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7화(307/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7화
307화 과거의 힘 (3)
“크아아악!”
도르고가 비명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그런 도르고를 향해 싸늘하게 뇌까렸다.
“괴롭나? 아직 한참 멀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통해 도르고의 몸에 흑마력을 주입했다.
흑마력은 화염으로 변해 도르고의 전신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아악!”
도르고는 비명을 지르며 에레보스를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도르고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데미안! 아니, 데미안 님……!
앱실론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는 표정이었지만 죽어 가고 있는 탓에 몸을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제발 어머니를 살려 주십시오! 이렇게 빌겠습니다!
앱실론의 부탁에 데미안은 인상을 구겼다.
“왜 내게 존칭을 붙이는 거지?”
-모든 게 기억났습니다! 당신이 전생에 어떤 존재였는지 말입니다!
데미안의 얼굴에 잠시 놀라움이 깃들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기억을 되찾았으면서…… 내게 멈추라는 말을 한다고?”
데미안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 하지만…… 하지만…….
“입 닥쳐.”
데미안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앱실론을 노려봤다. 그 섬뜩한 모습에 앱실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개소리하지 말고 거기서 지켜보고 있어라. 이놈을 죽이고 나면 다음은 너희들 차례니까!”
데미안은 도르고의 손길이 닿은 것들을 남겨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게 언데드가 됐건, 사람이 됐건, 지식이 됐건 상관없었다.
“도르고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모두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리겠다! 단 하나도 남겨놓지 않겠어!”
데미안이 분노를 토해 내며 에레보스를 더욱 깊이 찔러 넣었다.
“끄아아악!”
격통으로 인해서 도르고의 머리와 등이 뒤로 휘었다.
* * *
리치란 자신의 육체로 언데드로 바꾼 흑마법사를 뜻했다.
언데드화 된 육체는 불멸에 가까웠다.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죽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리치는 자신의 영혼을 라이프베슬이라 부르는 마도구에 담아서 숨겨 놓았다.
이 라이프베슬이 있는 한 육체가 완전히 파괴되어도 리치는 죽지 않았다.
그렇기에 도르고는 오랜 세월 동안 죽음이나 공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고통이 무엇인지 까마득했으며, 이제 와서는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아아악!”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도르고는 다 잊은 줄 알았던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실 고통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라이프베슬에 담아뒀던 영혼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위험했다. 이대로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면 도르고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 테니까.
죽음이 목전까지 다가왔기 때문일까.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이 되어 떠올랐다.
-도르고, 날 선택해 줘서 고마워.
화창한 숲속.
폭포가 졸졸 흐르는 그곳에서 푸른 눈동자의 사내가 도르고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미안해. 너는 나 때문에 동족의 배신자가 되고 말았어.
-그러니 이 자리에서 맹세할게. 너만큼은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어.
남성이 도르고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손을 붙잡았다.
당시 도르고는 지금과 달리 해골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건 그 증표야.
피부가 덮여 있는 손가락 위로 나무를 깎아서 만든 반지가 씌워졌다.
그 순간, 도르고는 정신을 차렸다. 현실로 돌아왔다. 끔찍한 고통이 다시 도르고를 괴롭혔다.
“루인……!”
고통 속에서 도르고가 소리쳤다. 도르고의 눈동자에 힘이 돌아왔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도르고가 이를 갈며 에레보스를 움켜잡았다. 에레보스를 뽑아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아직 루인의 복수를 하지 못했는데…… 그이를…… 만나지 못했는데……!”
“억울한 모양이지? 잘됐구나. 내가 느낀 고통을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어서.”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비틀었다. 뼈가 부셔지며 격통이 더욱 심해졌다.
“아아악!”
도르고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두 눈동자가 또 다시 체념으로 물들었다.
그때였다.
-아주 위험해 보이는걸.
귓가에 달갑지 목소리가 들렸다. 도르고의 두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바헬, 네가 어떻게……!’
-너무 놀라지 마. 별 거 아니야. 네 영혼에 말을 걸고 있는 것뿐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너희들은 지옥에 갇혀 있어! 그런데 어떻게……!’
-목소리를 전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그게 아니면 어떻게 추종자들을 만들 수 있겠어?
바헬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잡담을 나눌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는 걸?
바헬이 얄밉게 웃으며 속삭였다.
-도르고, 열쇠를 사용해. 우리를 막고 있는 맹약을 풀어. 그럼 너와 네 자식들을 도와줄 테니까.
‘개수작부리지 마라! 우리가 너희를 추방하느라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데! 이제 와서 너희들을 풀어주란 말이냐?’
-하하핫, ‘우리’라고 했어?
바헬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구원단에 배신당했으면서 아직도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 거지?
‘그건……!’
-그 일로 너는 연인을 잃었지. 그뿐인가? 너도 큰 상처를 입고 말았어.
‘입 닥쳐……!’
-그래서 너는 육체를 포기하고 리치가 되었지. 왜? 구원단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지.
그 말에 도르고는 잊고 있던 감정들을 떠올렸다.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고, 연인을 잃어버렸던 그냘.
그녀가 느꼈던 절망과 분노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도르고, 이대로 네가 죽으면 누가 루인의 복수를 해 주겠어? 복수는커녕 아무도 너희들을 기억해 주지 않을 거야.
악마의 속삭임은 끈적끈적하고 집요했다. 마음의 빈틈을 노리며 스며들었다.
-그럼 인간들은 영원히 구원단만 찬양하겠지. 진정한 영웅은 개죽음을 당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말이야!
어느새 도르고는 고통조차 잊은 채 바헬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 맹약을 풀어. 우리를 해방시켜. 너는 그 방법을 알고 있잖아.
그럼에도 도르고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헬의 말대로 맹약을 푸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런 짓을 벌였다가는 대륙은 다시 괴물들의 땅이 될 것이다.
도르고가 계속 망설이자 바헬이 쐐기를 박았다.
-루인, 미안하다.
바헬 본인의 말투가 아니었다. 지금 바헬은 연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대로 너의 후광에 묻히고 싶지 않아. 역사의 영웅으로, 시초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그때를.
동료들에게 배신당하던 그 순간을.
루인이 목숨을 잃은 그 상황을.
-그러니 사라져다오.
도르고의 안광이 분노로 물들었다.
도르고는 자신도 모르게 아공간을 열었다. 그 속에 있는 열쇠를 움켜잡았다.
찰칵.
열쇠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들어갔다. 도르고는 열쇠를 비틀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 * *
데미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뭐지?”
방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다. 세상을 덮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흐하핫!”
별안간 도르고가 웃음을 터트렸다. 데미안은 인상을 쓴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
“이제…… 이제 다 끝이야! 너도! 나도! 인간들도 모두 끝이다!”
본능이 위험을 경고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움직여서 도르고의 영혼을 완전히 파괴하려 했다.
그 순간, 도르고의 발밑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호신강기를 응집시켜서 공격을 막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에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 탓에 도르고의 몸에 박혀 있던 에레보스가 뽑혀 나왔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도르고를 노려봤다. 정확히는 자신을 공격한 물체를 보고 있었다.
불투명한 사각기둥.
데미안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저건…….
그때, 도르고의 바로 옆에서 차원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한 남성이 튀어나왔다.
인간과 똑같이 생겼으나 딱 하나, 이마에 뿔이 돋아나 있다는 점이 달랐다.
남성의 얼굴을 본 순간, 데미안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바헬……!”
밖으로 나온 바헬은 가장 먼저 도르고를 내려다봤다. 도르고는 바닥에 엎어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도르고, 고생이 심했구나. 이제 안심해도 좋다. 내가 왔으니까.”
바헬이 환하게 웃으며 도르고에게 말했다. 도르고는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약속은 지키겠지?”
“약속? 아, 지켜야지. 그런데 좀 불쾌하네.”
쾅.
별안간 바헬이 도르고의 머리를 짓밟았다. 도르고의 머리가 진흙에 처박혔다.
“주제파악 좀 하지 그래? 맹약이 풀렸으니 이제 넌 필요 없어.”
바헬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냉혹한 악마의 모습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너 때문에 우리들은 지옥에 갇혀 있었지. 너 같은 배신자를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자비를 베푸는 거라는 걸 명심해 두란 말이야.”
도르고의 표정이 굴욕으로 물들었다. 그제야 바헬은 도르고의 머리에서 발을 떼어놓았다.
“데미안, 금방 다시 만나게 됐구나.”
그리고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꼭 오래 사귄 친구와 재회하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 보였다.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너처럼 재미있는 녀석은 처음이었거든.”
기뻐 보이는 바헬과 달리 데미안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공작급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제물이 필요했다.
그런데 바헬은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쉽게 지상에 강림했다.
심지어 저건 분신이 아니라 본체였다.
데미안조차 경계심이 들 정도로 강대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진짜 놀랄 일은 지금부터였다.
“참, 이럴 게 아니라 내 부하들도 소개시켜 줘야지.”
바헬이 손뼉을 치자 거대한 차원문이 열렸다.
그 속에서 악마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전부 무지막지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각하, 명령하신대로 백작급부터 후작급 악마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황소머리의 악마가 바헬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바헬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타, 수고했다.”
-각하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아스타는 몸을 일으켰다. 그때, 아스타가 데미안을 발견했다.
-감히 각하께 살의를 보이다니 인간 따위가 주제 넘는 짓을 하는구나.
“아스타, 저 녀석은 안 건드리는 게 좋아.”
-아닙니다. 저 건방진 인간을 당장 각하의 앞에 끌고 오겠습니다.
아스타가 데미안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덩치 차이가 너무 큰 탓에 어른과 어린아이가 대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스타가 손바닥을 펼쳤다. 손잡이가 길쭉한 철퇴가 만들어졌다.
“데미안~ 쟤는 후작급이거든? 그러니까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아스타가 철퇴를 높이 쳐들더니 콧김을 크게 내뿜으며 거세게 내리쳤다.
철퇴가 데미안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다. 동시에 폭음이 울려 퍼졌다.
“오우.”
그 모습을 본 바헬이 감탄을 터트렸다.
“아스타, 그러게 방심하지 말라고 했잖아.”
지면에 처박혀 있는 존재는 데미안이 아니었다.
역으로 아스타가 땅에 처박혀 있었다.
방금 전, 데미안은 철퇴를 쳐낸 것도 모자라서 아스타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서 에레보스를 내리친 것이다.
“왜 이렇게 날 방해하는 놈들이 많은지 모르겠군.”
데미안은 아스타를 지나서 바헬과 마주봤다.
“너한테 볼일 없으니 꺼져라.”
“도르고를 죽이려고? 그건 곤란한데.”
“그럼 네놈부터 치워 버려야겠군.”
데미안이 무명신공을 운용했다.
바닥에 깔려 있던 어둠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