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1화(301/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1화
301화 양동작전 (2)
맹약자는 떨리는 눈동자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데미안 학센이 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판데모니엄의 기둥 중 하나라 불리던 슬라를 혼자서 척살했으니까.
그렇기에 내심 데미안 학센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데미안 학센의 실력은 맹약자들의 예측을 한참 뛰어넘은 상태였다.
“왜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지?”
데미안 학센이 재차 물었다. 맹약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대답하지 않겠다면 더 이상 살려 둘 필요가 없겠군.”
데미안 학센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칼날과 검집이 스치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그제야 맹약자들은 정신을 차렸다. 즉시 모든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데미안 학센! 어디서 우릴 얕잡아 보는 것이냐!
-도르고 님을 위해서 이 자리에서 널 죽이겠다!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상대했다가는 자신들이 죽는다. 처음부터 전력을 퍼부어야 했다.
모든 맹약자는 거의 동시에 데미안 학센을 공격했다.
도르고에게 개조 받은 각종 신체에서 다양한 공격이 뿜어져 나왔다. 어느 것 하나 치명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공격이 몸에 닿기 직전,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륜(二輪).”
데미안 학센의 기세가 한순간 증폭되었다. 맹약자들의 기세가 압도될 정도였다.
데미안 학센이 쥐고 있던 장검이 가속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장검이 수십 개로 늘어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장검이 맹약자들의 몸 곳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맹약자들은 공격하다 말고 정지했다. 그리고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찰칵.
데미안 학센은 장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제야 맹약자들의 몸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관절과 힘줄이 모두 잘려 나가고 중요한 장기가 토막 났다. 결정적으로 목이 완전히 절단되었다.
맹약자들의 머리가 땅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뒤이어 몸도 맥없이 쓰러졌다.
살아 있는 맹약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시체로 변해 버렸다.
“…….”
“…….”
뒤에 서 있던 엘프들은 경악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맹약자들은 정령사들의 악몽이라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 반항은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이 순간, 엘프들은 어째서 제국제일검이 데미안을 믿는다고 말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움직이도록 하지.”
데미안이 엘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엘프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 *
“윽, 으으윽…….”
어두운 방 안.
도르고는 책상에 앉은 채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아파……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최근 도르고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약을 먹고, 흑마법을 사용해 봐도 소용없었다. 두통은 저주처럼 따라붙었다.
-뭐 하는 거야?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죽여! 그놈을 죽이란 말이야! 그 녀석이 있으면 다 실패하고 말 거야!
두통이 심해질수록 머릿속에서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며 두통을 한층 강하게 만들었다.
-이 멍청한 놈! 왜 가장 중요한 걸 떠올리지 못하는 거냐! 눈동자가 달려 있으면 뭐 하냐! 가장 큰 위험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도르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악…… 아아악! 끄아아악!”
오늘따라 두통이 한층 더 심했다. 도르고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서 책상에 머리를 쿵쿵 찍었다.
그때, 노크와 함께 거한이 안으로 들어왔다. 4대 마왕 중 장남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앱실론이었다.
-어머니,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앱실론의 보고에 도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침입자? 드디어 제국제일검이 이곳을 발견한 거냐?”
침입자라는 말에도 도르고는 크게 기뻐했다.
“지겹게 정보를 흘린 보람이 있구나! 드디어 그 녀석을 성 밖으로 끄집어냈어! 이제 됐다! 이제 됐어!”
앱실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데미안 학센이 왔습니다.
“데미안 학센? 제국제일검은 뭐 하고?”
-안 그래도 그것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앱실론은 연구실의 한쪽에 있는 대형 거울로 다가갔다.
거울에 마력을 흘려보내자 이곳과는 다른 풍경을 비추었다.
그곳에서는 제국제일검이 헬라 폴른과 만염의 지배자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도르고는 제국제일검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양동작전이로군. 제국제일검이 미끼가 되고 그사이에 데미안 학센으로 이곳을 습격할 계획인 거야.”
도르고는 어깨를 떨며 큭큭 웃음을 흘렸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내 진짜 목적이 뭔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구나.”
엘프헤임의 함락은 부수적인 목표일 뿐이었다. 도르고의 진짜 목적은 제국제일검을 죽이는 것이었다.
도르고는 두통이 경고하는 위험이 바로 제국제일검이라 생각했다.
현재 대륙에서 제국제일검보다 뛰어난 기사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즉, 제국제일검만 죽이면 이 지긋지긋한 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껏 준비해 둔 게 쓸모가 없게 되었다만…… 뭐, 상관없지. 저 괴물 같은 놈이 밖으로 나온 건 똑같으니까.”
제국제일검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도르고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제국제일검의 목숨을 거두러 가자꾸나.”
도르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팡이를 챙기며 걸음을 옮겼다.
“참, 그전에 데미안 학센을 손봐 줘야지. 다른 형제들에게 알려라. 데미안 학센을 처리하라고 말이야.”
그런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마왕 중에서 가장 충직한 이가 앱실론이었기에 도르고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데미안 학센이 이곳으로 오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맹약자들은? 그 녀석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잖아.”
맹약자는 도르고가 눈여겨본 강자들이었다.
도르고는 그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어릴 때부터 많은 투자를 했다.
그리고 강자로 거듭난 그들을 개조시킴으로써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맹약자 둘이면 거악도 죽일 수 있고, 다섯이면 판데모니엄의 기둥들도 상대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불의 정령왕을 다루는 정령사를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맹약자들은 단 일 합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르고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앱실론을 쳐다봤다.
“……맹약자들이 잠시도 버티지 못했다고?”
-그렇습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앱실론이 아니었다면 어디서 헛소리를 하냐고 호통을 쳤으리라.
하지만 다른 마왕들이면 모를까 앱실론은 그런 거짓말을 할 성격이 아니었다.
-현재 데미안 학센의 강함이 측정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저희 형제들이 본체를 꺼내면 죽일 수 있을 테니 큰 말썽거리는 되지 않을 겁니다만…….
문제는 지금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데미안 학센의 실력이 저희의 예상보다 강하다면 전투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제국제일검을 놓칠지도 모릅니다.
으득.
도르고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다시 머릿속 두통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데미안 학센…… 이 핏덩이가…… 사사건건 날 방해해?”
도르고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데미안 학센은 항상 그랬다.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고 망쳤다.
처음에는 언데드 소재로 쓸 만할 것 같아서 관심을 가졌으나 지금은 증오스럽기만 했다.
-어머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앱실론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르고는 뼈만 남은 엄지손가락을 씹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데미안 학센은 포기한다. 마법진만 발동시키고 제국제일검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데미안 학센을 놔주기에는 너무 아깝지.”
도르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함정을 발동시킬 준비를 해라. 제국제일검을 위해서 만든 것이니 그 녀석에게도 효과가 있겠지.”
엘프헤임에서는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판데모니엄의 본거지를 밝혀낸 것은 맞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건 승리가 아니었다. 오직 끔찍한 죽음뿐이었다.
“데미안 학센, 끔찍한 절망을 보여 주마.”
도르고는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 * *
데미안은 엘프들과 함께 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중앙의 커다란 구멍을 중심으로 동굴이 개미굴처럼 퍼져 있었다.
-키에에엑!
-크에에엑!
언데드들이 튀어나와서 일행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귀찮은 놈들.”
데미안이 한 번 칼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모두 시체로 되돌아갔으니까.
“……우리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니야? 데미안은 힘을 아껴야 하잖아.”
마타가 하타에게 물었다. 하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맞는데…… 말할 분위기가 아니잖아.”
데미안의 얼굴은 무표정했으나 엘프들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데미안이 크게 분노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군임에도 쉽게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지금 데미안 학센은 살기를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딱히 힘을 낭비하는 것 같지 않은데.”
두 엘프가 보기에 지금 데미안의 움직임은 무척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위력적이었다. 언데드의 숫자가 얼마나 많건 단칼에 끝냈으니까.
“응?”
그때, 데미안 학센이 영문 모를 소리를 냈다.
“밑바닥에 도착했다.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해라.”
그 말에 마타와 하타는 잡담을 멈췄다. 다른 엘프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미안이 동굴 밖으로 나오자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은 없었다. 대신 하늘이 보였다. 드디어 구멍의 밑바닥에 도착한 것이다.
바닥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전에 판데모니엄의 요새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마법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저 멀리 차원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차원문 너머로 4대 마왕들이 보였다. 그러나 데미안은 4대 마왕이 아닌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누군가가 회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회색 로브를 본 순간, 데미안이 소리쳤다.
“도르고!”
회색 로브가 데미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골 속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안광이 데미안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