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2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9화(329/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29화
329화 각성 (3)
폐허가 된 제국의 수도.
그곳에서 거인과 두 기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백색의 번개가 끊임없이 거인에게 떨어졌다. 녹색 폭풍이 거인의 전신을 베었다.
하지만 거인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으하핫! 너희 둘 다 기대 이상이야! 날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줄이야!
별안간 번개와 폭풍이 뚝 끊어졌다. 이윽고 건물 위에 소년과 여인이 나타났다.
-설마 벌써 지친 건 아니지?
거대화 악마 바스가 두 사람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소년과 여인은 숨을 가쁘게 내쉬느라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바스가 실수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런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 보구나. 적당히 쉬게 해 줬어야 했는데. 역시 나는 멍청하다니까.
바스는 큼직한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콩 두드렸다.
그 행동을 본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여인에게 물었다.
“이보게, 녹풍. 원래 악마라는 놈들은 저런 머저리들밖에 없는 겐가?”
“더러운 지옥의 찌꺼기들이 그렇죠. 신께 반하는 머저리들한테 많은 걸 기대하지 마세요.”
두 사람의 신랄한 평가에 바스는 큰소리로 웃었다.
덩치가 거대한 탓에 웃음소리도 컸다. 바스의 울음소리에 지진이 일어날 정도였다.
-너무하는데? 나는 나름대로 너희들을 높게 평가해 줬잖아.
“네놈한테 칭찬을 들어도 딱히 기쁘지 않느니라.”
“동감이에요. 아, 곱게 목을 내주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럴 수는 없지. 나는 오래오래 살고 싶거든. 그래야 지상도 점령하고, 인간들도 많이 잡아먹을 거 아니야.
바스의 말에 두 사람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역시 상종할 수 없는 놈이로군.”
“용병왕, 빈틈을 만들어 주시면 제가 목을 베어 내겠습니다.”
-어, 이제 다 쉰 거야? 나야 좋지.
바스의 얼굴에 기괴한 웃음이 떠올랐다. 또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바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스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소머리 악마 악스타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아스타? 벌써 다 나은 거야?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그보다 언제까지 저놈들이랑 놀아 줄 생각이냐.
아스타가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 정도 즐거움을 누려야 하지 않겠어?
-시끄럽다. 우리는 놀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니야. 각하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왔다.
아스타의 지적에 바스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라리아도 여태 마무리를 짓지 못했는데. 너까지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이면 어쩌자는 거냐.
-알겠어. 금방 끝낼게.
-네놈이 마무리짓지 않겠다면 내가 처리하겠다.
-아아, 그건 곤란하지. 저놈들은 내 장난감이란 말이야.
바스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아무리 아스타가 자신보다 윗줄이라고 하지만 장난감을 뺏는 건 용서할 수 없었다.
-정 신경 쓰이면 가서 각하를 돕던가.
-도와? 헛소리하지 마라. 각하께서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시다.
아스타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담겼다.
-데미안 학센 따위는 가볍게 짓눌러 버리실…….
그때였다.
어떤 거대한 힘이 온 세상에 퍼졌다. 두 악마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세상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온 세상에 바헬의 진력이 진동하는 것으로 보아서 바헬이 무언가를 한 게 틀림없었다.
곧이어서 멀리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바스와 아스타는 깜짝 놀라며 충격파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데미안 학센의 칼날에 꿰뚫린 바헬의 모습을 말이다.
* * *
칼끝이 몸에 닿는다.
가장 먼저 고립의 권능이 칼날을 막아섰다. 하지만 단숨에 깨져 버렸다.
다음으로 칼날을 붙잡은 것은 두터운 근육이었다. 하나 어지간한 공격은 모두 튕겨 낼 만큼 튼튼한 근육도 이번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칼날은 근육을 끊으며 진격했다. 마지막 보루인 뼈가 칼날을 막았다.
일전에 바헬은 데미안 학센의 참격에 치명상을 허용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데미안 학센은 바헬의 뼈를 베지 못했다.
지금 바헬은 본체를 드러냈다. 뼈의 강도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견고했다.
하지만 막을 수 없다.
가슴을 뒤덮고 있던 흉갑이 박살이 난다. 결국 칼날은 몸속에 숨겨져 있던 심장을 꿰뚫었다.
악마의 심장은 다른 생물들과 많이 달랐다. 심장이라기보다는 진력을 생산하고 움직이는 기관에 가까웠다.
공통점이라면 심장 만큼이나 중요하고 치명적인 장기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쿨럭.
바헬은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토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는 공작급 악마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전투를 거쳐야 했다.
그만큼 많은 부상을 입었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의 반쪽이 날아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부상도 바헬을 죽이지 못했다. 바헬은 결국 부상을 회복하고, 어떤 강적도 극복해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바헬은 죽음이 자신을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정지된 시간을 벗어났지……?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바헬은 시간을 고립시켰다. 세상의 모든 것이 멈췄다.
그럼에도 데미안 학센은 움직였고, 바헬의 심장에 칼을 꽂기까지 했다.
“베어 냈다.”
대답은 짧았다. 하지만 바헬은 데미안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내 권능을 베어 냈던 경지를 한 번 더 사용한 것이군.
삼류는 검만 휘두른다.
이류는 몸을 같이 사용한다.
그리고 일류는 마음까지 움직인다.
데미안 학센은 그랜드마스터의 강자였다. 굳이 검을 휘두르지 않아도 자신의 경지를 펼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바헬은 데미안 학센을 완전히 멈추지 못한 것이다.
-정말…… 대단하네. 경외스러울 정도야.
바헬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공작급 악마에 오른 이후, 몇백 년 동안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신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악마들조차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이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 따위에게 패배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군…… 이렇게 빨리 강해지다니…….
문득, 바헬은 루인을 떠올렸다.
지상에서 악마들과 괴물들을 내쫓고 인간들의 세상을 건설한 영웅.
악마들은 모두 루인을 증오했다. 그런 만큼 루인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해 놓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인간.
불과 1년 만에 떠도는 인간들을 모두 규합했으며 3년이 지나기도 전에 악마와 맞설 정도로 강대한 세력으로 키워 낸 괴물.
당시의 악마들은 루인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해놨다.
하루를 100년처럼 사는 인간.
마주칠 때마다 괴물이 되어가는 불가사의한 생명체.
바헬이 봤을 때, 데미안의 재능은 루인 못지않았다.
-하핫, 다들 이런 기분이었군…… 과연 두려워할 만했어…….
바헬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려 할 때였다.
-주군!
-각하!
수하들이 바헬을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제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바헬은 당혹스럽다는 얼굴로 수하들을 바라봤다.
평소에 섭섭하게 대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행동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 아직 처리해야 할 쓰레기들이 남아 있었지.”
데미안 학센이 바헬의 가슴에서 칼을 뽑으려 했다. 바헬은 재빨리 하나 남은 팔로 데미안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무슨 짓이지?”
데미안 학센이 바헬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러자 바헬이 씩 웃다가 소리쳤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바헬의 외침에도 수하들은 그 자리에서 우뚝 멈췄다.
반사적으로 명령에 따르기는 했으나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이었다.
-와 봤자 개죽음만 당할 뿐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후일을 도모해라!
고통 때문에 큰소리를 내기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바헬은 고통을 억누르며 외쳤다.
-지옥에 돌아가라! 가서 내 말을 전해라! 지상에는 괴물이 있다! 이 괴물이 살아 있는 한 절대로 지상의 탈환을 꿈꾸지 말라고 말이야!
수하들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바헬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의 충성심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줄이야.
“내가 저들을 놔줄 거라고 생각하나?”
데미안 학센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헬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지.
바헬은 남아 있는 진력을 모두 쥐어 짜냈다. 마지막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팔이 금속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데미안 학센은 재빨리 바헬의 육체에서 검을 뽑으려 했으나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발을 들어서 바헬의 몸통을 밟았다. 몸통을 부숴서 팔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바헬의 몸통도 이미 금속처럼 변질되어 있었다. 그 탓에 데미안의 발길질도 버텨 냈다.
-내 육체를 대가로 널 이곳에 ‘고립’시키겠다. 아무리 너라도 쉽게 부수지 못할 거다.
바헬의 목과 얼굴까지 서서히 금속으로 변했다. 이윽고 얼굴까지 완전히 금속으로 변해 버렸다.
공작급 악마 바헬이 세상에서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각하!
소머리 악마, 아스타가 두 눈에서 눈물을 쏟아 냈다.
-그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아스타는 데미안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데미안 학센은 그런 아스타를 향해 비어 있는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참격이 아스타를 베었다. 아스타의 몸통이 쩍 갈라졌다.
-크아악!
아스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다시 몸을 일으켰다.
-각하!
아스타가 다시 뛰어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라리아가 아스타를 붙잡았다.
-미그매그! 차원문을 열어라!
-날 막지 마라! 각하를 구해야 한다!
-미그매그! 당장 문을 열어!
미그매그가 쇠지팡이로 땅을 내리치자 거대한 차원문이 열렸다.
악마들은 모두 차원문으로 몸을 날렸다.
-각하!
아스타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악마들은 모두 차원문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