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5화(315/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5화
315화 가장 높은 산 (2)
두 자루의 단검에서 뻗어 나온 오러블레이드가 데미안의 목을 노리며 날아왔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공격을 받아 냈다. 그 순간, 엄청난 충격이 들이닥쳤다.
오러블레이드가 아니라 묵직한 철구를 받아 낸 것만 같았다. 여명조차 부담스럽다며 몸을 떨었다.
데미안은 여명을 비틀며 공격을 흘려보냈다. 그 즉시 두 번째 참격이 날아왔다.
검의 악마라는 호칭에 걸맞을 정도로 날카로운 연격이었다.
데미안은 두 번째 공격도 받아치며 뒤로 물러났다. 라에티시는 데미안을 뒤쫓지 않았다. 거리를 벌린 채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어라? 저번에 봤을 때랑은 전혀 다른걸? 그때는 아스타를 한 방에 기절시킬 정도로 강했는데 지금은 영 아니야.”
지금 데미안은 저번과 달리 ‘데스나이트’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라에티시와 맞서고 있었다.
아직 ‘인간 데미안 학센’은 ‘데스나이트 데미안 학센’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니 라에티시가 데미안이 약해졌다고 인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바헬 각하께서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러면 나 혼자서도 충분하겠는걸?”
“겨우 한 번 검을 맞댄 주제에 건방지게 짝이 없군.”
데미안은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그러자 라에티시가 웃으며 말했다.
“화가 많이 났나 봐? 그런데 검사가 됐으면 실력으로 보여 줘야지. 그렇게 입만 털면 어떻게 해?”
“그렇게 보고 싶다면 보여 줘야지.”
데미안이 마력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문득, 라에티시의 주변에 떠 있는 단검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것들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냐?”
라에티시의 주변에는 수십 개가 넘는 단검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저렇게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라에티시는 정작 두 자루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 궁금했어? 근데 이를 어쩌나. 이건 강적한테만 사용하는 거라. 너는 보기 힘들 것 같은데.”
연이은 도발에 데미안은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뭔가를 보고 싶다면 보여 드려야지.”
데미안은 고요하게 잠들어 있던 마력을 일깨웠다.
“일륜(一輪).”
마력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영혼에 뿌리를 내린 세계수의 묘목도 힘을 보탰다.
마력과 정령력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육체와 하나로 융합했다.
하나의 원.
하나의 합일.
그것이 완성된 순간, 데미안의 두 눈동자에서 푸른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 순간, 데미안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직후, 라에티시의 목에 참격이 들이닥쳤다.
라에티시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교차했다.
X로 교차한 오러블레이드를 여명이 강타했다. 라에티시의 몸이 뒤로 쭉 밀려 나갔다.
“……큭?”
라에티시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데미안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벌어진 거리를 좁히며 여명을 내질렀다. 라에티시는 단검을 세워서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여명을 튕겨 내기에는 라에티시의 근력이 부족했다. 단검을 밀고 들어온 여명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뺨이 쫙 갈라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라에티시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 따위가 내 몸에 상처를 입혀? 죽고 싶은 거냐!”
라에티시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전신에서 방대한 진력이 뿜어져 나왔다.
육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물들었고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돋아났다. 전신에 호랑이와 같은 무늬가 나타났다.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마!”
라에티시가 데미안을 향해 돌진했다. 땅을 밟을 때마다 지진이 일어났다.
다가오는 라에티시를 노려보며 데미안이 다시 중얼거렸다.
“이륜(二輪).”
데미안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이 더욱 짙어졌다.
데미안은 정면에서 라에티시의 참격을 받아 냈다. 그 충격으로 주변의 공기가 밀려 나가며 강풍이 휘몰아쳤다.
데미안과 라에티시는 검을 맞댄 채 서로를 노려봤다. 라에티시는 이를 갈며 뇌까렸다.
“……내 공격을 버텨?”
“피하자니 너무 가벼워서 말이야.”
데미안의 조롱에 라에티시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튀었다.
“어디서 건방을 떨고 있어!”
라에티시가 두 팔에 힘을 넣었다. 데미안을 밀어낸 뒤, 쌍검을 휘둘렀다.
두 자루의 단검이 각기 다른 궤적을 그렸다. 단검에서 뻗어 나온 오러블레이드가 데미안의 급소를 노리며 들어왔다.
하지만 라에티시의 연격은 너무나도 쉽게 튕겨져 나갔다.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러서 모든 공격을 쳐 낸 것이다.
“살아온 세월을 자랑하는 것치고는 실력이 변변찮군.”
데미안의 조롱에 라에티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직 내 실력을 절반도 보여 주지 않았어!”
라에티시가 고함을 내지르며 검술을 펼쳤다.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술이 쏟아졌다. 어느 것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어떤 기술도 데미안에게 닿지 못했다. 마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데미안은 모든 기술을 손쉽게 막아 냈다.
그 사실을 라에티시가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급속도로 싸늘하게 굳었다.
“더 보여 줄 거 없나?”
그런 라에티시를 향해 데미안이 물었다.
“그럼 슬슬 끝내지.”
데미안이 여명을 이용해서 라에티시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궤적이 확 틀어지면서 두 자루의 단검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어?”
라에티시가 당황한 순간, 데미안이 한 발을 크게 내디뎠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렀다. 여명이 라에티시의 목을 베어 냈다.
“……컥!”
목이 반쯤 베이며 피가 터져 나왔다. 라에티시는 목을 붙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내 생각보다 뼈가 단단하군.”
데미안은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베어 내기 위해서 검을 휘둘렀다. 라에티시의 두 눈동자에 죽음의 공포가 떠올랐다.
“……카, 카악!”
라에티시가 입에서 피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그 순간, 허공에 떠 있던 단검들이 일제히 데미안을 향해 쏟아졌다.
데미안은 단검을 모조리 쳐 내려 했다. 숫자는 조금 많았지만 이륜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못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여명과 단검이 격돌한 순간, 데미안은 곧바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검에 담겨 있는 힘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다. 라에티시가 직접 휘두를 때보다 훨씬 강했다.
데미안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단검을 쳐 낼 수밖에 없었다.
여명과 단검이 부딪힐 때마다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데미안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내가 받아치기 힘들 정도의 이기어검이라고?’
데미안조차 경악할 정도로 이기어검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검의 악마라는 게 실감이 날 정도였다.
그사이, 라에티시는 목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전념했다.
이대로 라에티시가 완전히 회복하면 전투가 더 길어질 게 분명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는 데미안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삼환(三輪).”
몸속에 세 개의 원이 완성되었다. 데미안이 내뿜는 기운이 한순간 증폭되었다.
다음 순간, 허공에 선이 그어졌다.
수십 개의 선이 데미안을 중심으로 뻗어 나왔다. 선에 닿은 단검들이 모조리 잘려 나갔다.
“……뭐?”
그 모습을 본 라에티시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다음 순간,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일직선으로 내달리며 라에티시의 목을 베었다.
보라색 피가 튀면서 라에티시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 순간까지도 라에티시는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별것도 아닌 게 말이야.”
“너, 너어…….”
머리가 베였음에도 라에티시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악마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 덕분이었다.
빨리 머리를 몸에 붙이면 살 수 있었지만 데미안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너희들의 계획이 뭐냐고 묻고 싶지만…… 어차피 말 안 해 주겠지?”
데미안은 라에티시의 머리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흑마법을 이용해서 그녀의 영혼을 뽑아냈다.
-꺄아아악!
악마답게 라에티시의 영혼은 무척 거대했다. 데미안은 그녀의 영혼을 찢은 뒤, 기억을 흡수했다.
“……별거 없군.”
아쉽게도 대단한 정보는 없었다.
맹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제단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제단의 위치는 악마들도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악마들보다 먼저 제단을 찾아야겠군.”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레드드래곤이 악마들의 시체를 밟은 채 포효하고 있었다.
* * *
“뭐? 데미안이 드래곤이랑 같이 찾아왔다고?”
보고를 받은 바헬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스타, 대단하지 않아? 드래곤이야! 데미안 학센이 드래곤을 데리고 왔어!”
바헬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황소 머리를 한 악마가 서 있었다.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당장 둘 다 찢어버리고 오겠습니다.
아스타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에게 기절한 것 때문에 원한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데미안한테 죽으면 어쩌려고?”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너랑 같은 후작인 라에티시도 데미안 학센한테 죽었는데?”
-장난감이나 가지고 노는 그 녀석과 저는 다릅니다!
아스타가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바헬은 배를 붙잡고 웃었다.
“그래, 그렇지. 너는 라에티시랑 다르지.”
검의 악마라는 호칭은 라에티시의 명예와 멍에를 동시에 뜻하는 호칭이었다.
라에티시는 악마였으나 권능을 타고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검을 익혔고, 그 덕분에 후작급 악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권능이 없는 악마는 악마가 아니었다. 라에티시는 후작급 악마임에도 백작급 악마로 여겨질 만큼 약했다.
“그래도 좀만 참아.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잖아.”
바헬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도르고가 쇠사슬에 묶인 채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도르고, 빨리 기억을 떠올려 봐. 재단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감각을 떠올려 보란 말이야.”
제단.
루인이 맹약을 건 장소는 도르고의 기억에도 없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오직 루인만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도르고는 아무 대답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바헬의 얼굴에 잠시 짜증이 떠올랐다.
“야, 깨워.”
모기 주둥이를 가진 악마.
라리아가 도르고의 뒤통수에 주둥이를 꽂아 넣었다.
그 순간, 도르고의 안광이 불타올랐다.
“아아악!”
“그러게 내 말을 경청했으면 이럴 일도 없고 좋잖아.”
“끄아아악!”
도르고의 비명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 * *
-끄아악!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4대 마왕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의 비명 소리가 어제보다 약해지셨다. 기력이 얼마 남지 않으신 거야.”
앱실론이 형제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반드시 어머니를 이곳에서 탈출시킨다. 설사 우리들의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세 형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앱실론은 무거운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의 계획을 위해서는 반드시 데미안 학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