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화
31화 이파리 평원 (1)
그날 이후, 데미안은 훈련에 전념했다.
균형환 덕분에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현재 데미안의 신체능력은 로우클래스 수준이었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욱더 신체를 단련시켜야 했다.
무엇보다 마력 결정의 비약을 완전하게 흡수하기 위해서는 육신을 단련시키는 게 중요했다.
마력이 물이라면 신체는 그릇과 같았다. 그릇이 넓고 튼튼해야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공작가에는 훈련 도구들이 많아서 좋아.’
공작가에는 기사들의 훈련을 위해서 온갖 종류의 훈련 도구들을 들여놓았다.
이렇게 많은 도구를 이용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 데미안은 도구들을 모두 활용해서 신체를 단련했다.
하지만 데미안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훈련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가장 효과가 좋은 대련을 통한 훈련이었다.
“으어어어…….”
“흐어어어…….”
공작가 내부에 마련된 훈련장.
그 위에 다섯 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런 한심한 것들.”
데미안 학센은 기사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도구를 착용하고 있는 나보다 네놈들이 먼저 나가떨어지면 어쩌자는 거냐.”
가벼운 차림의 기사들과 달리 데미안 학센은 몸 곳곳에 팔찌와 족쇄 형태의 마도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모두 신체의 중량을 늘리거나 행동을 방해하는 마도구로 훈련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착용하고 있었다.
첫날에는 서너 개 정도만 착용했으나 지금은 열 개가 넘었다.
신체능력이 높아지는 만큼 마도구 개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당장 일어나지 못해! 정신이 번쩍 들게 머리라도 한 번씩 두들겨 줄까?”
데미안의 으름장에 기사들이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신음하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말이다.
“날이 갈수록 꾀만 늘어나는군.”
데미안이 기사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명색에 공작가 기사라는 것들이 맞는 게 무서워서 도망치면 쓰나.”
기사들로서는 억울해 미칠 노릇이었다.
20일이 넘는 나날 동안 데미안 학센에게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했다.
그동안 기사들은 데미안 학센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데미안 학센의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했다.
기사들이 괜히 전의를 상실한 것이 아니었다.
“꾀를 피우는 걸 보니 슬슬 지금 강도에 적응이 된 모양이군. 이제부터 대련 시간을 늘리겠다.”
데미안의 말에 기사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데미안은 그런 기사들을 쓱 둘러보다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다. 오늘 대련은 이걸로 끝내겠다.”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기사 중 한 명이 놀라서 되물었다.
결투기사들의 맏형 노릇을 하는 파벨 버몬드였다.
“그, 그만하겠다고요?”
“왜? 마음에 안 듣나?”
“아, 아닙니다! 마음에 듭니다!”
파벨 버몬드가 황급해 소리쳤다. 다른 기사들도 머리카락이 흩날릴 정도로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 다만 평소보다 일찍 끝내셔서 왜 그러신지 궁금해서…….”
“이틀 뒤에 후작가와의 결투가 있잖냐.”
데미안은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대련은 없다. 남은 이틀 동안 쉬면서 내가 가르친 것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도록 해라.”
데미안의 말에 기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무엇을 배웠지? 얻어맞기만 하지 않았나? 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역시 깨달은 사람이 없군.’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데미안 학센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데미안이 이들과 대련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신체 단련을 위해서였다.
단순히 근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라면 도구를 이용한 훈련이 낫다.
하지만 대련으론 전투에 필요한 근육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전생에 용병으로 일할 때도 대련을 통한 훈련을 주로 즐겼다.
두 번째 이유는 결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데미안 학센의 판단에 의하면 공작가의 기사들은 후작가의 기사들을 이길 수 없다. 후작가의 기사들이 너무 뛰어난 탓이었다.
결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세 번의 결투 중에서 두 번을 이겨야 한다.
데미안이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이겨 봤자, 다른 기사들이 패배하면 결투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신체를 단련할 겸, 기사들을 붙잡고 훈련을 시킨 것이다.
‘내가 어떤 검술을 사용했는지 여태까지 알아차린 놈이 한 명도 없을 줄이야.’
데미안은 기사들과 대련할 때, 후작가 기사들이 익히는 사자위검을 사용했다.
적들이 사용하는 검술에 익숙해지면 결투를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래서야 내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군.’
데미안이 속으로 걱정하고 있을 때였다.
“…….”
그중에서 딱 한 명, 파벨 버몬드가 턱을 괴고 고민에 잠겨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
결투기사 중에서 단연 돋보이던 이가 바로 파벨 버몬드였다.
맏형 노릇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있는 데다 재능도 뛰어났다.
‘저 녀석은 기대해 봐도 되겠군.’
데미안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 * *
기사들과 헤어진 뒤, 데미안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종을 불러다가 신신당부했다.
“지금부터 아무도 들이지 마라. 설사 각하께서 찾아와도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데미안은 방 한가운데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의 내부에는 보석을 녹인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액체가 담겨 있었다.
액체를 바라보는 데미안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맺혔다.
“드디어 이걸 먹을 때가 됐군.”
데미안은 공작에게 받은 마력 결정의 비약을 여태까지 섭취하지 않고 남겨 놓았다.
비약을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력 결정의 비약으로 얻을 수 있는 마력은 10년 치.”
유명한 비약치고는 얻을 수 있는 마력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력 결정의 비약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섭취하면 신체의 마력 감응도가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감응도가 높아지면 마력의 운용, 축적, 회복 모든 것이 증가한다.
정말이지 대단한 비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먹어 볼까.”
데미안은 마력 결정의 비약을 들이켰다. 액체가 아니라 끈적끈적한 벌꿀을 들이켜는 것 같았다.
그 탓에 비약이 목구멍을 타고 위장까지 내려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액체가 위에 담겼다. 그 즉시, 비약은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비약이 일으킨 불길은 신체 곳곳으로 퍼졌다. 불순물들을 태우고, 근골과 장기에 스며들었다.
‘……어떻게 감응력을 높이는지 궁금했는데. 설마 이런 방법일 줄이야.’
흙을 불에 구우면 도자기로 변한다.
비약의 효능이 이와 비슷했다. 순도 높은 마력을 이용해서 신체를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대로 가만히 있었겠지만.’
데미안은 패력축기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외부의 마력을 흡수해서 마력 결정의 비약에 공급했다.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
데미안은 길게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순간, 푸른색 안광이 번쩍였다.
데미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색 잿가루 같은 것이 우수수 떨어졌다.
비약이 태운 불순물들이 체외로 방출된 것이었다.
“훌륭하군.”
마력을 운용했다. 이전에는 마력을 움직일 때마다 자갈밭을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빙판을 미끄러지는 듯했다.
그 정도로 마력을 운용하는 속도가 크게 증가되었다.
“한번 시험해 볼까.”
천천히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손을 중심으로 푸른색 아지랑이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지랑이는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만약 누군가 이 광경을 봤으면 경악했으리라.
본래 오러란 검에 덧씌우는 것이다. 오러를 응축시켜서 형태를 이루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들클래스 수준의 강자들은 오러를 방출해서 원거리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데미안처럼 오러만으로 무기의 형상을 만드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최소 하이클래스만이 가능한 기예였다.
“이 정도면 적당하군.”
데미안은 무형의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공기가 베이는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데미안은 그 검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오러블레이드까지 한 걸음 남았어.”
* * *
이틀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결투 당일이 되지 데미안 학센은 공작과 함께 이파리 평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좀 늦었군.”
평원에 도착하자마자 공작은 맞은편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후작가의 병력들이 이미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 그대의 눈에는 저들이 어떻게 보이는가?”
데미안 학센은 공작의 바로 옆에서 말을 타고 있었다.
외부인임에도 공작의 측근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데미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후작가의 병사들을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은 군대로군요.”
병사들이 걸치고 있는 장비들의 수준은 물론이고, 개개인이 풍기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애플 왕국 최고의 기사가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후작가의 병사들은 상당한 강병이었다.
“그렇지? 다른 건 몰라도 저 병사들은 부럽단 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야 저런 병사들을 키워 낼 수 있는지 배우고 싶을 정도야.”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이 생각하기에 저건 빈말에 불과했다.
공작처럼 자존심이 강한 공작이 정말로 후작가를 부러워할 리가 없다.
설사 진짜 부러워하더라도 부정하고, 외면할 테니 말이다.
공작가에서 도착한 것을 후작가에서도 알아차렸는지. 전령 한 명이 출발하는 게 보였다.
공작의 앞에 도착한 전령이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골드픽시 공작 각하께 아뢰옵니다! 후작 각하께서 결투 시작 전에 대표자들끼리 평원에서 만남을 갖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 말을 전한 뒤, 전령은 다시 후작가 진영으로 돌아갔다.
공작은 데미안과 가올 하임리히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후작가에서 저렇게 말하니 갈 수밖에 없겠군. 두 사람 다 따라와 주겠나?”
데미안과 가올 하임리히리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말을 탄 채 평원의 중앙으로 향했다.
* * *
그 무렵 후작가의 진영에서는 작은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하엘! 당장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후작이 호통을 지르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수십 명이 들어가도 될 법한 크기에 비해서 천막의 내부는 굉장히 초라했다.
침대 하나.
검 한 자루.
그 두 개가 끝이었다.
침대 위에는 누군가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방금 공작가에서 도착했다! 이제 공작가를 맞이하러 가야 하는데 왜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것이냐!”
후작이 연이은 호통을 내질렀음에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후작의 얼굴이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후작이 침대를 걷어찼다.
“당장 일어나지 못해!”
후작이 마력을 담아서 고함을 내질렀다. 쩌렁쩌렁한 외침이 천막과 땅을 뒤흔들었다.
“에이씨.”
그제야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소년이 밍기적밍기적 일어났다.
라이언블룸 후작은 그런 소년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소년의 이름은 미하엘 라이언블룸.
요즘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대공자였다.
체구가 작기에 소년이라고 오해를 받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성인이 된 지 오래였다.
“아버지, 시끄러워요.”
미하엘의 말에 후작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잘 자고 있는 사람을 왜 깨우는데요.”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것이냐…… 공작가에서 왔으니…… 맞이하러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이따 결투할 때나 부르세요.”
후작은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이번 결투는 네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다른 사람들은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기회란 말이다.”
“관심 없어요.”
그리 말하며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다시 침대에 누우려 했다.
후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자리에는 분명 데미안 학센도 올 거다.”
침대에 누우려던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몸이 멈칫했다.
“그 자식이 왜 공작가에 있는데요?”
“너는 맨날 자느라 못 들었겠지만 공작가에서 대표자로 데미안 학센을 선정했다.”
“아, 그래요? 잘됐네요. 안 그래도 어윈의 복수를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느슨하게 풀려 있던 미하엘의 얼굴에 한순간 살의가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평소에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미하엘이었지만 가족에 관련된 일이라면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그놈이 미들클래스의 공격을 막아 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그래서요?”
“대단하지 않느냐? 원래 준기사로 평가받던 놈이 어느새 로우클래스를 쓰러트리고, 미들클래스의 공격까지 막아 냈다.”
“대단하긴 하네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지 않느냐? 어쩌면 너의 라이벌이 될 수도…….”
“아버지,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미하엘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제가 그런 말을 듣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인 줄 아세요?”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르지 않느냐.”
“똑같아요. 소문만 대단하지 막상 붙어 보면 아무것도 아닌 놈일 게 뻔해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눈동자는 안개가 낀 것처럼 탁했다.
너무 재능이 뛰어나기에, 너무 강하기에 미하엘은 줄곧 맞수를 만나지 못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역설적이게도 너무 뛰어나기에 권태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에이, 잠 다 깼네.”
미하엘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 한번 만나러 가 보죠.”
후작은 미하엘과 함께 말을 타고 평원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에는 이미 공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작은 후작을 보자마자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사람을 초대해 놓고 늦다니. 여전히 상식이 부족하군.”
그 조롱에 후작 역시 똑같이 웃으며 대꾸했다.
“별일도 아닌데 화를 내는군. 샌님처럼 생긴 것도 모자라서 속이 좁은 것까지 티 낼 생각인가?”
두 사람은 큰소리로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빛은 둘 다 살벌했다.
“가올 하임리히 경, 오랜만이로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음으로 후작은 가올 하임리히를 보며 말했다. 가올 하임리히는 목례를 하며 말했다.
나이와 경력만 따지자면 가올 하임리히가 더 길었다.
하지만 똑같은 하이클래스인데다 지위는 후작이 더 높기에 평소에는 이렇게 하대를 했다.
“공작가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나? 그딴 곳은 그만두고 우리 가문으로 오라니까.”
“저는 골드픽시 공작가에 뼈를 묻을 생각입니다.”
“아쉽군. 아쉬워.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야.”
후작은 쯧쯧 혀를 찼다. 그러면서 시선을 돌렸다.
공작의 오른쪽에 가올 하임리히가 있었다면 왼쪽에는 처음 보는 청년이 있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이 청년이 데미안 학센…….”
후작은 별생각 없이 그 청년을 돌아봤다.
그리고 청년을 정면에서 응시한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뭐냐.’
후작은 데미안 학센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둘째 아들과 소중하게 키워 낸 가문의 기사에게 대망신을 준 빌어먹을 원수였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데미안 학센이 보여 준 행보가 너무 파격적이라 어떤 인물일지,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어쩌면 권태에 빠진 미하엘 라이언블룸에게 적당한 자극이 되어 줄지도 몰랐으니까.
‘……이 괴물은 대체 뭐지?’
데미안 학센을 본 순간, 후작은 뒷덜미가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이클래스가 겨우 로우클래스에 불과한 기사에게 두려움을 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후작이 두려움을 느낀 이유는 데미안 학센이 품고 있는 재능 때문이었다.
데미안 학센은 큰아들의 자극으로 끝날 기사가 아니었다.
어쩌면 큰아들과 맞먹을지도 모르는 괴물이었다.
‘아뿔싸.’
후작은 황급히 미하엘을 돌아봤다.
자신이 이렇게 충격을 받았을 정도니 미하엘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
미하엘은 멍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마치 그러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하.”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입에서 희열에 가득 찬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미하엘의 손이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칼날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