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1화(331/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1화
331화 부모자식 (2)
“라리아, 열쇠를 가져와라.”
도르고의 명령에 라리아는 즉시 아스타가 쥐고 있던 열쇠를 집어서 도르고에게 내밀었다.
도르고는 뼈만 남은 손을 뻗어서 열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되찾았구나.”
-경하드리옵니다.
“네놈 따위에게 칭찬을 듣고자 한 소리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라리아는 즉시 머리를 땅에 박았다. 도르고는 그런 라리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끄…… 끄으윽…….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스타가 정신을 차렸다.
-라…… 리아……! 어째서…… 우릴 배신…… 한 거냐……!
아스타는 죽어 가는 와중에도 울분을 토해 냈다. 고통을 억누르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설마 공작의 작위가 탐이 났던 거냐? 그래서 경쟁자가 될지도 모르는 우리들을 미리 죽이려…….
고개를 들어 올린 아스타의 시야에 도르고가 들어왔다. 아스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도르고……?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너는 제국으로 갔을 텐데……? 그리고 라리아 네놈은…… 왜 도르고한테 무릎을 꿇고 있는 거냐……?
라리아는 실력 만큼이나 자부심도 강한 악마였기에 현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바헬조차 라리아를 수하로 만들기 위해서 공을 들여야 했을 정도였다.
-설마 도르고의 편에 붙은 것이냐? 너 정도 되는 악마가 대체 왜? 어째서?
라리아는 아스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목석처럼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다그치지 마라. 이 녀석도 본의가 아니었으니까.”
대신 입을 연 사람은 도르고였다. 아스타는 핏발이 선 눈동자로 도르고를 노려봤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런 소리지.”
도르고가 라리아를 향해 말했다.
“라리아, 자해해라.”
도르고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라리아는 즉시 자신의 한쪽 팔을 뜯어냈다.
뜯겨나간 단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림에도 라리아는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그 기괴한 광경에 아스타는 말을 잇질 못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라리아의 정신은 내게 지배를 당하고 있다. 저기 있는 미그매그도 마찬가지지.”
-지배라고……?
아스타는 도르고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도르고도 한때 악마였으니 권능이 남아 있으리라.
하지만 도르고는 악마가 아니라 별 볼 일없는 언데드에 불과했다. 다룰 수 있는 권능이 얼마 되지 않으리라.
그 미약한 권능을 가지고 후작급 악마를 지배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 내게 남아 있는 권능은 얼마 되지 않았거든. 하지만 너희들이 이 녀석을 내 감시역으로 정해 준 덕분에 시간만큼은 충분했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무슨 헛소리를…… 네놈 같은 언데드가 어떻게 악마를 지배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평범한 언데드였다면 불가능했겠지.”
도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악마인지 알고 있나?”
뜬금없는 질문에 아스타는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개소리를…….
“흥분하지 말고 한번 말해 봐라. 내가 대체 무슨 악마인지.”
-그거야 네놈은…….
아스타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도르고가 악마였으며 일족을 배신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확히 무슨 악마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겠지.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너희들의 기억을 모두 지웠으니까.”
-모두 지웠다고? 가당치 않은 소리는 집어치워라! 대체 어떤 악마가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냐!
악마들의 영혼은 강인하다. 하급 악마의 영혼조차 정신조작을 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모든 악마의 기억을 지운다고?
장담하는데 그런 일이 가능한 악마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먼 과거에 존재했다는 악마왕이라면 또 모르겠다. 아니, 악마왕이라 해도 딱 한 명만 가능하리라.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수많은 지성체들을 지배하고, 노예로 부렸다는 색욕의 악마왕만이 그 정도의 대규모 정신조작을 가할 수…….
-설마?
불길한 가설이 아스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스타는 자신의 예감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허무맹랑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 설마가 맞을 거야.”
도르고의 안광이 변했다. 붉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했다.
“내 진짜 이름은 릴리바이스. 한때 악마왕이라 불렸던 악마다.”
* * *
악마들이 지상을 지배하던 시절, 그들에게는 일곱 명의 왕이 존재했다.
‘왕’이라고 불리는 만큼 그들의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악마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악마왕 한 명의 권능을 뛰어넘지 못할 정도였다.
지옥의 실질적인 군주라 불리는 공작급 악마조차 악마왕에 비하면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악마왕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이미 옛날이야기일 뿐이었다.
악마왕들은 루인과 인간들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전부 목숨을 잃었다.
-설령 네 말이 진짜라 해도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지른단 말이냐!
당시 악마왕은 세상의 지배자였다.
원하기만 한다면 세상의 모든 쾌락과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르고는 자신의 과거를 지웠다. 즉, 악마왕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했다는 소리였다.
“루인과 함께하기 위해서였지.”
도르고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이는 인류의 영웅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악마왕이 그 옆에 있을 수 있겠어? 그래서 나는 과거를 지우기로 결정했지.”
도르고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듯 허공을 응시했다.
“하지만 내 권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날 알고 있는 모든 지성체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건 불가능했어. 그래서 나는 내 육체를 포기하기로 했지.”
육체를 대가로 지불하면 권능이 더욱 강해진다.
도르고는 루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악마왕의 육체를 버렸다.
“그렇게 난 악마의 몸을 버리고 인간이 되었지. 그 탓에 모든 힘을 잃어버렸지만 후회하지 않았어. 루인의 옆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
도르고의 눈동자가 살짝 깊어졌다. 행복하던 시절을 추억하는 듯했다.
-그 말이 진짜라 해도…… 말도 안 된다…… 악마왕의 권능은 이미 데미안 학센이 가지고 있으니까!
아스타는 바헬에게 직접 들었다.
데미안 학센은 악마왕의 권능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이용해서 과거를 역행했다고 말이다.
“그럼 어째서 너희들이 데미안 학센에게 저항할 수 있었을까?”
도르고의 물음에 아스타는 멈칫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했던 것이다.
데미안 학센은 악마왕의 권능을 한 개도 아니고 일곱 개씩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악마왕의 위상을 생각하면 바헬은 물론이고 모든 악마가 데미안에게 반항조차 못 해 보고 죽는 게 당연했다.
“데미안 학센이 가지고 있는 권능은 일부분에 불과해. 내가 모두 건네주지 않았거든.”
-일부분이라고? 거짓말하지 마라! 그럼 어떻게 시간을 역행했다는 거냐!
아스타가 고함을 내질렀다. 도르고는 말없이 아스타를 내려다봤다.
“그거야 데미안 학센이 핵심이기 때문이지.”
-그건 또 무슨 소리……“
“슬슬 잡담은 멈추도록 하자. 이제부터 할 일이 많거든.”
도르고는 몸을 돌렸다. 아스타는 도르고에게 달려들려 했다.
-어딜 가려는 거냐! 당장 내 질문에 대답…… 컥!
하지만 아스타는 땅을 박차기도 전에 미그매그에게 제압당했다.
어느새 뒤에 다가온 미그매그가 아스타의 등을 지팡이로 짓누른 것이다.
-미그매그! 설마 네놈도? 대체 언제 도르고에게 지배당한 거냐!
아스타의 물음에도 미그매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스타를 제압하는데만 열중했다.
그 사이, 도르고는 열쇠를 꺼내서 허공에 대고 돌렸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쩍 갈라졌다. 틈새로 이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일곱 개의 석상.
그 아래에 있는 석관.
바로 맹약을 걸었다는 제단이었다.
“애들아, 나와라.”
도르고가 손짓하자, 숲속에서 마왕들이 걸어 나왔다.
“가서 악마들을 챙겨라. 죽지 않게 적당히 치료도 해 줘. 의식을 치르기 전에 죽으면 곤란하니까.”
-의식이라고?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아스타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미그매그에 제압당한 이상, 아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리를 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설마 제단과 열쇠를 이용해서 새로운 맹약을 만들어 낼 생각이냐?
별안간 도르고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뜬금없는 행동에 아스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열쇠와 제단이 있어도 맹약을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건 오직 루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럼 대체 무슨 의식을 치르겠다는 거냐!
“데미안 학센을 잡기 위한 준비지.”
-각하께서도 이기지 못한 그 괴물을 어떻게 네년 따위가 잡겠다는 거냐?
아스타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도르고는 조롱을 들었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너희를 데려온 거야. 괴물을 상대하려면 나도 괴물이 되어야 하니까.”
도르고는 고개를 들어서 일곱 개의 석상을 바라봤다.
실제로는 석상이 아니라 악마왕들의 시체를 굳혀놓은 물건이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악마왕의 시체를 응시하는 도르고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 * *
“아버지?”
용병왕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발하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다. 오랜만이구나.
툭.
용병왕의 손에서 창이 떨어졌다. 이내 두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혔다.
“아빠!”
용병왕은 발하드를 향해서 달려갔다. 발하드는 폴리모프를 사용해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칼!”
“아빠!”
두 부자는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칼, 정말 의젓해졌구나. 하마터면 몰라볼 뻔했다.”
발하드가 엄지손가락으로 용병왕의 눈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보, 보고 싶었어요! 매, 맨날…… 맨날 아빠만 생각했어요!”
“혼자 둬서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어, 어쩔 수 없으셨잖아요!”
“칼…….”
용병왕은 다시 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발하드는 안쓰럽다는 얼굴로 칼을 끌어안았다.
그야 말로 감동적인 부자 상봉의 광경이었다.
“…….”
“…….”
그러나 청염과 검성은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호색한 영감탱이가 아빠라는 단어를 쓰는 걸 내 귀로 직접 듣게 되다니…… 당장 소독해 버리고 싶군.”
“나도 같은 심정이야. 누가 물 한 잔 안 주나. 속이 안 좋은데.”
검성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채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칼 호퍼의 아버님?”
“간단하게 발하드라고 부르게.”
“예, 발하드. 물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습니다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죠.”
검성이 데미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을 넘겨주시죠. 부상이 심합니다. 당장 치료를 받게 해야 합니다.”
발하드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그러자 용병왕이 말했다.
“아빠, 괜찮아요. 저희는 데미안 학센의 편이니까요.”
“그럼 널 믿도록 하마. 대신 나도 같이 가야겠다.”
검성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원거리 통신이 가능한 마도구를 꺼내서 말했다.
“지금 데미안 학센을 데리고 돌아가겠다. 폐하의 허락은 받아왔나?”
그러자 마도구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폐하께서 신검의 개방을 허락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