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3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8화(338/3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38화
338화 카론산 (1)
도르고가 사라지자마자 데미안은 피를 토해 냈다.
줄곧 만정심화를 운용한 탓에 무리를 하고 말았다.
“데미안! 부상이라도 입은 거냐?”
제국제일검이 급히 달려와서 데미안을 부축했다. 데미안은 괜찮다고 말하며 입가를 닦아 냈다.
그때, 하늘에서 차원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튀어나왔다.
노인은 천천히 부유하며 두 사람의 앞에 내려앉았다.
“게르그, 폐하께서는 무사하신가?”
제국제일검이 노인에게 물었다. 게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무사하시다네. 검성이 제때 대피를 시켰지.”
게르그의 말에 제국제일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색 마탑의 주인 되십니까?”
데미안은 게르그에게 물었다.
멸망전쟁 당시, 데미안은 게르그와 몇 번 충돌한 적이 있었다.
백색 마탑의 주인이자 제국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대마법사.
그리고 제국에서 차원문에 가장 정통한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렇다네. 제국의 영웅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군.”
게르그는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데미안은 그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도르고를 뒤쫓아야 합니다. 카론산까지 이어지는 차원문을 열어 주십시오.”
“카론산이라고……?”
게르그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자네의 부탁을 당장 들어주기는 힘들 것 같네.”
“이유를 알려 주시겠습니까?”
“카론산은 대륙의 가장자리에 있어. 그곳까지 이동하는 차원문을 열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필요하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도르고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었다.
실제로 잠깐 실종된 사이에 도르고는 악마왕의 시체를 이용해서 자신과 4대 마왕들을 강화시켰다.
지금도 도르고가 어떤 음모를 꾸밀지 몰랐다. 최대한 빨리 뒤쫓아야 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재촉해도 소용없다네. 차원문은 질량과 거리에 따라서 대가가 증가한다네. 그걸 무시하고 열면 차원문을 통과할 때 신체가 붕괴해 버리지.”
제국에서 게르그보다 뛰어난 차원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 된다고 말하면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발하드가 대단한 거였군.’
발하드는 별다른 준비 없이 차원문을 척척 열고는 했다.
심지어 발하드의 말에 의하면 차원문은 전문분야가 아니라고 했다.
과연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데미안은 발하드의 대단함을 새삼 실감했다.
“다른 녀석한테 부탁해야겠군요. 에오스, 발하드는 어디에 있습니까?”
“발하드? 아아, 그 레드드래곤 말이군. 잠깐 가 볼 데가 있다면서 외출했다네.”
“……이 판국에 외출이라고요?”
데미안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르고에 의해서 세상이 위험한 판국에 산책이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오면 두 날개를 분질러 버려야…….
“표정을 풀게나. 다른 사람이 봤다가 심장마비 걸릴 것 같네.”
“……그 정도였습니까?”
“그 정도였다네.”
제국제일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나도 웬만하면 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었다네. 자네도 들으면 납득할 게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말이지…… 아, 마침 저기 오는군.”
제국제일검이 하늘을 가리켰다. 붉은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레드드래곤, 발하드는 데미안의 앞에 거칠게 내려앉았다.
데미안은 발하드를 보자마자 죄를 추궁하려 했다.
그러나 발하드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소년을 본 순간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정체는 용병왕 칼 호퍼였다.
발하드가 땅에 내려앉자 용병왕도 냉큼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발하드를 향해서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어요! 하늘을 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군요!”
-만족한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저는 정말 즐거웠지만 힘들지 않으셨을까 걱정이 되네요.”
-그런 말하지 말 거라! 널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 해 주겠느냐!
데미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제국제일검에게 물었다.
“저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답니까?”
“아, 그게 말이지. 원래부터 저렇게 친했다네.”
“둘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더군.”
“그럼 서로 친할 만하군요.”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별안간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확 커졌다. 제국제일검을 홱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저 둘이 부자라고요?”
“그렇다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네. 외출한 이유도 모처럼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지.”
제국제일검이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오, 데미안 학센. 깨어났군.
그때, 발하드가 데미안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느새 발하드는 드래곤에서 인간형으로 바뀐 뒤였다.
-갑자기 기절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네.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이군.
“아니, 인사는 됐고…… 둘이 부자라고?”
-아, 제국제일검에게 들은 모양이군. 칼은 내 아이가 맞다네. 저렇게 훌륭하게 자랐을 줄은 몰랐어.
발하드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데미안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넌 레드드래곤이잖아. 용병왕은 화염이 아니라 뇌력을 다루는데?”
-원래 자식이 다른 형질을 물려받는 일은 흔하다네.
이쯤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문득 깨달았다. 데미안은 발하드를 노려보며 물었다.
“근데 왜 나한테 반말이냐?”
데미안의 지적에 발하드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게 말이지…….
“어쭈? 계속 말을 놓겠다 이거냐? 교육 한 번 더 시켜줘?”
-데, 데미안 님! 지, 진정하십시오!
발하드가 용병왕의 눈치를 살피며 개미 발걸음처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그래도 자식의 앞인데 존댓말은…… 제, 제발 제 체면 좀 살려 주십시오.
“이 새끼가 어디서 헛소리를…….”
-이,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의 눈초리가 험악해졌다. 발하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용병왕이 있을 때만이다.”
하지만 표정과 달리 데미안은 발하드의 부탁을 선선히 들어줬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왜? 취소할까?”
-아, 아닙니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발하드의 모습과 아버지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아비 노릇을 하고 싶다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십니까?”
-하핫, 아무 것도 아니다.
용병왕이 가까이 다가와서 물었다. 발하드는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 아버지께서 널 많이 도우셨다고 들었다!”
“예, 뭐, 대충 그랬습니다.”
“네가 악마들에게 협공을 당했을 때, 아버지께서 구해 주셨다지?”
데미안은 이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발하드를 노려봤다. 발하드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도움을…… 받기는…… 받았지요…….”
데미안은 한 마디 한 마디를 씹듯이 내뱉었다. 발하드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과연! 아버지께서는 대단하십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용병왕는 존경스럽다는 얼굴로 발하드를 쳐다봤다. 발하드는 더더욱 고개를 내렸다.
“발하드, 부자의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카론산까지 가는 차원문을 열어 주십시오.”
-아,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발하드는 허둥거리며 차원문을 열 준비를 했다.
넓직한 장소로 가서 용언을 읊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이어질수록 주변의 마력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용언이 길어져도 차원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발하드를 쳐다봤다. 발하드는 용언을 멈추더니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 그게 말이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발하드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차원문이 안 열리는데……?
* * *
그 뒤로도 발하드는 계속 차원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데미안은 발하드를 시켜서 이면세계로 돌아왔다. 다른 드래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데미안의 설명을 들은 아이리스가 잠시 지상을 살피다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카론산 주변의 좌표가 완전히 비틀려 있습니다.”
“좌표가 틀어져 있다고?”
아이리스의 설명에 데미안이 이해가 할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예, 특정 장소를 보호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아니면 차원문을 이용해서 손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발하드 잘못이 아니었군.”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발하드가 볼멘목소리로 말했다.
발하드는 이면세계로 들어오자마자 무능하다는 이유로 데미안에게 얻어터졌다.
발하드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카론산 근처에 차원문을 열면 되겠군.”
데미안은 발하드의 항의를 무시하며 아이리스에게 물었다.
“그러면 되기는 하지만…… 좀 오래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아이리스가 마력의 입자를 이용해서 허공에 대륙의 지도를 그렸다.
“카론산은 물론이고 인접해 있는 지역 전체의 좌표가 비틀려 있습니다.”
데미안은 지도를 들여다봤다. 거의 제국만 한 규모였다.
“좌표라는 게 이렇게 쉽게 비틀 수 있는 건가?”
“아뇨, 불가능합니다. 방 한 칸의 좌표를 비트는데도 엄청난 마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만한 규모를 방해하는 건…….”
아이리스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신의 권능이나 다름없는 행위입니다.”
데미안은 지도를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과연 악마왕의 권능다웠다. 어째서 고대에 신이라 추앙되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럼 최대한 가까운 장소에 차원문을 열고 직접 이동하는 수밖에 없겠군.”
“마땅한 이동수단이라도 있으십니까?”
“있지. 아주 유용한 놈이 말이야.”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발하드를 돌아봤다. 발하드는 크게 당황했다.
-저, 저요?
“그래, 너요. 잔말 말고 빨리 출발하자.”
데미안은 발하드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발하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날개를 펼쳤다.
-예…… 출발하겠습니다.
발하드는 용언을 사용해서 차원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원문으로 날아들었다.
발하드가 차원문을 통과했다. 이면세계가 아니라 지상의 들판이 펼쳐졌다.
-꽉 잡으십시오.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서 날아가겠습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서두르기나 해라.”
발하드가 날개를 펄럭였다.
거체의 몸이 화살처럼 튕겨져 나갔다. 공기의 벽을 돌파하며 하늘을 갈랐다.
* * *
발하드의 머리 위.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포션들을 꺼냈다.
이면세계로 떠나기 전, 황제가 챙겨준 것들이었다. 전부 신체를 회복시키는 물약들이었다.
데미안은 물약들을 전부 들이마셨다. 만정심화를 사용하면서 생긴 내상들이 빠르게 치료되는 게 느껴졌다.
‘아직도 육체가 내 실력을 따라잡질 못하고 있다.’
데미안이 싸워야 할 적들이 너무 강하기에 생긴 문제였다.
그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데미안도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만 있었다면 만정심화를 버텨 낼 강인한 육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적들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데미안은 그게 못내 아쉬웠다.
‘해결책을 구하려면…… 역시 그 녀석을 만날 수밖에 없겠지.’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꺼냈다. 그걸 두 손으로 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눈을 떴을 때, 데미안은 루인의 사념체와 마주하고 있었다.
“…….”
루인의 사념체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로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군.”
데미안이 검을 들어 올렸다. 루인도 똑같이 행동했다.
“몇 번을 죽여야 이성을 되찾으려나.”
루인이 땅을 박찼다. 데미안도 움직였다.
정신공간 속에서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