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4화(334/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4화
334화 과거 (2)
“저게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데미안은 황제를 돌아보며 물었다.
현재 도르고는 물론이고 4대 마왕들도 모두 실종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시타만 덩그러니 잡혀 있다니.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건 내가 설명하는 게 좋겠는걸.”
익숙한 목소리에 데미안은 고개를 돌렸다.
다른 방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검성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검성께서 계셨군요.”
“엄청 위험한 녀석이라고 들었거든. 에오스가 감시역을 맡아달라기에 고생 중이지.”
검성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에오스한테 들었다. 판데모니엄의 뒤에 도르고라는 녀석이 있었다면서? 저 여자는 그 도르고가 만든 언데드고 말이야.”
검성은 뜨거운 차를 호록 마시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붙잡으신 겁니까?”
“설명하자면 좀 길어지는데…… 네가 쓰러진 다음에 바헬의 시체를 확인했거든. 그러다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어.”
“신기한 물건이라고요?”
“마법사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공적인 차원을 만들어 내는 물건이라고 하더군. 이름은 환상향이라고 했던가.”
데미안은 카론산에서 악마들이 튀어나왔던 차원문을 떠올렸다.
그 많은 악마가 어디 숨어 있었는지 의문이었는데. 환상향이라는 물건 덕분인 듯했다.
“환상향 안에 들어가 보니 폐허가 된 성이 있더군. 그곳을 뒤지다가 저 녀석을 발견하게 됐어.”
“그때 전투가 벌어진 겁니까?”
지금 시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격한 전투를 벌였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발견했을 때, 이미 부상을 입고 있었어. 상처가 너무 심해서 오히려 우리가 치료를 해 줬을 정도지.”
“왜 부상을 입은 거죠?”
“자세한 건 모르겠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서 말이야.”
데미안은 시타를 살펴봤다.
데미안의 추측으로는 도르고를 탈출시킬 때 생긴 상처가 아닐까 싶었다.
악마들이 도르고를 그냥 놔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때, 시타가 고개를 들더니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러자 데미안이 검성에게 속삭였다.
“이쪽을 보는 것 같은데요.”
“응? 그럴 리가 있나. 이건 유리창이 아니라 레어메탈이야.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
-데미안, 거기에 있죠?
시타가 정확하게 데미안을 거론하자 검성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어떻게 알아 맞춘 거야?”
-저는 귀가 좋거든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어요.
검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마 저 말이 맞을 겁니다.”
“말도 안 돼. 저 안에서 우리들의 대화 소리가 들릴 리가 없어.”
“저 녀석의 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시타는 소리를 이용하는 언데드였다.
엘프헤임에서는 심장의 고동소리로 데미안의 변장을 알아차렸을 정도였다.
-데미안, 당신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그 말에 데미안과 검성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일단 소원대로 해 줄 생각입니다. 도르고의 위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혹시 모르니 나도 동행하도록 하지.”
데미안과 검성은 문을 열고 감옥의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아아, 당신을 또 뵙게 될 줄이야…….
데미안의 얼굴을 보자마자 시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도르고는 어디에 있지?”
반면 데미안은 싸늘한 표정으로 시타를 추궁할 뿐이었다.
-역시 그걸 먼저 물으시네요.
“대답이나 해라.”
-죄송해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데미안의 눈동자가 험악하게 변했다. 그러자 시타가 데미안을 달래듯이 말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예요. 저는 어머니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정말로 모르거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나?”
-저는 어머니를 탈출시키기 위한 미끼역을 맡았어요.
데미안의 비난에도 시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악마들은 영혼을 뒤져서 기억을 긁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러니 제가 어머니의 행선지를 알아서 좋을 게 있겠어요?
시타의 설명에 데미안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악마들의 잔인성을 생각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타의 입을 열게 만들었으리라.
“알고 있는 게 없다면 널 살려 둘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직접 죽여 주셨으면 해요. 그럼 평생의 영광으로 삼겠어요.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얼굴로 시타를 내려다봤다.
저번에 마주쳤을 때부터 느꼈지만 영 껄끄러운 녀석이었다.
“내 생각에는 당분간 살려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검성이 데미안에게 제안했다.
“아는 게 없다고 하지만 이 언데드는 도르고와 연관된 유일한 단서야. 살려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데미안도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다. 혹시 몰라서 한 번 더 시타를 떠봤을 뿐이었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데미안은 시타에게 경고를 한 뒤, 검성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 했다.
-데미안, 제가 당신과 말을 섞을 수 있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예요.
등 뒤에서 시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 데미안은 시타의 말을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제 우상이었어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올라요. 적들을 도륙하던 당신의 압도적인 모습이요.
데미안은 시타를 돌아봤다.
자신을 자극할 속셈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시타는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장에서 당신은 절대적인 존재였어요. 당신에게 도전한 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죠. 이름난 기사들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그만.”
참다못한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시타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만 가득했죠. 당신은 적들을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어요.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데미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시타는 그 말에 따르지 않았다.
-기억하고 계시나요? 당신을 막기 위해서 제국의 기사단들이 연합한 적이 있었죠. 당신은 그 어리석은 이들을 모조리 학살했어요.
간신히 묻어놨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몰려드는 기사들, 그들을 베어 낼 때의 손맛, 숨 쉴 때마다 콧속으로 파고들던 혈향.
-그리고 그들이 지키려 했던 성까지 공격했죠. 어리석게도 안에 있던 인간들은 도주가 아니라 저항을 선택했어요.
데미안의 발차기 한 번에 사기그릇처럼 무너진 성문.
그 너머로 보이던 인간들. 나무를 깎아서 만든 목창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빛.
-죽은 기사들의 복수를 하겠다면서 성내의 모든 사람이 무기를 들었죠. 당신은 그들을 모두 짓밟았어요.
굳이 칼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밟고, 주먹으로 후려치면 그만이었다.
수십 명이 넘는 인간들은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그중에는 여자도 있고, 어린애들도 있었죠. 당신은 그들도 용서하지 않았어요. 어머니께 저항한 죗값을 받아냈죠.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데미안은 그 아이들을 일일이 찾아내서 숨통을 끊었다.
그게 명령이었으니까 .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말라는 게 도르고의 뜻이었으니까.
그래야 모두가 데미안 학센이라는 이름을 듣고 두려움에 떨 테니까.
-데미안.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시타를 노려봤다.
-당신은 제 우상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이성이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에레보스를 손에 쥐고 있었다.
“데미안……!”
검성이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분노로 가득 찬 참격이 시타의 목을 베었다.
* * *
“아이고, 허리야.”
폐허가 된 수도.
건물의 잔해를 옮기던 병사 한 명이 박살 난 담벼락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동료가 못마땅한 얼굴로 핀잔을 줬다.
“이봐,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움직이란 말이야.”
“조금만 쉽시다. 요즘 허리도 시원찮은데.”
병사는 주먹으로 허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동료는 혀를 차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방해꾼이 사라지자 병사는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이걸 다 언제 치운다냐.”
병사는 폐허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며칠 전, 악마들이 차원문을 열고 수도를 침공했다.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도시는 하루아침에 망가졌다. 죽은 사람도 많았다.
“이걸 치우고 다시 지으려면 한세월이 넘게 걸리겠네.”
다행인 점은 이 정도로 제국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국이 쌓아 올린 국력은 실로 막강했으니까.
“슬슬 움직여 볼까.”
병사가 다시 몸을 일으킬 때였다. 갑자기 허공에 쩍 갈라지더니 틈새로 두 남성이 걸어 나왔다.
병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네.”
“데미안 학센과 공작급 악마가 맞붙었다. 이 정도 피해로 끝난 건 천운이야.”
두 남성은 폐허를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오타,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시타는 지하에 갇혀 있다고 한다. 자세한 위치는 네가 직접 찾아야 한다.”
“그러지 말고 역할을 바꾸면 안 될까? 데미안 학센, 그 빌어먹을 놈은 내 손으로 죽이고 싶단 말이야.”
“고집부리지 마라. 우리는 오늘 데미안 학센을 죽이러 온 게 아니다.”
병사는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기, 기습이다!”
병사는 몸을 돌려 도망쳤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적들이 나타났다! 기습이다! 기습이야!”
앱실론은 그런 병사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오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안 죽여도 돼?”
“저런 잔챙이를 뭐 하러 죽이나. 그리고 우리가 왔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문제될 건 없다.”
“그건 그래.”
이오타가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근데 좀 괘씸하네. 기습은 무슨 기습이야. 이렇게 당당한 기습 봤어?”
“실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시타를 찾아라.”
“알겠어.”
이오타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났다.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나도 내 일을 해야겠군.”
앱실론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뭉클뭉클 뿜어져 나왔다.
겉보기에는 흑마력과 비슷했지만 전혀 다른 힘이었다. 악마들만이 다를 수 있다고 알려진 진력이었다.
앱실론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에 문양이 나타났다. 데미안의 손등에 있던 것과 똑같았다.
탐식.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권능.
바닥에 깔려 있던 건물들의 잔해들이 모두 앱실론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폐허는 순식간에 허허벌판으로 변했다.
앱실론은 황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완전히 박살 난 수도와 달리 황궁은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앱실론은 황궁을 향해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흡수되었던 잔해들이 일제히 해방되었다.
쏟아진 잔해가 황궁을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