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1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9화(319/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19화
319화 제단 (3)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악마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남은 것은 몽둥이에 의해서 파괴된 지면과 그 위에 흩어져 있는 육편들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발하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알고 있다.
데미안이 이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마력 덕분이라는 것을.
용의 마력을 대량으로 소모했기에 이런 출력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력이란 어디까지나 연료일 뿐이다.
그 연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는 사용자에게 달려 있었다.
마력의 원주인인 발하드조차 같은 양의 마력을 소모해서 이런 위력을 낼 자신은 없었다.
“언제까지 놀라고 있을 거냐.”
그때, 데미안이 발하드에게 핀잔을 줬다.
“슬슬 정신 차려라. 이제부터 피 터지게 싸워야 하니까.”
-싸운다고요? 악마들은 다 죽었잖습니까.
입에서 저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발하드는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물었다.
“버틴 놈들이 있거든.”
데미안이 말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악마들이 떨어졌다.
숫자는 겨우 세 명.
하지만 악마들을 마주한 순간, 발하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강하다.
전원이 드래곤인 자신조차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의 무지막지한 일격에 당했음에도 멀쩡했다. 어디에서도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 오늘만을 기다렸다! 네놈에게 당한 굴욕을 되갚아 주마!
소머리 악마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처음 보는데?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
-이 빌어먹을 놈이!
소머리 악마가 분노를 토해 냈다. 흉폭한 기운이 사방에 몰아쳤다.
-내 이름은 아스타! 네놈에게 당한 굴욕을 갚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굴욕? 아, 이제 기억이 나네. 그때, 나한테 한 방에 기절한 놈 아니야.”
데미안이 비웃음을 흘리며 덧붙였다.
“근데 무슨 낯짝으로 다시 나타났냐? 아니면 수치심을 모르는 건가?”
아스타에게서 살기가 폭사 되었다. 발하드는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 님! 지금 싸우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발하드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지금 데미안은 방금 전의 일격을 휘두르느라 마력과 체력을 크게 소모한 상태였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 아스타 같은 악마를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지금 날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예?
말하기가 무섭게 머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몸집이 발하드 만큼이나 거대한 악마가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으하핫! 너는 나랑 놀자!
발하드는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잡았다. 그리고 즉시 악마의 복부를 향해서 주먹을 올려 쳤다.
악마의 몸이 출렁였으나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히죽 웃었다.
-드래곤의 주먹은 오랜만인걸.
발하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마력, 이 맷집.
후작급 악마가 틀림없었다. 성체 드래곤인 발하드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대였다.
-나는 바스라고 한다. 네놈은 이름이 뭐냐.
-발하드. 레드드래곤이다.
그렇다고 피할 생각은 없었다.
드래곤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지게 된 오만함이 발하드를 움직였다.
드래곤하트가 박동하며 마력을 생산해 냈다. 방금 전 소모했던 마력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오랜만에 드래곤 고기를 맛보겠구나.
-지옥에서 기어 다니던 구더기 주제에 건방지군.
발하드가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두 거체가 서로 맞부딪혔다.
* * *
“슬슬 우리도 시작해 볼까.”
데미안이 두 명의 악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명 모두 이전에 싸웠던 라티시에라는 악마보다 훨씬 강했다.
무명기공으로 데스나이트의 힘을 불러내면 모를까. 인간의 몸으로는 어느 한 명도 방심할 수 없었다.
-건방진 놈! 당장 머리를 쪼개 주마!
아스타가 도끼를 든 채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악마가 아스타를 말렸다.
-아스타, 진정하라구. 또 대책 없이 달려들었다가 저번처럼 기절하면 어쩌려고 그래?
-뭐? 감히 그딴 소리를 지껄이다니! 알터, 네놈부터 죽여 줄까?
-진정해 친구.
등에 새의 날개를 달고 있는 악마가 두 손을 들며 아스타를 말렸다.
-각하께서도 우리 둘한테 협공하라고 지시하셨잖아?
-저놈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각하의 명령을 어길 셈이야?
알터의 지적에 아스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네가 이겨도 문제야. 너 혼자 싸우게 했다가는 나만 각하께 혼날 테니까.
-젠장, 네 마음대로 해라! 대신 내 발목을 잡으면 너부터 죽여 버리겠다!
-안 죽게 조심해야겠군.
협의가 끝났는지 두 악마들은 데미안을 돌아봤다.
악마들에게서 밀려오는 흉흉한 기세에 데미안은 조소를 짓는 것으로 답했다.
“언제까지 수다만 떨고 있을 생각이냐. 어서 덤벼라.”
데미안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 도발에 아스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오냐! 지금 당장 그 재수 없는 주둥이부터 뭉개 주마!
아스타가 데미안을 노리고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후작급 악마답게 속도도, 위력도 심상치 않았다.
데미안은 우선 아스타의 공격을 피하는데 집중했다. 동시에 아스타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데미안 학센! 어떻게 된 거냐! 저번과 달리 느려터졌구나!
아스타가 조소와 함께 데미안을 도발했다.
-이렇게 약해빠진 놈을 죽여 봤자 김만 샐 뿐이지! 빨리 흑마력을 사용해라!
“나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가져오는 멍청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하지만 데미안이 입을 열자마자 표정이 달라졌다. 아스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때, 데미안의 눈빛이 변했다.
감정의 동요로 벌어진 짧은 빈틈을 읽어 낸 것이다.
데미안은 즉시 아스타의 목을 향해서 여명을 휘둘렀다.
여명에서 방출된 오러블레이드가 커다란 칼날을 만들어냈다.
거대화.
초대 성황 바르톨레오의 경지가 펼쳐졌다. 산마저 쪼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검이 아스타의 목을 강타했다.
거검이 아스타를 땅으로 찍어 눌렀다. 그 충격으로 지면이 쩍 갈라졌다.
하지만 아스타의 목은 여전히 붙어 있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멀쩡했다.
빛의 파편이 아스타의 목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빌어먹을 놈이…….
아스타가 몸을 일으키자 거검이 밀려났다. 거검은 갑옷을 조금도 베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네놈의 권능이냐?”
-그렇다.
아스타가 두 손으로 거검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아스타의 손에도 빛의 파편이 모여들었다.
아스타가 손에 힘을 주자 거검이 산산이 파괴되었다. 오러블레이드를 응축시켜서 만들었음에도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불침’의 권능이라는 거다. 이 세상 어떤 것도 내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없지.
목을 가리고 있던 갑옷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스타의 전신을 둘러쌌다.
-데미안 학센, 네놈의 검은 내 털끝 하나 상하게 하지 못할 거다.
아스타가 도끼를 버리고 데미안에게 돌진했다. 권능을 두른 주먹을 내리쳤다.
막아 내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데미안은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지면에 아스타의 주먹이 꽂혔다. 굉음과 함께 지면이 가루로 변했다.
-어딜 도망치려는 거냐!
아스타가 데미안을 뒤쫓으며 소리쳤다. 데미안이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걱정 마라. 피할 생각 없으니까.”
이미 아스타의 움직임은 모두 파악한 지 오래였다.
데미안은 아스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여명을 휘둘렀다.
수많은 참격이 아스타의 관절을 노리고 쏟아졌다. 하지만 쇠가 긁히는 소리만 날 뿐 아스타의 몸은 멀쩡했다.
-소용없다고 했지!
아스타는 큰소리로 웃으며 더욱 날뛰었다.
‘골치 아프군.’
이만한 속도와 파괴력을 가진 악마가 무적의 갑옷까지 두르고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움직임이 단조롭다. 이런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
그때, 데미안의 시야가 변했다. 갑자기 하늘과 땅이 뒤집힌 것이다.
데미안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바람에 아스타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온몸의 뼈를 으스러트려 주마!
‘불침’의 권능을 두른 아스타의 주먹이 데미안을 향해 들이닥쳤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데미안은 아스타의 공격을 흘려보내려 했다.
그런데 데미안의 생각과 다르게 몸이 움직였다. 여명을 쥔 오른손 대신 왼팔이 움직인 것이다.
아스타의 주먹이 데미안의 복부를 강타했다. 데미안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아직 살아 있군.
아스타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어느새 데미안의 몸에 갑옷이 덧씌워져 있었다.
헤메이라.
데미안이 일전에 손에 넣었던 마갑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인 것이다.
“퉷.”
데미안은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뱉었다. 헤메이라 덕분에 몸이 으스러지지는 않았지만 내상이 심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데미안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머리를 움직이려 했는데 눈이 감겼다. 팔을 움직이려 하면 허리가 숙여졌다.
데미안의 감각과 몸이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황스럽지? 이상하지?
데미안은 어렵사리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새 날개의 악마가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그게 내 권능인 ‘왜곡’이다. 지금 네 감각은 전부 헝클어져 있지. 전투는커녕 꼼짝도 할 수 없을걸.
그제야 데미안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참고로 내 권능을 이용하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지.
새날개의 악마, 알터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악마의 손이 사라졌다.
그 직후, 데미안의 목 밑에서 악마의 손날이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고개를 옆으로 틀어서 악마의 공격을 피했다.
-공간을 왜곡시킨 거다. 재미있…… 잠깐.
알터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방금 어떻게 피한 거냐?
데미안은 몸을 일으켰다. 여유롭게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 모습에 알터는 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내 권능을 해제한…….
“네놈이 떠들어준 덕분에 대충 파악이 끝났다.”
알터의 권능은 아직 데미안의 몸에서 작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데미안은 헝클어진 감각째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어!
알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짧은 시간에 복잡하게 꼬아놓은 감각을 전부 파악하고, 능숙하게 몸을 움직인다고?
오랜 세월 동안 ‘왜곡’의 권능을 사용해 왔지만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좀 천재라서.”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알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터! 언제까지 수다를 떨 생각이냐!
아스타가 그렇게 소리치며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주먹을 동시에 내리쳤다.
데미안은 즉시 몸에 명령을 내렸다. 땅을 박차며 아스타의 공격을 피했다.
-말도, 말도 안 되는…….
데미안이 몸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서 공격까지 피하자 알터는 더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알터! 넋 놓지 말고 놈을 공격해라!
아스타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제야 알터는 정신을 차렸다.
-그, 그래. 일단 죽이고 봐야지
알터가 두 날개를 펼치자 깃털들이 사방으로 발사되었다.
알터는 즉시 왜곡의 권능으로 차원을 비틀었다. 깃털들이 사라지더니 데미안 학센에게 쏟아졌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서 깃털들을 베어 냈다. 잘려 나간 깃털은 그 즉시 폭발을 일으켰다.
-데미안 학센!
폭발을 뚫고 아스타가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아스타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해 냈다.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
사실 데미안의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았다. 헝클어진 감각으로는 공격을 피하는 게 고작이었던 것이다.
‘역시 지금 실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후작급 악마는 그랜드마스터에 비견되는 강대한 존재였다.
아직 데미안은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한 번 더 써 주마.’
데미안이 질투의 권능을 발현했다.
체내에 흐르고 있던 마력이 흑마력으로 변질되었다. 데미안은 즉시 무명기공을 운용했다.
데미안의 안광이 붉게 물들었다. 동시에 발밑에서 어둠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 드디어 그걸 사용하려는 거냐!
데미안이 무명기공을 운용하자 아스타는 크게 기꺼워했다.
-좋다! 이제 나도 제대로 해 주마! 네놈을 정면에서 박살…….
그때, 데미안을 중심으로 어둠이 확산되었다. 어둠은 아스타와 알터의 발밑까지 뒤덮었다.
데미안이 발을 들어서 어둠을 밟았다. 그 즉시 어둠 속에서 창들이 솟아났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창이 아스타와 알터를 꿰뚫었다.
-크아아악!
알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신이 창에 박힌 채 고개를 떨궜다.
-알터!
반면 아스타는 멀쩡했다. 불침의 권능이 창들을 막아 준 덕분이었다.
-데미안 학센! 당장 죽여 주마!
아스타가 창을 부러트리며 데미안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창림(槍林)을 모조리 부러트리자 데미안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안은 오러블레이드로 만들어 낸 검을 손에 쥔 채 아스타를 베어 낼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소용없다고 했지!
그러나 아스타는 피하지 않았다. 불침의 권능을 믿었다.
하지만 데미안도 아무 생각 없이 검을 휘두르려는 게 아니었다.
검신(劍神).
데스나이트 시절, 오직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경지.
데미안이 검을 내리쳤다. 검은 오러블레이드가 아스타의 정수리에 떨어졌다.
모든 것을 베어 내는 일격이 아스타의 몸을 베었다.
몸을 두르고 있던 ‘불침’의 권능과 육체가 동시에 절단되었다.
-……!
아스타는 비명조차 내뱉지 못했다. 죽음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몸이 반으로 나뉜 뒤였다.
강적을 둘이나 쓰러트렸음에도 데미안은 조금도 기뻐 보이지 않았다.
아직 진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바헬.”
데미안이 하늘 위에 떠 있는 차원문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 네 차례다. 당장 튀어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