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7화(327/3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7화
327화 각성 (1)
바헬은 데미안 학센을 향해 돌진하며 양손에 고립의 권능을 휘감았다.
불투명한 형태의 건틀릿이 바헬의 두 손에 덧씌워졌다. 고립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하핫!”
바헬은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데미안 학센도 피하지 않고 검을 내리쳤다.
건틀릿과 장검이 충돌했다. 충격파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둘은 즉시 땅을 박찼다. 다시 거리를 좁힌 뒤, 서로를 공격했다.
두 주먹과 장검이 연달아 충돌했다. 양쪽 다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주먹질이냐.”
공방을 주고받는 도중, 데미안 학센이 물었다. 바헬은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널 만난 게 너무 기뻐서 말이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거든!”
“징그러운 소리를 지껄이는군.”
“으하하핫! 매정하게 굴지 마! 섭섭하잖아!”
별안간 바헬이 허공에 몸을 띄우며 다리를 크게 휘둘렀다.
진력이 방출되며 거대한 참격을 만들어 냈다. 데미안 학센은 장검으로 참격을 받아 냈다.
데미안이 장검을 비틀자 참격의 각도가 틀어졌다. 참격은 데미안을 피해서 하늘 높이 날아갔다.
“오우, 대단한 기술인데?”
바헬이 감탄하며 말했다. 나름 회심의 공격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대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럼 이것도 피할 수 있을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미안의 주위에 고립 결정들이 만들어졌다.
결정은 순식간에 커지며 데미안을 덮쳤다. 뾰족한 돌기들이 지면을 박살 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새 바헬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오?”
바헬의 눈빛이 변했다.
“역시 대단한걸? 이러면 나도 설렁설렁 상대해서는 안 되겠어.”
바헬이 데미안을 부수기 위해서 두 주먹을 몇 번이고 휘둘렀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 덕분에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공기가 터지고 땅이 갈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헬은 데미안을 직접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고립의 권능을 사용했다.
땅에서 사각기둥들이 튀어나왔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고립의 결정들이 만들어졌다.
정면에서는 바헬의 주먹이, 사방에서는 결정들이 쉴새 없이 데미안을 공격했다.
빈틈 따위는 없었다. 모든 동작과 공격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물렸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쪽은 데미안이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들을 모두 받아치거나 피했다. 스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바헬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네.’
바헬은 자신의 공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내는 데미안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본래 바헬은 최하위에도 속하지 못하는 악마였다.
밑바닥 중에서도 밑바닥을 전전했으며 쓰레기나 구정물과 동급으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바헬에게는 재능이 있었으며, 어떤 악마보다 호전적이었다.
바헬은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전쟁터를 전전했다.
다행히 악마들은 모두 성격이 더러웠기에 지옥에서는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무수한 전투를 경험하면서 바헬은 자신만의 전투법을 터득했다.
맨손 격투를 바탕으로 삼되 고립의 권능을 추가한다.
바헬은 전쟁터에서 자신의 기술을 다듬었다. 기술이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바헬은 강해졌다.
그리고 전투법을 완성시킨 순간, 바헬은 더 이상 그의 적수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즉, 바헬이 펼치는 기술은 그가 천 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갈고닦은 전투법이라는 소리였다.
그것을 데미안 학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간파해 내고 있었다.
‘원래 괴물 같은 놈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바헬은 이전에 데미안과 충돌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설마 그사이에 더 강해진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살짝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헬은 최단기간에 공작이 된 악마로 유명했다. 그런 바헬조차 데미안과 같은 성장세를 보여 주지는 못했다.
“데미안! 역시 쉽지 않구나!”
바헬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목소리에서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이래서 난 네가 좋다! 나랑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놈은 처음…….”
그 순간, 데미안의 모습이 사라졌다. 동시에 측면에서 날아온 검이 바헬의 목을 쳤다.
고립의 권능 덕분에 목이 베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말투와 달리 바헬은 모든 감각을 데미안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데미안 학센의 움직임을 잡지 못하다니? 직접 경험했음에도 믿을 수 없었다.
바헬은 발밑에서 사각기둥들을 만들어냈다.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저번에도 비슷한 기술을 썼지? 그사이에 더 완숙해졌네?”
바헬이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은 장검을 어깨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더럽게 말이 많군.”
“너무 즐거워서 그래.”
바헬이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바헬은 너무 이른 시기에 지옥의 정점에 올랐다. 압도적으로 강한 탓에 아무도 바헬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 탓에 바헬은 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결국 자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존재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완전히 대등’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바헬은 나름대로 힘 조절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찾은 장난감을 빨리 망가트릴 테니까.
‘이렇게 단기간에 강해진 걸 보면 더 재밌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바헬은 데미안의 전력을 완벽하게 이끌어 내고 싶었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편이 훨씬 재미있을 테니까.
“아, 그렇지.”
그러다 문득, 도르고에게 얻은 정보를 떠올렸다.
“가족이 있다지?”
그 순간,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동요하는 데미안의 모습에 바헬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살아 있고, 누나와 남동생이 있지. 가족들은 모두 애플 왕국의 서부 지역에 있고.”
바헬의 말이 이어질수록 데미안 학센의 동요는 커졌다.
“데미안, 여기서 날 막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네 가족을 죽일 생각이거든.”
바헬은 데미안을 더욱 자극하기 위해서 입을 움직였다.
“혹시 형제들이 결혼을 했나? 그럼 그 가족들까지 모조리 찾아서 죽여 주지. 곱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인간은 버티지 못할 정도로 극악한 고통 속에서 죽게 만들 거다.”
이렇게 도발했음에도 데미안 학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바헬은 살짝 김이 새는 것을 느꼈다.
“혹시 내가 널 도발하기 위해서 괜한 소리를 하는 거라는 착각은…….”
덜컥.
갑자기 입이 다물어졌다.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저절로 입이 닫혔다.
곧이어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심장에 칼날이 닿은 것처럼 섬뜩해졌다.
왜 이러는 거지?
바헬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답을 낼 필요가 없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바헬은 데미안 학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데미안 학센에게서 지독한 살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유형화된 살기가 데미안 학센의 몸을 둘러쌌다. 얼굴도, 몸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 눈동자 만큼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꼭 유리알을 박아놓은 것처럼 무감정하고 소름 끼치는 눈동자였다.
“내가 묻고 있잖아.”
데미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바헬은 칼날이 심장을 꾹 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족들을…… 어떻게 한다고?”
* * *
‘역시 강하다.’
바헬과 합을 주고받으며 데미안은 공작급 악마의 강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방에서 공격이 몰아쳤다. 바짝 집중하지 않으면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빨랐다.
불합리한 것은 데미안의 공격은 바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바헬이 몸에 두르고 있는 고립의 권능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데미안이 오러블레이드를 아무리 날카롭게 갈고닦아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기술이 필요해.’
데미안은 루인이 만들어 냈던 오러블레이드를 떠올렸다.
마력과 흑마력, 신성력을 조합하여 만들어 낸 루인의 오러블레이드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 오러블레이드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바헬의 권능을 베어 내고, 뼈까지 끊는 건 쉬우리라.
하지만 데미안의 재능으로도 그 기술을 금방 따라하는 것은 힘들었다.
루인의 사념체와 싸우면서 사용하기는 했지만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감각을 떠올려야 한다.’
데미안이 루인과 싸웠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데미안, 네 재능은 훨씬 더 대단하다.
문득 루인의 말이 떠올랐다.
-자유로워져라. 틀을 벗어 던져.
말은 쉬웠다. 하지만 실천할 수가 없었다.
데미안은 루인이 말하는 틀이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했으니까.
“아, 그렇지.”
그때, 바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가족이 있다지?”
격한 전투로 인해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체온이 단숨에 식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살아 있고, 누나와 남동생이 있지. 가족들은 모두 애플 왕국의 서부 지역에 있고.”
모든 감각이 바헬에게 집중되었다. 데미안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
“데미안, 여기서 날 막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네 가족을 죽일 생각이거든.”
그 말에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복부를 찔렀을 때 감각이, 자신을 저주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머리를 잃은 동생의 시체가, 언데드들에게 난도질 당하던 누님의 죽음이.
“혹시 형제들이 결혼을 했나? 그럼 그 가족들까지 모조리 찾아서 죽여 주지. 곱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인간은 버티지 못할 정도로 극악한 고통 속에서 죽게 만들 거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조카가 생각났다. 그 핏덩이는 아직 이름조차 얻지 못했다.
“혹시 내가 널 도발하기 위해서 괜한 소리를 하는 거라는 착각은…….”
임신한 누나의 모습이, 기뻐하던 가족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방금 뭐라고 했지?”
검은 감정이 데미안의 전신을 장악했다.
“내가 묻고 있잖아.”
머릿속이 어둡게 물들었다. 되레 잡념이 모조리 날아갔다.
“가족들을…… 어떻게 한다고?”
검게 물든 머릿속에 단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죽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을 죽인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두 다리부터 뽑아내겠다. 그다음에는 저항하지 못하게 팔을 으깨 버리겠다.
얼굴을 갈아 버려서라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겠다. 바닥을 기어 다니며 자신의 죄를 후회하게 만들어 버리겠다.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었다. 그곳에 들어 있던 마력 포션을 꺼내서 모조리 바닥에 던졌다.
포션들이 깨지면서 마력이 흘러나왔다. 데미안은 그 마력을 모조리 흡수했다.
다음으로 수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신성력을 모조리 장악하고 흡수했다. 막대한 신성력이 데미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력, 흑마력, 신성력.
세 개의 힘이 서로 충돌하려 했다. 서로를 부수기 위해서 싸우려 했다.
데미안은 오륜조화공과 무명기공을 동시에 운용했다.
두 개의 마나연공법이 서로 합쳐졌다. 새로운 마나연공법이 공능을 발휘했다.
이내 데미안이 흡수한 세 개의 힘이 서로 합쳐졌다. 융화되었다. 정체 모를 거대한 힘으로 거듭났다.
그 순간, 무색의 오러블레이드가 에레보스를 휘감았다. 세상을 찢어발길 듯이 울어댔다.
이 순간, 데미안은 원하던 경지에 도달했다.
그랜드마스터.
인간 데미안 학센이 데스나이트 데미안 학센을 따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