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5화(325/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5화
325화 그랜드마스터 (3)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탓이었다.
“내가 네 환생이라고?”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환생은 아니야. 너는 본체의 영혼을 잇지 못했으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환생이면 환생이지 영혼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본체는 자신의 존재를 나눠서 무언가를 창조해 냈어. 세상에 걸어 놓은 맹약도, 네가 가지고 있는 에레보스도 그렇게 만들어졌지.”
루인의 말이 이어졌다.
“루인은 인간들을 위해서 자신을 계속 쪼갰지. 그러다 결국 마지막 하나만 남았어. 그게 바로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야.”
“그 재능을 내가 이었다는 뜻이냐?”
“그래, 본체가 죽었을 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설마 세상에 남아 있을 줄은 몰랐네.”
루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인간들을 위해서 남겨놓은 거겠지. 끝까지 나다운 녀석이었어.”
그리 말하며 루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데미안 학센, 그 능력을 원래 주인으로서 확실하게 말해 줄게. 네 재능은 더 대단하다. 그러니 자유로워져라. 틀을 벗어던져.”
“어떻게 틀을 벗으라는 거냐? 나는 이미 자유로운데.”
데미안은 진심으로 루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데미안은 한없이 자유로웠다. 평생 동안 한계를 모르며 살아왔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쉬우면 너한테 조언을 했겠어? 틀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 그게 너의 세상을 넓혀 줄 테니까.”
루인의 몸이 흐릿해졌다. 공간이 붕괴하는 게 느껴졌다.
“잘 모르겠으면 우선 잘먹고 잘자라. 몸이 튼튼할 수 록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테니.”
그 말을 끝으로 루인이 사라졌다. 데미안도 현실 세계로 끌려 나왔다.
“…….”
현실로 돌아온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루인과 만났음에도 의문들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이 생겼다.
“……죽을수록 이성이 명확해진단 말이지.”
그렇다면 루인이 이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죽이면 될 일이다.
다시 에레보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할 때였다.
-데미안 님, 준비 끝났습니다!
발하드가 데미안에게 소리쳤다.
루인을 만나는 것보다 악마들을 처리하는 게 급했다. 데미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하드에게 다가갔다.
“빨리 돌아가자.”
발하드가 데미안의 명령대로 이면세계로 통하는 차원문을 열었다.
데미안은 발하드와 함께 차원문 속으로 들어갔다.
* * *
이면세계로 돌아오자마자 수많은 드래곤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발하드, 어떻게 되었느냐? 제단은 찾은 거냐?
-악마들은 만났느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지자 발하드는 크게 당황해했따.
“설명해 줘라.”
데미안은 발하드에게 턱짓을 하며 명령을 내렸다. 긴 이야기가 될 텐데 자기가 직접 말하기는 귀찮았던 것이다.
-그게 말입니다…….
발하드는 원로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발하들의 설명을 듣자마자 드래곤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결국 악마들에게 제단의 위치를 들켰단 말인가?
-악마들은 왜 사라진 걸까요?
-그것도 이상한 일이군요.
드래곤들은 자신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렸다.
데미안은 그런 드래곤들을 향해 소리쳤다.
“상의는 나중에 해라. 지금 당장 너희들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악마들이 지상 어디에 나타났는지 찾아내라.”
평소 같으면 데미안의 무례한 행동에 화를 냈으리라.
하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원로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두 명의 원로가 함께 용언을 사용했다. 주변의 마력이 움직이더니 바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고인 물의 표면에 자연 풍경이 떠올랐다. 풍경은 이윽고 바다로, 도시로, 하늘로 쉴새 없이 변했다.
-찾았다.
계속 변하던 풍경이 고정되었다. 다름 아닌 제국의 수도였다.
웅장하고 화려했던 수도는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서 제국제일검과 청염, 그리고 바헬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제국이다. 악마들은 지금 제국에 있다.
“왜 그곳으로 가는지 이유는 알 수 없나?”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그럼 나머지는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
데미안은 발하드를 향해 말했다.
“발하드, 제국으로 가는 차원문을 열어라.”
-알겠습…….
-멈추세요.
그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래곤들 사이에서 한 소녀가 걸어나왔다.
고대용 아이리스였다.
“데미안 님, 제국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가서 놈들을 막아야 할 게 아니냐.”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제국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우리는 제단을 점령해야 합니다.”
뜬금없는 소리에 데미안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제단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악마왕의 시체도 있죠. 그것들을 이용하면 악마와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제국이 파괴될 텐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희생이죠.”
데미안은 아이리스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아이리스의 말은 결국 제국을 희생시키자는 소리였다.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희생될 게 뻔한데도 말이다.
“거절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나는 제국을 돕겠다.”
“그렇다면 에레보스만이라도 두고 가시지요.”
데미안의 표정이 변했다.
한 번도 아이리스의 앞에 에레보스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리스는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레보스를 어떻게 알아봤지?”
“저희 드래곤은 에레보스를 직접 겪어봤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대단한지. 모두 알고 있죠.”
아이리스가 데미안의 손등을 힐끔 바라봤다.
“에레보스는 루인이 남긴 보물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물건이죠. 분명 데미안 님께서는 그 검을 이용해서 제단을 여셨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제대로 맞췄다. 역시 드래곤답군.”
“에레보스를 남기고 가시면 저희끼리 제단을 열고 악마를 내쫓을 방법을 마련하겠습니다. 그사이 데미안 님께서는 제국을 지원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이리스의 계획 자체는 흠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녀에게, 드래곤들에게 에레보스를 넘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에레보스는 내가 가지고 있겠다. 너희들을 믿을 수 없거든.”
“섭섭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데미안 님은 저희들과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계신 줄 알았는데요.”
“같은 목적? 설마 날 배신할 계획을 말하는 거냐?”
데미안의 지적에 아이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라. 첫날에 너와 발하드가 하는 말을 들었으니까. 날 배신하고 악마들에게서 열쇠를 훔칠 생각이었잖냐.”
루인이 만들어낸 열쇠.
그게 있으면 맹약을 채울 수도, 해제할 수도 있었다.
드래곤들은 열쇠를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걸려 있는 맹약을 없앨 생각이었다.
“그런 네놈들을 어떻게 믿고 에레보스를 주겠나.”
“……그렇군요. 이미 알고 계셨군요.”
아이리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그녀의 두 눈동자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럼 저희도 힘으로 받아 갈 수밖에 없겠네요.”
아이리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로들이 용언을 사용했다.
용언이 흘러 나올 때마다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데미안의 어깨를 눌렀다.
“당신의 진짜 실력은 흑마력을 사용할 때만 나오죠?”
아이리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면세계 전체에 흑마력을 억누르고 소멸시키는 결계를 쳤습니다.”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이런 것까지 준비했을 줄이야.
“이런 식으로 결말을 맺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그럼 다들 에레보스를 뺏어오세요.”
용언을 유지하고 있는 드래곤을 제외한 나머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강의 생명체라는 드래곤.
그중에서도 원로라 불릴 만큼 강대한 이들이 데미안을 향해 적의를 품었다.
“거참.”
데미안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드래곤들을 돌아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꿍꿍이가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깜찍한 걸 준비해 놨을 줄은 몰랐군.”
흑마력을 억제하는 용언이라.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데미안조차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허공에 손을 뻗었다. 손목에 그려져 있던 문신이 사라지며 에레보스가 나타났다.
“저희와 싸울 생각이십니까?”
“내 물건을 두 눈 멀쩡히 뜨고 뺏길 수는 없잖아.”
“어리석군요.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흑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텐데요.”
아이리스의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흑마력이 없어도 꽤 강한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모두 상대할 정도는 아니죠.”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데스나이트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데미안 학센은 마스터클래스였다.
원로 한두 명이면 모를까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만한 힘은 없었다.
“정말 더럽게 철저하군.”
“지금이라도 에레보스를 내어 주시겠습니까?”
“내 물건을 두 눈 멀쩡하게 뜨고 뺏길 수는 없지.”
데미안이 에레보스의 칼날에 손바닥을 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리스가 어림없다는 듯이 말했다.
“에레보스의 권능을 사용할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면?”
“어리석군요. 제가 했던 말을 금방 까먹으신 건가요? 저희들은 에레보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그것의 대처법도 이미 알고 있죠.”
아이리스의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너희들이 에레보스에 대해서 얼마나 자세하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하지만 드래곤들도 알지 못하는 게 있었다.
데미안 학센은 시간을 거슬러 왔으며,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거다.”
데미안이 에레보스에 마력을 주입했다.
본래 에레보스는 흑마력을 주입해야 깨어났다. 하지만 복원률이 높아진 지금은 달랐다.
“울어라. 에레보스.”
그 직후, 온 세상이 뒤흔들렸다.
* * *
“다들 주의하세요. 에레보스가 깨어났습니다!”
데미안 학센이 에레보스를 발동시키지마자 아이리스가 소리쳤다.
데미안을 중심으로 파동이 퍼져 나갔다.
파동에 닿은 사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파동은 이윽고 드래곤들이 서 있는 자리까지 집어 삼켰다.
“용언을 사용해서 에레보스의 힘을 밀어내세요! 익숙해지면 곧바로 공격을…….”
그때, 별안간 파동이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좁아지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현상에 아이리스도, 드래곤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파동이 에레보스의 칼날을 중심으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이런 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지?”
데미안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리스를 향해 말했다.
“이건 이렇게 쓰는 거다.”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응축된 파동에서 얇은 선 하나가 발사되었다.
방출된 선이 지면에 닿았다. 그 순간, 지면이 쫙 갈라졌다.
아이리스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파동을 압축시킨 만큼 위력이 증폭됐다. 속도도 빨라졌다. 저건 용언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 순간, 아이리스가 느끼는 불길함이 증폭되었다.
“다들 피해…….”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땅에 박아 넣었다.
칼날을 중심으로 수백 가닥이 넘는 선이 뻗어나갔다.
해방된 선들이 드래곤들의 전신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