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4화(304/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4화
304화 기억 (2)
“……차원문을 열었잖아?”
데미안 학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도르고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기사가 어떻게 차원문을 열었지? 조력자가 있었나? 아니면 유물이라도 사용했나? 어느 쪽이건 놀라운 일이로군.”
데미안 학센이 이곳까지 쫓아온 것은 상정 외의 일이었다.
하지만 딱히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제국제일검도 무력화된 마당에 데미안 학센 혼자서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곳에서 얌전히 파묻혀 죽을 것이지. 굳이 날 쫓아오다니. 이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어…….”
별안간 머릿속에서 두통이 몰려왔다. 지금까지 도르고가 겪었던 두통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다.
“끅, 끄으윽…… 끄아아아악!”
도르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이 고통이 빨리 지나가길 간곡하게 바랐다.
두통과 함께 이상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도르고는 멍한 얼굴로 기억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이 기억은 대체……?”
기억의 양은 점차 늘어났다. 이윽고 도르고는 자신이 전생에 겪었던 모든 기억을 떠올렸다.
“데미안 학센…… 데스나이트…… 일곱 개의 권능…… 기억났다. 드디어 기억났어. 대체 왜 지금까지 이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었던 거지?”
도르고는 천천히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데미안 학센, 나의 충직한 기사여. 설마 이런 식으로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구나.”
“……설마 기억을 되찾은 거냐?”
데미안 학센이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모든 게 기억난다. 나와 네가 어떤 관계인지. 우리 둘이 무슨 일을 했는지.”
데미안 학센을 바라보는 도르고의 눈빛이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차분했던 눈빛이 흔들렸다. 바람을 만난 불처럼 차올랐다.
“감히 언데드 따위가 주인을 죽여?”
도르고가 분노를 담아 고함을 내질렀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천 년을 넘게 준비했던 대계가 너 때문에 모두 망가지고 말았다!”
도르고는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 술식! 과거회귀는 지금 사용할 게 아니었다! 너 따위가 사용해서는 안 됐단 말이다! 아악! 으아아아아악!”
한참을 날뛰던 도르고는 억지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니, 술식이야 다시 준비하면 된다. 이 세상만 내 손에 들어온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술식을 다시 준비하는 건 쉬운 일이야!”
도르고는 다시 데미안 학센을 노려봤다.
“데미안 학센, 이번에야말로 네놈을 완벽한 노예로 만들어주마. 결코 내게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망가트려…….”
“핫.”
별안간 들려온 웃음소리에 도르고의 뒷말이 잘려 나갔다.
도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설마 지금 웃은……”
“하핫, 하하하핫!”
데미안 학센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웃음을 터트렸다.
“도르고가…… 도르고가 기억을 가지고 있어! 나처럼 미래에서 돌아왔어!”
도르고는 데미안 학센이 왜 이렇게 기쁘게 웃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 하하…….”
그러는 동안 데미안의 웃음소리가 천천히 줄어들었다.
데미안이 고개를 내리며 도르고를 응시했다. 두 눈빛에서 환희와 살의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계속 후회하고 있었다. 널 너무 쉽게 죽였다고 말이야.”
데미안에게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 섬뜩한 기운에 도르고는 오한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애, 앱실론!”
공포를 견디지 못한 도르고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데, 데미안 학센을 막아라! 저놈이 나한테 가까이 못 오게 막아!”
4대 마왕들은 즉시 도르고의 앞에 섰다. 장벽이 되어 도르고를 지키려 했다.
그들의 행동에 데미안 학센은 입가를 비틀었다.
“조잡한 모조품들 주제에 날 막겠다는 거냐. 잘됐구나. 안 그래도 줄곧 네놈들을 부수고 싶었거든.”
데미안 학센이 앞으로 튀어 나갈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삼륜(三輪).”
그 직후, 데미안 학센의 몸이 사라졌다.
푸른 섬광이 4대 마왕들을 덮쳤다
* * *
“데미안 학센!”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이는 이오타였다.
이오타는 용의 마력을 불태우며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에야말로 원수를 갚아 주마!”
용의 비늘에 뒤덮인 주먹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들었다.
데미안은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두 주먹이 서로 맞부딪혔다.
이오타의 주먹이 바위라면 데미안의 주먹은 계란으로 보일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계란이 바위를 부순 것이다.
이오타의 주먹이 으스러졌다. 팔뚝의 근육이 터졌다. 검은 피가 흩날렸다.
-크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이오타는 비명을 질렀다. 데미안은 그런 이오타를 봐주지 않았다.
땅을 가볍게 박차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오타의 머리를 그대로 밟았다.
이오타의 머리가 지면에 처박혔다. 충격으로 땅이 박살 났다.
“데미안 학센!”
뒤이어 앱실론이 달려 나왔다. 앱실론은 커다란 철구를 내리쳤다.
데미안은 여명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올라오는 장검과 떨어지는 철구가 서로 부딪혔다.
굉음과 함께 철구가 박살 났다. 쇳조각이 앱실론의 피부 곳곳에 박혔다.
-말도 안…….
데미안은 위로 치켜올린 칼을 그대로 휘둘렀다. 앱실론의 목이 잘려 나가며 피가 터져 나왔다.
데미안은 다시 도르고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때, 하늘 위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위험. 데미안 학센.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함.”
뚱뚱한 체형의 사내.
람다가 흑마법을 발현했다. 마법진에서 붉은 번개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데미안은 번개의 흐름을 모두 읽어 냈다. 쏟아지는 뇌우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돌파했다.
“……인간 맞음?”
그리고 당황한 람다를 베어 냈다. 람다의 몸은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세 명을 쓰러트리자 남은 마왕은 딱 한 명밖에 없었다.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어머니를 해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시타가 진동하는 칼을 크게 휘둘렀다. 소리가 확산되며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발을 들어서 지면을 힘껏 밟았다.
마력과 충격파가 넓게 퍼지며 소리를 날려 버렸다.
“이렇게 쉽게 막아 내……?”
시타는 크게 당황해했다. 데미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돌진했다.
데미안의 몸이 가속하며 시타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타의 복부가 길게 갈라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4대 마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도르고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졌어? 저 아이들은 전생보다 더 강한데? 데미안 학센한테 사용할 재료를 모두 저 아이들한테 투자했는데?”
데미안은 도르고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르고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가, 감히 네놈이…… 또 내게 검을 들이밀어?”
도르고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도르고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소리쳤다.
“넌 내가 만든 언데드야! 내가 없었으면 넌 이렇게 강해질 수 없었어! 그런데 감히 은혜도 몰라보고……!”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거리를 단숨에 좁힌 뒤, 여명으로 도르고의 어깨를 베어냈다.
뼈만 남은 어깨가 힘없이 잘려 나갔다. 단면으로 골수가 보였다.
“……어?”
도르고는 어깨가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지 못했다.
“아아아악!”
도르고는 잘린 부위를 움켜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왜, 왜 아픈 거지? 이, 이 몸은 통각 따위는 없을 텐데?”
뼈만 남은 몸에 신경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도르고는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검술은 특별했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 새로운 검술을 창조해 냈다.
영혼을 베어 낼 수 있는 검술을 말이다.
지금 도르고가 고통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영혼이 잘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많이 고통스러운 모양이군.”
데미안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막상 도르고의 앞에 서니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되도록 빨리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다. 넌 고통 속에서 죽어갈 거니까.”
데미안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도르고가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너는 결국 내게 굴복하게 되어 있어! 그때가 되면 너도! 네 가족들도 모두 죽일…….”
데미안의 눈동자에 분노가 폭발했다.
잘근잘근 죽이겠다는 계획이 머릿속에서 단숨에 지워졌다.
데미안은 도르고의 목을 향해 여명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명은 도르고의 목을 베어 내지 못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장검이 여명을 막아 낸 것이다.
데미안은 검을 따라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헬라 폴른의 모습이 보였다.
“아가, 미안하구나. 나도 이 녀석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단다.”
“저번에 봤을 때, 미리 널 죽여 뒀어야 했는데 실수했군.”
데미안의 목소리는 성난 맹수처럼 낮게 울리고 있었다.
헬라 폴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 날 죽이고 싶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 있단다. 아직 저 아이들이 죽지 않았거든.”
헬라 폴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4대 마왕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왕들의 덩치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변형되었다.
인간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괴물들이 나타났다. 드디어 본체를 꺼낸 것이다.
뒤에는 4대 마왕.
앞에는 판데모니엄의 수장.
샌드위치마냥 강적들에게 포위된 상황임에도 데미안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래, 네놈들을 모두 처리하기 전까지는 도르고를 죽일 수 없다는 거냐?”
“아가, 정확히 알고 있구나. 그런데 그 몸으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헬라 폴른의 말대로 지금 데미안은 권능을 무리하게 사용하느라 체력과 마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마력도 방금 전, 삼륜을 사용하면서 모두 소멸되었다.
“굴욕적이군. 너 같은 쓰레기에게 동정을 받다니 말이야.”
데미안이 가시돋힌 말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죽일 방법을 얼마든지 있으니까.”
데미안이 손목의 팔찌를 풀었다.
팔찌에 담겨 있던 흑마력이 해방되었다.
“……흑마력?”
헬라 폴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기사가 흑마력을 왜 가지고 있는 거지? 하등 쓸모가 없을 텐데?”
“막아!”
그때, 도르고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헬라 폴른은 그 이유를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으라니? 뭘 막으라는…….”
“데미안 학센이 흑마력을 흡수하지 못하게 막으란 말이야!”
도르고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데미안은 허공에 퍼져 나간 흑마력을 모두 끌어모아서 흡수했다.
데미안은 오륜조화공의 운용을 멈췄다.
흑마력과 마력은 서로 다른 힘이었다. 그렇기에 흑마력을 다루기 위해서는 오륜조화공이 아닌 다른 마나연공법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마나연공법을 운용했다.
체내로 흡수된 흑마력이 맹수가 되어서 날뛰기 시작했다. 흉포한 힘이 전신을 가득 채웠다.
이 마나연공법에는 이름이 없었다.
데미안이 바래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도르고의 노예가 되어서 사람들을 죽이며 만들었던 것이었으니까.
무명기공(無名氣功).
데스나이트의 힘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