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6화(316/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6화
316화 가장 높은 산 (3)
레드드래곤 발하드는 화가 들끓는 것을 꾹 참고 있었다.
“지금 악마들은 제단이라는 걸 찾는 중이다.”
원인은 눈앞에 있는 인간 때문이었다.
대다수의 드래곤이 그러하듯 발하드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굉장히 하찮게 여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란 드래곤에 비해서 나약한 육체와 별 볼 일 없는 마력, 미약한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종족이었으니까.
비록 그렇게 깔보던 인간들에게 패배해서 이면세계에 갇히기는 했지만 그건 루인이라는 불가항을 만났기 때문이다.
“산이 그렇게 넓지도 않은데. 악마들이 아직까지 못 찾은 걸로 봐서 보통 장소가 아닌 모양이야.”
그런데 지금 발하드는 그렇게 하찮게 생각하는 인간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었다.
“인마, 내 말 듣고 있냐?”
인간, 데미안 학센이 발하드를 향해 물었다. 발하드는 화를 꾹 억누르며 대답했다.
“……예,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그럼 추임새라도 좀 넣어라. 나 혼자 떠드는 줄 알았잖아.”
데미안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발하드는 감정이 더욱 거세지는 것을 느꼈다.
“여하튼 제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 없냐? 너네는 오래 살아왔잖아.”
“기본적인 지식밖에 모릅니다. 루인이 열쇠를 이용해서 맹약을 만든 장소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쯧쯧.”
데미안은 쓸모없는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발하드를 바라봤다.
발하드조차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질문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이 새끼가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죽을래?”
“……드리겠습니다.”
“오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허락했다. 아랫것을 대하는 듯한 태도에 발하드는 깊은 굴욕감을 느꼈다.
“어째서 저만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까?”
발하드는 지금까지 얌전히 데미안의 말을 듣고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마법으로 지핀 모닥불을 이용해서 멧돼지 통구이를 굽는 중이었다.
참고로 이 멧돼지 역시 발하드가 직접 잡아 온 것이었다.
“니네 고대룡이 널 마음대로 부려 먹으라던데.”
“그게 이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시키라는 뜻은 아니었잖습니까!”
“따질 거면 걔한테 가서 따져.”
데미안의 뻔뻔한 태도에 발하드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데미안 학센! 당장 검을 들어라! 지금 이 자리에서…….”
네놈을 박살 내 주마!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발하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데미안 학센과 후작급 악마의 전투가 떠올랐던 것이다.
발하드가 잡다한 악마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을 동안 데미안 학센은 후작급 악마와 싸웠다.
둘의 충돌은 멀리 떨어져 있던 발하드조차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데미안 학센이 눈 깜짝할 사이에 후작급 악마를 처치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발하드도 후작급 악마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는 광룡 티폰과 천뇌룡 르악의 힘을 물려받았으니까.
하지만 데미안 학센처럼 빨리, 그것도 상처 하나 없이 후작급 악마를 쓰러트릴 자신은 없었다.
만약 정말로 싸웠다면 사투를 벌여야 했으리라.
“검은 왜? 나랑 한판 붙으려고?”
데미안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발하드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이제 거의 다 구웠으니 칼 들고 와서 잘라먹을 준비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아, 그런 거였어? 난 또 한판 붙자는 줄 알았잖아. 진짜 그랬으면 이번에야말로 비늘을 전부 벗겨 버렸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데미안 학센의 두 눈동자는 살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발하드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내심 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먹어도 된다고?”
“잠시만요.”
발하드는 아공간을 열어서 작은 가방을 꺼냈다.
가방을 열자 온갖 종류의 향신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하드는 멧돼지 통구이에 칼집을 낸 뒤, 향신료들을 골고루 바르기 시작했다.
“솜씨가 능숙한데?”
데미안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발하드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애를 키울 때, 익혀 뒀습니다.”
“애? 네 자식? 드래곤인가?”
“아뇨, 인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반인반룡이었죠.”
발하드의 말을 들은 데미안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을 그렇게 무시하면서 인간이랑 애를 낳았다고?”
데미안의 지적에 발하드는 할 말이 궁해졌다.
그 말대로 발하드는 인간을 하찮게 여겼으니까.
“……지상으로 파견을 나온 드래곤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맹약에 의해서 드래곤들은 지상으로 나올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용언을 이용해서 허점을 만든 뒤, 드래곤을 지상을 보내곤 했다.
보낼 수 있는 드래곤은 한 마리뿐. 그나마도 대부분의 힘을 봉인 당한 상태.
그럼에도 지상으로 보낸 이유는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다.
“자식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겠군.”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대수롭지 않게 던진 한마디가 발하드의 가슴 속에 파문을 일으켰다.
발하드는 타오르는 불길을 말없이 바라봤다.
* * *
식사를 마친 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꺼냈다. 라에티시와의 전투를 복기하기 위함이었다.
‘슬슬 에레보스에 익숙해져야지.’
여명이 아니라 에레보스를 꺼낸 이유는 아직 손에 낯선 감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에레보스를 지겹도록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때 데미안은 데스나이트의 신체였다.
지금보다 덩치도, 손가락의 길이도 모두 달랐다. 그러니 인간의 몸으로는 에레보스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라에티시와의 전투를 떠올리며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이전에 비해서 크게 성장했다. 오륜조화공도 더욱 완벽해졌어.’
라에티시와 싸우는 동안, 데미안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후작급 악마를 이겼다.’
본래 후작급 악마는 그랜드마스터만이 맞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데미안은 그랜드마스터급의 강함을 손에 넣었다고 볼 수 있었다.
‘후작급 악마치고는 약한 녀석이었지만 말이야.’
지금까지 데미안이 경험해 봤던 후작급 악마에 비하면 라에티시는 너무 약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만족할 수 없었다. 라에티시보다 더 강한 후작급 악마가 나타나면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완숙한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경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해. 언제까지 데스나이트의 힘에 의지할 수는 없다.’
지금 데미안은 그랜드마스터에 한 발을 걸치고 있었다.
이제 한 발만 옮기면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반걸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그 걸음을 뗄 수 있을지 막막했다. 심해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원인은 데미안 자신에게 있었다. 머리에 담겨 있는 게 많아도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아 버렸다.’
무명기공을 사용했을 때 일이었다. 데미안은 흑마력을 다루는 와중에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흑마력은 인간의 영혼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마력은 자연에서 비롯되었지.’
두 기운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데미안은 두 기운을 하나로 합칠 단초를 보았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성력은 인간의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합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예 별개인 줄 알았던 기운들을 하나로 합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데미안이 새로 창시한 마나연공법인 오륜조화공도 합일에 관련된 것이었다.
‘자승자박이로군.’
데미안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다. 기사의 강함은 얼마나 높은 벽을 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이 과제를 해결하여 그랜드마스터에 오르면 데미안은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전에 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데미안의 고민은 경지를 넘어서 제단에 닿았다.
‘악마들의 목표는 제단을 찾는 것. 내 목표는 도르고와 바헬을 죽이는 것.’
하지만 지금 데미안으로서는 바헬의 위치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데미안도 제단을 찾아야 했다. 그러면 악마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단은 어디 있는 거지?’
분명 누구도 찾을 수 없도록 꽁꽁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악마들이 여태 찾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생각을 바꾸자. 내 목적은 제단을 찾는 게 아니야. 바헬과 도르고를 죽이는 것이지.’
데미안의 진짜 목적은 그들의 죽음이었다. 제단 따위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악마들을 방해하자. 그놈들이 제단을 찾지 못하고 방해하는 거야. 그럼 언젠가 바헬이 꼬리를 드러내겠지.’
그때였다.
에레보스가 무언가와 부딪힌 것이다.
“응?”
데미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에레보스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에레보스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왜 이래?”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붙잡고 힘을 줬다. 하지만 에레보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딱딱한 것에 박힌 것 같았다.
데미안은 고민하다가 두 손으로 에레보스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체중을 실어서 에레보스를 내리그었다. 에레보스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베어 내는 것이 느껴졌다.
에레보스가 베어 낸 자리가 쫙 벌어졌다. 동시에 강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틈새 속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휘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다.
데미안은 팔뚝으로 바람을 막으며 조심스럽게 틈새 사이를 들여다봤다.
그러자 이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보였다.
높게 솟은 봉우리 위에 일곱 개의 석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인간 크기의 석관이 놓여 있었다.
“……저게 뭐지?”
데미안은 균열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석관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석관은 뚜껑이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었다. 석관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다소곳이 누워 있는 인간 남성이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다행히 석관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석관에 새겨진 이름이 닳고 닳은 상태였다.
데미안은 글씨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천천히 읽었다.
“……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