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5화(335/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5화
335화 악마왕 (1)
“데미안, 진정해라!”
에레보스가 시타의 목을 베어 내기 직전, 검성이 데미안을 팔을 붙잡았다.
검성이 온 힘을 다해서 막은 덕분에 에레보스는 시타의 목에 닿지 않았다.
그러자 데미안은 붙잡힌 팔에 힘을 주었다.
검성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 록 칼날과 시타와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자신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검성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 언데드를 죽이면 도르고를 찾을 단서를 잃어버리게 된다! 정말 그걸 바라는 거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데미안의 팔에 힘이 빠졌다. 데미안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검을 물렸다.
데미안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심호흡을 했다.
-절 죽이지 않으시는 건가요?
그런 데미안을 향해 시타가 말했다. 데미안은 빠득, 이를 갈며 소리쳤다.
“개소리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어.”
시타는 순순히 입을 꾹 다물었다. 데미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으르렁거렸다.
“경고하는데. 두 번 다시 내 전생을 입에 담지 마라.”
그리 말한 뒤, 데미안은 감옥 밖으로 나왔다. 검성은 황급히 데미안의 뒤를 따라갔다.
“괜찮나?”
“괜찮습니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말과 달리 데미안의 안색은 창백했다. 검성은 그런 데미안의 표정을 살피다 물었다.
“그런데 방금 말했던 전생은 대체 무슨 소리…….”
그때였다.
별안간 감옥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데미안과 검성은 놀란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이건…….”
자연적인 지진이 아니었다.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
황궁의 심부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충격이라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고 드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감옥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기사가 들어왔다. 기사는 두 사람을 향해서 소리쳤다.
“정체불명의 적이 황궁을 습격했습니다!”
* * *
앱실론이 방출한 잔해가 황궁을 덮쳤다. 마치 쓰레기 더미로 이루어진 해일이 밀려오는 듯했다.
가장 먼저 황궁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이 잔해를 막았다. 하지만 잔해의 압도적인 질량에 의해서 순식간에 부서졌다.
다음으로는 성벽이 무너졌다. 곧이어 잔해는 황궁을 무너뜨리려 했다.
그 직전, 빛이 번쩍였다. 방출된 오러블레이드가 잔해들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호오.”
앱실론은 짧게 감탄하며 잔해를 막아선 기사를 바라봤다.
제국제일검.
제국의 그랜드마스터가 앱실론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로군.”
제국제일검이 휘두른 검을 다시 검집에 넣으며 물었다.
“도르고가 만든 언데드 중 한 명인 듯한데…… 어딘가 이상한데?”
제국제일검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영 확신이 생기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너한테는 관심 없다. 데미안 학센을 내놓아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내가 어째서 네놈의 말을 들어야 하지?”
제국제일검이 다시 검을 빼들었다. 섬뜩한 살기가 앱실론에게 전해졌다.
“데미안 학센을 만나고 싶거든 나부터 상대해야 할 거다.”
“흠,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지만…… 어쩔 수 없지.”
앱실론이 진력을 끌어냈다. 곧이어 그의 몸이 변화가 일어났다.
전신이 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근육질로 변했다.
“…….”
그 모습을 본 제국제일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엘프헤임에서 봤던 앱실론의 본체는 금속과 바위로 이루어진 거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거인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앱실론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이었다.
몸이 은색으로 물든 순간부터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제국제일검은 마른침을 삼켰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공작급 악마인 바헬과 마주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앱실론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제국제일검의 앞에 앱실론이 나타났다.
제국제일검은 등골을 타고 오한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너 따위한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앱실론이 제국제일검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공격이 들어온다고 인지를 했으나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빨랐다.
강렬한 죽음의 예감이 제국제일검의 몸을 휘감았다. 주마등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먹이 닿기 직전, 제국제일검의 몸이 사라졌다. 앱실론의 주먹은 제국제일검이 아니라 땅을 강타했다.
폭음과 함께 지면이 박살 났다. 앱실론은 땅에 박힌 주먹을 뽑으며 시선을 돌렸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 제국제일검과 청년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앱실론이 청년을 격식을 차리며 말했다.
“데미안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렇게 덧붙이며 앱실론은 허리를 숙였다.
* * *
“언데드 따위가 인간을 흉내 내지 마라.”
청년, 데미안 학센이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에도 앱실론은 섭섭하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내가 있는데 제국을 공격하다니. 깜찍한 짓거리를 하는구나.”
“데미안 님을 뵙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데미안은 잠시 앱실론을 살펴봤다.
엘프헤임에서 봤을 때와 달리 앱실론은 흑마력이 아니라 진력을 다루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바헬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한 불길함을 내뿜고 있었다.
“완전히 달라졌군.”
“어머니의 은혜로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데미안은 앱실론이 내뿜고 있는 진력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분명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던 데미안이 툭 던지듯이 물었다.
“설마…… 악마왕의 신체를 흡수한 거냐?”
앱실론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과연 대단한 통찰력이십니다. 데미안 님의 말씀대로 저는 악마왕을 흡수했습니다. 모두 어머니의 은혜 덕분이었습니다.”
악마왕.
먼 고대에 대륙을 지배했다고 알려진 초월자들.
그 전설이 눈앞에 있음에도 데미안은 다른 사실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도르고는 지금 카론산에 있다는 뜻이겠군.”
그 순간, 주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앱실론이 내뿜고 있던 위압감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겨울이 닥친 것처럼 기온이 극감했다.
앱실론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악마왕을 흡수한 제게 밀리지 않으시다니.”
“질문에 대답이나 해라. 거기에 도르고가 있냐고 물었다.”
“예, 어머니께서는 거기에 계십니다.”
그 순간, 데미안의 살기가 더욱 강해졌다. 앱실론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데미안 님, 죄송한 말이지만 어머니께는 가지 못할 겁니다.”
“네놈이 날 막기라도 할 생각이냐?”
앱실론이 손바닥을 펼쳤다. 허공에 쇳가루가 모여들더니 커다란 양손도끼가 만들어졌다.
앱실론의 대답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여명을 꺼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 기분이 좋은지 여명이 몸을 잘게 떨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네놈부터 죽이고 갈 생각…….”
그 순간, 앱실론이 움직였다.
몸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데미안의 코앞에 나타났다.
앱실론이 두 손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가 공기를 찢으며 데미안을 덮쳤다.
“……!”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에 데미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도끼를 막아 냈다. 몸이 뒤로 밀려났다. 땅에 두 개의 고랑이 길게 파였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앱실론을 쳐다봤다. 앱실론은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저는 악마왕의 힘과 권능을 모두 흡수했습니다. 아무리 데미안 님이라 해도 절 상대하기 힘드실 겁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개소리하고 있군.”
데미안이 다시 땅을 박쳤다. 앱실론도 똑같이 돌진했다.
도끼와 여명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두 무기가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데미안과 앱실론은 튕겨나간 무기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서로의 급소를 노리며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무기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대신 허공에서 쉴 새 없이 불꽃이 튀었다.
-데미안, 내 말을 듣고 가라.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데미안은 황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황궁이 습격받았다는 보고를 듣고 뛰쳐나가기 직전, 황제가 데미안을 붙잡고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소리는 생색을 내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대를 치료하면서 황궁의 보물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대의 육체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대의 기술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게다.
바헬과의 전투에서 데미안은 무명기공과 오륜조화공을 동시에 운용하는 바람에 신체가 처참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아마도 황제는 그 사실을 알고 데미안에게 조언한 것이리라.
하지만 황제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헬과의 전투에서 데미안은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것들을 통해서 새로운 마나연공법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미쳤다고 말할지도 몰랐다.
그 짧은 시간에 새로운 마나연공법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설사 만들었다 해도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걸 사용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가능했다. 그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있었으니까.
“후우.”
숨을 들이마시며 마력과 흑마력을 동시에 운용했다. 여명을 통해서 흡수한 신성력도 섞었다.
만정심화(滿庭心花).
막대한 힘이 차올랐다. 육체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데미안은 무시하며 읊조렸다.
“일화(一花).”
아지랑이가 데미안의 전신을 휘감았다.
처음에는 무색이었던 아지랑이가 끝에는 분홍색으로 변하며 흩어졌다. 마치 꽃잎을 흩뿌리는 듯했다.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허상처럼 육체가 사라졌다.
“……뭐?”
앱실론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 직후, 그의 눈앞에 꽃잎이 흩날렸다.
찰나의 순간, 앱실론은 꽃잎에 시선이 빼앗겼다.
꽃잎을 가르며 참격이 들이닥쳤다. 앱실론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