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2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8화(328/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8화
328화 각성 (2)
바헬은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직시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데미안 학센의 분위기가 변했다.
아니, 분위기뿐만이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함도 더욱 커졌다.
본능이 경종을 올렸다. 이성이 경고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적에게 함부로 덤벼들지 말라고 말이다.
“……크하하핫!”
하지만 바헬은 이성과 본능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다른 감정을 선택했다.
쾌락.
안 그래도 흥미롭던 장난감이 더더욱 재미있게 변했다. 그 사실이 견디기 힘들 만큼 즐거웠다.
“가족을 많이 아끼는 모양이지? 그럼 나도 배려를 해줘야겠어. 꼭 네 눈앞에서 가족들을 죽여 주마. 가족들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여 주지.”
별안간 데미안이 팔이 움직였다.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횡으로 휘두른 것이다.
“음?”
바헬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칼을 휘둘러 봤자 허공밖에 벨 수 없었다.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별안간 세상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곧이어 시야의 반쪽이 어둠으로 물었다.
“……!”
한쪽 눈동자에서 격통이 밀려왔다. 불로 달군 쇳덩어리로 눈을 지진 것만 같았다.
바헬은 뒤로 물러나며 눈을 매만졌다. 눈동자가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대체 언제? 어느 틈에?
온갖 의문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중에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대체 어떻게 고립의 권능을 베어 냈냐는 것이었다.
바헬의 전신은 고립의 권능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두 눈동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눈동자는 급소 중의 급소였기에 고립의 권능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데미안 학센의 참격은 고립의 권능을 종잇장처럼 베어내고 두 눈까지 절단해 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데미안 학센이 허리를 숙이는 게 보였다.
분명히 돌진할 생각이리라. 그 의도를 읽자마자 바헬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헬은 반사적으로 고립의 권능을 발현했다. 모든 진력과 역량을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바헬이 만들어 낸 고립의 결정은 모두 각진 도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편이 전투를 오래오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바헬이 떠올린 것은 칼날이었다.
무릇 칼이란 얇을수록 예리하고 날카로운 법. 하지만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 두껍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헬은 달랐다. 고립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 칼날은 두께가 아무리 얇아도 결코 부러지거나 망가지지 않았다.
데미안의 발밑에서 칼날이 솟아났다. 잠자리의 날개보다 얇고, 예리하지만 이 세상 어떤 금속보다 단단한 칼날이 말이다.
칼날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수천 개가 넘는 칼날이 전광석화처럼 튀어나왔다.
끝없이 솟아날 칼날들이 작은 산을 만들어 냈다. 바헬은 하나만 남은 눈동자로 검산의 정상을 응시했다.
우뚝 서 있는 칼날 위에 데미안 학센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
바헬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바헬이 권능을 발현하자마자 데미안 학센은 칼날을 밟으며 위로 솟구쳤다.
고립의 칼날은 데미안 학센의 옷자락조차 스치지 못했다.
“하, 이거 진짜 재미있는데?”
바헬이 입가를 비틀 때였다. 데미안이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설마 저 불안정한 자세로 돌진하려는 건가?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데미안 학센이 칼날을 박찼다.
고립의 칼날이 크게 휘어졌다가 원위치로 돌아오며 데미안 학센을 날려 보냈다.
바헬은 황급히 고립의 벽을 만들어 냈다. 수천 개가 넘는 벽으로 자신의 주위를 감쌌다.
“이륜(二輪).”
그때, 데미안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동시에 허공을 한 번 더 박찼다.
데미안 학센의 몸이 더욱 가속하자 바헬이 만들어 낸 고립의 벽이 유리창처럼 와장창 부서졌다.
그는 바헬에게 근접하자마자 칼을 내리쳤다.
바헬은 두 팔에 고립의 권능을 집중시켰다. 팔뚝을 교차하며 참격을 막으려 했다.
수직으로 떨어진 칼날과 바헬의 두 팔뚝이 서로 부딪혔다. 바헬의 두 팔이 뚝 잘려 나갔다.
굉음은 고사하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단한 나이프로 크림을 자르는 것처럼 바헬의 두 팔은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크아아악!”
바헬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립의 권능이 어느 궤도에 오른 이후부터 바헬은 제대로 된 상처를 입은 적이 없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바헬의 몸에 생채기를 입힌 악마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런 마당에 두 팔이 잘려 나갔다. 오랜만에 들이닥치는 고통에 바헬은 머릿속이 폭발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고통을 추스를 시간이 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연이어 검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크윽!”
바헬이 다시 고립의 권능을 발현했다.
두 사람 사이에 꽃이 피어났다. 사실은 꽃이 아니라 고립의 조각을 뭉쳐놓은 것이었다.
꽃이 폭발하며 조각들이 터져 나왔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든 조각들이 데미안 학센을 덮쳤다.
그 순간, 수많은 선이 허공에 그려졌다. 선에 파편 들이 모조리 파괴되었다.
“이 미친놈이!”
바헬은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내지르고 말았다.
방금 전에 쏟아진 조각들의 개수는 만 단위를 가볍게 넘어갔다.
그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베어 낸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그래, 이제 받아들이마! 네가 쉽지 않다는 걸! 네가 나의 진정한 적수라는 걸 말이야!”
바헬은 모든 진력을 끌어냈다. 육체가 한 번 더 변이했다.
덩치가 더욱 커졌다. 팔다리의 근육이 도드라졌다. 이빨이 모두 맹수처럼 변했다.
전신에서 거친 털이 돋아났다. 두 다리가 산양처럼 역으로 꺾였다.
한쪽 눈동자도, 두 팔도 어느새 말끔하게 재생되어 있었다.
바헬은 새로 돋아난 팔을 이용해서 녹슨 열쇠를 꺼냈다. 맹약을 위해서 루인이 만들어 냈다던 그 열쇠였다.
-나는 맹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
바헬이 열쇠를 허공에 대고 돌렸다. 그러자 줄곧 바헬을 괴롭히고 있던 초대 황제의 맹약이 해제되었다.
약화 되었던 힘이 다시 돌아왔다. 바헬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짓눌러 주마!
바헬은 데미안을 향해 두 팔을 내밀었다. 데미안 학센의 머리 위로 칼날들이 떨어졌다.
산조차 쪼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칼날이 하나도 아니고 수 개도 넘게 낙하했다.
진짜 경악스러운 것은 그 속도였다. 저렇게 크기가 큰데 바람보다 더 빨랐다. 하늘을 날던 새들이 미처 파하지 못하고 모조리 반토막이 났다.
그때, 데미안 학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삼륜(三輪).”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무색의 오러블레이드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하는 오러블레이드를 크게 휘둘렀다. 칼날에서 뿜어져 나온 폭풍이 고립의 칼날과 부딪혔다.
고립의 칼날들이 차례로 부서졌다. 그 파편이 땅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
바헬은 잠시 넋을 놓았다. 자신이 전력을 대해서 발휘한 권능을 저토록 쉽게 부순다고?
“사륜(四輪).”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사라졌다. 곧이어 바헬의 등 뒤에 나타났다.
바헬이 반응할 틈도 없이 데미안 학센이 검을 휘둘렀다. 튀어나온 칼날이 바헬의 팔뚝을 절단했다.
-크아악!
바헬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고립의 권능을 사용해서 데미안 학센의 돌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 학센이 다시 땅을 박찼다. 발을 뻗어서 바헬의 복부를 걷어찼다.
몸통을 보호하고 있던 고립의 권능이 산산이 깨져 버렸고, 이내 데미안의 발끝이 바헬의 내장을 터트렸다.
-카아아악!
비명과 함께 바헬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바헬은 이를 악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지금은 전투 도중이었다. 고통스럽다고 정신을 놓을 수는…….
고개를 들자마자 데미안 학센이 보였다. 바헬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쫓아온…… 카악!
데미안이 휘두른 칼날이 바헬의 반대쪽 팔도 절단했다.
바헬은 다시 두 팔을 재생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바헬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얼굴의 뼈가 으스러지며 몸이 뒤로 날아갔다. 바헬은 고통을 억누르며 권능을 발현했다.
그러나 고립의 칼날도, 결정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헬이 발동한 권능은 외부가 아니라 데미안의 내부에 영향을 끼쳤다.
-가장 먼저 시야를 고립시키겠다!
데미안 학센의 두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그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었다.
고립의 권능이 가진 진짜 무기는 사물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었다.
무엇이든 멈추고, 단절시킬 수 있다. 그게 고립의 권능이 가진 진짜 능력이었다.
-청각과 후각을 고립시키겠다!
-심장의 박동을 고립시키겠다!
-혈류의 흐름을 고립시키겠다!
-마력의 유동을 고립시키겠다!
바헬은 연달아 데미안 학센의 감각과 신체 기능을 마비시켰다.
-마지막으로 두 다리와 팔을 고립시키겠다.
마지막 권능을 발현하는 찰나였다.
갑자기 데미안 학센이 허공에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무언가에 부딪힌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
바헬은 데미안 학센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발현한 권능을 베어 낸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고립의 권능이 만들어 낸 사물도 아니고, 권능 그 자체를 베어 낸다고?
-뭔 말도 안 되는 짓을…….
데미안 학센이 허공에 몇 차례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데미안 학센이 칼을 휘두를수록 바헬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데미안 학센에게 걸어놓은 권능들이 하나둘씩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바헬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데미안 학센이 전생에 터득한 경지 ‘검신’은 무엇이든 베어 낼 수 있는 권능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는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능숙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인간으로서도, 데스나이트로서도 그랜드마스터에 올랐다. 지금 데미안은 전생의 기량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마지막 권능까지 베어낸 뒤, 데미안 학센은 바헬을 응시했다. 두 눈동자에서 뻗어 나온 살기에 바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번에야말로 죽는다.
밑천은 모두 드러났고, 기술은 모두 깨졌다. 바헬은 죽음을 직감했다.
데미안 학센이 땅을 박찼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돌파했다. 코앞에 나타난 데미안 학센이 칼날을 내질렀다.
죽음의 순간.
바헬의 모든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데미안 학센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이기만 할 뿐, 피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몸이 너무 느렸다.
-젠장.
바헬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설마 이 내가…… 지옥의 지배자인 내가 이것까지 쓰게 되다니!
바헬의 눈동자가 결연한 빛을 띄었다. 바헬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멈춰라.
그 순간, 온 세상이 정지했다.
데미안 학센도, 하늘에 흐르는 구름도,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도.
모조리 정지했다.
-크, 크악…… 크아악!
멈춰 버린 세상에서 바헬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 냈다.
갑자기 그의 이마에 돋아난 뿔이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크윽…… 천 년 동안 모은 진력을 이렇게 허무하게 소모할 줄이야.
바헬의 이마에 돋아난 세 개의 뿔은 보통 뿔이 아니었다.
진력을 모으고, 응축시켜 놓은 것이었다.
시간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바헬은 그동안 모은 진력을 모조리 소모해야 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바헬은 불만스럽게 말하며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이 대가는 네놈의 가족들에게 받아 내 주지.
바헬은 데미안 학센의 목을 뜯어내려 할 때였다.
쿵.
그 순간,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쿵.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쿵.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들려왔다. 심지어 점점 간격이 짧아지기까지 했다.
그제야 바헬은 깨달았다. 데미안의 심장이 박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바헬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데미안 학센의 몸이 움직였다.
에레보스의 칼날이 바헬의 심장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