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1화(311/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1화
311화 드래곤 (1)
드래곤은 말 그대로 비 오는 날에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제국제일검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감탄했다.
살아 있는 드래곤을 본 것도 신기한데 그 드래곤이 얻어맞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데미안이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거구가 날아가고, 부서진 비늘과 이빨이 흩날렸다.
드래곤은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신체로 만든 무구들은 최강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왔다.
제국제일검이 아는 바에 의하면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단검 한 자루가 성 한 채랑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제국제일검은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진 이빨과 비늘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셈을 해 봤다.
세상에 저게 다 얼마지?
-데미안 님!
한참을 얻어맞던 레드드래곤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소리쳤다.
그 비굴한 모습에 데미안은 막 휘두르려던 몽둥이를 멈췄다.
-이 바보 같은 놈이 주제도 모르고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급기야 레드드래곤은 머리까지 땅바닥에 처박았다.
“이제야 좀 예의범절을 깨달은 모양이군.”
-저, 전부 데미안 님 덕분입니다!
“좋아. 아주 훌륭해.”
그제야 데미안은 흡족한 얼굴로 몽둥이를 내렸다.
“그대, 매질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군.”
“과찬입니다. 건방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게 되었습니다.”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이 엘프 총사령관을 협박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본인도 그 범주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되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대의 몽둥이질은 신묘해서 맞아도 상처가 안 난다고 들었네만.”
“요령껏 때리면 그렇게 되는데. 이번에는 재수가 없어서 그냥 때렸습니다.”
제국제일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의 태도는 분노를 들끓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이봐.”
-예, 예!
레드드래곤이 냉큼 대답했다. 그리고 두 눈동자로 데미안이 손에 든 몽둥이를 살폈다.
세상에 나무 몽둥이를 경계하는 드래곤이라니. 제국제일검은 참지 못하고 실소를 흘렸다.
“왜 드래곤들이 날 찾고 있는 거지?”
-어째서 맹약이 해제되었는지. 자세한 경위를 듣기 위해서 원로회에서 데미안 님을 찾고 있습니다!
“맹약? 그게 뭐냐?”
-예? 모르신다고요? 그럼 어떻게 맹약을 해제시킨 겁니까?
데미안으로서는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레드드래곤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맹약이 해제된 탓에 악마들이 지상으로 대거 넘어온 거 아닙니까.
그 말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안 그래도 악마들이 어떻게 지상을 이토록 쉽게 넘어왔는지 이해가 안 되던 찰나였다.
“맹약이란 대체 뭐냐. 무엇인데 악마들을 막고 있었던 거지?”
-맹약은…… 아주 중요하고 절대적인 규칙입니다. 저희 드래곤들도 그 맹약에 묶여서 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죠.
레드드래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덩달아 데미안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데미안은 레드드래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레드드래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
“설마 그게 끝이 아닐 거 아니냐. 맹약에 대해서 더 설명해 봐라.”
-더 이상은 저도 모르는데요?
레드드래곤이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나이가 아직 어려서 원로회 어르신들이 더 이상 말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알고 있는 건 더 없…… 자, 잠깐만요! 몽둥이! 몽둥이 들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
레드드래곤이 경기를 일으키며 뒤로 도망쳤다. 데미안은 번쩍 들었던 몽둥이를 다시 내려놨다.
“날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었지?”
-저, 저희 드래곤들은 이면세계라 불리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상을 본떠서 만든 다른 차원이죠. 그곳으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가서 원로회 놈들한테 가서 전해라. 설명을 듣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말이야.”
아직 드래곤이 적인지 아군인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레드드래곤의 강압적인 태도로 보아서 아마 적일 확률이 더 높았다.
그런 마당에 이면세계 같은 다른 차원으로 갈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남의 명령을 듣는 게 싫다는 이유도 약간 존재했다.
-데, 데미안 님…….
레드드래곤이 데미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 같이 가 주시면 안 될지…….
“이 새끼가 미쳤나.”
데미안이 인상을 팍 쓰며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레드드래곤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하, 하지만 안 가면 어르신들한테 제가 죽는단 말입니다!
“그전에 먼저 내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나 보지?”
데미안이 살기를 담아서 레드드래곤을 노려봤다. 레드드래곤의 안색이 단숨에 창백해졌다.
-아, 안 되는데…… 데, 데미안 학센이 있어야 악마들을 쫓을 수 있다고 했는데…….
레드드래곤이 몸을 웅크리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데미안은 황급히 레드드래곤에게 물었다.
“악마들을 추적할 방법이 있는 거냐?”
안 그래도 데미안이 계속 고민하고 있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데미안에게는 악마들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예, 있습니다. 다만 데미안 님께서 계셔야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
“가자.”
데미안의 말에 레드드래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요?
“그러면 농담 같냐?”
데미안이 무서운 얼굴로 되묻자 레드드래곤은 딸꾹질했다.
-아, 알겠습니다! 당장 차원문을 열겠습니다.
레드드래곤이 차원문을 준비하는 사이,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에게 말했다.
“에오스 님, 이만 가 보겠습니다.”
“괜찮겠나? 위험해 보이는데.”
드래곤의 강함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설이 되어서 전해져 내려올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면세계로 가면 그런 드래곤들이 넘쳐날 터.
아무리 데미안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제 한 몸 지킬 자신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대가 거짓말할 성격은 아니지.”
제국제일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비 다 끝났습니다!
레드드래곤이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어느새 허공에는 거대한 차원문이 열려 있었다.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에게 인사를 한 뒤, 레드드래곤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가자.”
데미안이 명령을 내렸으나 레드드래곤은 움직이지 않았다.
데미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뭐하냐?”
-그, 그게…… 꼭 이런 자세로 가셔야 하나 해서…….
“그럼 내가 어디에 올라타야 하는데?”
-제 손은 어떠십니까?
레드드래곤이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드래곤에게 다른 종족을 머리에 태우는 건…… 엄청나게 모독적인 일이라…… 이 모습이 들키면 제 위치가 좀…… 헤헤.
데미안이 아공간에서 몽둥이를 꺼내기 시작했다.
-추, 출발하겠습니다!
레드드래곤은 기겁하며 차원문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드래곤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런 질문을 들으면 대다수 사람은 거대한 덩치와 날개,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것을 떠올렸다.
마법의 시조.
실제로 최초의 마법은 드래곤이 사용하는 용언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
드래곤은 용언이라 불리는 특수한 언어를 통해서 여러 초자연적인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이면세계라 불리는 차원도 용언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고대용이라 불리는 강대한 드래곤 여럿이 모여서 자신들을 희생시켜서 만든 곳이 바로 이면세계였다.
-그래서 발하드는 돌아왔는가?
이면세계의 거대한 신전.
그곳에서 드래곤 한 마리가 입을 열었다.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인지 비늘 사이사이에 이끼가 가득 껴 있었다.
-의장,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아마 데미안 학센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친 모양입니다.
신전에 모인 다른 드래곤들이 한 마디씩 말했다.
-그보다 발하드만 보낸 게 걸립니다. 듣자하니 데미안 학센이라는 인간은 보통 포악한 게 아니라던데요.
하얀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드래곤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웃음소리가 신전 바깥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포악해 봤자 인간이오. 반항해 봤자 얼마나 할 수 있겠소.
-발하드가 조금 멍청…… 아니, 착해서 그렇지 젊은 애 중에서는 실력이 가장 뛰어나지 않습니까.
-발하드를 걱정할 게 아니라 인간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죠.
-입만 멀쩡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드래곤들이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껄껄 웃을 때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해츨링 한 마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신전에 모인 다른 드래곤들의 발치에 간신히 미칠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차원문이 열렸어요! 발하드 오빠가 돌아오려는 모양이에요!
-오, 그거 잘됐구나. 다들 발하드를 보러 갑시다.
신전에 있던 드래곤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다. 워낙 덩치가 큰 탓에 움직이는 것만으로 땅이 흔들리고 먼지가 흩날렸다.
밖으로 나오자 하늘 위에 열려 있는 차원문이 보였다.
잠시 후, 그곳에서 레드드래곤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하드! 드디어 돌아왔…….
발하드를 반갑게 맞이하려던 드래곤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발하드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저, 저 녀석…… 비, 비늘이 왜 다 빠져 있는 게요?
-빠, 빠진 게 아니라 박살 난 것 같은데요? 꼬, 꼭 뭔가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요.
-이빨도 전부 부러져 있잖아?
늠름한 레드드래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깃털이 빠진 닭처럼 초라하기만 했다.
발하드는 천천히 땅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드래곤들은 황급히 발하드에게 달려갔다.
-발하드!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데, 데미안 님. 도, 도착했습니다.
발하드가 머리를 땅에 내리며 말했다. 그러자 머리 위에 타고 있는 인간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원로 드래곤들의 시선은 그 인간에게 모여들었다.
드래곤에 비하면 인간은 조약돌처럼 작았다. 하지만 인간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소리쳤다.
“만나서 반갑다. 나는 데미안 학센이다.”
인간이 드래곤들을 둘러보며 덧붙였다.
“너희 도마뱀 새끼들이 날 찾는다고 해서 직접 와 줬다. 고마운 줄 알아라.”
드래곤들은 모두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