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3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34화
34화 이파리 평원 (4)
그렇게 결투는 공작가의 승리로 끝났다.
결투에서 승리한 뒤, 공작가에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바로…….
“마음껏 마시고 즐기도록 하라!”
평원에서 잔치판을 벌이는 것이었다.
미리 가지고 온 가축을 잡고, 술통을 열었다. 평원에서는 어느새 음식을 만드는 냄새로 가득 찼다.
“고기와 술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그러니 다들 마음껏 즐기도록 해라.”
공작은 잔칫상에 후작가의 사람들도 초대했다. 덕분에 한쪽에는 공작가의 병사들이, 다른 쪽에는 후작가의 병사들이 앉아 있었다.
후작가의 병사들은 침통한 심정도 잊고 술과 고기를 마음껏 즐겼다.
이것만 보면 공작이 호탕하게 행동하는 것 같았지만.
‘거참 속 좁은 인간이로군.’
데미안은 일찌감치 눈치챘다. 이 자리는 공작이 끝까지 후작을 놀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 증거가 지금 공작의 옆에 앉아 있는 후작의 표정이었다.
“라이언블룸 후작! 표정이 왜 그러나. 우리가 잠시 다투기는 했지만 모든 일이 끝났으니 잊고 즐기도록 합세.”
공작이 후작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승자인 만큼 내가 먼저 따르겠네. 내가 승자가 아니겠나!”
공작의 말에 후작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승자의 초대를 거절하는 것은 패자의 예의가 아니었다.
게다가 후작가의 병사들도 어느새 술과 음식을 즐기느라 웃고 즐기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파토 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자자, 마시게!”
덕분에 공작만 신이 났다. 공작은 연신 후작의 잔에 술을 따르며 기꺼워했다.
데미안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걸로 고민은 해결되었군.’
데미안이 굳이 두 가문의 결투에 참견한 이유는 공작가의 멸문을 막음으로써 후작가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공작가는 결투에서 패배한 것을 계기로 무너지게 된다.
데미안은 공작가에 암약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을 막고, 공작가를 결투에서 승리시켰다.
이제 그 미래는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남은 건 유란인데.’
데미안에 의해서 간부가 살해당하고, 공작가를 집어삼키려던 계획도 방해를 받았다.
유란에서는 틀림없이 데미안을 죽이려 들 것이다. 데미안도 그러길 바라고 있기에 계속 틈을 내주고 있었다.
‘어쩌면 돌아가는 길에 나타날지도 모르겠군.’
사람이 가장 무방비할 때는 큰 행사가 끝났을 때, 기쁨에 젖어 있을 때다.
지금은 모두 해당됐다.
데미안이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있을 때였다. 누군가 데미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시선을 옮기자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보였다.
“아, 앞에 앉아도 될까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으로서는 의외의 접근이었다.
한번 진득하니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설마 저쪽에서 먼저 다가올 줄은 몰랐다.
“마음대로 해라.”
데미안이 흔쾌히 허락하자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냉큼 데미안의 맞은편에 앉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데미안 경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어, 그래. 난 미하엘 경이라고 부르면 되나?”
“그, 그래 주시면 영광이죠!”
데미안은 술잔을 기울였다. 잔이 비자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냉큼 술병을 들고 잔을 채워 놓았다.
“겨, 결투 때 가, 감동받았습니다!”
“감동?”
뜬금없는 단어에 데미안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저,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와 동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하엘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그런데 데미안 경은 저와 동류…… 아니, 저 따위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셨어요!”
마지막 결투 때, 미하엘이 스스로 굴복한 이유는 단순히 데미안이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초감각을 통해서 데미안이 품고 있는 재능을 엿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미안 지닌 재능이 자신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역시 세상은 넓군요.”
미하엘이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의 격을 느끼고도 절망하지 않는 것을 보면 미하엘 라이언블룸도 거물은 거물이었다.
‘아니면 그만큼 외로웠다거나.’
데미안은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기도 전에 도르고에게 잡혀서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기에 미하엘의 절망감에 대해서 공감할 수가 없었다.
“너무 오만하군.”
그리고 공감할 생각도 없었다.
“예, 에?”
“방금 속으로 네가 두 번째라고 생각했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데미안을 만났음에도 미하엘의 자부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데미안은 독보적인 일등.
자신은 바로 아래.
그 격차가 절대적일지라도 어쨌거나 자신이 2등이라 생각한 것이다.
“네 말대로 세상은 넓다. 너 정도의 재능은 흔치 않을지 몰라도 아예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
미하엘의 자신감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미하엘은 마스터 클래스 중에서는 꽤 강한 편에 속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역사에 길이 남을 재능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던가?
“제국만 해도 너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세 명은 있다.”
전생에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25세가 되던 해에 자신보다 어린 소녀에게 패배하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다시 검을 수련하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후에도 그 소녀를 이기지는 못했다.
그 소녀가 바로 먼 미래에 검후라 불리게 되는 인물이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 자만하지 마라. 오만해하지 마라.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지 마라. 언제든 널 뛰어넘을 인물이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하도록 해라.”
미하엘은 충격받은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이윽고 조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데, 데미안 경도 그런 생각을 하고 사시나요?”
“아니, 전혀, 내가 최고지.”
“……아니, 방금 전에는 저보고 주의하라고 하셨잖아요.”
미하엘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제로 데미안 학센은 최고였으며 전생에 그것을 증명해 냈다.
“난 스스로를 최고라고 여기지만 방심하지 않는다.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지. 그 이유가 뭔지 아나?”
“모르겠어요.”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이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생에 데미안 학센은 우연찮게 아크리치 도르고를 만나는 바람에 데스나이트가 되고, 세상을 멸망시켰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을 모두 자기 손으로 죽이는 패륜까지 저지르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데미안 학센은 회귀했을 때, 다짐했다.
항상 최악을 염두해 두고 대비하기로 말이다.
“최고인 나도 그럴진데 네가 방심하면 어쩌자는 거냐.”
데미안이 술잔을 기울이며 덧붙였다.
“미하엘 라이언블룸, 자만하지 마라. 더 노력해라. 지금보다 더 강해져라.”
데미안이 미하엘 라이언블룸에게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데미안 학센이 도르고를 끝까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도르고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세상을 공격한다면?
그때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명심…… 할게요.”
미하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너 좋으라고 한 이야기인데.”
“그, 그건 그렇지만…….”
“뭔지 일단 들어보기나 하자.”
데미안이 묻자 미하엘이 곧바로 대답했다.
“형으로 모셔도 될까요?”
그 대답을 들은 데미안 학센은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 마음대로 해라.”
그 바람에 얼떨결에 허락하고 말았다.
미하엘의 입가가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데미안 형!”
* * *
“오, 그사이에 이렇게 친해졌을 줄은 몰랐군.”
데미안이 원치 않게 의동생을 얻었을 때, 공작과 후작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진 일이지. 그렇지 않은가?”
공작이 껄껄 웃으며 후작을 돌아봤다. 후작은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각하, 무슨 일이십니까.”
데미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공작은 데미안의 고용주인 만큼 공적인 자리에서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었다.
“괜찮네. 앉아 있게나. 이번 승리의 주역을 일으켜 세울 수는 없지. 그렇지 않나, 후작?”
공작의 질문에 후작이 인상을 썼다.
‘거, 되게 쪼잔하군.’
아직까지 후작을 괴롭히고 있는 공작의 행동에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술자리를 방해해서 미안하군.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후작과 상의가 끝나서 찾아왔다네.”
“상의라뇨?”
“자네에게 결투 보상으로 후작가의 비고를 개방해 주기로 하지 않았나?”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회견 자리에서 먼저 칼을 뽑는 바람에 결투 승리 보상이 조금 변경되었다.
결투에서 승리할 시, 공작가는 금광과 인접한 영지까지 가져가기로 했고, 데미안 학센에게는 후작가의 비고에서 보물을 하나 내주기로 했다.
“이 친구가 쪼잔하게 주지 않으려고 버티기에 설득하느라 고생 좀 했다네.”
“쪼잔? 그 물건의 가치를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비고를 개방하면 그 정도 물건은 내줘야지.”
두 사람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오고 갔다.
“데미안 학센.”
후작은 실랑이를 끝내고 데미안을 쳐다봤다.
“우선 그대에게 사과하도록 하겠다.”
만약 후작가의 가신들이 들었다면 경악했으리라.
후작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먼저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하물며 데미안 학센은 이공자에게 망신을 주지 않았던가.
“기사를 보내 무력 시위를 한 것도 모두 사과하도록 하겠네.”
데미안은 후작의 태도가 변한 이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을 보고 적으로 둬 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미안 학센의 뒤에는 공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죽일 수 없다면 친하게 지내는 게 최선이다.
그렇기에 후작은 고개를 숙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말로만 끝낼 생각은 없네. 사죄 겸, 결투의 보상으로 내놓는 물건일세.”
후작이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상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하지만 상자 내부에 담겨 있는 물건은 지극히 초라했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회색 반지 하나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아공간 마법이 담겨 있는 반지라네.”
초라한 외관과 달리 반지가 가지고 있는 진짜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공간 마법.
공간을 비틀어서 각종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마법을 말한다.
이 비밀 창고는 오직 주인만이 열 수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창고이기도 했다.
“백색마탑에서 제작된 물건으로 최대 100kg까지 담을 수 있다네.”
아공간 마도구도 급이 있다.
데미안이 듣기로는 가장 급이 낮은 아공간 마도구가 10kg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아공간 마도구도 작은 성과 맞먹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100kg이라면 그것의 10배. 대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과연 후작가의 비고에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 보물이었다.
‘100kg이면 괜찮은 갑옷 한 벌과 예비용 무기 몇 개, 식량, 포션, 금화까지 넉넉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게로군.’
앞으로 어디 여행을 나갈 때, 무겁게 배낭을 짊어질 일은 없어 보였다.
“후작 각하께 감사드립니다.”
데미안은 후작이 내민 아공간 반지를 두 손으로 받았다.
반지를 손가락에 착용하고 마력을 흘러 넣었다. 반지가 데미안 학센의 마력을 기억했다.
이제 이 반지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데미안 학센 한 명뿐이었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도록 해라. 비고의 물건은 더 이상 내줄 수 없지만 후작가에는 제법 괜찮은 무구들이 많이 있으니.”
후작가는 애플 왕국 최고의 기사가문이었다.
그런 만큼 다른 가문에서는 군침을 흘릴 정도로 뛰어난 무구들이 즐비했다.
“아, 그럼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후작의 말에 데미안이 냉큼 말했다.
“활을 받고 싶습니다.”
“활?”
뜬금없는 부탁에 후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데미안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동생 장가 보내는데 필요해서요.”