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0화(30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0화
300화 양동작전 (1)
날이 밝자 제국제일검은 무장을 갖추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흠.”
제국제일검은 손으로 턱을 괸 채, 성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썩은 내를 풍기는 언데드들이 성벽을 긁으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에오스, 지금이라도 데미안 학센과 역할을 바꾸도록 해라.”
총사령관 스린더가 벌레 씹은 얼굴로 말했다. 제국제일검은 그런 스린더에게 물었다.
“비가 올 것 같지 않습니까?”
그 말에 스린더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렇게 화창한데 비는 무슨 비란 말인가.”
“오늘은 폭우가 쏟아질 것 같으니 작전을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제국제일검은 품속에서 자두만 한 크기의 열매를 꺼냈다. 특이하게도 열매는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은색 열매는 세계수의 가지에서 맺히는 과실이었다. 무척 귀한 물건이지만 오늘을 위해서 밀레느가 내어 주었다.
“총사령관, 제가 없는 동안 언데드들이 성을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잘 막아 주시기 바랍니다.”
“……네놈은 정말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군.”
스린더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이곳은 내게 맡기고 마음대로 날뛰어라.”
제국제일검은 목례를 한 뒤, 세계수의 과실을 한 입 깨물었다.
맛은 달지 않고 상큼했다. 제국제일검은 과실을 모두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겼다.
곧이어 제국제일검은 감각을 넓혔다. 이내 동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레오스, 거기에 있구나.”
제국제일검은 성벽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언데드 군단의 한복판에 착지했다.
-키에에엑!
-크아아악!
제국제일검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언데드들이 즉시 달려들었다.
썩어 가는 육체지만 얕잡아볼 수 없었다. 모두 강대한 몬스터만 선별하여 되살려 놓은 것들이었으니까.
언데드들이 달려들고 있음에도 제국제일검은 검을 뽑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감을 뿐이었다.
두 눈을 감고 있음에도 제국제일검의 머릿속에는 주변의 풍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등지고 있는 엘프헤임의 왕성.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언데드들.
제국제일검은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조금 섞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언데드들이 토막토막 나뉘어지는 풍경을 떠올렸다.
제국제일검의 심상이 명확해진 순간, 언데드들의 몸 곳곳에 선이 그어졌다.
곧이어 언데드들의 조각이 되어 무너졌다. 제국제일검을 중심으로 넓은 공동이 생겨났다.
심검(心劍).
제국제일검이 깨달은 경지의 이름이었다.
심검을 깨달은 이후, 제국제일검은 자신의 심상을 현실로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동생을 만나러 가 볼까.”
제국제일검이 땅을 박차며 넓게 생긴 길을 따라서 이동했다.
남아 있는 언데드들이 제국제일검의 앞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모두 고기 토막으로 변할 뿐이었다.
한참 동안 이동하던 제국제일검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반갑다는 얼굴로 말했다.
“레오스, 어젯밤에는 좋은 꿈을 꿨느냐.”
천막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서 만염의 지배자는 한껏 인상을 쓴 채 제국제일검을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날 죽이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군.”
“형이 되어서 어찌 동생을 죽이겠느냐.”
제국제일검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저 몇 대 때려 줄 생각이다. 그다음에 제국의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게 해 주마.”
“개소리는 그만하라고 했지!”
만염의 지배자는 두 눈을 치켜뜨며 분노를 토해 냈다.
“난 형님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저 귀쟁이 편을 들 수 있는 거지? 저 개자식들이 어머니를 어떻게 대했는데! 우리 두 형제한테 어떤 모독을 줬는데!”
만염의 지배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더욱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우리 형제한테 짐승이랑 붙어먹고 낳은 더러운 핏덩이라고 했다! 더러운 흉물 취급했단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왜 귀쟁이들을 지키려고 하는 거지?”
“…….”
“뭐라고 말 좀 해 보란 말이다!”
“어머니께서는 엘프헤임을 사랑하셨다.”
굳게 닫혀 있던 제국제일검의 입이 열렸다.
“그러니 나도 엘프헤임을 지키려는 거다. 그게 어머니의 뜻일 테니.”
“……역시 형님이랑은 말이 통하지 않는군.”
만염의 지배자의 발밑에서 검붉은 화염이 치솟았다.
이윽고 화염은 거한의 모습으로 변했다. 전신에 말뚝이 박힌 거한은 반쯤 죽은 눈동자로 제국제일검을 바라봤다.
“날 막겠다면 형님이라 해도 용서하지 않겠다.”
“안타깝구나. 난 널 용서할 생각인데.”
“어이가 없군. 그렇게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닐 텐데.”
만염의 지배자가 위를 가리켰다. 그러자 흘러가던 구름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칠흑 같은 생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미녀.
판데모니엄의 수장 헬라 폴른이었다.
“에오스, 오랜만이구나.”
“헬라, 외모는 여전하군.”
“어머, 그런 말을 하면 내가 기뻐할 줄 아니?”
말과 달리 헬라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렇게 너와 마주 보고 있으니 그날 밤이 떠오르는구나.”
“그날도 당신은 아름다웠지.”
“어머, 어머, 자꾸 그러면 부끄럽잖니. 너도 굉장히 늠름했단다.”
헬라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제국제일검도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살짝 돌렸다.
오직 만염의 지배자만이 못마땅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누가 보면 아직도 사귀는 사이인 줄 알겠소.”
“아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구나.”
“동생을 미처 배려하지 못했군. 미안하게 됐다.”
두 사람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염의 지배자는 인상을 확 구겼다.
“……헬라, 설마 이제 와서 마음이 바뀐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느냐. 추억을 떠올릴수록 에오스의 머리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도 커지고 있단다.”
헬라가 탐욕으로 가득한 눈동자로 제국제일검을 바라봤다.
“에오스, 우리 둘을 상대할 수 있겠니?”
헬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국제일검은 검을 빼들며 말했다.
“당연하지. 난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왔다.”
제국제일검의 이마에 초록빛 문양이 떠올랐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그의 몸에 휘감겼다.
“이곳에 오기 전, 세계수의 열매를 먹었다.”
세계수의 열매를 섭취한 사람은 대량의 마력과 신체능력의 상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국제일검은 그런 것들을 노리고 열매를 먹은 게 아니었다.
“반대로 묻지. 세계수의 지원을 받는 날 고작 두 명에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나?”
* * *
제국제일검이 움직이자마자 데미안은 엘프들과 함께 이동했다.
언데드 군단이 제국제일검에게 몰려든 덕분에 비교적 순탄하게 판데모니엄의 은신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 판데모니엄의 본진이 숨겨져 있다.”
마타가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겉보기에는 녹림이 우거진 숲이었다.
“기다려라.”
이번에는 하타가 품에서 커다란 나뭇잎을 꺼냈다. 특이하게도 나뭇잎은 은색을 띠고 있었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데미안은 저 나뭇잎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세계수의 잎.
마력의 흐름을 원래대로 되돌림으로써 마법을 해제하는 효능을 가진 물건이었다.
하타는 두 손으로 나뭇잎을 비볐다. 그러자 나뭇잎이 바스라지며 은색 가루가 흩날렸다.
은색 가루는 공기를 통해서 흩어졌다. 그러자 숲을 뒤덮고 있는 환영 마법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숲의 풍경이 완전히 사라진 대신 황량한 벌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는 모조리 뽑힌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렇게 텅 비어 버린 벌판에 호수처럼 넓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이 얼마나 깊던지 지반을 통째로 도려낸 것 같았다.
“……감히 우리의 섬에 이런 짓을 하다니.”
마타가 분노로 몸을 떨었다. 다른 엘프들도 울분에 찬 눈빛으로 구멍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키에에엑!
-크아아악!
이상 현상을 감지한 언데드들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얼핏 봐도 평범한 언데드들이 아니었다. 시체를 이리저리 끼워서 완성 시킨 플레시 골렘이었다.
데미안은 언데드를 처리하기 위해서 검을 뽑았다. 그러자 엘프들이 만류했다.
“데미안 학센, 저 아래에는 뭐가 있을지 모른다. 너는 힘을 아끼도록 해라.”
“저놈들은 우리가 맡겠다. 다들 정령을 소환해라!”
마타와 하타가 정령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엘프들은 즉시 정령을 소환했다. 형형색색의 정령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곰부터 토끼까지 크기와 형체가 다양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최상급 정령이라는 것.
-키에엑!
-끄에에엑!
플레시 골렘들이 엘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령사들도 즉시 정령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뻘건 불길이 언데드들을 모조리 불태웠고 물방울은 탄환이 되어서 언데드들을 관통했다. 뒤이어 칼날 같은 바람이 언데드들을 찢어발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플레시 골렘들이 모조리 파괴되었다.
‘다시 봐도 놀랍군.’
데미안은 정령들의 힘에 속으로 감탄했다.
정령들은 자연재해라 불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생명체였다.
여기에 정령사의 지휘가 더해지면 어지간해서는 막을 수 없었다.
“끝났군. 이제 이동하자.”
-어딜 가려고?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검은 탄환이 가르며 하타에게 쏘아졌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하타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검은 탄환이 하타의 머리를 꿰뚫으려 했다.
그 직전, 데미안이 손을 뻗었다. 검은 탄환을 손바닥으로 막아 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터졌다.
“까, 깜짝이야! 대, 대체 뭐야?”
하타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제야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데, 데미안 학센! 괘, 괜찮은 거야?”
데미안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데미안이 막아 낸 검은 탄환은 오러블레이드의 덩어리였다.
만약 데미안이 막아 내지 못했더라면 하타는 머리가 꿰뚫린 채 죽었으리라.
-그걸 막아? 반응속도가 제법 좋은 놈이로군.
구멍 주변에 세워진 천막 뒤에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성의 생김새는 무척 기묘했다.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원통으로 된 기이한 무기가 붙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쪽 눈이 기이하리만큼 컸다. 꼭 유리 구슬을 박아놓은 것 같았다.
-다들 나와봐. 엘프만 잔뜩 있어서 심심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는 놈이 있었어.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천막 곳곳에서 다른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이 네 쌍이거나, 눈이 여섯 개거나, 혹은 짐승의 팔다리가 달려 있다거나.
하나 같이 모두 소름 끼치는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인간이 왜 있어?
-바보야. 저건 그거잖아. 데미안 학센! 데미안 학센이 섬에 들어왔다는 소식 못 들었어?
-그분께서 그토록 원하던 인간? 데미안 학센?
-키히힛, 저놈은 내꺼야! 저놈의 시체를 내가 그분께 드릴 거야!
괴인들은 웃거나 울거나 화를 냈다. 마치 정신이상자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엘프들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데미안 학센, 저들은 ‘맹약자’라고 한다. 생긴 건 이상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괴물 중의 괴물이니까.”
“마스터클래스급 실력자들을 개조해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이름난 정령사들은 모두 저놈들의 손에 죽었다.”
두 자매는 즉시 정령왕을 소환했다.
물로 이루어진 뱀과 번개를 두르고 있는 참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령왕? 오랜만에 보네?
-저번에 불의 정령왕을 가진 정령사를 죽인 이후로 처음이지?
정령왕을 보고도 맹약자들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만만하게 보기까지 했다.
-정령왕은 좀 까다로운데.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결국 정령사만 죽이면 끝나니까.
-불의 정령왕을 사용하는 정령사를 죽였을 때처럼 하면 돼.
-적당히 시선을 끌다가 다리가 빠른 놈이 접근해서 목을 따면 그만이야.
정령사가 죽으면 정령도 힘을 잃고 약해진다.
그렇기에 정령사와 싸울 때, 기본 전략은 술사 본인을 노리는 것이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하타는 맹약자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다.
“인간 따위가 우리를 우습게 봐?”
“다가올 틈도 없이 모두 숯검댕이로 만들어 주겠어.”
마타와 하타 자매가 투지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두 자매를 제치고 데미안이 앞으로 나섰다. 자매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 학센, 너는 힘을 보존하라고…….”
“찾았다.”
데미안의 두 눈동자는 오로지 맹약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네놈들이 몸에 남아 있는 흔적…… 도르고의 것이 분명하구나.”
몰라볼 수가 없었다.
데스나이트로 개조되면서 직접 겪어 봤으니까.
그 이후로도 도르고가 누군가를 개조하는 것을 옆에서 지겹도록 지켜봤으니까.
“여기구나. 여기야. 도르고, 그 빌어먹을 개새끼가! 그 쓰레기가 여기에 있어!”
감정이 북받쳤다. 환희와 희열이 앞다투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때였다.
맨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남성이 데미안을 향해서 한쪽 팔을 내밀었다.
손 대신 달려 있던 원통에 마력이 모여들더니 검은 탄환이 발사되었다.
탄환은 데미안의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곧이어 땅에 박히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붉은 화염이 하늘까지 닿았다. 엘프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어디서 감히 도르고 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는 거냐.
남성은 무척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도르고 님은 네놈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분이다. 이 자리에 그분이 없더라도 예의를 갖춰라. 그렇지 않으면…….
별안간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뭐?
남성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다른 괴인들도 허둥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때, 남성의 얼굴에 그림자가 생겼다. 남성은 놀라서 위를 올려다봤다.
하늘에서 내려온 데미안이 남성의 얼굴을 힘껏 밟았다.
남성의 머리가 단숨에 땅에 처박혔다. 그 자리를 중심으로 땅이 완전히 박살 났다.
남성은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멈췄다.
“도르고한테…… 뭘 갖추라고?”
데미안이 괴인들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두 눈동자에서는 분노가 용암처럼 들끓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묻고 있잖냐. 방금 내게 뭘 갖추라고 말했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