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0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9화(309/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09화
309화 세계수 (1)
“동생은 내버려 둘 생각이십니까?”
데미안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곳에는 만염의 지배자가 죽어 있었다.
데미안과 4대 마왕의 전투에 휘말렸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었다.
판데모니엄의 기둥답지 않은 초라한 죽음이었다. 아마 가슴에 꽂혀 있는 송곳 때문이리라.
송곳은 악마의 진력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만염의 지배자는 저것을 가슴에 찔러 넣음으로써 자신과 형에게 동시에 권능을 적용시켰으리라.
흑마법사로서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데미안은 그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녀석에게 어울리는 최후지.”
말과 달리 제국제일검은 씁쓸한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봤다.
“저 녀석의 시신은 나중에 수습해도 된다. 지금은 세계수 쪽이 급해.”
제국제일검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엘프헤임으로 향했다.
* * *
데미안은 제국제일검과 함께 엘프헤임의 왕성으로 돌아왔다.
“세계수가 무너지고 있어!”
“이, 이를 어떻게 하죠?”
“모두 다 죽고 말 거야! 아아악!”
왕성의 내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엘프들은 세계수가 부서지는 것을 바라만 볼 뿐 어쩔 줄 몰라했다.
“……왕궁으로 가지.”
제국제일검이 데미안을 재촉했다.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을 부축하며 왕국으로 들어갔다.
“오셨군요.”
밀레느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도 그리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세계수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몸도 조금씩 먼지로 흩어지고 있었다.
세계수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죽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을 통해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어요.”
밀레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두 사람을 칭찬했다. 반면 제국제일검은 착잡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계수를 살릴 방법은 없는 겁니까?”
밀레느는 말없이 쓴웃음만 지었다. 그 행동에 제국제일검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불가능하군요.”
죽은 것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진리였다.
이 진리를 이겨 내고자 많은 마법사와 흑마법사들이 연구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당신은 참 신기한 사람이에요. 엘프들을 혐오하면서도 진심으로 엘프헤임의 존속을 바라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다행이군요. 그 덕분에 우리는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말하는 게 힘들었는지 밀레느는 잠시 숨을 골랐다.
“세계수를 살릴 방법이 있냐고 물었죠?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데미안 학센이 도와준다면 가능합니다.”
밀레느가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 마법으로 지켜봤습니다. 구멍 속에서 당신이 권능을 사용하는 모습을요.”
데미안은 밀레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시간역행의 방법을 깨달은 거죠? 그걸 사용하면 세계수를 살릴 수 있습니다.”
“아니, 불가능하다.”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무너지는 토사들을 되돌리는데도 내 모든 마력과 체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런 마당에 세계수를 되살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마력이 필요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아뇨, 가능할 겁니다.”
밀레느가 데미안의 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한테는 에레보스가 있으니까요.”
“……에레보스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에레보스는 세상 어디에도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은 물건이었다.
심지어 악마들조차 이 물건의 정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걸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고 있죠.”
“누구지?”
“루인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냈습니다.”
루인.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도르고가 외쳤던 이름이었다.
“도르고도 그 이름을 말했다. 대체 루인이라는 인간은 누구지?”
밀레느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대륙에서 악마와 괴물들을 몰아낸 진짜 영웅입니다.”
“구원단 소속이란 뜻이냐? 하지만 난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겠죠. 우리가 죽이고, 이름을 지웠으니까요.”
밀레느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구원단이 했다고 알려진 위업들의 대부분은 루인이 해낸 겁니다. 우리 구원단은 그걸 우리들의 것으로 속인 것뿐입니다.”
데미안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어릴 적부터 구원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사람들은 구원단이 얼마나 고결하고 강대했는지 동화와 연극, 노래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칭송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니?
“어째서 그런 짓을 했지?”
“누구는 명예를 위해, 누구는 질투심 때문에 그리고 저는……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 그랬습니다.”
“미래라고?”
“루인 같은 존재가 계속 인간들의 옆에 있으면 엘프에게 위험이 될 테니까요.”
이쯤 되니 데미안은 루인이라는 존재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에레보스를 만든 것도 모자라서 밀레느가 이토록 경계한단 말인가.
“루인은 대체 어떤 인간이었지? 어떻게 에레보스를 만든 거냐?”
“루인은…….”
갑자기 밀레느의 눈동자가 커졌다. 밀레느는 허리를 굽힌 채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입에서 가루가 쏟아졌다. 밀레느의 장기가 바스라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미안, 다 설명해 주고 싶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없네요.”
밀레느는 가슴을 움켜 잡은 채 힘겹게 말했다.
“에레보스는 모든 것을 힘으로 변형시켜서 흡수하는 무기였습니다. 도르고는 에레보스에 쌓인 힘을 이용해서 과거로 돌아가자는 계획을 세웠죠.”
데미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에레보스를 사용했지만 내부에 저장된 힘 따위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루인을 죽인 뒤, 우리들은 모두 에레보스의 주인이 되고자 했죠. 하지만 에레보스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파괴했죠.”
밀레느가 수인을 맺자 아공간이 열렸다. 그 속에서 커다란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때, 제가 챙겼던 조각입니다. 데미안, 당신을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밀레느의 몸은 가루로 변해서 무너졌다.
* * *
데미안은 밀레느가 죽으면서 남긴 가루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온 탓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밀레느가 죽은 순간부터 세계수의 붕괴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넓게 뻗어 있던 가지들이 우수수 무너져 내리고, 줄기도 무너져 내렸다.
“데미안, 부탁하겠네.”
제국제일검이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데미안은 고민을 접고 에레보스를 꺼냈다.
밀레느가 꺼낸 조각은 크기가 굉장히 컸다.
전생에서도 도르고는 엘프헤임을 멸망시킨 뒤 조각을 찾아서 에레보스와 융합시켰다.
‘그때는 에레보스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데미안은 환생한 이후, 도르고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조각을 찾아서 에레보스에게 흡수시켰다.
“에레보스, 흡수해라.”
조각이 액체로 변하더니 에레보스에게 달라붙었다.
에레보스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망가졌던 부분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에레보스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에레보스는 여전히 부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전생보다 더 길어졌다.’
에레보스의 복원률이 전생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날의 상태로 보아서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움켜잡았다. 전생보다 더 많이 복원된 덕분일까, 내부에 쌓여 있는 힘이 느껴졌다.
‘이 힘은……?’
데미안이 자살하기 위해서 에레보스를 몸에 박아 넣었을 때, 발산되었던 힘이었다.
‘내 몸이 아니라 에레보스에 저장되어 있던 힘이었군.’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힘을 끌어내서 권능에 주입했다.
여섯 개의 권능이 빛나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문양이 빛나는 손을 세계수에 가져다 댔다.
‘……아무 반응도 없잖아.’
밀레느의 말대로 권능을 이용하면 세계수를 되살릴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운을 주입해도 세계수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다.
‘뭐지? 뭐가 문제지?’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모든 것을 똑같이 해 보았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 일깨우지 않은 권능이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권능은 사용되지 않았는데?’
탐욕.
일곱 번째 권능은 넓은 범위를 탐지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전생에 권능들이 작동할 때, 탐욕의 권능은 사용이 되지 않았다.
‘그게 필요한 건가?’
데미안은 일곱 번째 문양에 힘을 주입했다. 그러자 탐욕의 권능이 깨어났다.
일곱 개의 권능이 하나로 이어졌다. 그 순간, 데미안의 눈앞에 어둡게 변했다.
‘여기는 어디냐.’
데미안은 어둠 속에 둥둥 떠 있었다. 팔다리를 허우적거려 봤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때, 데미안의 눈앞에 무언가가 펼쳐졌다.
커다란 씨앗이 바다에 떨어졌다. 그곳에서 싹을 틔우고 높이 자라났다.
바로 세계수의 삶이었다.
세계수가 처음 싹을 틔우고 지금까지 자라날 동안의 삶이 지도처럼 펼쳐졌다.
‘이건 좌표다.’
데미안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좌표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이다.
‘멀리 갈수록 많은 힘이 필요하군.’
세계수의 역사는 3천 년을 넘길 정도로 길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3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는 에레보스에 담긴 힘을 모두 투자해도 불가능했다.
‘하루 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군.’
데미안이 좌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려던 찰나였다.
눈앞에 또 다른 지도가 펼쳐졌다. 그걸 본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잖아?’
데미안의 인생이 펼쳐진 것이다.
망나니 시절, 소년 시절, 그리고 갓난아기 시절까지.
그런데 지도는 중간부터 두 개로 갈라져 있었다.
나머지 한 갈래를 본 순간, 데미안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데스나이트.’
데미안의 인생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현생과 전생.
현재의 자신과 데스나이트로 활동할 때의 자신.
지도를 가만히 바라보던 데미안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데스나이트 시절을 재현할 수 있는 건가?’
상상하는 것만으로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구역질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감정과 별개로 데미안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데스나이트 시절은 데미안의 삶에서 가장 추악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 시절의 데미안이 ‘최강’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데미안은 자신의 생각을 지웠다. 그리고 다시 세계수의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세계수를 하루 전으로 되돌린다.’
에레보스에서 뽑아낸 힘이 빠르게 소멸되었다.
그리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