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7화(337/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7화
337화 악마왕 (3)
도르고의 등장에 데미안은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을 느꼈다.
피가 달아오르다 못해서 눌어붙을 것만 같았다. 두 눈동자에서 지독한 살기가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
“…….”
도르고는 그런 데미안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두 손을 올렸다.
손의 위치가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소매가 흘러내렸다. 그 순간, 데미안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드러난 두 손이 피부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뼈다귀가 아니잖아?”
데미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곧이어 도르고가 두 손으로 후드를 잡고 넘겼다. 맨얼굴이 드러난 순간, 데미안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로브를 벗자마자 은색을 띠는 장발이 물결처럼 흘러내렸다. 그 아래로 청색 피부와 선명하게 도드라진 핏줄이 보였다.
해골이 아니다. 살점이 있고,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데미안은 말을 잇질 못했다. 그런 데미안의 반응이 퍽 마음에 든다는 듯 도르고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꽤 볼만한 얼굴이구나. 내가 육체를 되찾은 게 그리 충격적이었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데미안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육체를 되찾았다고?”
“완전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도르고가 두 손으로 로브의 옷깃을 잡고 찢었다. 그러자 온전한 육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데미안이 기억하는 해골의 육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적당한 근육과 청색 피부로 뒤덮여 있었다.
“아, 그리고 겉모습만 달라진 건 아니야.”
도르고가 기운을 일으켰다.
그 순간, 데미안은 전신이 짓눌리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한계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데미안을 압박한 것이다.
데미안는 경악한 얼굴로 도르고를 쳐다봤다. 이만한 기운을 내뿜고 있음에도 도르고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데미안 학센, 이제 알겠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
바헬조차 이런 힘을 내뿜지 못했다. 대악마의 육체를 흡수했다던 앱실론도 마찬가지였다.
데미안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 데미안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설마 온전한 대악마의 힘을 쟁취한 거냐?”
“조금 달라. 쟁취한 게 아니야. 되찾은 거지.”
데미안은 도르고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되찾았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너와 결판을 내고 싶지만…… 그러려고 온 게 아니거든.”
도르고가 기운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데미안을 짓누르던 압박감도 사라졌다.
“시타도 구했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다.”
“어머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랑 앱실론이 힘을 합치면 저 녀석은…….”
도르고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이오타의 몸이 사라졌다.
데미안은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금 도르고가 사용한 것은 오만의 권능이었다.
오만의 권능을 사용하면 공간을 조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간을 다루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데미안도 오만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도르고는 오만의 권능을 이용해서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오타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버렸다.
“……오만의 악마왕을 흡수한 거냐?”
“그것만 흡수한 건 아니지.”
데미안의 얼굴에 다시 의문이 떠올랐다.
그 사이 도르고가 다시 손짓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앱실론이 사라졌다.
“데미안 학센, 날 죽이고 싶으면 카론산으로 와라. 난 그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 말하며 도르고는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오만의 권능을 사용해서 사라질 생각인 듯했다.
“내가 왜 네놈의 말에 따라야 하지?”
그때, 데미안이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 말에 도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론산으로 오지 않을 생각이냐? 설마 내게 겁을 먹은 건 아니겠지?”
“지랄하고 자빠졌군.”
“카론산으로 오기도 싫다. 겁을 먹은 것도 아니다. 대체 어쩌겠다는 거지?”
데미안이 마력을 일으켰다. 동시에 강렬한 살기가 터져 나왔다.
대악마를 흡수한 도르고조차 몸을 움찔 떨 정도였다.
“그냥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이겠다는 소리지.”
데미안은 만정심화를 운용했다. 데미안의 내부에 막대한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삼화(三花).”
데미안의 기운이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 데미안은 모든 기운을 여명에 실었다.
여명에 담긴 힘이 얼마나 거대하던지 주변의 공간이 비틀릴 정도였다.
데미안은 여명을 두 손으로 잡고 아래로 늘어트렸다. 여명의 칼끝이 땅에 닿을 정도였다.
“죽여 주마.”
필살의 각오를 담고 여명을 휘둘렀다. 칼끝이 아래에서 위로 사선을 그렸다.
여명에 담겨 있던 막대한 힘이 한 번에 해방되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올곧은 선 하나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선은 거침없이 나아가며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도르고까지 베어 내려 했다.
“…….”
그런 상황에서도 도르고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검지 하나를 세웠다. 그 순간, 허공에 그어지던 선이 무언가와 충돌했다.
산이 무너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온 세상에 뒤흔들렸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내게 해를 끼칠 수는 없다.”
도르고가 검지를 내리며 말했다.
방금 도르고는 공간을 차단함으로써 데미안의 참격을 막아 냈다.
오만의 권능을 온전히 흡수한 도르고만이 가능한 기예였다.
“그러니 머리를 식히고 물러나도록…….”
“그런 식으로 막아 낸다 이거군.”
데미안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한 번 더 막강한 힘이 여명에 모여들었다.
그런 데미안을 보며 도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데미안은 도르고의 말을 무시하고 여명을 내리그었다.
“어리석은 놈.”
도르고는 다시 오만의 권능을 사용해서 공간을 차단했다.
보이지 않는 벽이 데미안의 참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달랐다.
처음에 휘두른 참격에 필살의 의지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검신(劍神).
오로지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경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베어 내는 참격이 공간을 절단했다.
그리고 참격이 베어 낸 것은 공간뿐만이 아니었다.
“……!”
도르고의 목에 선이 그어졌다. 곧이어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 * *
피와 함께 도르고의 머리가 아래로 낙하했다. 핏줄기가 길게 이어졌다.
도르고를 죽였다.
그러나 승리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불길한 예감만 들었다.
데미안은 살기를 거둬들이지 않고 주변을 경계했다.
그때였다.
아래로 떨어지던 도르고의 머리가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핏줄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위로 치솟더니 상처 부위로 빨려 들어갔다.
모든 핏줄기가 몸으로 흡수되자마자 머리가 달라붙었다.
“……정신 나간 새끼.”
도르고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공간을 베어 내? 그것도 악마왕의 권능으로 만들어 낸걸? 아무리 루인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나태의 권능? 그것까지 가지고 있었나?”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방금 도르고는 상처를 회복한 게 아니었다. 시간을 되돌린 것이었다.
즉, 도르고가 가지고 있는 악마왕의 권능은 하나가 아니었다.
최소 두 개.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랐다.
“그동안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썩어 빠진 시체를 먹어 치우느라 시름하고 있었군.”
도르고가 악마왕의 권능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데미안은 딱히 위축되지 않았다.
“네놈이 어떻게 내 앞에서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알겠구나.”
죽이기로 했으니 이 자리에서 죽인다.
데미안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
“…….”
오히려 도르고 쪽이 긴장하고 있었다. 도르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니야.”
데미안은 본능적으로 도르고가 도망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르고를 죽이기 위해서 만정심화를 극한까지 운용했다.
적이 나태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권능을 쓸 틈도 없이 죽이면 된다.
데미안이 도르고를 향해 뛰어들어 들려던 찰나였다.
도르고가 나태의 권능을 발현했다. 기이한 파동이 온 세상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도르고의 모습이 사라졌다. 데미안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도르고의 모습은 고사하고,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데미안을 상대로 이렇게 깔끔하게 도망칠 수 있을 리 없다.
분명 시간을 멈추고, 그 사이에 차원문을 열어서 도망쳤으리라.
“젠장.”
데미안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여명을 집어넣었다.
도르고에 대한 증오와 적을 놓쳤다는 분노가 뒤섞였다. 데미안은 허리를 굽힌 채 이를 갈았다.
“카론산이라고 했지?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여 주마.”
데미안은 카론산이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그 얼굴은 꼭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 * *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니야.”
도르고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바로 나태의 권능을 발형했다.
세상을 멈추고, 오만의 권능을 이용해서 카론산으로 도망쳤다.
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르고의 등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행여나 데미안 학센에게 막힐까 걱정한 것이다.
“어머니!”
카론산에 도착하자 자식들이 달려왔다. 도르고는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4대 마왕들을 돌아봤다.
“시타, 몸은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내 눈에는 네가 어떤 상태인지 다 보이니까.”
도르고의 말에 시타는 몸을 움찔 떨었다.
“……사실 내부 기관이 모두 망가졌습니다.”
“역시 널 환상향에 두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어머니께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시타의 대답에 도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널 위해서 미리 시술 준비를 끝내 놨으니까. 너도 형제들과 같은 힘을 얻게 될 거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어째서 데미안 학센을 놔두고 오신 겁니까?”
시타의 물음에 도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도르고는 세 체의 악마왕을 흡수한 상황이었다.
오만의 악마왕, 나태의 악마왕, 그리고 본래 자신의 육체였던 색욕의 악마왕까지.
아직 도르고는 악마왕의 육체들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안정화시킬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사실 본래의 육체는 티끌밖에 남지 않았다. 과거 도르고가 대규모 기억 조작을 실행할 때, 육체를 대가로 바친 탓이었다.
문제는 오만과 나태쪽이었다
두 명은 악마왕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강자였다. 그런 악마왕의 힘을 동시에 흡수하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시타,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은 내 계획대로니까.”
도르고가 웃으며 말했다.
시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도르고를 바라봤다.
그게 도르고를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를 걱정하는 것인지는 시타 본인만이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