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0화(310/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0화
310화 세계수 (2)
세계수가 죽어 간다.
하늘을 뒤덮은 가지들이 우수수 떨어졌으며, 줄기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세계수이시여…….”
엘프들은 그 모습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봤다.
엘프들은 세계수와 평생을 함께 한다. 그렇기에 엘프들에게 세계수의 죽음은 세상의 멸망과 다를 바 없었다.
세계수와의 연결이 끊어지자 엘프들이 품고 있던 정령력도 사라졌다. 그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수, 숨을 쉴 수가 없어……!”
“정령이…… 정령이 느껴지지 않아!”
엘프들은 목과 가슴을 움켜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사라지는 정령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엘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말이다.
엘프들은 하나둘 희망을 버렸다. 모든 엘프가 죽음을 받아들인 그때, 변화가 일어났다.
“어?”
세계수의 꼭대기.
수호자가 머무는 장소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빛은 물결처럼 번져나가며 세계수를 훑고 지나갔다. 다음 순간,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세계수의 가지들이 다시 하늘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원위치로 돌아온 가지들이 다시 이어졌다. 나뭇잎이 다시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던 줄기가 다시 복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생쥐가 갉아 먹은 것처럼 비어 있던 자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생기가 흘렀다.
엘프들과의 연결도 다시 회복되었다. 엘프들은 정령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수, 숨이 쉬어진다!”
“정령들이 기운이 다시 느껴져요!”
엘프들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어리둥절해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세계수는 죽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살아났단 말인가?
세계수가 아무리 위대한 존재라 해도 죽음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요!”
“나도 같이 가도록 하지!”
엘프들은 모두 수호자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수호자의 방에 도착했을 때, 엘프들은 한 번 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수호자의 방이 온통 꽃으로 가득 했던 것이다.
이는 보통 꽃이 아니었다. 백 년에 한 번 피어날까 말까 한다는 세계수의 꽃이었다.
“이, 이게 대체…….”
당황해하던 엘프들은 꽃 속에 둘러싸여 있는 데미안 학센을 발견했다.
꽃은 데미안 학센을 중심으로 피어나 있었다. 마치 그를 치하하려는 듯이 말이다.
덕분에 엘프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수를 되살린 존재가 바로 데미안 학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세계수의 치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지 하나가 데미안을 향해 뻗어 나왔다. 가지 끝에서 무언가가 열렸다.
크기는 대략 호두 정도.
세계수의 열매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씨앗이 열리자 엘프들은 열매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데미안…… 받아라.”
제국제일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데미안은 그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세계수의 씨앗이다.”
제국제일검의 목소리에는 경외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야기로만 들어봤지만 확실하다. 저건 세계수의 씨앗이 분명해.”
제국의 일인자로서 온갖 보물을 다뤄 온 제국제일검조차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씨앗이 맺힌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지. 저것을 받아들이면 자네의 몸에 세계수의 묘목이 뿌리를 내릴 거야. 그럼 세계수의 권능을 다룰 수 있게 되지.”
데미안은 손을 뻗어서 씨앗을 받았다. 그러자 씨앗은 순식간에 데미안의 몸속에 흡수되었다.
그 순간, 데미안은 느낄 수 있었다. 세계수의 씨앗이 자신의 영혼에 뿌리내리는 것을 말이다.
데미안은 세계수의 묘목과 교감했다. 묘목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속삭였다.
데미안은 시험 삼아서 묘목의 권능 중 하나를 발현시켰다.
그러자 데미안의 감각이 크게 확장되었다. 확장된 감각이 섬 전체를 뒤덮었다.
확장된 감각이 섬의 모든 것을 데미안에게 알려 줬다. 그것들을 느끼며 데미안은 감탄했다.
‘……개미가 땅을 기어 다니는 것조차 느껴진다.’
광범위 탐지 자체는 데미안도 원래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알 수는 없었다. 지금 데미안은 전능한 신이 되어서 하늘 아래를 내다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계수의 권능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내 부름에 응해라.”
데미안이 허공에 대고 짧게 말했다. 그 순간, 허공에서 불길이 번졌다. 바람이 모여들었다. 물방울이 응결되었다.
이윽고 동물의 형체를 이루었다. 토끼와 고양이, 강아지가 데미안을 올려다봤다.
정령.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존재들이 데미안의 부름에 응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데미안의 부름에 응한 것이 아니었다. 묘목에 이끌려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지. 묘목은 데미안의 힘이었으니까.
“데미안, 축하하네.”
제국제일검이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아무리 묘목이라 해도 세계수는 세계수.
지금 데미안은 세계수의 힘을 손에 넣었다.
“…….”
“…….”
엘프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각자 느끼는 감정도, 표정도 달랐지만 뜻은 통했다.
엘프들이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인간을 무시하기로 유명한 엘프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엘프헤임의 구원자께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엘프들이 모두 입을 모아 외쳤다.
“엘프헤임의 구원자께 감사드립니다!”
* * *
이튿날, 데미안은 엘프헤임을 떠날 준비를 했다.
“역시 떠나려고 하는군.”
제국제일검은 예상했다는 듯이 데미안을 배웅했다.
“이미 예상하신 모양입니다.”
“그대는 도르고라는 리치에게 집착하고 있었으니까. 도르고가 사라진 이상 엘프헤임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겠지.”
제국제일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잔당들이 많아 남아 있던데.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설마 지금 농담하는 건가?”
제국제일검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지금 남아 있는 판데모니엄의 군대는 잔당에 불과했다.
엘프들만 있으면 모를까 제국제일검까지 있는 이상 잔당들을 소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냥 예의상 물어봤습니다.”
“그대는 이제부터 무엇을 할 생각인가?”
“찾아내서 죽여야죠.”
데미안의 목소리가 잠시 싸늘하게 변했다.
“악마들을 뒤쫓아서 모조리 죽일 겁니다. 도르고는 물론이고, 절 방해한 악마들까지 전부.”
데미안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진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더 강해졌군.”
제국제일검은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기사면 모를까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의 변화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예, 약간의 성취가 있었습니다.”
데스나이트의 힘을 끌어냈을 때, 데미안은 깨달음을 얻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그토록 증오하던 힘에서 무언가를 얻어 내다니 말이다.
“약간 정도가 아니군. 그랜드마스터를 내다보고 있지 않은가.”
제국제일검은 떨리는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그가 데미안을 처음 봤을 때는 아직 마스터클래스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에 그랜드마스터에 발을 걸치게 되었다.
천재? 과연 이걸 천재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제국제일검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데미안, 나는 이번 일로 그대에게 큰 빚을 졌다. 내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해라.”
“그럼 지금 바로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제국으로 돌아가시거든 저희 가문에 기사들을 보내 주십시오.”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은 왜 이런 부탁을 했는지 금방 눈치챘다.
“악마 때문이군.”
악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였다.
그런 위험한 존재가 데미안에게 흥미를 가지게 됐으니 가족들을 가장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최고의 기사들로 선별해서 보내겠네.”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짧게 감사를 표한 뒤, 조각배에 올랐다.
크기는 작았지만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물건이었다. 대륙까지 돌아가는데 문제없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데미안이 돛대를 펼칠 때였다. 갑자기 하늘 위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매서운 바람이 두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 쏟아졌다. 이윽고 검은 그림자가 지면을 뒤덮었다.
데미안과 제국제일검은 고개를 위로 들었다.
드래곤.
붉은 드래곤이 이곳으로 하강하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폭풍은 드래곤의 날갯짓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드래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드래곤은 오래 전에 대륙에서 자취를 감춘 종족이었다.
전생에서도 데미안은 살아있는 드래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땅에 내려앉은 레드드래곤은 두 사람을 향해서 소리쳤다.
-둘 중에 누가 데미안 학센이냐.
딱히 목소리를 높인 것 같지도 않은데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내가 묻고 있지 않느냐! 누가 데미안 학센이냐!
데미안과 제국제일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봤다.
“내가 데미안 학센이다.”
-잘 되었군. 이번 사태의 설명을 듣기 위해서 원로회가 널 찾고 있다!
레드드래곤이 데미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얌전히 날 따라오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할 테니까!
레드드래곤이 날개를 펼쳤다.
뜨거운 열풍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자연재해를 형상화한 듯한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오호.”
문제는 눈앞에 있는 데미안 학센이 그런 걸로 위협을 느낄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데미안은 스멀스멀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내가 널 따라가지 않겠다고 말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우문이로군! 네놈을 집어삼킨 채 데려가겠다! 원로회에 도착할 때까지 전신이 위산에 녹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내 말을 따르도록 해라!“
“오, 그러냐.”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곳에서 육각형의 몽둥이를 꺼냈다.
데미안이 몽둥이를 꺼내자 레드드래곤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인간, 이게 무슨 짓이냐. 설마 내게 반항할…….
그때, 데미안 학센이 레드드래곤의 머리 위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정수리를 향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공기가 터져 나가며 레드드래곤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커억!
두개골이 진탕 울리는 고통에 레드드래곤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 대가리가 텅텅 빈 도마뱀 새끼야. 내가 미쳤다고 너 같이 수상한 놈을 따라가냐?”
데미안이 몽둥이를 어깨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드래곤의 머리 위에 선 데미안이 몽둥이를 탁탁 두드렸다.
“너부터 내 질문에 대답해 줘야겠다. 어때서 드래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지. 원로회가 날 왜 찾는지 상세하게 말하도록 해라.”
-감히 인간 따위가 위대한 종족인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레드드래곤이 크게 분노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 순간, 데미안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몽둥이를 양손으로 잡고 레드드래곤의 복부를 위로 올려쳤다.
-케헥!
레드드래곤의 거체가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가 떨어졌다.
이쯤 되니 레드드래곤도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 그래도 기분 더러웠는데 잘됐다.”
데미안이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그 소리에 레드드래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자, 잠깐…….
데미안이 레드드래곤의 주둥이를 향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드래곤의 이빨이 와장창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