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3화(333/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3화
333화 과거 (1)
데미안은 신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전생에 지겹게 봤던 검이건만 진실을 알고 나니 다르게 느껴졌다.
데미안이 직접 만나 본 루인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강자였다.
그런 대단한 존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무기라고 생각하니 섬뜩하게 느껴졌다.
‘구원단은 어째서 루인을 배신한 거지?’
데미안은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지켜본 루인의 성격을 생각하면 남에게 원망을 살 만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루인은 구원단에게 배신당하고, 완전히 잊혀졌다.
‘해답은 아마 여기에 있겠지.’
데미안은 다시 신검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다시 사념이 흘러들어왔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어느새 데미안은 해변가에 서 있었다.
바다 내음과 바닷바람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념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생생했다.
저 멀리 피로 물든 루인의 모습이 보였다.
루인의 상태는 심각했다. 전신이 상처투성이었다. 허벅지와 등에는 단검들이 여러 개 꽂혀 있었다.
인류를 해방시킨 영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쿨럭.
루인은 모래 위에 주저앉은 채 피를 토해 냈다. 뜨거운 선혈이 모래 위로 쏟아졌다.
-…….
그런 루인을 열댓 명의 남녀가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루인,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체격은 평범했으나 얼굴이 무척 잘생긴 남자였다. 무엇보다 샛노란 호박처럼 밝게 빛나는 금발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데미안은 알 수 있었다. 저 남자가 제국의 초대 황제라는 것을 말이다.
-너는 너무 위대하다. 이대로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너만 추앙하겠지. 세상의 모든 영광과 권력이 너에게 모여들 거야.
가장 먼저 루인의 등에 칼을 꽂았음에도 초대 황제의 목소리에서는 조금의 죄책감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아니 우리는 그걸 용납할 수 없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싶지 않아.
루인은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리라. 지금 루인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루인은 대신 눈동자만 움직여서 구원단원들을 훑어봤다.
구원단원들은 감히 루인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모두 시선을 피했다.
유일하게 초대 황제만이 루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로 루인을 대하고 있었다.
-우리를 원망하려거든 얼마든지 원망해라. 어떤 모독도 받아들이겠다.
초대 황제가 신검을 들어 올렸다. 신검의 날이 시퍼렇게 빛났다.
황제는 금방 검을 내려치지 않았다. 가만히 선 채 루인을 내려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만났다. 데미안도 황제의 옆에 서서 루인의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이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루인의 눈동자에는 원망도, 분노도 담겨 있지 않았다. 미안함만 느껴졌다.
놀랍게도 루인은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를 오히려 동정하고 있었다.
데미안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그 눈빛은 뭐냐.
황제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무감정하기만 했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냐? 난 널 배신했다! 이 녀석들을 끌어들인 거도 나야! 네 모든 걸 망친 장본인이 바로 나란 말이다!
초대 황제가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목소리만 들어보면 둘의 처지가 바뀐 것 같았다.
-너는 항상 그랬어! 자기가 신이라도 된 것처럼! 항상 고결한 척! 고귀한 척! 그딴 식으로 행동했지!
급기야 황제는 루인의 멱살을 움켜잡기까지 했다. 이마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으르렁거렸다.
-말해! 내가 증오스럽다고! 날 죽이고 싶다고 말이야!
하지만 루인은 씁쓸한 눈빛으로 초대 황제를 바라봤다.
결국 초대 황제가 먼저 무너지고 말았다. 초대 황제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신검을 휘둘렀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피가 솟구쳤다. 루인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루인을 죽였음에도 황제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루인의 시체를 향해서 고함을 내질렀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초대 황제는 조용해졌다. 크게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숨을 헐떡였다.
-아델라이트, 수고했다.
구원단 중 한 명이 말을 걸었다. 초대 성황 바르톨레오였다.
-이제 저 무기도 주인을 잃었군.
초대 성황은 루인이 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집어 들었다.
‘저건…….’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무기를 응시했다. 색이 달랐으나 알아볼 수 있었다. 저건 에레보스였다.
초대 성황이 에레보스를 집어 들자 모두의 시선이 쏟아졌다. 다들 탐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델라이트, 약속대로 루인의 물건들은 모두 우리가 처리하겠다. 문제없겠지?
-……마음대로 해라.
초대 황제가 힘없이 말했다. 그러자 초대 성황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선 에레보스의 소유권을 결정지어야겠군. 이 무기는…….
그때였다.
별안간 에레보스가 괴성을 토해 냈다. 마치 수만 명이 동시에 단말마를 내지르는 것 같았다.
구원단원들조차 이 끔찍한 소리에 저항할 수 없었다. 구원단원들은 모두 귀를 틀어막았다.
그사이, 에레보스의 표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칼날은 물론이고 칼자루까지 퍼졌다.
곧이어 에레보스가 폭발했다. 수천 개의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 어어?
-에레보스가 사라진다!
구원단원들은 황급히 조각들을 움켜잡으려 했다. 몇몇 조각들만이 구원단원들의 손에 들어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조각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구원단원들은 황망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 바람에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에레보스의 조각 중 일부가 신검 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말이다.
딱 한 명, 데미안 학센만 빼고 말이다.
데미안은 신검이 에레보스를 흡수하는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래서 전생에 도르고가 에레보스를 완성시키지 못했던 것이군.’
전생에 도르고는 대륙을 이 잡듯이 뒤졌음에도 에레보스의 조각을 모두 모으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파괴된 에레보스의 조각 중 일부는 신검에 흡수가 되었으니까 모를 만도 했다.
‘설마 신검에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전생에 데미안은 제국제일검에게 승리를 거두고, 신검을 쟁취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데미안도, 도르고도 신검에 조각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신검의 기운이 에레보스의 조각을 완전히 감췄기 때문이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갑자기 초대 성황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레보스가…… 파괴되었잖아……? 말도 안 돼…… 어째서 이런 일이…….
초대 성황은 텅 비어버린 손을 내려다보며 덜덜 떨었다.
-루, 루인의 저주다…… 루인의 증오가 에레보스에 영향을 끼친 게 틀림없어……!
초대 성황의 두려움은 구원단원들 전체에 빠르게 전염되었다. 구원단원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방금 전에 낚아챈 에레보스의 조각을 내려다봤다.
-루, 루인이 에레보스를 파괴한 건…… 분명 우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밑작업일 거다…… 차, 찾아야 해…… 찾아서 전부…… 전부 완벽하게 부숴야 해!
구원단원들은 초대 성황의 말에 모두 동조했다.
구원단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한심한 모습이었다.
‘머저리들.’
데미안은 그런 구원단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에레보스가 파괴된 이유는 루인의 죽음 때문이었다.
에레보스는 루인과 긴밀하게 무척 긴밀하게 연결된 무기였다. 그러니 주인의 죽음에 그만큼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루인을 배신하기는 했지만 두려움을 완전히 죽이지 못한 모양이야.’
구원단원들은 루인의 활약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그런 만큼 루인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인간도 대단하군. 이렇게 루인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을 이끌고 배신을 하다니.’
데미안은 초대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초대 황제는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루인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은 어딘가 무척 슬퍼 보였다.
데미안이 초대 황제를 조금 더 관찰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세상이 정지했다. 동시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갈 시간이로군.’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부유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데미안은 현실로 끌려 나왔다.
“데미안 경, 괜찮은가?”
현실로 나오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가 보였다.
데미안은 황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사념을 통해서 봤던 초대 황제의 얼굴과 판박이였다.
“갑자기 말이 없어져서 놀랐다네.”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데미안은 그리 말하며 다시 신검을 내려다봤다.
신검의 내부에는 에레보스의 조각이 숨겨져 있다. 어쩌면 에레보스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와라, 에레보스.”
데미안은 손목의 문양에서 에레보스를 꺼냈다. 그리고 신검에 가까이 가져갔다.
역시나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신검에 잠들어 있는 파편을 끌어내야 한다.’
데미안은 데스나이트 시절보다 강해졌다.
감각도, 기감도 전생보다 훨씬 예리했다. 덕분에 신검에 흡수된 파편의 기운을 잡아낼 수 있었다.
데미안은 신검에 마력을 주입해서 파편을 끌어냈다. 그러자 신검에서 어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둠은 제자리를 찾아가듯 에레보스에 흡수되었다. 곧이어 에레보스의 망가진 부분이 수복되기 시작했다.
뚝 부러져 있던 칼끝에 새로운 금속이 돋아났다. 금속은 서로 어우러지며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 냈다.
데미안은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에레보스를 바라봤다.
전생에서부터 줄곧 망가져 있었던 에레보스가 비로소 완전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하.”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칼자루를 쥐고 있었기에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에레보스는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신검에서 흡수한 조각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약간의 차이가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완성된 에레보스는 완성되기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구원단원들이 어째서 에레보스를 그토록 탐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데미안은 실로 오랜만에 어린애처럼 마음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완성된 에레보스를 빨리 써 보고 싶었다.
“데미안 경, 방금 그건 대체 뭔가……?”
황제가 놀란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은 짧게 목례하며 말했다.
“신검 속에 잠들어 있던 조각을 꺼내서 제 무기를 완성시켰습니다. 신검에 해가 되는 일은 아니니 너그럽게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슨 섭섭한 말인가. 내가 자네에게 화를 낼 리가 없지 않은가.”
황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필요하다면 제국의 반도 내줄 수 있다네!”
“그, 그렇습니까.”
데미안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어째 반응이 좀 격했던 것이다.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있군! 진심이라는 걸 당장 증명하도록…… 자, 잠깐 저건 또 무슨 일인가?”
황제가 데미안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는 신검이 보였다.
이기어검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신검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데미안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뭐야, 이건 또 왜 이래?”
데미안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황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자네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군.”
“예?”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신검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검은 허공에서 우뚝 멈추더니 칼자루를 마구 흔들어댔다. 마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일이었다.
신검처럼 막강한 무기가 자신을 주인으로 받아들인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신검은 초대 황제의 무기이자 제국의 보물이었다.
그런 무기가 제국도 아니고, 타국의 기사인 데미안을 선택한다?
황제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잘됐군. 저것도 가져가도록 하게.”
그런데 황제의 반응이 데미안이 걱정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예? 가져가라고요?”
“명검은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법이라지. 신검이 자네를 선택했으니 어쩌겠는가.”
“제국의 보물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데미안 경에 관련된 것이니 조금도 아깝지 않다네.”
데미안은 혹시 황제가 자신을 시험하나 싶어서 표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놀랍게도 황제의 눈빛과 표정에는 진심만 담겨 있었다.
“어…… 그럼 가져갑니다?”
황제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데미안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신검을 챙겼다.
“마음 같아서는 쉬게 해 주고 싶네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또 판데모니엄이 사건을 일으킨 겁니까?”
데미안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바헬은 처치했지만 아직 도르고를 잡지 못했다. 데미안이 기절해 있는 동안 도르고가 음모를 꾸몄을지도 몰랐다.
“그건 아니라네. 다만, 자네의 의견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게 무엇입니까?”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황제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날 따라오도록 하게.”
데미안은 영문도 모른 채 황제를 따라갔다. 황제는 데미안을 데리고 황궁 내부에 있는 감옥으로 향했다.
‘방비가 철저하군.’
감옥에 도착한 데미안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입구부터 마력과 흑마력, 신성력을 차단하는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내부는 전부 레어메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외에도 탈출을 막기 위한 수많은 마법이 걸려 있었다.
데미안은 그것들을 구경하며 감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철창 대신 커다란 유리창이 나타났다.
평범한 유리창은 아니었다. 이 역시 레어메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저것 때문에 자네를 불렀다네.”
황제가 유리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리창 너머로 우물처럼 깊은 공간이 보였다. 그곳의 밑바닥에는 한 여성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가녀린 체구.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데미안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시타.
도르고가 제조한 4대 마왕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