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4화(314/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4화
314화 가장 높은 산 (1)
공작급 악마 바헬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았다.
수하인 라리아에게 맡긴 업무가 끝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걷던 바헬은 문고리를 잡고 활짝 열었다.
“라리아! 일은 끝났어?”
바헬의 말을 들은 악마가 몸을 돌렸다. 특이하게도 악마는 입 대신 모기 주둥이가 달려 있었다.
-끝났다.
“그래? 역시 라리아라니까. 빠른 일처리가 아주 마음에 들어.”
바헬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라리아의 표정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받아라.
라리아는 바헬에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슬을 건넸다. 바헬은 구슬을 집어 들었다.
“이게 도르고의 모든 기억이란 말이지?”
-그렇다. 정신방벽이 높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하하핫, 그럴 수밖에 없지. 한때 공작급 악마였으니까.”
바헬은 생글생글 웃으며 바닥을 내려다 봤다.
거기에는 도르고가 힘없이 누워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하지만 악마인 바헬은 볼 수 있었다. 도르고의 영혼이 얼마나 많이 파괴되었는지 말이다.
라리아는 모스키키라고 불리는 악마 종족이었다.
모스키키는 영혼에 주둥이를 꽂음으로써 기억을 빨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기억을 생생하게 뽑아낼 수 있지만 문제는 고통이었다.
라리아에게 기억을 빨릴 때, 당사자는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느꼈다.
“그만…… 제발 그만…… 다 말할 게…… 말할 테니까…….”
도르고는 아직도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도르고가 모든 것을 불겠다고 말했음에도 바헬은 굳이 라리아에게 기억을 추출하라 시켰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도르고가 거짓말을 할지도 몰랐으니까.
“라리아. 적당히 응급처치만 해 주고 너도 쉬도록 해.”
도르고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 녀석은 데미안 학센을 끌어낼 최고의 미끼였으니까.
“그럼 난 간다.”
바헬은 도르고의 기억을 손에 든 채 밖으로 나섰다.
마치 공놀이를 하듯 도르고의 기억을 이리저리 던지며 받았다.
이러다 떨구면 모든 기억이 날아가지만 상관없었다. 라리아에게 다시 기억을 추출하라 시키면 됐으니까.
-어머니를 어디에 가둔 거냐!
-어머니를 돌려내!
근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바헬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놈들이 어디서 난동이냐!
-가만히 있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수하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네 명의 언데드가 보였다.
도르고가 만들었다던 4대 마왕들이었다. 바헬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주군! 별일 아닙니다. 이 녀석들이 또 난동을 피우기에 제압한 것뿐입니다.
바헬은 수하들과 대치하고 있는 4대 마왕들을 쳐다봤다.
4대 마왕들은 바헬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바헬! 어머니를 어디에 감금해 놓은 것이냐!
-어머니를 돌려내라!
4대 마왕들은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바헬은 실소만 흘릴 뿐이었다.
“아, 너희 어머니? 살아는 있어.”
바헬의 말에 4대 마왕들의 눈동자가 뒤집혔다.
-네놈! 지금 당장 죽여 버리겠다!
4대 마왕이 바헬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수하들이 그들을 붙잡고 땅바닥으로 억눌렀다.
-이거 놔! 놓지 못해!
-죽여 버리겠어!
4대 마왕들은 발버둥을 쳤다. 악마들의 힘이 너무 강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거참, 치료해 주고 복원해 줬더니 은해도 모르고 난리를 피우네.”
바헬은 피곤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니까? 원래대로라면 네 어머니는 내 부하들한테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져 죽었어야 해.”
도르고에 대한 악마들의 원한은 무척 깊었다.
지금도 도르고를 죽이자고 건의를 하는 수하가 있을 정도였다.
“근데 난 네 어머니뿐만 아니라 너희 저열한 언데드들도 살려 두고 있잖아.”
4대 마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었으나 악마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언데드일 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부수고 망가트릴 수 있었다. 그러니 제대로 대우해 줄 리가 만무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하도록 하지. 얌전히 있도록 해. 아니면 너희들의 팔다리를 뜯은 다음, 창고에 방치해 둘 거야. 너희 잘난 애미도 똑같이.”
바헬에게서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4대 마왕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아들었으면 난 이만 가 보도록 하지.”
바헬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손에 든 황금색 구슬을 입으로 집어넣었다.
“으흠, 흠, 으흐흠.”
도르고의 기억과 지식들이 바헬의 뇌로 전해졌다.
“응? 시간을 역행해?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권능을 이렇게 조합할 줄이야…… 도르고가 천재는 천재였단 말이지.”
“이런 재능을 가지고 동족을 배신하다니. 한심한 녀석.”
“아하, 데미안 학센에게 배신을 당했구나. 그러게 제대로 관리를 했어야지.”
한참 중얼거리던 바헬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바헬은 방금 전 봤던 기억을 곱씹어봤다. 얼굴이 점점 진지해졌다.
“아하.”
바헬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데미안 학센한테 가족이 있단 말이지?”
바헬은 그 자리에 선 채 한참 동안 웃었다.
“아, 지금이라도 당장 데미안이랑 놀고 싶은데……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네.”
바헬은 도르고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아주 오래된 과거의 기억이었다.
그 기억 속에서 도르고는 살아 있는 모습으로 한 인간 남성을 돕고 있었다.
루인.
7대 마왕을 모두 죽인 악몽 같은 인간을 말이다.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산이었다. 너무 높아서 지상을 모두 내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카론 산. 그곳에서 맹약을 걸었구나.”
열쇠만으로는 모든 맹약을 해제할 수 없었다.
특별한 장소로 가서 특별한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바헬은 성채에 있는 수하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애들아! 외출할 준비를 하자! 우리는 카론 산으로 간다!”
* * *
“카론 산이군요.”
한동안 데미안의 머리를 움켜잡고 있던 아이리스가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운명이 그곳을 제게 보여 줬어요. 악마들은 카론 산으로 갈 계획임이 틀림없어요.”
“왜 카론 산으로 가려는 거지?”
데미안의 물음에 아이리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맹약을 모두 해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소로 가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아마 카론 산이 그 장소일 확률이 높아요.”
“그럼 빨리 가야겠군.”
데미안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데미안을 붙잡고 말했다.
“데미안, 발하드를 데려가세요.”
“발하드를?”
아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긴 하지만 발하드는 젊은 드래곤들 중에선 가장 강합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데미안은 잠시 고민하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밖에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이리스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더 많은 동족을 붙여주고 싶지만…… 맹약을 속이고 내보낼 수 있는 드래곤은 한 마리뿐이에요.”
드래곤들은 오랜 연구 끝에 용언을 이용해서 맹약을 속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드래곤들을 지상으로 보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해 오고는 했다.
드래곤들이 데미안이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덕분이었다.
“티폰에게는 미리 말해 놨어요. 발하드를 어떻게 부려먹든 그건 당신 마음이에요.”
“그럼 뼛속까지 부려 먹어야겠군.”
데미안의 말에 아이리스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정작 농담을 건넨 데미안의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 * *
데미안이 아이리스의 집을 나오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이 보였다.
머리가 온통 붉은색인 데다 무척 거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청년을 바라보다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눈 깔아라.”
청년은 즉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마치 공포가 본능에 새겨지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당연했다. 이 청년은 발하드의 인간형이었으니까.
“발하드, 아이리스가 카론 성을 언급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그곳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발하드가 즉시 용언을 사용해서 차원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차원문을 통해서 이면세계를 벗어나 카론 산에 도착했다.
“확실히 공기부터 다르군.”
밖으로 나온 데미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왜 이렇게 드래곤들이 이면세계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악마를 찾아야지. 그 녀석들은 분명 이곳에 있…….”
그때였다.
멀리서 굉음과 함께 악마의 기운이 퍼져 나갔다. 데미안과 발하드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발하드, 저곳으로 가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난동을 피우고 있는 악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젠장! 대체 제단은 어디에 있는 거야?
-각하께서는 분명히 이곳에 있다고 하셨다! 이 잡듯이 뒤져라!
악마 몇 명이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산봉우리를 무너트리고, 주변의 지형을 부수고 있었다.
-응?
그러다 악마 한 명이 데미안과 발하드를 발견했다.
-데, 데미안 학센이다! 데미안 학센이 나타났다!
동료의 외침에 주변에 흩어져 있던 악마들이 모두 몰려왔다.
데미안은 악마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백작급이 두 명에 남작급이 다수 섞여 있었다.
“숫자가 제법 많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발하드. 처리해라.”
“알겠습…… 예?”
발하드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같이 싸우지 않고요……?”
“저런 잔챙이들이랑 싸우는데 내가 나서야겠냐? 너 혼자 처리해.”
순간, 발하드의 얼굴에 굴욕이 떠올랐다.
드래곤으로서 인간의 명령에 따르는 게 퍽 굴욕적인 모양이었다.
“눈 깔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데미안이 목소리를 내리깔자 즉시 고개를 숙였다.
“왜? 못하겠냐?”
“아, 아닙니다.”
“무서우면 하지 마. 그러다 죽으면 큰일이잖아.”
데미안의 말에 발하드의 눈동자에 분노가 치솟았다.
“……아니요! 할 수 있습니다!”
발하드는 즉시 인간체를 버리고 본체로 돌아왔다.
-드, 드래곤? 드래곤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드래곤은 모두 이면세계에 갇혀 있는 게 아니었나?
드래곤의 등장에 악마들은 모두 당황했다.
원래 드래곤은 용언을 이용해서 이면세계를 빠져 나온다 해도 본래의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맹약이 해제되면서 그런 제약이 다소 사라졌다. 덕분에 발하드는 마음껏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옥의 쓰레기들아. 지금 당장 네놈들을 모두 불태워 주마!
발하드가 브레스를 뿜어대자 악마들은 즉시 산개했다.
-크아악!
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악마가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았다.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조심해라! 보통 드래곤이 아니야!
-발이 빠른 놈이 놈의 시선을 잡아끌어라!
하지만 악마들은 조금도 겁먹지 않고 발하드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내게 덤벼들다니!
발하드는 크게 분노하며 악마들을 공격했다.
드래곤과 악마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오, 꽤 잘 싸우는 걸.”
데미안은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발하드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정도면 내가 안 도와줘도 되겠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두터운 망토로 몸을 가리고 있는 여성이 서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어디서 저런 드래곤을 데려왔데? 백작급 두셋으로는 어림도 없겠는걸.”
여성이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래서 넌 대체 뭐 하는 악마냐?”
데미안의 물음에 여성이 두 손으로 망토를 털었다.
망토가 휘날리며 옷 속에 감춰져 있던 수많은 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라에티시라고 해. 지옥에서는 검의 후작이라고 불렸지.”
망토에 걸려 있던 단검들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 숫자만 무려 서른 개에 달했다.
라에티시가 그 중 두 개를 손에 쥐었다. 날에서 오러블레이드가 길게 뻗어 나왔다.
“데미안 학센, 선배로서 한수 가르쳐 줄게. 영광으로 알아.”
라에티시의 도발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정말이지 더럽게 영광스럽군.”
데미안은 여명을 꺼내들었다.
그 직후, 두 개의 오러블레이드가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