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0화(330/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0화
330화 부모자식 (1)
데미안은 악마들이 모두 차원문으로 들어가기 직전, 심검을 발현했다.
심상 속 참격이 현실에서 구현되었다. 무형검이 악마들과 차원문을 동시에 베려 했다.
하지만 데미안이 만들어 낸 심검은 갑자기 나타난 벽에 막혔다. 데미안의 주위에 직사각형 모양의 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날 끝까지 방해하는군.”
데미안은 바헬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바헬은 이미 죽었지만 그의 권능은 아직 세상에 남아 있었다.
육체를 부수지 않는 한 권능은 사라지지 않고 데미안을 묶어 둘 게 분명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칼자루에 기운을 집중했다. 에레보스를 중심으로 무색의 오러가 확산되었다.
동시에 바헬의 육체도 붕괴되었다. 그제야 데미안을 가두고 있던 벽이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악마들은 도망친 뒤였다.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당장 이면세계로 돌아가야겠어.”
지옥으로 통하는 차원문을 쉽게 열 수 있을 리 없었다.
분명 악마들은 지상의 어딘가로 이동했으리라. 이면세계로 돌아가서 위치를 파악하면 붙잡을 수 있었다.
데미안은 이면세계로 가는 차원문을 열기 위해서 발하드를 부르려 했다.
그때,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쿨럭, 쿨럭.”
데미안은 허리를 굽힌 채 연신 피를 토해 냈다. 입뿐만 아니었다. 두 눈과 코, 귀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
데미안은 자신의 육체를 살폈다.
근육과 내장은 물론이고 혈도까지 크게 상해 있었다. 잔뜩 금이 간 도자기처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다. 데미안은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루인이 육체를 단련시키라고 했던 거였군.”
데미안은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오륜조화공과 무명기공을 하나로 합쳤다.
덕분에 데미안은 데스나이트 시절보다 더 큰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육체였다.
데스나이트 때와 달리 인간의 육체는 너무나도 나약했다.
수많은 비약과 세계수의 묘목으로 육체가 강화가 됐음에도 말이다.
그런 몸으로 두 기공을 한꺼번에 운용했으니 육체가 파괴되는 것도 당연했다.
“눈이 뒤집혀서 깨닫지 못했군.”
데미안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통이 심해서 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발하드!”
데미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허공이 일그러지며 발하드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차원문을 통해서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데미안은 발하드에게 몸을 숨기라고 명령을 내렸다.
혹시 데미안과 바헬의 전투를 방해하려는 악마가 나타나면 기습을 명령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전투는 순식간에 끝나 버렸고, 발하드는 참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난 이제부터 기절할 거다.”
-예?
“너는 목숨을 다해서 날 지켜라. 알겠나?”
발하드의 눈빛이 반항적으로 보냈다. 데미안의 명령을 따르는 게 퍽 굴욕적인 모양이었다.
문제는 발하드가 데미안에게 복종의 맹세를 했다는 것이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표정 한번 마음에 드는군. 나중에 깨어나면 각오해라.”
-예? 아, 아니 저는 원래 이렇게 생겨 먹어서…….
“시끄럽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회복 포션을 섭취했다. 그리고 세계수의 묘목을 활성화시킨 뒤, 눈을 감았다.
데미안은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발하드는 그런 데미안을 가만히 노려봤다.
살려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인간이었다.
본신의 강함도 그렇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 더더욱 문제였다.
죽이려면 지금.
하지만 발하드는 데미안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맹세를 한 이상 발하드는 데미안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버려서 맹약을 깬다는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용언의 맹세는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빌어먹을.
발하드가 욕지거리를 내뱉을 때였다.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인간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 눈이 잘못됐나? 드래곤이 보이는데.”
검성이 반쯤 부러진 검을 든 채 말했다.
지금 검성의 육체는 곳곳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라리아의 권능에 오염된 흔적이었다.
“드래곤은 멸종된 지 오래 아니었나.”
“검성, 시덥잖은 소리 하지 마라. 저 아이를 구하는 데 집중해라.”
청염이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청염의 두 팔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바헬의 권능을 막아 내다 생긴 부상이었다.
“드래곤, 네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녀석을 곱게 넘기는 게 좋을 거다.”
청염의 협박에 발하드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인간, 다 죽어 가는 몸으로 무리하는구나.
“죽어 가?”
청염의 두 눈동자에서 흉흉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디 그 죽어 가는 놈한테 얻어맞아 보겠느냐?”
인간치고는 기세가 제법이었다. 발하드는 상대가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데미안 학센을 넘겨줄 수는 없지.
발하드가 드래곤하트를 움직여서 마력을 끌어냈다. 거대한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청염과 검성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부상 당한 몸으로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아니, 설령 몸이 멀쩡했어도 승산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청염과 검성은 물러나지 않았다.
청염은 망가진 팔을 억지로 움직여서 주먹을 쥐었다. 검성은 바닥난 마력을 억지로 끌어냈다.
“기왕이면 나도 끼워 주지 그러나?”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소년과 여성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용병왕과 녹풍이었다.
“용병왕? 살아 있었나?”
“이 노망난 늙은이가 뭔 재수 없는 소리야.”
청염의 말에 용병왕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당연하지. 나도 저 녀석한테 진 빚이 많거든.”
용병왕이 데미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나저나 살면서 드래곤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용병왕의 눈동자에 애수가 차올랐다. 하지만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이봐! 도마뱀 대가리!”
용병왕이 발하드를 향해 소리쳤다.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아주 많거든? 근데 지금 해 줄 말은 딱 하나다!”
용병왕이 뇌력을 끌어냈다. 눈부신 뇌력이 용병왕을 휘감았다.
“데미안 학센을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통구이로 만들어서 뜯어먹어 줄…….”
-칼?
용병왕은 인상을 찌푸렸다. 느닷없이 드래곤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별안간 용병왕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
* * *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차원문이 열렸다.
그 속에서 서너 명의 악마가 우르르 튀어나왔다.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소머리를 한 악마, 모기처럼 주둥이가 있는 악마, 늙은 노인의 모습을 한 악마까지.
-으아아악!
그중에서 소머리의 악마가 하늘을 향해서 괴성을 토해 냈다.
몸통에 큼직한 검상이 새겨져 있음에도 악마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분노 때문에 고통을 잊은 것 같았다.
-라리아! 이 개같은 놈아!
아스타는 라리아를 땅바닥으로 밀쳤다. 라리아를 짓누르며 분노를 토해 냈다.
-왜 각하를 버리고 온 거냐!
-난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아니! 넌 각하를 버린 거야!
아스타는 라리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라리아는 무기력하게 얻어맞기만 했다.
-아스타! 멈춰!
-이게 무슨 짓이야!
바스와 알터가 아스타를 붙잡았다. 아스타는 두 사람을 떨쳐 내기 위해서 날뛰었다.
-놔라! 놓으란 말이야!
-화낼 대상을 착각하지 마! 이건 분풀이밖에 안 돼!
바스의 일침에 아스타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아스타는 고개를 떨궜다.
-……그 말이 맞아. 이건 화풀이밖에 되지 않지.
아스타는 라리아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미안하다.
-아니다. 이해한다.
라리아는 담백하게 말하며 아스타의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분노가 식자 시야가 넓어졌다. 아스타는 주변을 돌아봤다.
-여기는 어디지?
-카론산이다.
라리아의 대답에 아스타는 인상을 썼다.
-왜 하필 여기로 온 거냐?
카론산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불렸다.
악마들이 제단을 찾기 위해서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던 곳도 카론산이었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도망친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제부터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했다.
-각하의 명령대로 우리는 지옥으로 돌아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데미안 학센을 죽이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스타는 데미안 학센이 얼마나 강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공작급 악마를 벌레처럼 죽이는 그 무력은 감히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옥으로 돌아가서 기다리도록 하자. 데미안 학센이 죽는 그 순간을 말이야.
하지만 아스타에게는 데미안 학센에게 없는 장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수명이었다.
악마는 거의 무한한 삶을 살아갔다. 아스타는 데미안 학센이 늙어 죽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운명은 우리의 편을 들고 있다.
아스타가 악마들 앞에서 한 손을 펼쳐 보였다.
손바닥 위에는 녹슨 열쇠가 놓여 있었다.
-이건?
-이걸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는 거냐?
악마들은 놀라서 소리쳤다.
이 열쇠는 맹약을 거는 도구로 원래 바헬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각하께서 목숨을 버리기 직전, 내게 전이시켰다.
사물을 전이시키는 기법은 차원문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고등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공작급 악마였던 바헬은 전이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오늘의 원한은 잊지 않겠다. 반드시 데미안 학센을 죽이겠다.
아스타는 열쇠를 꽉 움켜쥐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라리아가 아스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행이군. 바헬이 너한테 열쇠를 맡겨서 말이야.
-죽는 순간까지 우리를 걱정해 주시다니. 역시 각하다운 결단…….
그리 말하며 아스타가 라리아를 돌아볼 때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스타의 가슴에 무언가가 박혔다.
아스타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라리아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관통해 있었다.
-이게…… 무슨 짓…….
라리아는 아스타의 심장을 움켜잡아서 터트렸다. 아스타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스타!
-라리아! 미친 거냐!
바스와 얼터가 라리아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두 사람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미그매그.
쇠지팡이를 들고 있는 악마가 차원문을 이용해서 두 사람의 몸통이 구멍을 뚫은 것이다.
그렇게 두 악마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라리아와 미그매그는 쓰러진 악마들을 가만히 내려봤다.
가슴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세 악마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이었다.
“끝났구나.”
그때, 숲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리아와 미그매그는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두 악마가 무릎을 꿇은 방향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
도르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