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5화(305/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5화
305화 과거의 힘 (1)
마력이 정순한 물과 같다면 흑마력은 피와 같았다.
훨씬 농도가 짙고 끈적했기에 흑마력이 몸에 흐르면 이물감이 들었다.
데미안은 그 느낌이 싫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지가 높아질수록 선명하게 느껴졌다.
급기야 데미안은 흑마력에서 이물감이 아닌 다른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집에 애가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없으면 굶어 죽고 말 거예요!
-어머니……! 어머니만큼은 살려 주시오! 제발!
-이 악마같은 놈들!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야! 신께서 너희를 가만히 놔두지 않으실 거다!
흑마력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의 사념까지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 데미안은 흑마력이 싫었다. 되도록 이 힘을 몸으로 흡수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강적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그토록 경멸하던 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무명기공을 멈추지 않았다. 흑마력의 흐름을 가로막지 않았다.
무명기공을 운용할수록 살색이었던 피부가 잿가루처럼 회색으로 물들었다. 푸른빛의 안광이 붉게 물들었다.
곧이어 데미안을 중심으로 어둠이 번졌다.
어둠은 사방으로 퍼지며 지면을 모두 덮었다. 그리고 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그때, 검신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데미안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힘없이 울고 있는 여명이 보였다.
성검인 여명에게 흑마력은 독과 같았다. 데미안은 여명을 아공간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허공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에레보스, 나와라.
문양으로 잠들어 있던 에레보스가 현실로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
헬라 폴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데미안의 기운을 느끼며 전율하고 있었다.
“……도르고,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겠구나.”
헬라 폴른은 도르고를 짊어진 채 뒤로 물러났다. 광속의 속도로 현장을 벗어났다.
데미안은 즉시 헬라 폴른을 뒤쫓으려 했다.
-거기 멈춰라!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데미안과 땅을 뒤덮었다.
어느새 데미안의 뒤에 산처럼 거대한 거인이 서 있었다.
거인의 몸은 온갖 종류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가 있는 한 어머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다!
거인.
아니, 앱실론이 큰 소리로 외쳤다.
데미안은 앱실론의 변화를 보고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륙에는 금속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거인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앱실온은 그 거인의 육체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인의 능력 역시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앱실론의 본체는 지금은 멸종한 거인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지금 당장 네놈을 박살 내 주마!
앱실론의 두 손에서 금속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금속들은 하나로 합쳐지더니 거대한 망치로 변했다.
앱실론이 데미안을 향해서 망치를 내리쳤다. 크기가 너무 거대해서 마치 산봉우리를 휘두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데미안은 피하지 않았다. 막으려 들지도 않았다.
망치가 데미안을 강타했다. 충격으로 인해서 폭발이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폭발이 주변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그러나 데미안은 멀쩡했다. 아니, 멀쩡한 정도를 넘어서 서 있던 자리에서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박살 난 것은 망치 쪽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유리그릇처럼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
-……왜 멀쩡한 거지?
앱실론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앱실론은 모를 것이다. 전생의 데미안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도르고의 개조로 인해서 강대한 육체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개조가 된 데미안의 육체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렇기에 회피가 아닌 방어 위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는 방법에 집중했다.
그 결과 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견고한 호신강기를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네놈을 부술 때까지 휘둘러 주마!
앱실론이 다시 망치를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컸다.
앱실론이 망치를 휘두르기 직전, 데미안이 손을 뻗었다.
바닥에 깔린 어둠이 데미안의 의지에 반응했다. 어둠이 확산되더니 앱실론의 팔다리를 휘감았다.
-크아아악!
앱실론이 고함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어둠을 떨쳐 낼 수 없었다.
데미안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로 흑마력이 모여들었다.
흑마력이 응어리지면서 검은 구체를 만들어 냈다. 데미안은 자신이 만든 구체를 앱실론을 향해 날렸다.
빠르게 날아간 구체가 앱실론의 몸통에 닿았다.
다음 순간, 복부가 사라졌다.
-……!
어느새 앱실론의 몸통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복부와 가슴의 밑부분이 완전히 소실될 정도로 구멍의 크기는 거대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금속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느새 앱실론의 몸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
그때, 위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데미안은 위를 올려봤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검은 드래곤이 보였다.
데미안은 저 드래곤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이오타.
그의 몸은 과거 대륙의 일부분을 지배했다는 악룡 바하무트의 사체를 사용해서 만들어졌다.
이오타가 용의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감히 앱실론을! 너만큼은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이오타가 턱을 크게 벌렸다. 목구멍 속에서 푸른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푸른 불길이 데미안이 서 있는 땅을 완전히 뒤덮었다.
불길에 닿은 사물은 흔적도 없이 타올랐다. 하지만 데미안은 예외였다.
데미안의 발밑에 깔려 있던 어둠들이 불길을 막고 있었다. 불길은 어둠을 뚫지 못하고 막혔다.
-……!
이오타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이오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미적지근한 모양이지? 버틸 수 없게 화력을 더 높여 주마!
이오타가 용의 마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푸른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데미안은 아무렇지 않게 에레보스를 들어 올렸다. 바닥에 깔려 있는 어둠이 에레보스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어둠이 모여들며 불길을 손쉽게 밀어내 버렸다. 대륙의 반을 불태웠다던 악룡의 불길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에 이오타가 경악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이 괴물 같은 놈이……!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참격이 확산되며 하늘을 갈랐다.
길게 뻗어나간 오러블레이드가 이오타의 몸을 갈랐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더 위로 뻗어나갔다.
마치 검은 벽이 하늘을 가로막은 것처럼 보였다.
-컥……!
이오타의 몸이 왼쪽 어깻죽지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갈라졌다.
이오타는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한 채 땅으로 추락했다.
이오타가 추락하는 모습을 확인한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거둬들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데미안이 서 있는 땅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바닥 전체에 붉은 원이 그려졌다. 원은 붉은 전류를 내뱉으며 불길한 소리를 냈다.
데미안은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거대한 해파리가 부유하고 있는 게 보였다.
-데미안 학센. 위험. 반드시 죽여야 함.
람다.
그의 몸은 후작급 악마의 육체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그 후작급 악마는 악마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람다가 발현하는 흑마법은 속도도, 위력도 다른 흑마법사들보다 훨씬 높은 영역에 존재했다.
-소멸 흑마법진임. 데미안 학센. 너의 육체를 분해해 버리겠음.
마법진이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붉은 전류의 양도 크게 늘어났다.
그때, 데미안이 손가락을 들어서 마법진을 가리켰다.
데미안의 흑마력이 마법진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본 람다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마법진을 해제할 생각? 어리석음. 내 흑마법은 완벽함. 침투할 방법은 없…….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법진은 산산이 깨졌다. 내부로 침투한 데미안의 흑마력이 과부화를 일으킨 것이다.
-…….
본체로 변하면서 얼굴은 없어졌지만 람다가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데미안이 이번에는 람다를 가리켰다. 그 순간, 람다의 육체를 뚫고 검은 송곳들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컥!
람다의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람다는 몸에 뚫린 구멍에서 보라색 피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저주……? 어떻게……? 내 몸에 저주를……? 말도 안 됨…….
데미안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에레보스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에레보스를 내려치지는 못했다. 어느새 반투명한 구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데미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수백 개가 넘는 구체가 데미안을 포위하고 있었다.
-……더 이상 형제들에게 손대지 마세요.
구체들 사이로 시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하반신은 뱀으로 변해 있었다. 상체는 인간과 파충류를 반반씩 섞어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앱실론과 마찬가지로 고대에 존재했던 종족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엘더나가.
한때 바다를 지배했던 종족.
소리를 이용해서 바다를 격동시켜 폭풍을 몰고 다녔다던 종족이었다.
-당신을 이기지 못하는 건 알아요. 하지만…….
시타가 손뼉을 쳤다.
구체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갇혀 있던 소리가 해방되며 주변의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것들 역시 데미안의 호신강기를 뚫지는 못했다.
데미안은 소리의 폭풍을 뚫고 시타의 앞에 섰다. 시타는 체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 전 당신을…….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휘둘러 시타의 목을 베려 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섬광이 번쩍였다. 한 줄기의 빛이 데미안을 강타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로 빛을 막았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데미안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시타,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헬라 폴른이 휘두른 검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도르고를 피신시키고 왔단다. 그런데…….”
헬라 폴른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4대 마왕들을 바라봤다.
“……쉽지 않은 상대일 줄은 알았지만 설마 그 짧은 시간에 모두 쓰러졌을 줄은 몰랐구나.”
헬라 폴른이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제 괜찮다. 내가 왔…….”
“가소롭군.”
무감정한 목소리가 헬라 폴른의 말을 갈랐다.
“무슨 자신감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군. 넌 차라리 도망쳤어야 했어.”
“아가, 네가 강하다는 건 알지만…… 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단다.”
헬라 폴른이 흑마력을 일으켰다. 강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데미안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난 하늘 아래 모든 악인의 우두머리요. 그랜드마스터의 위치에 오른 기사요. 빛을 손에 넣은 검사란다.”
헬라 폴른의 검이 오러블레이드로 물들었다.
“방심하다가는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단다.”
헬라 폴른이 땅을 박찼다. 데미안의 목을 향해 광속의 참격을 날리려 했다.
그 순간, 한 자루의 장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헬라 폴른은 당황해하며 검을 막아 냈다. 엄청난 힘이 몸이 뒤로 날아갔다.
뒤로 밀려난 헬라 폴른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정면을 노려봤다.
원래 그녀가 서 있던 장소에 데미안 학센이 서 있었다. 방금 전 참격도 데미안이 날린 것이었다.
“너……”
헬라 폴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광검을…… 내 경지를 네가 사용한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