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3화(313/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3화
313화 드래곤 (3)
아이리스는 자신의 집으로 데미안을 안내했다.
드래곤이 사는 곳답게 규모가 무척 컸다. 데미안은 자신이 거인족의 나라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모처럼 손님께서 와 주셨는데. 마땅히 앉을 곳이 없군요.
침대와 탁자 같은 가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크기가 너무 컸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이리스가 두 눈을 감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소리에 맞춰서 주변의 마력이 움직였다. 이윽고 바닥에서 인간에게 딱 맞춘 탁자와 의자가 솟아났다.
데미안은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드래곤이 용언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곧이어 아이리스는 폴리모프를 이용해서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다시 인사를 드릴게요. 고대용 아이리스라고 해요.”
아이리스는 데미안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당신한테 물어볼 게 아주 많답니다. 그래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곳으로 모셨어요.”
“그전에 내가 먼저 물어봐야겠군. 어떻게 날 찾은 거지?”
생각해 보면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엘프헤임은 세계수에 의해서 감춰져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드래곤들은 데미안의 위치를 너무 쉽게 찾아냈다. 마치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반면, 엘프헤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건 제 능력 덕분이랍니다.”
“능력이라니?”
“이면세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고 계시나요?”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고대용들의 희생을 통해서 만들어졌답니다. 그들은 이면세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시켰죠. 하지만 소멸되기 직전, 자신들의 힘을 모아서 저를 남겼답니다.”
“즉, 네가 마지막 고대용이라는 뜻이로군.”
아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마지막 고대용으로서 그들의 기억과 능력을 물려받았답니다. 덕분에 저는 운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죠.”
아이리스의 말이 이어졌다.
“악마가 소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운명을 통해서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엘프하임에 있는 데미안을 찾아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이 능력은 완벽하지 않답니다. 당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상황은 알 방법이 없죠. 그래서 당신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려는 거구요.”
문득, 데미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악마의 위치를 찾을 방법이라는 게 설마……?”
“예, 제 능력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다만, 악마의 운명을 읽기 위해서는 그들과 깊이 관여된 생물이나 사물이 필요합니다.”
즉, 데미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이제 제가 질문을 드릴 차례네요. 대체 엘프헤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악마들은 어떻게 소환된 건가요?”
들은 게 있으니 대답을 해 줘야 하는 법.
데미안은 아이리스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모두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아이리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열쇠라…… 정말 맹약이 풀렸군요.”
“대체 맹약이란 게 뭐지? 그 레드드래곤도 모르고 있던데.”
데미안은 줄곧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맹약이란…… 절대적인 규칙이자 약속입니다. 맹약 때문에 악마들은 지상에 올라오지 못했고, 드래곤들은 이면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죠.”
아이리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외에도 맹약은 존재합니다. 제국에서 마스터클래스가 계속 나타나는 것도 맹약 덕분이죠.”
“대체 누가 맹약을 건 거지?”
“루인.”
그 이름에 데미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모르실 겁니다. 지금은 잊혀진 존재니까요.”
“구원단에게 배신당한 진짜 영웅이라고 들었다.”
데미안이 알고 있다는 게 의외였는지 아이리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일개 인간이 맹약을 걸 수 있는 거지?”
“루인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뭐란 말이냐.”
데미안의 물음에 아이리스는 잠시 멈칫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루인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선대 고대용들이 남긴 기억을 완전히 소화해 내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뭐지?”
“무엇이든 가능한 존재.”
아이리스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경외심이 묻어 나왔다.
“루인은 당시 대륙을 지배하던 일곱 명의 마왕을 처단하고, 드래곤로드까지 죽였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강적들을 제압했죠.”
아이리스의 찬양은 멈출 줄 몰랐다.
“그리고 세상에 맹약을 걸어서 다른 종족들을 내쫓고 인간들을 위한 천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당신이 말한 열쇠가 바로 맹약을 거는 도구입니다. 그것을 만든 존재도 루인이죠.”
귀로 직접 듣고 있음에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존재가 실재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있다 해도 그건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꼭 신을 보는 것 같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데미안, 맹약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악마들은 남은 맹약을 완전히 해제하는 게 목적일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지?”
“맹약이 남아 있는 한 모든 악마를 지상으로 데려올 수 없으니까요.”
아이리스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맹약이 완전히 해제되어 악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그때는 정말 모든 게 끝입니다. 저는 그걸 막고 싶습니다.”
별안간 아이리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만 저희 드래곤들도 맹약에 묶여 있기에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아이리스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 손을 금방 잡지 않았다.
“너희 드래곤들은 어째서 악마를 막으려는 거냐?”
결국 드래곤도 악마와 마찬가지로 맹약에 묶인 존재였다.
그런 종족이 자신을 도우려고 하니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과거 우리 드래곤은 인간과 싸웠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들과 협력했죠.”
맞는 말이었다.
드래곤들은 한때, 구원단의 적이었으나 이후에는 동료가 되어 같이 싸웠다.
“우리는 이면세계에 갇힌 게 아닙니다. 지상의 조화를 위해서 스스로 이면세계로 들어온 것이죠. 하지만 악마들이 지상을 더럽히려 하고 있습니다.”
아이리스의 눈빛이 비장하게 빛났다.
“악마들을 내쫓기 위해서 많은 선조들이 희생되었습니다. 그 고생이 헛수고가 되게 생겼는데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우리 드래곤들은 당신을 도와서 다시 악마들을 막고자 합니다.”
아이리스가 다시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러니 데미안 학센, 우리를 도와주세요.”
데미안은 고심 끝에 아이리스의 손을 잡았다.
“좋다. 너희들과 협력하도록 하지.”
* * *
그 뒤로 데미안은 몇 가지 대화를 더 나눈 뒤, 건물을 떠났다.
데미안이 사라진 이후, 건물 안으로 한 드래곤이 들어왔다.
-아이리스 님,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광룡 티폰이었다.
“그럭저럭.”
아이리스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얼굴과 태도에서 귀찮음이 묻어나왔다.
예의 바르고 똑 부러지던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티폰, 네가 연기해 준 덕분에 데미안 학센의 호감을 사기 쉬웠어.”
한껏 분노한 티폰이 데미안을 몰아붙이고, 아이리스가 그걸 중재한다.
무척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남의 마음을 열기에는 이만한 게 없었다.
-죄송합니다. 사실 진짜로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티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아이리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말이야?”
-아들의 모습을 보니 눈이 뒤집혀서 그만…….
“진짜로 죽이려고 했는데 실패한 거라고?”
아이리스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을 떠올렸다. 보통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직도 그 남자를 죽이고 싶어?”
-지금이라도 당장 살점을 뜯어내고 싶습니다.
티폰이 두 눈빛을 흉흉하게 빛내며 말했다. 아이리스는 실소를 흘렸다.
“참아. 그 인간이 있어야지 악마들로부터 ‘열쇠’를 되찾을 수 있으니까.”
아이리스는 데미안에게 거짓말을 했다.
드래곤들이 루인과 함께 싸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드래곤들은 자진해서 루인을 도운 게 아니었다.
루인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 비참하게 고개를 숙인 것뿐이었다.
덕분에 드래곤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이면세계에 갇히고 말았다.
이면세계는 정말 끔찍한 곳이었다.
하늘은 낮고, 땅은 좁았다. 마음껏 힘을 발산할 수도 없었다.
드래곤들의 목적은 지상을 지키는 게 아니었다. 이 지긋지긋한 이면세계를 탈출하는 것이었다.
맹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악마들이 가지고 있는 열쇠가 필요했다.
문제는 드래곤들은 맹약에 묶인 탓에 지상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리스는 고심 끝에 데미안 학센을 이용하기로 했다.
“발하드에게 말해 놔. 데미안 학센을 충실하게 도우라고 말이야.”
이제부터 데미안 학센은 자신들의 수족이 되어 악마들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생기면…… 바로 열쇠를 훔치라고 해.”
열쇠만 있으면 이 좁아터진 이면세계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었다.
-아이리스 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티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 *
“뭐야, 역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잖아.”
아이리스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
드래곤들이 용언으로 만든 숙소 안에 누워 있던 데미안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맹약을 풀기 위해서 날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단 말이지?”
데미안이 드래곤들의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엿들을 수 있는 이유는 세계수의 묘목 덕분이었다.
세계수의 묘목이 가진 탐지 능력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은밀했다.
두 드래곤은 데미안이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거 괘씸한데.”
데미안은 턱을 괴며 고민에 빠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뒤집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악마의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악마를 찾을 때까지는 잠자코 있어 주지.”
하지만 그다음에는 데미안도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