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2화(312/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2화
312화 드래곤 (2)
-지금 저 인간이 뭐라고 한 거요? 도, 도마뱀?
-위대한 핏줄을 잇고 있는 우리들에게…… 도마뱀이라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모독에 드래곤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면세계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고 하지만 드래곤들은 인간에 대해 무지하지 않았다.
특히 원로들은 이면세계에 갇히기 전, 지상에서 생활하면서 인간이 어떤 종족인지 직접 경험해 봤다.
원로들이 겪어 본 인간들은 모두 하찮은 존재였다. 드래곤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말이다.
물론 모든 인간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적개심을 품고 달려드는 인간들도 있었다.
“제대로 들었구나. 이 도마뱀 새끼들아.”
하지만 데미안 학센처럼 드래곤을 도마뱀이라고 부르며 대놓고 무시하는 인간은 본 적이 없었다.
-어찌 이토록 건방지단 말이냐!
-인간!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느냐?
-우리들을 모두 적으로 돌릴 생각이냐?
드래곤은 격하게 반응했다.
사실 드래곤들은 데미안 학센을 다소 만만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인간 세상에서 명성이 드높은 기사라지만 드래곤의 위업에 짓눌리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막상 대면한 데미안 학센은 드래곤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었다.
“적? 지금 적이라고 했냐?”
데미안 학센이 레드드래곤 발하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딴 새끼를 보내서 날 강제로 데려가려고 한 시점에서 네놈들은 이미 내게 선전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다.”
데미안 학센은 원로들을 한 마리씩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착각하지 마라! 난 네놈들이랑 사이좋게 소꿉놀이를 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악마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 왔을 뿐이니까!”
-참으로 건방진 인간이군.
그때, 하늘 위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들판 전체에 그림자가 퍼졌다.
거대한 폭풍과 함께 거구의 드래곤이 내려앉았다. 탁한 붉은색 비늘을 가지고 있는 레드드래곤이었다.
데미안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눈앞에 있는 드래곤은 다른 원로 드래곤들보다 훨씬 강대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데미안이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지 레드드래곤이 등장하자 원로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인간, 네놈에게 묻겠다. 저 녀석을 저렇게 만든 게 바로 네놈이냐?
레드드래곤이 발하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렇다면?”
데미안의 대답에 원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저 인간이 발하드를 저런 몰골로 만들었을 줄이야…….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발하드를…….
이면세계에 갇혀 있었다곤 하지만 드래곤들이 지상에 무지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할 방법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드래곤들은 데미안 학센이 어떤 존재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나이는 젊지만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천재.
하지만 마스터클래스 정도로는 드래곤을 상대할 수 없었다.
심지어 발하드는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강한 드래곤이었다.
-감히 인간처럼 하찮은 존재가…… 내 아들을 건드려?
드래곤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렸다. 데미안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 머저리가 네놈의 아들이라고? 어쩐지 닮은 구석이 있더라니.”
그 순간, 레드드래곤은 크게 분노했다.
주변의 마력이 레드드래곤의 감정에 호응했다. 온 세상이 불길로 뒤덮였다.
불길은 데미안 학센까지 덮쳤다. 하지만 데미안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데미안의 근처에 오자마자 열기를 잃고 사그라진 것이다.
이유는 데미안의 영혼에 뿌리내린 세계수의 묘목 덕분이었다.
세계수는 정령들이 모여들 정도로 강대한 자연의 힘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레드드래곤이라 해도 데미안을 불길로 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 따위가 내 마력을 버티다니.
레드드래곤은 더더욱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 내 이름은 티폰이라고 한다. 광룡 티폰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겠지.
데미안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광룡 티폰은 과거에 대륙을 지배했다고 알려진 드래곤 중 한 명이었다.
교단의 초대 성인에게 머리가 으스러져 죽었다던 악룡과 동격의 힘을 가진 전설의 괴물이었다.
“전설의 도마뱀을 이렇게 보게 되어서 영광이군.”
데미안이 조롱을 담아서 말했다. 그러자 티폰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내 이름을 듣고도 그따위로 행동하다니! 말로 해서는 듣지 않을 모양이구나!
티폰의 몸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윽고 불길이 사그라지더니 거대한 사내가 나타났다.
상체가 우람하고, 두 팔에 근육이 가득했다. 스치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폴리모프.
어떤 생물로든 변할 수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마법이었다.
오직 드래곤만 사용할 수 있기에 어떤 마법사도 폴리모프를 재현하지 못했다.
“인간, 영광으로 알아라. 내 친히 네놈을 교육시켜 줄 테니까.”
“설마 그 모습으로 나랑 싸울 생각이냐?”
데미안의 물음에 티폰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이 모습도 과분하지 않겠느냐!”
티폰이 데미안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주먹이 먼저 움직이고, 소리가 뒤따랐다.
무명기공을 운용하고 있지 않으니 지금 데미안에게는 무적이라 불리던 호신강기가 없었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티폰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묘목에서 힘을 끌어냈다.
세계수의 기운이 데미안의 몸 전체에 뿌리를 내렸다. 데미안은 육체가 크게 강화된 것을 느꼈다.
얼굴을 향해서 날아드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붙잡았다. 쇳덩이도 으스러트릴 정도의 충격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티폰의 주먹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췄다. 티폰은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세계수의 축복을 받았지?”
“알아서 뭐 하게?”
데미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티폰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래, 알 필요 없지! 지금 바로 네놈의 머리통을 부술 거니까!”
티폰은 즉시 반대쪽 주먹을 휘둘렀다. 공기를 찢으며 날아온 주먹이 데미안의 턱을 후려치려 했다.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움직였다. 몸을 바짝 붙이며 주먹을 내질렀다.
데미안이 뻗은 주먹이 티폰의 명치를 강타했다. 그 순간, 데미안은 마력을 일으켰다.
세계수의 묘목에 의해서 강화된 신체능력에 마력까지 더해졌다. 굉음과 함께 티폰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뒤로 날아간 티폰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땅이 박살 나며 몸이 땅속 깊이 파묻혔다.
-저게 뭡니까? 지금 티폰이 밀린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인간체라고 하지만 어떻게 티폰을……?
원로들은 놀란 얼굴로 웅성거렸다.
폴리모프로 변형된 육체는 본체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었다. 본체가 강하면 강할수록 변형된 육체도 강해졌다.
티폰은 과거 대륙의 서쪽을 지배했던 드래곤이었다. 그만큼 인간체도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티폰이 파묻힌 구덩이에서 거대한 마력이 폭발했다.
이윽고 지진과 함께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티폰이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본체로 돌아온 것이다.
-오냐! 네놈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았다! 이제부터 제대로 상대해 주마!
퍼져 나오는 마력을 느끼며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그거 잘됐군. 마침 나도 써먹고 싶은 기술이 있었거든.”
과거 데미안은 신성교단에서는 초대 성황 바르톨레오의 사념체와 싸운 적이 있었다.
그 전투에서 데미안은 바르톨레오의 기술과 경지를 훔쳐 냈다.
바르톨레오는 교단의 초대 성황이자 최초로 신성력을 각성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이런 식으로 불렸다.
용살자.
드래곤슬레이어라고 말이다.
그만큼 바르톨레오의 기술과 경지는 용을 죽이는데 최적화 되어 있었다.
괜히 바르톨레오가 악룡의 머리를 일격에 부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데미안이 손을 뻗었다. 마력이 모여들더니 오러블레이드가 거대한 망치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다만 망치의 모습이 조금 특이했다. 망치의 머리가 평평하지 않고 뾰족했다. 마치 말뚝을 끼워놓은 것 같았다.
-인간!
티폰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발로 땅을 박찰 때마다 온 세상이 울렸다.
데미안도 티폰을 향해 달려들려 할 때였다.
-티폰, 멈추세요!
하늘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이 고개를 위로 들자 무언가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내려오는 게 보였다.
데미안은 처음에 저게 무슨 생물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이면세계에 있으니 드래곤일 확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과 생김새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선 온몸에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었다. 날개도 드래곤과 달리 새처럼 깃털이 달려 있었다. 머리도 작고 주동이도 짧았다.
-아이리스님! 왜 밖으로 나오신 겁니까!
티폰이 허둥거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티폰 아저씨가 이렇게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어떻게 안에만 있을 수 있겠어요! 당장 싸움을 멈추세요!
-하, 하지만 이 인간은 제 아들을…….
괴생명체가 티폰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멈추세요.
그러자 티폰은 즉시 자신의 마력을 거둬들였다.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성질 더러운 드래곤이 이렇게 순순히 명령에 따를 줄이야.
-데미안 학센, 원로들에게 당신을 데려오라고 말했지만 설마 싸움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빨리 말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괴생명체가 데미안의 앞에 서며 말했다.
드래곤 만큼은 아니었지만 괴생명체도 덩치가 꽤 컸다.
“넌 뭐 하는 생물이지?”
데미안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자 괴생명체가 차분하게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리스, 해츨링입니다.
“……네가 해츨링이라고?”
데미안은 몹시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발끈하며 말했다.
-정말이니까 의심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단지 제가 고대용이라 다른 해츨링들이랑 다르게 생긴 것뿐이에요.
고대용.
그 말에 데미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은 도르고에게 다양한 지식들을 주입받았다.
흑마법에 대한 것 외에도 일반 마법, 약학, 그리고 드래곤에 대한 것도 있었다.
엘프가 세계수로부터 비롯된 것처럼 드래곤 역시 시초라 불리는 존재가 있었다.
그게 바로 다섯 마리의 고대용이었다.
용보다는 신에 가까운 존재였다고 불리던 그들은 대륙에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드래곤을 만들어 냈다.
“……네가 고대용이라고?”
데미안이 영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아이리스를 바라봤다.
데미안이 들은 고대용의 전설에 비해서 아이리스는 덩치도 너무 작고, 품고 있는 기운도 약했던 것이다.
-……아직 해츨링이라 그렇지 명명백백한 고대용이에요.
아이리스가 심통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 전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당신을 부른 게 아니에요.
아이리스가 데미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째서 맹약이 해제되었는지 제게 모든 것을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저도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