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6화(336/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6화
336화 악마왕 (2)
몸이 베인다.
왼쪽 어깻죽지부터 오른쪽 골반까지 사선으로 갈라졌다. 뜨거운 피가 환호성을 지르듯 뿜어져 나왔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피를 바라보며 앱실론은 경악했다.
데미안 학센이 달려오는 것은 고사하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심지어 상처가 새겨진 이후에야 자신이 베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처를 추스를 여유 따위는 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두 번째 참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큭!”
앱실론은 황급히 데미안 학센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횡으로 휘둘러진 도끼가 데미안 학센의 목을 찍으려 했다.
도끼에 베이기 직전, 데미안 학센의 잔상이 길게 늘어나더니 앱실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직후, 피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옆구리에는 깊은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크윽!”
앱실론은 신음을 흘리며 데미안 학센을 뒤쫓았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앱실론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앱실론은 악마왕의 권능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모두 손에 넣은 상태였다.
물론 전성기 악마왕의 힘을 얻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체만 흡수했을 뿐이니까.
그렇다 한들 악마왕은 악마왕.
먼 옛날, 악마왕은 공작급 악마를 하수인으로 부렸으며, 대적할 자가 없는 절대자였다.
그런 초월자의 육체를 손에 넣었음에도 앱실론은 데미안 학센에게 밀리고 있었다.
“과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쪽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앱실론은 숨겨놓았던 힘을 모두 끌어냈다.
진력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막강한 힘이 차올랐다. 모든 감각이 예리하게 다듬어지는 게 느껴졌다.
감각이 예민해진 덕분에 더 많은 정보들이 들어왔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감촉과 소리의 파동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측면.
앱실론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는 데미안 학센이 보였다.
데미안 학센이 앱실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횡으로 들어오는 참격이 고스란히 보였다.
앱실론의 팔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전신에 퍼트린 진력이 폭발했다.
앱실론은 데미안을 향해 도끼를 내리쳤다. 가속화된 도끼가 데미안 학센의 참격을 쳐 냈다.
데미안 학센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앱실론은 이번에도 도끼로 참격을 받아쳤다.
“따라잡았다!”
앱실론은 크게 기꺼워하며 도끼를 높이 쳐들었다.
이번에야 말로 머리를 쪼개리라.
앱실론은 진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팔다리의 근육이 별개의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그 힘을 모두 담아서 도끼를 내리쳤다.
압도적인 힘에 주변의 공기가 모두 밀려나갔다. 강풍이 주변의 사물을 밀어냈다.
벼락처럼 낙하한 도끼가 데미안의 머리를 부수려 했다.
그때, 데미안 학센이 짧게 중얼거렸다.
“이화(二花).”
데미안 학센의 몸을 휘감고 있던 아지랑이가 더욱 짙어졌다.
다음 순간, 앱실론의 한쪽 팔이 사라졌다.
왼쪽 어깨부터 절단되어 있었다. 잘려 나간 왼팔이 도끼와 함께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
처음에 앱실론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한참 뒤에야 데미안 학센이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팔을 베어 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도…… 말도 안 되는…….”
앱실론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어느새 데미안은 휘두른 검을 회수한 채 자세를 잡고 있었다.
칼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허리를 숙인다.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뒷꿈치를 세운다.
불길한 예감이 앱실론의 뇌를 때렸다. 아니나 다를까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또 다시 데미안 학센의 몸이 사라졌다. 곧이어 사방에서 참격이 쏟아졌다.
몸 곳곳이 잘려 나갔다. 폭풍 속에 놓은 갈대처럼 몸이 마구 흔들렸다. 땅에 쉴 새 없이 피가 흩뿌려졌다.
고통 속에서도 앱실론은 필사적으로 데미안의 움직임으로 포착하려 했다.
하지만 앱실론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꽃잎을 닮은 아지랑이뿐이었다.
잔상조차 따라잡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상처만 늘어났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죽음의 공포가 발끝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앱실론은 본능적으로 탐식의 권능을 사용했다.
앱실론이 남아 있던 오른팔을 펼치자 손바닥 위에 탐식의 문양이 떠올랐다. 문양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흡입력이 얼마나 막강하던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조차 빨려 들어올 정도였다.
공기를 충분히 흡수했다고 판단하자마자 앱실론은 다시 공기를 해방시켰다.
그 순간, 폭음이 터져 나왔다.
공기가 방출되며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후욱, 후우욱.”
앱실론은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급하게 권능을 발휘하느라 체력을 크게 소모한 탓이었다.
그러나 앱실론은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데미안 학센을 찾았다.
그러자 저 멀리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는 데미안 학센이 보였다.
“……어떻게 피하신 겁니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공기를 흡입하고 폭발시키기까지 극히 짧은 시간이 걸렸다. 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터.
“그냥 거리를 벌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데미안 학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자, 앱실론은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네놈이 어떻게 탐식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데미안 학센이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본래 탐식의 권능은 데미안 학센이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악마왕의 힘과 권능을 모두 흡수했다고요.”
“헛소리하지 마라. 악마왕의 권능은 내가 가지고 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 이식시킨 권능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악마왕의 시체에 남겨져 있었죠.”
앱실론은 데미안보다 더 많은 권능을 물려받았다.
권능에 한해서는 앱실론이 데미안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권능의 출력은 물론이고, 응용력까지 전부 말이다.
“그러니 제가 보여 드리는 걸 당신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다 죽어 가는 몸으로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데미안 학센이 조롱하듯이 말했다.
지금 앱실론은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전신이 난도질당한 것은 물론이고, 한쪽 팔까지 절단되었으니까.
“이 정도 상처는 금방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앱실론이 하나 남은 팔을 땅에 가져다 댔다. 다시 탐식의 권능을 발현해서 흙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별안간 지면이 낮아졌다.
착각이 아니었다. 수도가 세워져 있던 들판 전체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곧이어 앱실론의 육체가 순식간에 수복되기 시작했고 잘려 나간 팔마저 금방 돋아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광경을 지켜본 데미안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악마왕의 권능뿐만 아니라 원래 능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냐?”
본래 앱실론은 먼 옛날 멸종되었던 거인의 시체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그 거인은 광물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방금 앱실론은 흙을 대량으로 흡수한 뒤, 금속으로 변환시켜서 자신의 몸을 수복한 것이다.
“땅이 있는 한 저는 불사의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앱실론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데미안 학센을 조금이라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번에는 단칼에 목을 쳐주마. 재생 따위는 못하도록 말이야.”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그 사실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짙은 살의를 드러냈다.
“…….”
되레 앱실론이 위축되었다.
악마왕까지 흡수했음에도 데미안 학센을 상대로 이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되도록 전투는 피하도록 해라. 너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타를 구해 오는 거다.
불현듯 어머니의 조언이 떠올랐다. 도르고는 앱실론과 이오타에게 교전을 피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괴물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강해진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지 못하면 다음에는 우리가 죽는다.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데미안 학센은 함부로 손댈 존재가 아니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필살의 확신이 들 때 싸워야 했다.
“날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하다니. 배짱도 좋구나.”
데미안 학센의 살기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앱실론은 소름이 쫙 번지는 것을 느꼈다.
“크하하하핫! 감지했다! 찾아냈어!”
그때였다.
하늘 위에서 이오타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이오타가 떨어졌다. 이오타는 황궁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폭음과 함께 황궁이 박살이 났다. 지층이 박살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곧이어 다시 이오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오타의 두 손에는 시타가 안겨 있었다.
“앱실론! 시타를 구해 냈다!”
이오타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제 돌아갈 거냐? 근데 그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아?”
이오타가 하늘 위에서 데미안 학센을 내려다봤다. 데미안 학센도 이오타를 노려다봤다.
“그냥 이 자리에서 데미안 학센을 생포하자! 그럼 어머니의 고민거리도 사라지는 거잖아!”
그 말에 앱실론은 살짝 마음이 동했다.
아직 자신은 밑천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기에 이오타까지 가세한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몰랐다.
앱실론이 마음속으로 셈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역시 한 놈이 더 있었군.”
데미안 학센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앱실론은 섬뜩함을 느꼈다.
앱실론은 이오타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 자신의 기운을 사방으로 퍼트려놓았다.
그러나 데미안 학센은 이미 이오타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앱실론과 전투를 벌였다는 것은 둘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오타! 지금 당장 물러난다!”
앱실론은 품속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수정을 꺼냈다.
그 수정을 있는 힘껏 땅으로 던졌다. 수정이 깨지며 보라색 빛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곧이어 하늘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비틀림은 곧이어 소용돌이로 변했다. 소용돌이의 중심이 검게 물들었다.
그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전신을 로브로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손까지 길쭉한 소매로 가려져 있었다.
로브의 안쪽에는 어둠이 고여 있었다. 그 속에 두 개의 안광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괴인을 보자마자 데미안 학센의 입가가 비틀렸다.
“이러면 굳이 찾으러 갈 필요가 없지.”
데미안 학센은 조소를 머금은 채 중얼거렸다.
“도르고, 다시 만나게 돼서 더럽게 반갑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