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2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0화(320/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0화
320화 악마 공작 (1)
“아하핫.”
차원문 너머로 살기를 내뿜고 있는 데미안을 바라보며 바헬은 큰소리로 웃었다.
“미그매그, 봤어? 데미안 학센이 아스타랑 알터를 박살 냈어! 그것도 흑마력을 사용해서 말이야!”
악마들 사이에서 흑마력은 쓰레기처럼 여겨졌던 힘이었다.
악마들이 사용하는 진력에 비하면 흑마력은 출력, 순도, 지속력 등등.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
데미안 학센은 그런 열등한 힘을 사용해서 후작급 악마 둘을 단숨에 처리했다.
“게다가 다른 악마도 아니고 아스타의 권능을 베어 냈어. 이게 말이 돼?”
더욱 놀라운 것은 방금 전, 데미안이 아스타를 양단한 검격이었다.
아스타가 지닌 ‘불침’의 권능은 지옥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권능이었다.
단순하고 활용도는 낮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불침의 권능을 두르고 날뛰는 아스타는 오직 바헬만이 막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각하.”
쇠지팡이를 들고 있는 악마, 미그매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쁘신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신 듯합니다.”
“아, 그렇지. 지금은 아니지.”
바헬은 간신히 진정한 뒤, 미그매그에게 물었다.
“아스타랑 알터의 상황은 어떻지?”
-알터는 숨만 붙어 있고, 아스타는 당장 치료하면 살릴 수는 있습니다.
악마의 생명력은 불사라는 착각을 받을 만큼 강인했다.
비록 전신이 창에 꿰뚫리고, 몸이 반으로 토막 났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을 정도였다.
“그래? 그럼 당장 구해야겠네. 내가 데미안 학센을 상대할 동안 둘을 치료해 놔.”
후작급 악마는 지옥에서도 찾기 힘든 귀한 인재였다.
백작급 악마 여럿을 잃은 것도 뼈아픈데 후작급 악마까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바스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미그매그는 레드드래곤과 싸우고 있는 대형 악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즐기게 냅두자.”
바헬이 장난스럽게 말했을 때였다. 차원문 밖에 있던 데미안 학센이 큰 소리로 외쳤다.
“오지 않을 생각이냐? 그럼 내가 직접 가 주마.”
“엇, 그렇게 나오면 곤란하거든? 내가 지금 당장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지금 바헬이 있는 공간은 평범한 장소가 아니었다.
지옥의 비보 중 하나인 환상향을 이용해 만들어 낸 성이었다.
환상향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비보였다.
이곳에서 데미안 학센과 맞붙게 되면 비보가 큰 손상을 입을 게 뻔했다. 최악의 경우 망가질지도 몰랐다.
바헬은 가볍게 땅을 박찼다. 그것만으로 차원문을 통과하여 데미안 학센의 앞에 섰다.
둘은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봤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바헬에 비해서 데미안 학센은 전신에서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도르고는 어디에 있지?”
“이렇게 재회했는데. 그 녀석부터 물어보는 거야? 이건 좀 섭섭한데.”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대답해라. 도르고는 살아 있는 거냐?”
데미안의 으름장에 바헬이 웃으며 차원문을 가리켰다.
“당연하지. 저 안쪽에 고이 모셔놨다. 근데 도르고를 죽이기 전에 날 먼저 상대해야 할걸?”
“그건 걱정 마라. 너도 살려 놓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바헬은 어깨를 떨며 웃었다.
지옥의 공작인 자신이 한낱 인간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다.
이 상황이 바헬은 못내 즐겁고 재미있었다.
“각오는 좋은데. 우선 눈앞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순간, 데미안의 눈앞에 무언가 만들어졌다.
마치 소금 결정처럼 불투명하고, 돌기가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거 꽤 아프다.”
바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결정이 확산되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온 결정들이 데미안 학센을 덮쳤다.
* * *
결정들이 몸을 꿰뚫기 직전, 데미안은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바닥에 깔린 어둠이 데미안의 몸을 뒤덮었다. 결정돌기들과 어둠이 서로 부딪혔다.
결과는 어둠의 패배였다. 확산되는 결정돌기가 어둠을 단숨에 부쉈다.
결국 데미안은 결정을 피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분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군.’
데미안은 이전에 바헬과 싸워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바헬은 고립의 권능을 이용해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어서 데미안을 공격했다.
저 결정 역시 고립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것일 터. 하지만 분신 때보다 훨씬 강했다.
‘막아 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다. 피해야 해.’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회피가 아닌 방어에 집중한 전투법을 사용했다.
그 덕분에 데미안의 호신강기는 무적이라 불릴 만큼 견고해졌다.
그랬던 데미안의 호신강기조차 결정을 막아 내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했다.
“오? 피했어? 하긴, 이렇게 쉽게 쓰러지면 재미없지!”
바헬이 데미안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데미안이 서 있는 땅에서 결정들이 솟아났다.
데미안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들을 모두 피했다.
동시에 에레보스를 꺼냈다. 여명으로는 데미안의 흑마력을 견뎌낼 수 없었다.
데미안은 즉시 에레보스를 휘둘러서 오러블레이드를 방출했다.
방출된 오러블레이드가 분열되었다. 수십 개의 칼날이 바헬을 덮쳤다.
하지만 바헬의 발밑에서 돋아난 결정이 오러블레이드를 막아 냈다. 결정의 표면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안 돼. 이렇게 미적지근한 공격은 나한테 안 통한다니까?”
바헬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바헬의 태도에는 장난기와 여유가 묻어 나왔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몹시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날 완전히 자기 아래로 보고 있군.’
화가 나는 것은 바헬의 말대로 이런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바헬이 만들어 내는 결정은 강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성 속도 역시 굉장히 빨랐다.
‘결정적인 공격이 필요하다. 단숨에 목을 칠 수 있어야 해.’
바헬 같은 강적과의 전투는 길게 끌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때, 데미안은 루인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루인과의 전투는 데미안에게 무척 값진 경험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창고를 돌아다니는 것과 같았다.
루인의 시선, 움직임, 발의 위치, 칼의 파지법 등등.
모든 것이 데미안보다 월등했다. 데미안은 루인에게 죽으면서 어떻게든 그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데미안은 루인의 기술 중 한 가지를 훔쳐 내는 데 성공했다.
데미안의 목을 일검에 베어 냈던 그 동작.
그건 단순히 빠르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적의 호흡과 움직임을 읽어 낸 뒤, 의식의 빈틈을 찌르는 기술이었다.
데미안은 바헬과 조우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긁어모았다.
덕분에 바헬의 미세한 움직임과 호흡이 어느 정도 읽히기 시작했다.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네?”
바헬은 데미안의 변화를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그렇게 방심하면 안 되는데.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줄까?”
바헬의 진력이 움직인다. 호흡이 살짝 느려진다. 시선의 초점이 살짝 흐려졌다.
‘지금.’
데미안이 움직였다. 막 수정이 튀어나오려는 땅을 박차며 앞으로 돌진했다.
데미안이 코앞에 도달했음에도 바헬은 깨닫지 못했다. 의심의 빈틈을 찌른 덕분이었다.
데미안은 루인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했다. 바헬의 목을 향해서 에레보스를 휘둘렀다.
검신(劍神)
모든 것을 베어 내는 참격이 바헬의 목을 베었다.
에레보스가 바헬의 피부와 근육을 갈랐다. 그리고 뼈에 도달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에레보스의 진격이 멈췄다. 바헬의 뼈를 베어 내는데 실패한 것이다.
“어라?”
바헬은 목이 베인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갈라진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음에도 전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언제 검을 휘둘렀지? 난 전혀 보지 못했는데?”
데미안은 본능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음을 깨달았다.
두 손으로 에레보스의 칼자루를 잡았다. 무명기공을 끌어올리며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에레보스가 바헬의 목을 찍어눌렀다. 하지만 바헬은 아무렇지도 않게 버텼다.
“으하하핫.”
오히려 웃기까지 했다.
“역시 재미있어. 넌 정말 최고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바헬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신체가 변이하기 시작했다.
두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덩치가 급격하게 커지고 근육이 도드라졌다. 이마에선 세 개의 뿔이 돋아났다.
-데미안 학센, 널 다소 얕잡아 본 것은 사과하지.
바헬이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모든 힘을 쏟아붓도록 하겠다.
바헬이 데미안을 향해 한 손을 휘둘렀다.
지면과 산봉우리가 통째로 분쇄되었다.
* * *
데미안 학센과 바헬이 격돌한 그때, 4대 마왕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악마들이 자리를 비운 탓에 감시가 느슨해졌다. 지금이야말로 도르고를 해방시킬 때였다.
미리 길을 조사해 놓은 덕분에 감옥까지 가는 길에 어떤 악마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충돌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악마 한 명이 감옥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왜 너희들이 여기에 있지?
모기 머리의 악마.
라리아가 네 명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 명은 마른침을 삼켰다. 라리아는 바헬이 데려온 심복 중 한 명이었다.
아스타와 더불어 후작급 악마 중에서도 독보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네 명이 협공을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어머니를 해방시키러 왔다.
그럼에도 네 명은 본체를 해방시켰다. 라리아를 죽이고 도르고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같잖은 것들이 미쳤군.
라리아가 진력을 일으켰다. 안 그래도 근육질이었던 몸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 * *
바헬의 전투법은 단순했다.
데미안이 가까이에 있으면 두 주먹을 휘둘렀다. 멀리에 있으면 결정을 만들어서 공격한다.
바헬이 만들어 내는 결정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서 바헬의 몸을 베었다.
바헬은 피하지도, 결정으로 몸을 보호하지도 않았다. 데미안이 휘두른 참격에 몇 번이고 큰 상처를 입었다.
-하하핫! 역시 움직임이 좋구나!
하지만 바헬의 기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정말 괴물 같은 놈이군.’
데미안은 그런 바헬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설마 무명기공까지 운용했는데 밀릴 줄이야.’
데스나이트의 힘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바헬을 상대로 승기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었다.
속도, 위력, 모든 면에서 바헬이 데미안보다 더 뛰어났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데미안은 인간의 몸이었으니까.
데미안이 만들어 낸 무명기공은 데스나이트의 강인한 육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는 무명기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출력을 더 높여야 해.’
바헬은 후작급 악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데미안의 기량으로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격차가 컸다.
순간, 데미안의 머릿속에 오륜조화공이 떠올랐다.
무명기공을 오륜조화공에 섞을 수 있다면 안정성과 출력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완성도가 너무 높았다. 그런 것을 뚝딱 합치는 것은 데미안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흐하핫! 지옥에서도 나와 이렇게 싸울 수 있는 놈은 없었다! 데미안 학센! 오직 네놈만이 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데미안은 아직 바헬의 한계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반드시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바헬을 죽이기 위해서는 달갑지 않은 선택을 해야 했다.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이야.’
데미안의 손등에서 일곱 개의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탐욕의 권능이 발현되었다. 그 순간, 데미안의 눈앞에 운명의 갈림길이 떠올랐다.
데미안의 운명은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현생과 전생.
인간과 데스나이트.
“빌어먹을 내 손으로 이걸 선택하게 될 줄이야.”
데미안은 욕설과 함께 데스나이트의 운명을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