. 정말 데미안 학센을 죽여야겠어요?”
“그럼 이대로 가만히 참고 있으란 말이냐? 그놈은 아기토를 죽인 것도 모자라서 우리의 대의를 방해했다.
머스탱 퓨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공작가를 지배한 뒤에 애플 왕국에 혼란을 초래하라는 것은 ‘그분’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대의였다. 그걸 방해받았어. 그런데 어떻게 참으란 말이냐.”
머스탱 퓨리가 까득 이를 갈았다.
“데미안 학센과 공작가는 우리의 정체를 모른다. 이걸 이용하면 그놈을 죽일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메스탱 퓨리의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
“반드시 데미안 학센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