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2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4화(324/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4화
324화 그랜드마스터 (2)
유성이 떨어진다.
제국제일검이 검을 내리친 순간, 바헬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저건 별이 아니라 사람이 휘두르는 검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바헬은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더 없이 완벽하고, 유려한 참격이 바헬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충격파만으로 주변의 건물들이 박살이 났다. 땅이 반으로 쪼개졌다. 돌풍이 몰아쳤다.
하지만.
이만한 기술을 펼쳤음에도 바헬은 멀쩡했다. 제아무리 제국제일검의 공격이라도 바헬의 권능을 뚫지 못한 것이다.
“와, 이건 좀 위험했는걸.”
바헬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말투도, 표정도 여유롭게 짝이 없었다.
“그렇군. 이걸로도 모자라단 말인가.”
회심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제국제일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상대는 지옥의 실질적인 왕이라 불리는 공작급 악마였다.
쉽게 쓰러트리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별로 놀라지 않네? 뭔가 보여 줄 게 더 남아 있나 봐?”
“정확히 알아맞혔다. 너는 아직 제국의 전력을 맛보지 못했다.”
“전력?”
바헬이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 세 명을 빼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데. 전력이라고?”
지금 황궁에는 수많은 기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눈앞의 전투에 끼어들 수 없었다. 오히려 제국제일검에게 방해만 될 테니까.
“그 전력이 뭔지 모르겠지만 빨리 보여 주는 게 좋을 거야. 네 친구들도 그리 여유로워 보이지 않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번개가 번쩍였다. 용병왕이 뇌우를 일으켜서 바스를 공격한 것이다.
-으하핫! 따끔하구나!
하지만 바스는 용병왕의 기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맨몸으로 받아 냈다.
“이 무식한 놈이……!”
용병왕은 딱딱한 표정으로 쉴새 없이 번개를 난사했다. 하지만 바스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긴커녕 접근조차 막지 못했다.
“저 친구도 그리 여유로운 것 같지 않네.”
바헬이 제국제일검의 뒤편을 가리켰다.
악마 라리아가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분홍빛을 띠는 돌풍이 불었다. 검성은 돌풍을 피하느라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너는 내게 어떤 ‘전력’을 보여 줄 생각이냐.”
바헬이 조롱하듯이 말했다. 제국제일검은 바헬을 가만히 응시하다 말했다.
“이제 보여 줄 수 있겠군.”
“이제?”
바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도의 상공에서 차원문이 열렸다.
차원문이 열리며 마법사들이 튀어나왔다. 백발이 성성한 마법사가 제국제일검을 향해 말했다.
“에오스! 이놈아! 이 늙은이를 이렇게 부려 먹으면 어쩌자는 거냐!”
제국에 세워진 다섯 개의 마탑.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백마탑.
그곳의 마탑주인 게르그 액셀이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래도 네 부탁대로 고이 모셔 왔느니라!”
차원문이 확장되었다. 그 안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이들은 모두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이 옷에 반사되어 눈부실 정도였다.
신성교단.
대륙에서 무력으로 제국과 쌍벽을 이룬다는 거대집단.
그들이 차원문을 뛰어넘어 수도로 온 것이다.
“어머, 추악한 죄악의 무리들이 저렇게 많네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 입을 가리며 말했다.
오대성인 중 한 명인 광명이었다.
“바빠 보이니까 다들 시작하죠.”
광명이 손을 들었다. 그녀를 따르는 사제들이 일제히 신성력을 발휘했다.
눈부신 빛이 수도 전체를 휘감았다. 바헬은 놀란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건…….”
바헬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피부를 둘러싸고 있떤 권능이 증발하고 있었다.
“악마의 권능을 약화시키는 결계라?”
바헬이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공작급 악마에게도 통할 만한 결계를 즉시 발동시키다니?
바헬은 놀랍다는 얼굴로 사제들을 바라봤다.
“놀라기에는 이르다.”
제국제일검이 나지막이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궁에서 황금빛 기둥이 솟아났다.
황금빛이 수도 전체를 둘러쌌다. 그러자 바헬의 몸이 휘청거렸다.
“……!”
이번만큼은 바헬의 얼굴에도 여유가 사라졌다. 바헬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제국제일검을 쳐다봤다.
“전설에 의하면 제국의 초대 황제께서 수도를 건설하실 때, 한 가지 맹약을 걸었다고 한다.”
그런 바헬을 향해 제국제일검이 입을 열었다.
“제국을 침공하는 자에게 끔찍한 재앙을 그리고 제국을 수호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황금빛이 제국제일검을 둘러쌌다. 제국제일검이 내뿜고 있는 기운이 증폭되었다.
“제법 재미있는 걸 준비해 주셨네…….”
바헬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럼 보답으로 뭔가 보여 줘야겠지?”
그때였다.
멀리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바헬의 얼굴에 주먹이 꽂혔다.
바헬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바헬은 땅에 처박히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권능 덕택에 얼굴은 멀쩡했으나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어라? 방금 뭐가 날 공격한 거야?”
“이 몸이 그랬다. 이 추악한 지옥의 쓰레기야.”
어느새 제국제일검의 앞에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악귀가 연상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놈, 주제도 모르고 지상으로 꾸득꾸득 기어 나오다니. 이 몸이 손수 밟아서 죽여 주겠노라.”
오대성인 중 으뜸.
청염이 전신에 푸른 화염을 휘감은 채 으르렁거렸다.
“청염, 지원에 감사한다.”
“신경 쓰지 마라. 위대한 분의 말씀을 따르는 자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
제국제일검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청염의 시선은 오로지 바헬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참, 다른 녀석들한테도 성인들이 합류했다. 나만큼은 아니어도 다들 쓸 만하니 걱정하지 마라.”
“그럼 저놈한테만 집중하면 되겠군.”
제국제일검이 청염과 나란히 섰다. 두 그랜드마스터를 바라보며 바헬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쉽지 않겠는데?”
* * *
“……어떻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데미안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지금까지 이성이 없는 척했던 거냐?”
“아, 그건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마.”
루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나는 본체가 죽으면서 남겨진 사념체야. 근데 죽을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여러 감정이 혼합되어 버렸지. 그래서 이성이 더럽혀졌어.”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사념을 남긴다. 그리고 생전에 가지고 있던 힘이 강할수록 사념 역시 강해졌다.
강한 사념일수록 기억과 이성이 명확해졌다. 그중에는 본체와 완전히 똑같은 사념체도 존재했다.
“왜 갑자기 이성을 되찾은 거지?”
“너한테 죽어서 그래. 너한테 죽을 때마다 그 충격으로 감정이 흩어졌거든. 덕분에 이성이 명확해진 거지.”
루인은 두 손으로 옷을 툭툭 털며 말했다.
“즉, 나와 네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건 다 네 덕분이라는 거지. 고맙게 됐어. 아, 내가 누구한테 죽었는지 알아? 아마 들으면 깜짝 놀랄걸?”
“구원단 아닌가?”
“그런 것까지 알고 있었어? 설마 내 추종자라거나 그런 거야?”
루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루인은 데미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다스러운 인물이었다.
데미안은 그런 루인의 모습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그럼 구원단을 원망하고 있겠군.”
루인 같은 영웅이 남긴 사념체가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을 정도니 얼마나
“글쎄…….”
루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흘렸다.
“나는 본체가 죽었을 때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느꼈던 충격과 죽기 직전에 느꼈던 고통도 모두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지.”
데미안은 루인의 시체나 남겨져 있던 상처들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고, 깊은 상처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체는 슬퍼할망정. 그 녀석들을 원망하지는 않았어.”
“이해할 수 없군.”
“그래? 나는 이해가 돼. 나는 본체가 남긴 사념체니까 말이야.”
데미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세상은 너라는 존재에 대해서 모른다. 네 업적은 모두 구원단의 것으로 알려져 있지. 그래도 원망하지 않는 거냐?”
“전혀.”
루인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본체는, 나는 영광을 얻고자 인간을 도운 게 아니니까.”
“그럼 왜 싸웠지?”
“응? 그거야 인간을 위해서 싸웠지.”
루인이 당연하지 않냐는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순수한 인간은 처음 봤던 것이다.
“궁금한 게 있다. 너는 대체 정체가 뭐지? 도르고와 어떤 관계냐? 그리고 도르고는…….”
데미안은 줄곧 궁금했던 것들을 꺼내놓았다. 하지만 루인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뭐?”
“슬슬 다시 감정이 잡아 먹힐 것 같거든.”
데미안은 루인의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맑았던 눈동자가 어느새 혼탁하게 변하고 있었다.
“겨우 두 번 죽은 거로는 이성을 완전히 되찾을 수 없었나 봐.”
“그럼 도르고의 정체만이라도…….”
“그것보다 너한테 해 줄 말이 있어. 아주 중요한 조언이니까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루인은 데미안이 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말이지 너무 틀에 갇혀 있어.”
“틀이라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실소를 흘릴 뻔했다.
틀이라니? 지금까지 검을 휘둘러 오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아마 너는 살면서 너보다 대단한 사람을 못 만나봤을 거야. 어떤 기술이든 눈으로 보기만 하면 깨우치고, 누군가 평생을 바쳐서 터득한 경지마저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루인은 데미안의 재능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야. 너의 재능은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해. 그런데 너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어.”
루인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데미안,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마. 상상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으니까.”
그런 뒤, 덧붙였다.
“뭐, 그렇다고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 건 아니야. 네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가능하지. 아무리 천재라 해도 어린아이 때는 검조차 휘두를 수 없잖아?”
“…….”
“마치 활대가 약하면 화살의 위력이 약한 것처럼 말이야.”
루인이 데미안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치며 일러 주었다.
“그러니 우선 육체를 단련시켜. 마력도 많이 쌓고. 토대가 견고할수록 네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늘어날 테니까.”
“어떻게 나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는 거지?”
“그거야 당연히 알 수밖에 없지.”
데미안의 물음에 루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너는 내 환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