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8화(318/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8화
318화 제단 (2)
해가 질 무렵, 바헬은 도르고가 갇혀 있는 방을 찾아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악마, 라리아가 바헬을 알아보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 괜찮의 앉아 있어. 그냥 저 녀석 얼굴만 좀 보려고 온 거야.”
바헬은 라리아를 다시 앉힌 뒤,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도르고가 쇠사슬에 묶인 채 쓰러져 있었다. 마치 진짜 해골을 보는 듯했다.
“흐음.”
바헬은 도르고의 앞에 쭈구려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에는 검은 액체가 넘실 거리고 있었다. 방금 막 뽑아낸 싱싱한 흑마력이었다.
바헬은 도르고의 머리에 흑마력을 부었다. 흑마력은 닿자마자 곧바로 도르고에게 흡수되었다.
두개골 안에서 안광이 희미하게 살아났다. 도르고가 정신을 차렸다는 뜻이었다.
“도르고, 오늘은 좀 다른 걸 물어보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도르고의 머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서 바헬을 올려다봤다.
“뭐, 별 건 아니고 네 기억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해결이 되지 않는 의문이 있어서 말이야.”
바헬은 도르고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며 물었다.
“넌 대체 어떤 악마였지?”
도르고라는 이름은 악마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도르고의 배신으로 인해서 악마들은 지옥에 갇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도르고가 어떤 악마였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상한 일이지. 나는 분명히 어릴 때 너를 직접 봤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악마들도 다 그랬단 말이지.”
악마는 늙지도, 죽지도 않았다. 외부요인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한한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도르고를 직접 만나 본 악마들이 적지 않게 존재했다.
“그런데 네가 어떤 종족이었는지. 어떤 권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바헬이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상에 올라 온 뒤, 도르고와 함께 활동을 하고, 그녀의 기억을 읽고.
그러는 와중에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도르고가 어떤 악마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헬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악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알고 있는 거라고는 네가 공작급 악마였다는 건데…… 그것도 이상한 일이지. 공작급 악마가 배신했다고 악마 전체가 지옥에 처박힌다는 게 말이야.”
지금이야 공작급 악마는 바헬 한 명밖에 없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일곱 명의 악마왕들이 존재했고, 그 아래에 수많은 공작급 악마들이 있었다.
“더 이상한 건 지금까지 아무도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야. 꼭 누가 최면이라도 건 것처럼 말이야.”
바헬은 도르고의 머리를 잡고 들어올렸다. 도르고는 힘없이 그의 손에 딸려 올라왔다.
“도르고, 말해라. 너는 대체 누구지?”
도르고의 입이 달싹거렸다. 그 입에서 무언가 흘러 나오려 할 때였다.
-각하!
다급한 외침과 함께 황소머리를 한 악마, 아스타가 감옥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제단을 찾아냈습니다!
그 말에 바헬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도르고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바헬은 도르고의 머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군. 당장 움직이자. 맹약을 풀고, 동족들을 해방 시켜야지.”
바헬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악마들이 대대로 품고 있던 숙원을 풀 때가 다가왔다. 바헬조차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하, 송구스럽지만 그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고?”
바헬의 물음에 아스타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직접 가서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 *
“…….”
아스타의 말대로 차원문으로 달려간 바헬은 할 말을 잃었다.
차원문 너머로 보이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제단을 찾은 게 아니라 데미안 학센이 알렸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바헬은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미친 놈인가……?”
드래곤과 붙어먹었으니 제단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 마당에 자신들에게 제단의 위치를 공개한다니?
“설마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저 난리를 피운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바헬은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멋진 초대장을 보내 줬는데. 우리도 응해 줘야겠지?”
바헬이 뒤에 나열해 있는 악마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을 죽이는 놈에게 지상에서 가장 부유한 땅을 선사하겠다!”
바헬의 선언에 악마들이 모두 함성을 내질렀다.
악마들이 일제히 차원문으로 몸을 던졌다.
* * *
“……이건 미친 짓이야.”
쏟아지는 악마들을 바라보며 발하드는 절망에 빠졌다.
저렇게 숫자가 많음에도 오합지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원이 백작급 악마였으며 몇 명은 후작급 악마였다.
저 정도면 지상을 쓸어버리고도 남았다. 저런 강대한 전력을 둘으서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데미안 학센! 죽으려거든 혼자 죽지 왜 나까지 끌어들인 거냐!”
“드래곤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겁이 많아? 이럴 때는 호탕하게 혼자서 다 처리하겠다고 달려나가야지.”
“지금 그딴 재미없는 농담을 할 때냐!”
발하드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데미안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런데 자꾸 말을 놓네. 너부터 죽여주랴?”
뻗어나오는 살기에 발하드는 몸을 움찔 떨었다. 눈치를 보며 슬쩍 말투를 바꿨다.
“제, 제 말도 틀린 게 아니잖습니까. 저 많은 괴물들을 어떻게 단둘이서 상대합니까.”
“숫자가 많긴 하네.”
데미안 학센이 이곳으로 날아오는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발하드는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했다.
“그럼 숫자를 줄여 볼까.”
“무슨 작전이라도 있으십니까?”
“있고 말고. 일단 네 마력이나 내놔 봐라.”
“……예?”
발하드가 당황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바라봤다. 마력? 마력을 내놓으라니?
“드래곤이니까 마력은 넘쳐날 거 아니야. 그걸 다 내놓으라고.”
“잊으신 듯한데…… 전 드래곤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
데미안 학센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발하드는 울컥했다.
“드래곤의 마력은 농도가 짙고, 거칠어서 인간이 다룰 수 없단 말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서 흡수하는 거면 모를까.
갓 뽑아낸 생생한 드래곤의 마력을 인간이 다루는 것은 불가능했다.
“알겠으니까 내놓기나 해라. 저 새끼들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하니까.”
“제 말을 이해 못하신 듯한데.”
데미안이 아공간 속에서 몽둥이를 꺼냈다. 그걸 본 발하드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내, 내놓겠습니다! 내놓겠습니다!”
발하드는 즉시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드래곤의 육체로 변했다. 마력을 다루기에는 본체가 훨씬 편했다.
발하드는 드래곤하트을 움직여서 마력을 끌어냈다. 그 영향으로 주변의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그럼 지금부터 보내겠습니다.
“오냐.”
끝까지 재수 없는 태도에 발하드는 다시 분노를 느꼈다.
‘이러다 폐인이 되어도 날 원망하지 마라!’
발하드는 있는대로 마력을 끌어내서 데미안 학센에게 보냈다.
발하드의 본체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데미안에게 흘러 들어갔다.
* * *
‘역시 드래곤답군.’
발하드에게서 마력을 흡수하며 데미안 학센은 그 양과 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에게 두 발로 걷는 도마뱀 취급받고 있기는 하지만 드래곤은 명실상부한 최강의 생명체였던 것이다.
‘이 마력을 하나로 합친다.’
데미안은 오륜조화공을 운용했다.
발하드의 말대로 용의 마력은 거칠게 저항했다. 인간 따위에게 굴복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용의 마력이 저항하는 것보다 데미안의 장악력이 더욱 강했다.
데미안의 마력과 세계수의 묘목이 내뿜는 정령력, 그리고 드래곤의 마력이 하나의 원을 만들어 냈다.
합일(合一).
세 개의 힘이 하나로 합쳐졌다. 데미안은 몽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합일을 이룬 마력들이 데미안의 머리 위에서 모여들었다. 이윽고 응축되며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인간이 용의 마력을 이렇게 능숙하게 다룬다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발하드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드래곤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자신이 건네준 마력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체 무엇을 만들어낼 생각이지?
이윽고 마력이 온전한 형체를 이루었다. 그것을 본 발하드의 얼굴이 멍해졌다.
-몽둥이……?
산봉우리만큼 거대한 몽둥이가 데미안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었다.
초대 성황 바르톨레오.
데미안은 일전에 그가 남긴 사념과 싸우고 그의 기술과 경지를 습득한 적이 있었다.
바르톨레오가 그랜드마스터로서 손에 넣은 경지는 ‘거대화’였다.
거대화의 능력은 단순했다.
오러블레이드의 크기를 키우면 키울 수 록 더 단단해지고, 더 강해진다.
“그럼 어디 한 방에 날려 볼까.”
데미안이 높이 들어올린 몽둥이를 아래로 내리쳤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몽둥이가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야야, 뭐가 떨어지는데?
처음에 악마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저게 뭐야? 엄청난 마력이 느껴지는데?
-그냥 마력 덩어리 아니야?
-그럼 그냥 무시하고 돌파해!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본래 마력이랑 밀도를 높혀야 강해지는 법.
저렇게 무식하게 크기만 키워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데미안 학센을 죽여라!
-드래곤도 죽여!
무엇보다 지금 악마들은 한껏 흥분한 상태였다.
-속도가 심상치 않은데……?
-뭔가 불길한데……?
하지만 그 중에서도 몇 명은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피해야 할 것 같…….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거대한 몽둥이가 악마의 무리를 강타했다.
하늘을 날던 악마도, 땅을 달리던 악마도 모두 몽둥이에 찍혔다.
수십 마리의 악마들이 동시에 으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