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6화(306/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6화
306화 과거의 힘 (2)
조금 전, 헬라가 도르고를 어깨에 들춰 맨 채 이동했을 때였다.
광속의 속도를 가진 그녀였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섬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도르고, 저 괴물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냐?”
도르고를 바닥에 내려놓은 헬라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르고는 잘려 나간 어깨를 움켜잡은 채 말했다.
“……내가 만든 언데드 중에서 최고이자 최강인 녀석이다. 저 녀석 덕분에 인간들을 모두 멸망시킬 수 있었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구나.
헬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데미안 학센이 흑마력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엄연히 언데드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게다가 제국과 왕국이 건재한 지금 무슨 인간을 멸망시켰다는 것인가.
“넌 여기서 몸을 추스르고 있어라. 난 가서 데미안 학센을 막고 와야겠구나.”
데미안 학센의 기세에 놀라긴 했지만 헬라는 대륙에 단 세 명밖에 없는 그랜드마스터였다. 이대로 물러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랜드마스터란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자들이었다.
아무리 데미안 학센이 강하다 해도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헬라, 나도 데려가라.”
헬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도르고를 쳐다봤다.
“널 데려가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지금 데미안 학센은 인간의 몸이다. 데스나이트가 아니야. 전생보다 훨씬 약하다. 그러니 지금이 기회야.”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렴.”
“지금이 기회라는 뜻이다! 지금밖에 없어! 아직 데미안 학센이 약할 때! 지금 저 녀석을 생포해야 한다! 그래야 내 대계를 이룰 수 있어!”
도르고가 안광을 번쩍이며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널 데려가는 건 너무 위험하단다.”
“잔말 말고 날 데려가! 지금 당장!”
도르고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 도르고의 모습에서는 정체모를 집착과 광기가 느껴졌다.
헬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로서는 도르고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도르고는 결코 가망성이 없는 이야기를 할 존재가 아니었다.
“……정말 널 데려가면 데미안 학센을 제압할 수 있는 거니?”
“그래! 날 믿어라!”
“좋아. 그럼 널 데려가도록 하마.”
헬라는 도르고를 들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데미안 학센과 검을 맞대게 되었다.
* * *
“재현검.”
데미안이 경악하고 있는 헬라 폴른을 향해 말했다.
“너의 경지는 자신의 심상을 육체로 구현하는 것이지.”
제국제일검과 비슷한 경지였다.
다만, 제국제일검의 경지가 심상 속의 참격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헬라 폴른은 심상을 자신의 몸으로 구현했다.
즉, 상상하는 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 경지를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지……?”
“훔쳐 냈으니까.”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재능이 가파르게 발전했다.
처음에는 적의 허점을 발견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적의 기술을 간파할 수 있게 되었고.
급기야 보는 것만으로 기술과 경지를 훔쳐 낼 수 있는 영역에 도달했다.
그렇기에 데미안의 앞에서 한 번이라도 기술을 선보인 기사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강탈당했다.
그리고 그건 판데모니엄의 암흑기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멸망전쟁 도중에 수많은 암흑기사와 함께 활동했다.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그리고 데미안이 봤던 암흑기사 중에는 헬라 폴른도 있었다.
그랜드마스터답게 그녀의 기술은 데미안조차 분석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문제였다. 데미안의 실시간으로 발전하고 있었고, 헬라 폴른을 관찰할 기회도 널려 있었다.
결국 데미안은 그녀의 경지마저 훔쳐 내는데 성공했다.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게냐.”
헬라 폴른의 얼굴에 서서히 분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의 경지를 훔쳐 냈다고? 헛소리하지 말 거라. 이게 길거리 광대의 잡기술로 보이는 게냐?”
경지란 기사가 평생 동안 갈고닦은 기술의 결정체였다.
기사의 자부심이요,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도둑질’했다고 하니 헬라 폴른으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다만 겨우 한 번 어설프게 흉내 낸 정도로 의기양양해 하지 말거라.”
헬라 폴른의 두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시타, 멀리 물러나거라. 우리 둘의 싸움에 휘말리면 너라도 무사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시타는 즉시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헬라 폴른은 자세를 잡았다.
“데미안, 정신 바짝 차리거라. 아니면 이미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을 테니.”
헬라 폴른의 몸이 사라졌다. 직후, 참격들이 쏟아졌다.
목, 심장, 팔뚝, 오금.
도합 여섯 개의 참격이 데미안의 급소를 노렸다.
분명히 연속으로 휘둘렀음에도 빈틈이 없었다. 동시에 검을 휘두른 것만 같았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데미안의 호신강기가 견고하다 해도 그랜드마스터의 오러블레이드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전생에 경험해 봤기 때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심상을 떠올렸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참격을 어떤 식으로 쳐 내야 할지.
심상이 구체화된 순간, 에레보스가 움직였다.
광속으로 날아온 참격들은 똑같은 속도로 쳐 냈다. 참격이 튕겨져 나간 뒤에야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
얼마나 당황했는지 헬라의 호칭이 달라졌다.
“내 참격을 쳐 냈어?”
“말했잖나.”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훔쳐 냈다고 말이다.”
헬라의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그녀는 즉시 땅바닥을 긁으며 데미안에게 돌진했다.
광속에 도달한 참격들이 데미안 학센의 몸 곳곳을 노렸다.
하지만 그 중에서 데미안 학센에게 도달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똑같은 속도로 날아온 참격에 의해 모조리 막혔기 때문이다.
“말도, 말도 안 돼! 어떻게 네가 내 검을…… 나의 경지를……!”
공격이 막히면 막힐수록 헬라의 분노가 커져 갔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의 공격은 데미안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아아아악!”
헬라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때,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너무 빠른 것도 문제로군. 그렇게 많이 베었는데. 아직도 움직이다니.”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생각…….”
별안간 헬라 폴른의 몸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어?”
헬라 폴른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전신에 자상이 가득했다. 예리하게 갈라진 상처로 피가 흘러 내렸다.
몸의 모든 힘줄이 끊어져 있었다.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대체 언제?
이렇게 많이 베일 동안 헬라 폴른은 자신의 상태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도르고…… 이게 어딜 봐서…… 약해졌다는…… 것이냐…….”
헬라 폴른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한참 떨어진 장소에 있는 제국제일검을 바라봤다.
제국제일검은 언제나 인형처럼 무감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슬픔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한…… 난…… 널 죽이려고…….”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헬라의 목이 쩍 갈라졌다. 그리고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도르고,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데미안은 감각을 넓혔다. 이내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 * *
전투 현장으로 돌아온 도르고는 즉시 마왕들에게 다가갔다.
“애들아! 내가 왔다! 몸은 괜찮…….”
그리고 마왕들의 상태를 보고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도르고의 예상보다 너무 심하게 파괴된 것이다.
-어머니!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타가 도르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왜 돌아오신 거예요? 도망치셨어야죠!
“지금 그걸 따질 때냐? 빨리 날 도와라! 이 녀석들을 복구시켜야겠다!”
도르고는 가장 먼저 앱실론에게 달려갔다. 앱실론은 몸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어머니…….
“그래, 앱실론! 내가 왔다!”
-기억…… 났습니다.
앱실론이 다 죽어 가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엇이 말이냐?”
-어머니께서…… 저희를 만드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군요…….
그 말에 도르고의 손이 잠시 멈췄다.
“설마…… 너도 기억이 난 거냐?”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4대 마왕은 도르고의 영혼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도르고와 이들은 무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또 재회하게 되어…… 기쁩니다…….
“나도 그렇다. 그러니까 치료에 집중하자꾸나.”
-설마 제가…… 데미안 학센과…… 그분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앱실론은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같이 싸울 때는…… 신과 함께하는 것처럼……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적이 되니…… 그보다 두려운 존재는…… 없었습니다…… 그분의 적들은…… 이런 기분을…… 맛봤군요…….
“알겠다. 알겠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내가 지금 당장 너희들을 고쳐 줄 테니까.”
도르고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4대 마왕이 있어야 데미안과 싸울 수 있었다.
헬라가 시간을 끄는 동안 빨리 이 녀석들을 수복시켜야…….
“도르고.”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도르고의 몸이 싸늘하게 굳었다.
도르고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어둠에 휩싸여 있는 데미안 학센이 보였다.
“헬라는……? 그 녀석은 어떻게 된 거냐.”
“죽었지.”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마치 왜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말이다.
“그럴 리가…… 헬라는 그랜드마스터였다…… 데스나이트도 아닌 인간인 네가 이길 수 있을 리가…….”
“나는 헬라의 죽음을 설명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데미안의 몸에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 섬뜩한 기운에 도르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머니, 도망치세요! 여기는 제가……!
시타가 도르고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데미안이 시타의 복부를 걷어찼다. 시타는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며 옆으로 날아갔다.
“시, 시타…… 컥!”
도르고에게 가까이 다가온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내질렀다.
에레보스의 칼끝이 도르고의 흉갑을 부수며 등으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